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상족암(床足巖)

소재지 :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85번지

여행일 : ’13. 8. 1()

함께한 사람들 : 영진투어(소나무산악회)

 

특이사항 :  오늘은 여름휴가의 첫날, 삼천포에 왔다. 여행목적지인 제주도로 들어가는 배가 삼천포항에서 출항하기 때문이다. 배가 출항하는 10시30분까지의 남은 9시간을 뭔가 의미있게 보내야만 한다. 이번 여행을 주관한 영진투어에서는 사천의 명산인 와룡산 등반을 일정으로 잡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정상에 올랐던 산이기에 집사람과 나, 그리고 친구 형우군 부부 등 4명은 일행에서 빠져나와 상족암 관광으로 대신했다. 오래전부터 한 번 다녀가려고 마음 먹고있던 여행지였기 때문이다.

 

상족암(床足巖)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상족암의 뒤편 언덕위에 자리 잡은 공룡박물관(博物館)을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다. 상족암군립공원(床足巖郡立公園)을 거쳐서 박물관으로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공룡들의 습성이나 역사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고 난 다음에 공룡들의 발자취를 만나보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공원으로 먼저 갈 경우 상족암을 구경할 수가 없다. 지난 태풍피해로 인해 공원에서 상족암으로 오는 탐방로(探訪路)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상족암으로 가려면 택시(13천원)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삼천포에서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지만 그 간격이 커서 시간 맞추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참고로 상족암의 해식애 암벽(巖壁)은 시루떡처럼 겹겹이 층을 이루는 수성암(水成岩)이다. 그 모습이 밥상다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상족(床足)이라고도 하고 여러 개의 다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쌍족(雙足)이라고도 부른다.

 

 

 

해남이나 경산 등 우리나라에는 공룡박물관(博物館)이 여러 개가 있지만, 그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곳은 고성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공룡 발자국 화석(fossil , 化石)지를 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물관의 둥근 지붕과 높다란 브라키오사우루스 모양의 공룡탑을 보면 문득 공룡알이 머리에 떠오르게 된다. 그 생김새 때문일 것이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공룡의 알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알 속에 있을 공룡들의 삶을 떠올리자 가슴이 설레어 온다. 박물관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3층 전체를 아우르는 중앙홀을 가운데에 두고 2층에 1, 2전시실, 1층에는 3, 4, 5전시실, 그리고 기획전시실로 사용하는 3층이 있다. 먼저 중앙홀에 들어서면 중생대 중반부인 쥐라기에 아시아 지역에서 살았던 거대한 공룡들이 나타난다. 바로 클라멜리사우루스와 모놀로포사우루스인데, 중국의 내몽골 지역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거대한 몸집의 용각류(Sauropoda , 龍脚類) 클라멜리사우루스와 수각류(獸脚類 , Theropoda) 모놀로포사우루스는 서로 대결하는 듯 마주 서 있다. 두 공룡의 머리 위에 날고 있는 익룡은 지구의 하늘을 날았던 생물 중에서 가장 큰 동물이었던 케짤코아틀루스라고 하는데, 양 날개를 활짝 편 길이가 무려 8~11m에 이르렀다고 한다.

 

 

 

야외광장에서 박물관으로 들어서면 2층이다. 중앙홀을 가운데에 두고 오른편이 제 1전시실이다. 1전시실은 실물크기의 공룡골격화석(骨格火石)과 부분골격화석, 공룡의 계통도(系統圖) 등 공룡에 대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전시해 놓은 게 특징이다. 1전시실의 끝에는 아주 특별한 공룡 화석이 전시되고 있다. 바로 오비랩터의 한 종류인데, 분류학적으로 오비랩터과에 속하는데 정확히 어떤 종인지는 아직 연구 중이라고 한다. 1전시실을 둘러보다 보면 어쩌면 저렇게 공룡의 화석이 많을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사실 이곳의 화석들은 모형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굴되는 공룡의 골격 화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전시관은 고성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들을 전시함으로써 발자국들의 종류(種類)와 형태(形態) 크기들을 통해 당시 고성에서 살았던 공룡들의 생태(生態)를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고 발자국 종류를 구분할 수 있도록 발자국 화석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는 게 돋보이는 공간이다. 고성에서 발견한 실제 발자국 화석의 복제품(複製品)도 전시되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직접 만져 볼 일이다. 특히 2전시실에서는 실제 고성 공룡 발자국 화석지의 연구(硏究)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과학자들이 발자국 화석의 크기를 재고,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여 공룡이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를 연구하는 모습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3전시관은 공룡들이 가장 번성했던 백악기(白堊紀, Cretaceous period) 공룡들의 삶을 디오라마(diorama : 배경을 그린 길고 큰 막 앞에 여러 가지 물건을 배치하고, 그것을 잘 조명하여 실물처럼 보이게 장치. 스튜디오 안에서 만들 수 없는 큰 장면의 촬영을 위한 세트로 쓴다)로 설치하여 초식(草食)공룡과 육식(肉食)공룡의 습성을 알 수 있게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제 4전시실은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體驗)을 통해 공룡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이곳에서 눈에 띄는 공간은 공룡의 달리는 속도(速度)를 알아보는 곳이다. 체험자가 실제로 달리면서 공룡의 달리는 속도와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맨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제 5전시실은 화석(火石)전시실이다. 각 시대(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별로 나누어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화석을 전시함으로써 고대의 지구 생물들을 화석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박물관을 빠져나오면 공룡공원(公園)이다. 널따란 구릉(丘陵) 위에 분수와 벤치, 매점 등 각종 편의시설을 조성해 놓았다. 특히 가족단위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야외테이블을 설치한 것이 돋보였다. 공원을 지나면 구릉의 끄트머리에 전망대(展望臺)가 세워져 있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깔끔한 전망대에 올라서면 발아래에 남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양 옆으로는 상족암공원의 해안절벽이 늘어서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잠깐 옆으로 걷다가 제 2매표소를 통과한 후, 나무계단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서면 상족암이다. 상족암으로 내려서기 전에 왼편에 상족암공원 탐방로(探訪路)가 보이나 태풍피해로 시설이 파괴되었다며 막아 놓았다. 상족암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는 푸르고 정갈하다. 바다와 마주하는 상족암 바위는 해식작용으로 숭숭 뚫린 바위구멍이 밥상다리를 닮아 신비하다. 암벽 깊숙이 뚫린 굴 안은 더욱 신비롭다. 파도에 깎여서 생긴 미로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마치 변산반도의 채석강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다.

 

 

 

 

 

 

 

상족암(床足巖)은 파도에 깎인 해안지형이 육지 쪽으로 들어가면서 만들어낸 해식애(海蝕崖 : 파도의 침식작용과 해면상의 암석에 행해지는 풍화작용으로 인하여 해안에 이루어진 낭떠러지)이다. 상족암의 해식동굴은 오랜 세월 파도에 의해 변화무쌍하고 기묘하게 뚫려 있어 절경(絶景)을 연출해 내고 있다. 그러나 명품(名品) 답사지(踏査地)로 만든 것은 해식애보다는 암반위에서 발견된 공룡들의 발자국(천연기념물 제411: 1999년 지정)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982년의 학술조사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들은 그 수가 무려 2,000여 개로서, 세계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상족암 바닷가에는 너비 24, 길이 32의 작은 물웅덩이 250여 개가 연이어 있다. 15천만 년 전에 호숫가 늪지대였던 이곳은 공룡들이 집단으로 서식하여 발자국이 남았다가 그 위로 퇴적층이 쌓이면서 암석으로 굳어졌고 그 뒤 지층이 솟아오르면서 퇴적층이 파도에 씻기자 공룡 발자국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상족암의 앞에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앉아 쉴 수 있는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다.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이 평탄한 암반(巖盤)층을 파식대(波蝕臺 : 암석해안에서 육지의 기반암이 파식을 받아 후퇴할 때, 해식애 밑에 형성되는 평평한 침식면)라고 부른다. 평탄한 암반(巖盤) 위에 손바닥 크기의 구멍 몇 개가 보인다. 공룡발자국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지만 자신은 없다. 대부분의 공룡발자국들은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상족암의 공룡발자국도 보전을 위하여 막아 놓았기 때문에 해안 절벽을 이어가는 탐방로를 따라가며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상족암 해식동굴은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시달린 흔적이다. 그 흔적이 너무나 변화무쌍하고 기기묘묘(奇奇妙妙)해서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다. 이곳은 아득한 옛날에 천상의 선녀들이 이곳에 내려와 돌베틀로 옥황상제에게 바칠 금옷(錦衣)을 짰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입구가 바다와 맞닿은 동굴의 내부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웅덩이도 있다. 층진 바위절벽의 좁은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린 작은 나무들의 모습도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며 멋진 경관을 연출해 낸다.

 

 

 

 

 

 

 

 

상족암을 둘러보고난 후에는 다시 삼천포로 나간다. 이번에는 시내버스를 이용해서다. 마침 운행시간에 맞출 수 있기도 했지만 버스를 타야 제대로 시내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로 가는 930분 출항시간까지 시간에 여유가 있어 어시장으로 향한다. 요즘 제철이라는 전어회를 먹어보기 위해서이다. 소라는 삶고, 전어는 회와 구이로,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도미매운탕으로 저녁까지 즐긴 후에 삼천포항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