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도(晩才島) 여행 둘째 날 : 장바위산(앞산) 트레킹과 섬마을 돌아보기
여행일 : ‘19. 5. 20(월)-21(화)
소재지 :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리
트레킹 코스 : 짝지해수욕장→해안절벽→건너짝지해안→장바위산(앞산)→주상절리→짝지해수욕장(소요시간 : 1시간 30분 정도)
함께한 사람들 : 좋은 사람들
특징 : 만재도는 우리나라에서 여객선 정기항로로는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섬(島)이다. 중국에서 우는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가거도가 거리상으로는 가장 멀지만 여객선 노선이 흑산도와 태도, 가거도를 찍고 만재도로 들어오기 때문에 배를 타는 시간은 가거도보다 40분이나 더 걸리기 때문이다. ’재물을 가득 실은 섬(晩財島)‘ 또는 ’해가 지면 고기가 많이 잡히는 섬(晩才島)‘이라는 이름답게 1960년도까지만 해도 만재도에는 1,000여명의 주민과 100여척의 어선이 있었다고 한다. 가거도 인근해안에서 ’가라지(전갱이과)‘라는 생선이 많이 잡혀 파시(고기가 한창 많이 잡히는 때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가 열렸을 정도로 풍선(돛단배)들이 성시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돈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을 앞 몽돌해수욕장에 진을 친 12개의 가건물 기생집에서는 노랫가락이 밤새도록 멈추지 않았단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50여명이 거주하고 있을 따름이란다. 1960년대 초에 가라지가 갑자기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섬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참고로 이곳 만재도는 목포보다 진도가 훨씬 더 가깝다. 옛날에는 진도군의 조도면에 속해 있었던 이유이다. 그러다가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무안군 흑산면에 속하게 되었고, 1969년에는 신안군이 무안군에서 분리되면서 신안군 흑산면 소속이 되었다.
▼ 만재도의 둘째 날.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짝지해변으로 나가본다. 섬은 벌써 깨어 있다. 몽돌해안에서 뭔가를 열중하고 있다. 섬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일출보다도 먼저 시작되는 모양이다. 일하는데 거추장스러울까봐 방파제로 향한다. 아니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더 고울 것 같아서이다.
▼ 방파제에 올라서서 10분쯤 기다리자 해가 떠오른다. 티 한 점 없는 붉은 해가 바다를 물들인다. 가히 장관이라 하겠다. 만재도 여행은 역시 행운이었나 보다. 10년을 벼르고 나서야 겨우 섬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이생진 시인과는 달리 첫 번째 시도로 섬에 들어온 것만 해도 고마운데 저렇게 완전한 일출까지 보여주니 말이다.
▼ 둘째 날은 앞산(장바위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앞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앞짝지 해수욕장’을 종단해야만 한다. 어제도 얘기했듯이 이곳은 만재도에 있는 세 개의 해수욕장 가운데 맏형 격이다. 그러니 크기는 물론이고 생김새 또한 뛰어날 수밖에 없다. 차르르∼. 몽돌사이로 빠져나가는 파도 소리가 경쾌하기 짝이 없다. 잘 생긴 놈이 목소리까지 예쁘니 다른 해수욕장들이 질투깨나 하게 생겼다.
▼ 이곳 앞짝지해수욕장은 2006년 KBS-2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이다. 수호가 은영에게 주려고 조개껍질을 줍던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단다. 어린 수호와 은영이 섬에 표류해 온 장면은 ‘달피미짝지’에서 촬영되었다. 외딴 섬의 몽돌해변이 내는 고른 숨소리가 드라마의 이미지에 어울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만재도라는 섬의 이름조차 소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픈세트장 등 섬 풍경의 주무대를 청산도에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만재도로 봐서는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몽돌해변이 끝나면 크고 작은 갯바위들이 갈 길을 막는다. 들머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무턱대고 갯바위 속을 헤매보면 될 일이다. 그러다보면 시멘트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 계단을 올라서면 앞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전형적인 바닷가 풍경이 펼쳐진다.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인 바위들이 절경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고저장단을 맞추며 서 있는 것이, 마치 파도소리에 맞춰 춤사위를 펼치는 듯하다.
▼ 바윗길은 마치 깊은 바위계곡을 걷는 기분이다. 좁은 바위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비탈길도 아름답다. 우측은 바로 해벽. 낭떠러지 아래 바다가 출렁인다. 눈을 돌려보면 제법 큰 입석바위도 보인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쁜 길이다.
▼ 뒤돌아보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왼쪽은 현란한 자태를 뽐내는 암석해변인데 반해 오른쪽은 작은 갯바위들이 널려있는 것이다. 그 뒤는 단순하면서도 고고한 몽돌해변으로 연결된다. 참! 아까 능선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두 개의 반월도(半月島)가 시퍼런 날을 맞대고 선 형국을 보기도 했다. 암석해변과 몽돌해변이 만들어내는 각각의 반월도 말이다.
▼ 능선을 가운데다 두고 왼쪽은 ’물생산(물세이산=물살이 센 산)‘이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바위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자태가 자못 아름답다. 대신 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스럽다. 어제 정상까지만 답사를 하고 이내 발걸음을 돌린 이유이다.
▼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금 더 걸으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선착장이 나타난다. 사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배도 정박되어 있지 않다. 어쩌면 마을 앞의 선착장이 제 구실을 못할 때를 대비한 예비시설이 아닐까 싶다. 참! 이 구간에는 방풍(防風)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예전에는 주로 약용으로 사용했으나 요즘은 쌉싸름한 맛을 이용한 식재료로 폭넓게 활용되는 식물이다. 부지런한 집사람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그리고 그 방풍은 우리 집에 들어서서는 나물로 변해 며칠 동안이나 밥상을 빛내주었다.
▼ 뒤돌아보면 갯바위들이 널린 바닷가 너머로 ’마구산(큰산)‘이 나타난다. 그 앞에는 마을이 자리 잡았다. 호리병처럼 오목하게 패인 부분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 편안한 모양새이다.
▼ 잠시 후 '건너짝지’라 부르는 해안에 내려선다. 몽돌해안이 반원형을 만들고 있는 ‘건너짝지’는 ‘앞짝지’의 축소판이다. 다만 왼편 어깨를 언덕에 기대고 있다는 것과 그 규모가 작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아무튼 맑은 바닷물이 일품인 이곳도 역시 동글동글한 몽돌이 일품이다. 자잘하고 구슬 같은 돌들이 파도가 칠 때마다 스르르~ 스르르 소리를 내며 굴러다닌다.
▼ 해안의 끄트머리에는 선착장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 선착장에는 태풍 때 배를 끌어올리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은 시설이니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나저나 마을에서 이곳 ‘건너짝지’까지의 산책로는 만재도의 마을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한번쯤은 꼭 걸어볼 일이다.
▼ 본격적인 등산은 이곳 건너짝지 해변에서부터 시작된다. 선착장 바로 못미처에서 오른편 산자락으로 파고드니 몇 걸음 걷지 않아 능선에 올라선다. 산길은 또렷한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길을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 바다에는 자그마한 바위섬 몇 개가 먼 바다에서 밀려온 거친 파도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지도에는 ’수맨이‘와 ’검은여‘로 표기되어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참! 그 지도에는 앞산의 끄트머리 부근에 ’국도‘와 ’방군여‘도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식별할 수는 없었다.
▼ 앞산에도 이동통신의 중계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어제 본 것이 KT의 것이었으니 저 것은 아마 SK텔레콤에서 세웠을 것이다.
▼ 완만하게 이어지던 산길이 갑자기 가팔라진다. 그리고 빽빽한 시누대숲을 헤집으며 위로 향한다. 어두컴컴한 탐방로는 흡사 동굴을 연상시킨다. 시누대가 어른의 키를 훌쩍 넘겨버릴 정도로 웃자라다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 길이 잘 보이지 않는 풀숲을 헤쳐가면서 비탈길을 오른다.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던 큰산과는 딴판이라 하겠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적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숨도 고를 겸 뒤돌아볼라치면 지나온 암릉 뒤로 바위산인 물생산이 아름답게 나타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펼친 듯 아름답기 짝이 없다. 그 오른편에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큰산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
▼ 그렇게 한참을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마을을 떠나지 50분 만이다. 정상은 서툴게 쌓아올린 돌탑이 정상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다. 그 꼭대기에는 서툰 글씨로 ‘앞산’이라고 적은 나무토막을 세워놓았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우선 ‘T’자 모양으로 생긴 만재도의 본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을 뒷산인 ‘마구산(큰산)’이 여성스러운 산이라면 이곳 ‘장바위산(앞산)’은 남성스러운 산으로 보인다. 물론 가장 남성스러운 산은 바위산인 ‘물생산’이라 하겠다. 그러니 웅장한 해안절벽을 낀 물생산이 가장 눈에 띄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참고로 만재도를 새가 양 날개를 펴고 있는 형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생산과 마구산이 날개가 되어 펄럭이고 날개 품안에 마을이 포근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만재도를 도끼모양이라고 주장한다. 마구산은 도끼머리, 물생산은 도끼날, 그리고 장바위산은 손잡이에 해당한단다. 아무렴 어쩌랴. 무학대사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唯豕, 佛眼見唯佛)’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 반대편에는 또 다른 봉우리가 들어앉았다. 오른편은 서슬 시퍼런 바위절벽인데 반해 다른 한쪽은 나무가 울창한 게 특징이라 하겠다. 그건 그렇고 얼핏 정상인 이곳보다 더 높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그래선지 길도 나있지 않았다.
▼ 맞은편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길을 나선다. 들머리는 정상의 왼편에서 찾아야 한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풀숲 사이로 난 길은 또렷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 그렇게 안부까지 내려가자 오른편으로 장관이 펼쳐진다. 이곳 만재도의 명물인 주상절리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오는 것이다. 직각형의 막대기둥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모양새인데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제주도나 경주 등 그동안 보아왔던 주상절리들과는 격이 다르다 하겠다. 다만 육각형으로 나타나는 다른 곳의 주상절리들에 비해 각이 무디어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지 않다는 점은 흠이라 하겠다.
▼ 트레킹을 마쳤으나 우리를 싣고 나갈 배가 들어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섬은 어디로 가더라도 30분이면 바다와 맞닥뜨린다. 그러니 발길이 닿는 데로 섬의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면 된다. 그러다가 쉬기 좋은 곳이라도 만날 경우 눌러앉아 쉬어가면 될 일이다.
▼ 만재도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정자 앞에 서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온통 돌담뿐이다. 집들은 하나같이 돌담 속에 숨어 머리꼭대기만 살짝 내밀고 있을 따름이다. 길 역시 돌담 속에서 미로처럼 얽혀있다. 따로 숙소를 정했던 우리 부부가 집 찾기에 애를 먹었던 이유이다.
▼ 첫 번째로 찾은 곳은 tvN ’삼시세끼-어촌편‘의 출연진들이 머물렀던 민가이다. 낚시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손질하던 수돗가는 인적만 끊겼을 뿐 여전했다. 채소를 수확하던 텃밭에도 몇 가지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유해진의 DIY 조리도구들과 올라서 바다를 보던 평상, 빵과 피자를 구워내던 화덕은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널찍해 보였던 집과 마당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비좁았다. 집사람은 이곳에서도 TV 제작진의 뛰어난 연출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참고로 2015년 1월에 첫 방송된 '삼시세끼-어촌편'은 대한민국에서 뱃길로 가장 먼 섬, 만재도에 입성한 출연진들의 고생담이 그려진 tvN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이다.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손수 해 보는 야외 버라이어티(variety)라 보면 되겠다. 차승원과 유해진·손호준이 정식 멤버로 활약하는 가운데, 정우·추성훈 등의 게스트가 가세해 한 끼 해결을 위한 고군분투를 펼치며 웃음을 선사했었다. 케이블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이 11.9%에 이르렀을 정도였다면 당시 인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음은 ’만재슈퍼‘이다. 이곳은 '삼시세끼'가 만들어낸 ’핫 플레이스(hot place)‘이다. 당시 만재슈퍼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선곡으로 버무려놓았던 조영남의 '화개장터'가 압권이었다. ’구경 한 번 와보세요~있을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라는 가사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차승원과 사장님의 애타는 밀당(밀고당기기)을 그려낼 때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의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으로 감칠맛을 더하기도 했다.
▼ 외딴 섬이니 행정관서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치안(治安)이 아닐까 싶다. 그래선지 ’가거파출소 만재도초소‘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외모는 여느 민가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집 앞에 세워놓은 국기봉과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경찰 마크가 없었더라면 영락없는 여염집 풍경이다.
▼ 섬에서 가장 큰 걱정은 갑자기 병이 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내연발전소로 올라가는 길목에다 보건진료소를 지어놓았다. 2013년에 문을 열었다는데 의사는 아니지만 응급처치가 가능한 간호사 출신의 공무원이 상주한단다. 마을 앞에는 긴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헬기착륙장도 만들어 놓았다.
▼ 진료소의 마당 건너에는 만재초등학교의 옛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현재 리모델링(remodeling) 과정을 거쳐 숙박시설인 `만재콘도’와 경로당으로 쓰이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마당이 아직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는 이유이다. 참고로 만재도 주민들은 모두 이 학교의 동문들이다. 만재도 유일의 교육기관으로 1949년에 개교했는데 1970년대에는 학생들이 100명에 다다랐다고 한다. 그 후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1985년 흑산국민학교 만재분교장이 되었고 2005년에는 흑산초등학교로 통폐합되면서 폐교되었다.
▼ 맨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삼시세끼 어촌편‘ 출연진들의 놀이터였던 낚시터이다. 어제 ’마구산‘과 ’물생산‘을 오를 때 거론했던 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왼편 바닷가를 따르면 된다. 100m쯤 걸었을까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는 ’권사장님‘이 보인다. 70대 중반의 낚시 예찬론자인데 이곳 만재도가 소문난 낚시터라는 소문에 이끌려 우리 부부와 함께 섬에 들어왔다. 돌돔·우럭·도미·농어·불복락·붕장어·학꽁치 등의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소문 말이다. 이중 돌돔과 참돔, 문어는 ’만재도의 삼 대장‘으로 불릴 정도란다.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수확은 보잘 것이 없었다. 놀래미로 대여섯 마리를 잡아놓았을 따름이다. 산을 다녀오는데 소요된 2시간 동안에 거둔 수확이라면 입질이 썩 좋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도 권사장님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했다. 낚시는 즐기는 것이지 수확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아무튼 적은 양이나마 안주로 만들어 함께 소주잔을 기울인다. 부족한 만큼의 안주는 인근 갯바위에서 채취한 돌미역으로 보충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이런 걸 보고 행복이라 하는가 보다.
▼ 낚시터 주변은 온통 갯바위 천지다. 저 갯바위는 홍합과 거북손, 돌미역, 다시마의 텃밭이라고 한다. 이곳 만재도의 거북손은 소라와 전복의 중간 정도로 부드럽고 쫀득한 맛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거북손은 삶아먹거나 홍합과 함께 라면에 넣고 끓이면 제격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거북손은 된장국과 우럭조림, 홍합짬뽕 등에 들어가 있었다. 한번쯤 따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참! 조개류나 돌미역, 김, 다시마 등 바닷가에서 채취되는 해산물들은 최상복씨의 밥상머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입맛을 다시게 만든 것은 단연 거북손과 ’배말‘이었다. 스페인에서 열리는 별미 축제에서 메인 요리의 재료로 쓰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거북손‘은 삶아 내놨을 따름인데도 술안주로 안성맞춤이었고 무쳐놓은 ’배말‘은 밥도둑이라 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 어른 팔뚝보다 더 굵은 숭어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도 보였었다. 덕분에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을 실감나게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낚시 곁에는 올 생각도 않는다. 섬사람들의 귀띔에 의하면 숭어는 훌치기낚시가 제격이란다.
▼ 바다에는 크고 작은 갯바위들이 수없이 널려있다. 그 뒤를 기암절벽이 지켜주고 있는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저 바위들에는 ’거북손‘은 물론이고 청정지역 갯바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삿갓모양의 ’배말‘이 덕지덕지 붙어있을 것이다. 하긴 KBS-2TV의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 출연진들이 찾아왔을 정도이니 오죽하겠는가. 그나저나 강호동과 은지원이 그런 조개들을 채취하느라 정신이 없던 바위가 저곳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김종민과 이승기, 이수근 등 다른 출연진들은 낚시와 다시마 말리는 일, 그리고 고구마를 캐는 상황을 연출했었다. 만재도의 또 다른 먹거리라는 애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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