대부도 해솔길 1구간
산행일 : ‘13. 6. 15(토)
소재지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산행코스 : 구봉도 주차장→천영물 약수터→개미허리 아치교→낙조전망대→바닷가→송현어촌체험마을→구봉도 주차장(걷는 시간 : 2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해솔길’은 대부도의 둘레길이다. ‘해솔길’이란 이름은 명칭(名稱) 공모전을 통해서 선정된 이름이라고 한다. 바다 해(海)자와 소나무의 솔을 합친 것이 ‘해솔’이니 바닷가를 따라 난 길가에 멋진 소나무가 울창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해솔길은 대부도의 자연(自然)을 크게 손보지 않고 ‘해안(海岸) 따라 걷는 길’로 조성하였다. 길은 방아머리 선착장을 시점으로 구봉도, 선감도, 탄도항을 거쳐 대송단지까지 7개 구간(총 74km)으로 연결되어 있다.
▼ 걷기의 시작은 구봉도 주차장
지하철4호선 안산역에서 123번 시내버스를 타고 대부도로 오면 된다. 시화호를 건너자마자 만나게 되는 방아머리선착장이 걷기의 시작점이나, 걷는 거리를 단축시키고 싶을 경우에는 ‘구봉도 입구’에서 하차해도 괜찮을 것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구봉도 주차장’까지는 10분 이상을 더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입구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들머리를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 둘레길은 주차장 뒤편으로 나있다. 들머리에 해솔길로 들어서는 입구임을 알려주는 아치(arch)와 둘레길안내도, 그리고 이정표(개미허리 아치교 1.8km. 천영물 약수터 0.8km) 등이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솔길은 모두 7개 구간, 각 구간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은 1구간이다. 1코스는 방아머리공원에서 출발, 동서가든 캠핑장을 거쳐 북망산, 구봉약수터, 낙조전망대, 구봉선돌, 종현어촌체험마을을 거쳐, 돈지섬안길에 이르는 11.3km의 코스이다. 오늘 걷게 되는 구간은 그중 일부분으로 구봉도만 둘러보는 속칭 ‘속성 1코스’라고 불리는 4.3Km 구간이다. 그러나 1구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약수터와 ‘개미허리 아치교’, 그리고 낙조전망대 등이 모두 이곳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해솔길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애용하는 편이다.
▼ 일단 산으로 들어서서 오솔길을 따르다보면 어렵지 않게 걷기를 이어갈 수가 있다. 길이 아주 달 닦여있는 데다가, 중간 중간에 이정표까지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산길은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준다. 주위 나무들은 대부분 참나무, ‘해솔길’ 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진 않지만 어떠랴 녹음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과 교감(交感)을 시도해 본다. 심신(心身)이 풋풋해지더니 능선을 떠도는 바람결 따라 어느새 두둥실 떠오르고 있다.
▼ 산길을 조금 걷다보면 본격적으로 푸른 바다가 열린다. 시화방조제와 송도신도시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특히 방조제에 세워진 풍력발전기가 이국적(異國的)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산행을 하다보면 가끔 항공기들이 머리 위를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멀지않은 곳에 인천공항이 위치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20분쯤 걸으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편에 보이는 해안(海岸)을 향해 나무데크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 보인다. 제법 긴 계단을 내려서면 ‘천영물 약수(藥水)’이다. 바닷가에 있는 탓에 혹시라도 짠물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물맛은 의외로 깔끔하면서도 시원했다.
▼ 약수터 근처 해안에서 또 다시 시야(視野)가 트인다. 바다 건너편에는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가 아스라하고, 그 왼편에는 해안선 뒤에서 변도(島)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있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까부터 눈에 들어오던 풍력발전기가 더욱 힘차게 그 날개를 돌리고 있다.
▼ 아까 내려왔던 삼거리로 다시 돌아가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개미허리 아치교‘로 가는 길이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짧게 치고 오르면 능선 위(이정표 : 개미허리 아치교 0.8Km, 낙조전망대 1.3Km/ 만남의 광장 0.9Km)에 올라서게 된다. 산길은 이곳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이어진다.
▼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주변 풍경(風景)이 변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참나무 일색이던 숲길이 언제부턴가 소나무 숲길로 변해 있는 것이다. 이제야 ‘해솔길’이라는 둘레길의 이름이 실감이 난다. 소나무 숲 아래를 지나면서 바라보는 바다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햇빛을 가린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솔향기가 향긋하다. 소나무 향기에 취하는 호사(豪奢)를 누려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나무숲길은 그다지 길지가 않다.
▼ 다시 바뀌어버린 참나무 숲길에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심심찮게 좌우(左右)로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멋진 바다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늘 걷고 있는 구봉도의 특징을 들라고 하면, ‘소나무 숲’ 보다는 차라리 바다가 열리는 조망(眺望)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구봉도는 아홉 개의 봉우리가 섬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육안(肉眼)으로 아홉 개의 봉우리를 구분할 수는 없다.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산길을 걸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 해솔길의 주변은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 해안을 지키는 군인들의 초소까지도 아름답게 꾸며놓은 것이다. 주변 풍광(風光)을 헤치지 않으려고 공력을 들인 결과이리다.
▼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를 오르내리다보면 본격적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그 내리막길의 끄트머리에서 해솔길의 백미(白眉)라고 일컫는 ‘개미허리 아치교’를 만나게 된다. 이 다리는 구봉도와 건너편의 고깔섬을 잇는 다리이다. 그렇다면 그까짓 다리 하나를 갖고 ‘개미허리 아치교’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다들 왜 호들갑을 떨까. 이유는 단 하나다. 편의성으로 대변되는 다리를 예술(藝術)의 경지로 승화시켜버린 것이다. 내리막길에 서서 다리를 내려다보면 저절로 탄성(歎聲)이 나오게 된다.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다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다.
▼ 개미허리 아치교를 건너면 ‘꼬깔섬(어느 글에서 찾아낸 이름이지만 정확하지는 않다)’이다. 울창한 참나무 숲길을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갑자기 길이 끊겨버린다. 해안과 연결된 곳이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진 탓이다. 10미터쯤 되돌아 나오면 오른편에 보이는 바다를 향해 길이 나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 가파른 내리막길을 짧게 내려서면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다리가 나타난다. 아니 다리라기보다는 차라리 산책로에 더 가깝다.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간 산책로의 끝에는 널따랗게 망대(望臺)가 조성되어 있다. 낙조전망대(落照展望臺)로서 한가운데에는 멋진 조형물 하나가 앉아있다. 노을과 햇빛을 형상화(形象化)했다는데 그 화려함이 서해의 낙조(落照)만큼이나 아름답다. 석양에 지는 해가 조형물의 중앙에 걸렸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일몰(日沒)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전망대에 올라서면 넓은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건너편에 웅크리고 있는 자그마한 섬 변도(島)는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서 두둥실 떠다니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 영흥도로 건너가는 영흥대교가 아스라하다. 아스라한 서해바다 위에 펼쳐지는 하늘에는 하얀 새털구름이 둥둥, 도심(都心)의 하늘과 같은 하늘이건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그 느낌 속에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이 알알이 여물어간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온 모처럼의 나들이, 일상의 번거로움을 벗어난 빈 여백(餘白) 위에다 ‘쉼표’ 하나를 찍어본다.
▼ 낙조전망대에서 다시 되돌아 나오면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닷가로 내려서는 계단이 보인다. 종현어촌체험마을로 연결되는 바닷길이다. 해안선(海岸線)을 따라난 이 길은 밀물 때는 통행이 불가능하다.
▼ ‘개미허리 아치교’ 아래를 지나 갯벌로 내려서도 걷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갯벌이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질퍽거리지가 않는 탓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다보면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안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릿한 바다 냄새를 잔뜩 머금은 바람 한 점이 코끝을 훔치며 지나간다. 바다 건너 저 멀리에는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영흥대교가 뚜렷하고, 뒤돌아보면 개미허리 아치교가 나를 두고 어딜 가느냐며 애달픈 손짓을 보내온다. 낭만이 흠뻑 묻어나는 바닷길이다.
▼ 바다를 가로지르면 바닷길은 자동차가 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넓은 시멘트포장길로 변한다. 농촌에 농기계가 다닐 수 있는 농로(農路)가 있듯이 어촌에도 이렇게 넓은 도로가 필요한 모양이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얼마간 걷다보면 오른편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 두 개가 보인다. ‘구봉 선돌’이라고 불리는 바위들로서 큰 것이 할아배바위, 작은 것은 할매바위라고 한다. 고기잡이 나갔던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리다 지친 할머니가 바위가 되었고, 몇 년 후에 무사히 돌아온 할아버지가 바위로 변한 할머니를 보고 따라서 바위가 되었다는 애달픈 사연을 지닌 바위라고 한다.
▼ ‘구봉 선돌’을 지나면 얼마 안 있어 ‘종현어촌체험마을’에 이르게 된다(이정표 : 낙조전망대 1.5Km/ 종현어촌마을안내소 0.5Km). 종현마을은 어촌체험과 함께 야외 수영장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유원지(遊園地)로 보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체험마을을 빠져나오면 해솔길 밟기를 시작했던 구봉도 주차장이다.
▼ 해솔길 걷기를 마친 뒤에는 근처에 있는 취우님 댁으로 이동했다. ‘바비큐(barbecue) 파티’를 열자는 취우님 부부의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비큐를 준비하는 동안 집 근처를 둘러봤다. 집 바로 뒤에 위치한 ‘In Story'라는 펜션(아라치와 삼월이가 하룻밤을 묵은 곳이다)의 입구와 취우님 집의 경계어림에 있는 나이가 150살도 더 먹었다는 소나무가 너무 예쁘고, 집 주변의 묵밭에는 철 이른 쑥부쟁이가 한창이다. 그리고 집 아래에는 포도밭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도 주민들은 봄이 되면 늘 바빴다고 한다. 바다일과 채소밭 일만 해도 바쁜데, 거기다가 포도밭에서 순까지 매듭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곳 대부도의 포도는 바닷바람을 맞고 강한 햇빛을 쐰 탓에 당도(糖度)가 높아 예로부터 상품(上品)으로 대접 받아왔다. 참고로 대부도의 포도는 와인으로도 만들어 진다. 상표가 ‘그랑꼬또(Grand coteau)’인데, 프랑스어로 큰 언덕이라는 뜻이다. 대부도(大阜島)라는 지명(地名)의 한자풀이가 큰 언덕이니 생산지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취우님 댁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서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것이다. 서해바다는 낙조로 유명하니 취우님 댁에서 바라본 낙조도 당연히 일품일 것이다. 마치 물고기의 비늘을 닮은 파도가 넘실거리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낙조(落照)를 카메라에 담았으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놓쳐버렸다. 바비큐 파티에 흠뻑 빠져버린 탓에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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