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의 해맞이 행사는 전라남도에 있는 완도군(莞島郡)에서 치르기로 했다. 멀리까지 내려간 보람이 있어서인지 흠 하나 없는 온전한 일출을 볼 수가 있었다.
▼ 한반도의 땅끝은 해남군(海南郡)에 있다. 그 해남군보다도 더 아래에 위치한 섬이 바로 완도(莞島)이다. 그렇게 머나먼 곳까지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완도에 일몰(日沒)과 일출(日出)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이다. 완도읍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동망산(완도읍 군내리)이다. 완도군에서는 이곳 동망산에다 '다도해 일출공원'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 완도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6시, 차에서 뭉그적거리다가 6시30분쯤 공원으로 향한다. 사위가 캄캄한데도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완도타워(tower)에서 내리쏘는 레이저(laser)광선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휘젓고 있는 광선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완도타워는 의외로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다보면 겨울인데도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오늘은 새해 첫날, 며칠 후에는 일 년 중에서 가장 춥다는 절기(節氣)인 소한(小寒)이다. 당연히 엄동설한이어야 하건만 날씨는 포근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손으로 훔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버렸다. 이 땀방울들을 만일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오뉴월이 다시 돌아왔나 의심하지나 않을까 싶다. 오래 전에 남녘으로 귀순했던 김만철씨가 동경(?)하던 ‘따뜻한 남쪽나라’가 바로 이곳인가 보다.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타워가 점점 크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숫자도 정비례로 늘어난다. 뭔가 바라는 소망을 한가득 안고 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 타워(tower) 앞 광장(廣場)에는 ‘해맞이 축제’를 위한 무대가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라 무대는 텅 비어있다. 타워 안으로 들어가니 풍선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있다. 다들 한 해의 소원을 적은 리본을 풍선에다 매달고 있다. 이 풍선은 이따가 봉수대(烽燧臺)에서 하늘로 날려 보내게 된다. 한 해의 재난(災難)을 멀리 날려 보내는 의미란다. 타워에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미리 예약을 한 사람들만 올라갈 수 있단다. 첨탑(尖塔)까지 76m 높이인 완도타워에 오르면 맑은 날이면 남쪽으로 가까이 보길도와 청산도를 비롯해 멀리 제주도까지 시야(視野)에 담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청산도 왼쪽인 동남쪽으로는 멀리 고흥반도 아래 여수 거문도도 뚜렷이 볼 수 있단다. ‘역시 민주당 텃밭인가 봐요’ 집사람이 뜬금없는 말을 한다. 이유를 물으니 나누어주는 풍선의 색깔이 민주당을 나타내는 노란 색깔이란다. 그랬었나? 정치에 무관심한 난 그 말을 듣고서야 민주당의 색깔이 노란빛이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참고로 타워는 6~9월에는 밤 10시, 나머지 달에는 밤 9시까지 개장한다.
▼ 완도의 특산품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을 둘러본 다음에 다시 축제가 열리는 광장으로 나왔다. 7시가 되자 드디어 축제(祝祭)가 막을 올린다. 먼저 ‘해조류국제박람회’ 및 완도홍보 영상물을 상영하고, 뒤이어 ‘희망의 북소리’ 공연이 이어진다. 새해에는 만복이 가득하길 하늘에 고하는 북소리라고 한다. 북소리 공연이 끝나자 이번에는 진도아리랑의 구성진 노랫가락과 함께 국악인 오정혜씨가 무대에 오른다. 서편제라는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을 맡았던 인연으로 축제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서편제 촬영이 완도군에 있는 청산도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 오정혜씨의 무대가 끝나면 사람들은 손에 풍선을 든 채로 봉수대를 향해 높다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 줄이 줄어들 줄을 모르자 다른 줄이 하나 더 생긴다. 봉수대로 오르지 않고 해맞이가 가능한 사면으로 곧장 가려는 것이다. 우리부부도 그들을 따라가 자리를 잡고 해를 기다려본다.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 풍선을 날리고 얼마 안 있어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주름하나 없는 온전한 해가 바다에서 두둥실 떠오른다. 한마디로 행운(幸運)이다. 이렇게 온전한 해를 볼 수 있음은 올 한해 소망하는 일들이 모두 마음먹은 대로 술술 잘 풀릴 것이라는 예고가 아닐까 싶다. 조심스럽게 해를 향해 작은 소망(所望)하나 띄워 보내본다. ‘올 한 해도 우리가족 모두 사랑과 믿음이 충만한 건강한 가정이 되게 해 주소서!’
▼ 하나 아쉬운 점은 사회자가 그렇게 자랑하던 ‘오메가(Ω)’ 일출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메가(Ω)’ 일출이란 점점이 흩어진 섬들 사이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형상이 마치 ‘오메가(Ω)’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 것 같으면 섬들과 한판 잘 어울리는 일출은 가히 장관(壯觀)이라고 한다. 하나 아무리 눈을 끄게 뜨고 보아도 ‘오메가(Ω)’를 닮은 일출은 보지 못했다. 날씨가 맑아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보았는데도 ‘오메가(Ω)’가 보이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다.
▼ 일출을 보고 난 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왼편에 꽃으로 둘러싸인 터널이 보인다. 조화(造花)려니 하고 들어섰더니 의외로 생화(生花)이다. 겨울의 한가운데인데도 싱싱한 장미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다. 역시 이곳은 따뜻한 남쪽나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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