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도(下笞島) 여행 첫날 : 남릉과 남동릉 트레킹
여행일 : ‘19. 3. 4(월)-6(수)
소재지 : 전남 신안군 흑산면 태도리
트레킹 코스 : 하태마을→능선삼거리→높은산→남릉 왕복→높은산→임도→큰산→다라섬능선 왕복→남동릉→섬머리 끝→하태마을(소요시간 : 약 3시간)
함께한 사람들 : 좋은 사람들
특징 :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2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하태도는 음식점은 물론이고 그 흔한 자동차조차 없는 섬이다. 그러니 월척을 꿈꾸는 낚시꾼이라면 몰라도 관광객들은 굳이 머나먼 이곳까지 찾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객선의 접안시설이 설치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해안선의 아름다운 경관이 다른 유명 섬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낚시꾼들이 주요 고객이란다.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깊어 어족자원이 풍부하기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남해와 서해의 빠른 물살이 수시로 교차하는 곳에 위치해서 서쪽바다와 남쪽바다의 고기들이 다 모여든다는 것이다. 거기다 썰물 때면 물 위에 드러난 갯바위마다 홍합과 돌김, 돌미역을 한 짐씩 짊어지고 있단다. 그 때문인지 우리가 머물렀던 민박집의 밥상은 온통 해녀들이 물질해온 것으로 보이는 자연산 해산물로 꾸며져 있었다.
▼ 여행 둘째 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트레킹을 나선다. 오늘은 어제 답사했던 북서릉을 제외한 나머지 능선들을 모두 둘러볼 계획이다. 그러니 트레킹의 시작은 어제와 같은 코스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어제와는 달리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딱 막혀있기 때문이다.
▼ 마을 앞을 지나는데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너른 백사장이 몽환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장불해수욕장’이라는데 ‘태도군도’에서 유일한 모래해변이란다. 길게 잡아야 300m도 채 되지 않으니 규모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어느 유명 백사장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곱고 보드라운 모래사장을 갖고 있다. 아쉬운 점은 해변 입구까지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야영이 불가능한 점이라 하겠다. 그건 그렇고 이 백사장에는 어패류들도 서식하고 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채취했기 때문에 술안주로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 맛만은 그만이었다. 아니 그 부족한 안주를 백사장 가의 갯바위에서 채취한 거북손으로 채웠으니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없겠다.
▼ 민박집을 나선지 20분 만에 어제 서북릉을 답사하면서 길이 나뉘었던 삼거리에 이른다. 백사장의 분위기에 끌려 한눈을 팔다보니 어제보다 5분 가까이 더 걸린 모양이다.
▼ 어제와는 달리 왼쪽 능선을 탄다. ‘붉은 넙끝’으로 이어지는 남릉이다. 이 능선도 역시 한쪽은 바위절벽, 그 반대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흙 사면(斜面)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그 경사면이 소나무 숲으로 채워져 있다는 게 어제와 다르다고 보면 되겠다.
▼ 고개를 돌려보니 지나온 풍경 뒤에서 어제 걸었던 북서릉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자신의 빼어난 미모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 8분쯤 더 걷자 길이 둘로 나온다. 오솔길 하나가 왼편으로 나뉘는데 길가에 세워진 이정표(붉은넙끝↑ 0.76㎞, 갈빈녀 0.76㎞/ 지푸미← 0.82㎞, 마을상부 0.8㎞)가 눈길을 끈다. 작은 나뭇조각들에 손 글씨로 지명과 거리를 정성껏 적어 정감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붉은넙끝’으로 향한다. 그리고 몇 걸음 걷지 않아 ‘높은산(137m)에 올라선다. 정상에 세워놓은 쇠 파이프에는 아까와 같은 모양새의 정상표지판이 꽂혀있다. 아니, 근처 잡초더미 속에 버려져 있던 것을 산행대장이 되찾아 놓았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상표지판의 생명이랄 수 있는 높이는 적혀있지 않다.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산행대장은 그런 점까지도 미리 알았던 모양이다. 높이가 적힌 ’정상표시지‘를 준비해 와 파이프에 걸어두었다. 고마운 일이라 하겠다.
▼ 정상에서 내려다본 하태마을의 풍경은 거의 환상적이다. 덩어리진 안개의 흐름에 따라 사라졌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져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짙은 안개가 더 이상의 조망을 허락하기 않기 때문이다.
▼ 정상에서 능선은 둘로 나뉜다. 일단은 오른편 능선을 탄다. ‘붉은넙끝’으로 연결되는 남릉이다. 능선은 어제 답사했던 북서릉과 같은 풍경이다.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는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나무들이 자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섬 주민들이 놓아먹인다는 염소들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아무튼 그 덕분에 깔끔하게 시야가 트인다. 그러나 막상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안개와 미세먼지가 합해지면서 시야를 가로막아버렸기 때문이다.
▼ 조금 더 걷자 능선의 풍경이 확 바뀌어 버린다. 초지로 이루어진 지금까지와는 달리 바위들만 가득한 황무지(荒蕪地)로 변해버린 것이다. 좌우 벼랑의 경사도 갈수록 가팔라진다. 두 손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진행이 불가능한 곳이 나타나기도 한다.
▼ 10분쯤 진행하다가 그만 되돌아나가기로 한다. 변화를 주지 못한 채 그게 그거인 주변 풍경들이 계속되는 것에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아니 갈수록 험해지는 능선의 위험도를 감수하면서까지 진행할만한 풍경들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수도 있겠다.
▼ 이번 능선은 양 옆으로 거대한 해벽(海壁)이 늘어서있다. 안개에 가린 탓에 또렷하진 않지만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모양의 요철바위도 보이고, 수십 마리의 악어 떼가 뭍으로 기어오르는 듯한 모양의 기암들도 눈에 들어온다.
▼ ‘높은산’으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큰산’으로 향한다. 북서쪽으로 보이는 SKT 무선중계시설을 기점으로 삼아 진행하면 된다. 가파른 경사가 약간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위험할 정도는 아니니 일단은 진행해볼 일이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아까 ‘높은산’으로 올라오는 길에 만났던 삼거리까지 되돌아가면 될 일이고 말이다.
▼ 100m쯤 내려가자 임도가 나온다. 위에서 거론했던 삼거리로 연결되는 길일 것이다. 임도를 따라 잠시 걷다가 이동통신의 중계시설을 만난 뒤에는 진행방향에 보이는 또 다른 통신시설을 기점으로 삼아 진행하면 된다.
▼ 탐방로를 가꾸는데 꽤 정성을 들였나보다. 두어 곳에 벤치를 놓아두었는가 하면 어떤 곳에는 쓰레기통까지 설치했다. 그렇다면 저 휴지통은 과연 누가 치울까? 그게 힘들었던지 쓰러진 채로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 벤치가 놓인 곳은 일류의 조망처이다. 벤치가 먼 바다를 바라보라는 배려라든 증거일 것이다. 벤치에 앉으니 하태마을 반대편 해안, 즉 기푸미(깊은만)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이곳도 역시 움푹 들어간 만(灣)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하태마을 앞에 방파제가 없던 시절 북풍을 피하기 위해 배를 정박하던 쳔연의 항구였다고 하더니 그말이 사실이었던가 보다.
▼ 뒤에는 안개에 갇힌 하태마을이 들어앉았다. 마을은 깊숙이 파인 만(灣)의 안에 들어서 있다. 북쪽 해안에 돌출한 2개의 갑(岬) 사이로 깊숙한 만이 형성되어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천혜의 항구라 하겠다.
▼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통신시설을 전면에 두고 바라보면 오른편에 산이 하나 뽈록하니 솟아올랐다. 해발이 157m라고 하니 이 섬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다. 그래선지 버젓이 ‘큰산’이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다. 그러니 이런 산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웃자란 잡초와 잡목들을 헤치며 또렷하지 않는 산길을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이다.
▼ 그렇게 한참을 오르니 드디어 ‘큰산’의 정상이다. 밋밋한 구릉(丘陵)처럼 생긴 정상은 텅 비어있다. 정상표지석은 물론이고 이곳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려줄 그 어떤 표식도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산악회의 리본조차 보이지 않으니 이곳이 정상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가지 않았을 경우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라 하겠다. 아래 사진은 산행대장이 보내준 것을 게재했다. 미리 준비해 간 것을 붙여놓고 찍은 것이란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한쪽만 트인다. 하태마을의 반대쪽 해안이 눈에 들어오지만 오늘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진행한다. 같은 길로 되돌아와야만 하는 썩 바람직하지 못한 코스이지만 이곳 하태도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인 ‘다라섬’을 빼먹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내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잡목과 웃자란 잡초로도 모자라 망개나무와 찔레 등 가시넝쿨들이 더 이상의 진행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대기는 기본이고 찔리고 할퀴기까지 하니 이를 견뎌 낼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15분쯤 진행하다가 발걸음을 돌린 이유이다.
▼ 임도로 되돌아와 트레킹을 이어간다. 잠시 후 아까와는 다른 이동통신(KT)의 중계시설을 만난다. 이 부근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왼편으로 나뉘니 기억해두자. 하지만 우린 계속해서 능선을 따르기로 한다. ‘섬머리끝’으로 연결되는 북쪽 능선이다. 중간에서 되돌아 나왔지만 ‘큰산’의 산줄기를 답사하는 데는 45분이 걸렸다.
▼ 능선은 북쪽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망망대해,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바다 건너에 중태도와 상태도가 있으련만 시야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짙다는 증거일 것이다. 미세먼지를 피해 먼 바다까지 왔건만 ‘공염불(空念佛)’, 다시 말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린 셈이다.
▼ 능선은 가슴 아픈 상처를 보여주기도 한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듯 기둥만 남은 나무들이 능선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아니 재선충(材線蟲) 같은 병충해로 인한 상처일지도 모르겠다.
▼ 앞서가던 집사람의 손이 분주해진다. 주변이 온통 달래 밭이라는 것이다. 달래 말고도 방풍나물과 엉겅퀴, 갓 등 자연산 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단다. 그렇다고 마냥 나물 채취에 매달려 있을 여유는 없다. 육지로 나가는 배의 출항시간에 맞춰야만 했기 때문이다.
▼ 능선이 끝나갈 즈음, 그리 높지 않은 하얀 등대가 세워져 있다. 직원이 상주하진 않지만 하태도의 출입구인 하태도항 바로 뒤편 언덕 위쪽에서 하태도항으로 입항하는 선박들에게 연안항로의 표지가 되어주는 고마운 등대이다. 특히 하태도 인근에 암초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어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 하겠다. 등대 옆에는 특수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기상청에서 설치한 자료수집기와 전원공급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큰산’ 갈림길에서 이곳까지는 40분이 걸렸다. 하지만 나물을 채취하느라 멈춘 시간이 만만찮았으니 큰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되겠다.
▼ 등대의 바로 아래에는 내연발전소가 자리 잡았다. 지난 1996년에 준공되었단다. 그건 그렇고 첫날은 길을 찾지 못했지만 탐방로는 저 발전소를 지나 선착장으로 연결된다. 발전소의 담장을 왼편에 끼고 20m쯤 진행하면 발전소의 정문이 나오고, 이어서 조금 더 내려가면 선착장이다.
▼ 내연발전소를 지나면서 능선도 끝난다. 지도에 ‘섬머리끝’으로 표기된 지점인데 이곳도 역시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긴 이곳뿐만이 아니다. 하태도는 마을이 위치한 북쪽 해안은 제외한 나머지는 온통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 바닷가 갯바위들은 낚시터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이곳 하태도는 어족자원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깊을 뿐만 아니라 남해와 서해의 빠른 물살이 수시로 교차하기 때문에 서쪽바다와 남쪽바다의 고기들이 다 모여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건 앉기만 하면 훌륭한 낚시터로 변한단다. 특히 강섬과 댕강여, 큰여, 다라도, 갈미여, 바닥여, 기둥여 등이 낚시 포인트라고 한다.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는 60㎝ 이상의 감성돔이 줄줄이 올라온다니 낚시꾼들이라면 한번쯤 욕심 내볼만하겠다.
▼ 발전소 근처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 나오는 길, 안개가 많이 걷혀있다. 덕분에 시야가 조금 트이면서 바닷가 풍경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그 바다와 맞닿는 부분은 천애(天涯)의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슴 속에 갈무리해 두었던 풍경화들을 다시 꺼내보며 어제 느꼈던 진한 감동을 다시 한 번 되살려본다. 행복하다. 그래 현재의 즐거움이 곧 행복이라 하지 않았던가.
▼ 얼마쯤 걸었을까 희미하나마 오른편으로 오솔길이 하나 나뉜다. 아마 이동통신의 중계탑과 발전소의 중간쯤 되는 지점일 것이다. 웃자란 잡초과 잡목들이 들어찬 오솔길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른 키만큼이나 웃자란 잡초들을 헤치며 5분 정도 내려서자 우리가 머물고 있는 민박집의 뒷담장과 연결된다. 트레킹이 종료된 것이다. 오늘 트레킹은 3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나물을 뜯느라 많이 지체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큰 의미가 없는 시간이라 하겠다.
▼ 배가 들어오지 않아 하루를 더 머문 다음날 마을 뒤 능선에 다시 올랐다. 산나물을 조금 더 뜯겠다고 우겨대는 집사람의 성화를 배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날씨는 쾌청하기 짝이 없다. 미세먼지와 안개에 포위되었던 어제와는 천양지차인 것이다. 그 덕분에 주변 경관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한마디로 그림처럼 아름답다. 만일 쾌속선이 정상적으로 운행했었더라면 저렇게 가슴 시린 풍경화를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는가 보다.
▼ 능선에 서자 일망무제의 조망(眺望)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하태마을이다. 파도 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바다가 옥빛으로 빛나고 있다. 옛 달력에서나 볼 법한 풍경화처럼 아름답기 짝이 없다.
▼ 그제 답사했던 북서릉도 놓칠 수 없다. 마을 앞바다가 저렇게 잔잔한 것은 저 능선이 먼 바다에서 들이치는 파도를 막아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조물주가 그린 풍경화는 건너편에 위치한 상태도와 중태도가 완성시킨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강섬’이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바위섬이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다고 보면 되겠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북서릉의 앞에 놓인 꼬맹이 섬 ‘노은도’는 물결 위에 동동 떠있는 모양새이다.
▼ 뭍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한 자투리 시간은 꽤 길었다. 그래서 남은 시간을 이용해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도 역시 학교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섬에서 가장 큰 건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흑산초등학교 하태분교장’인데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란다. 그래선지 널따란 운동장은 천방지축 뛰어놀았을 어린이들 대신에 잡초가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가은이’라는 취학 아동이 생겨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하더니 그게 아니었던가보다. 아무튼 날씨가 풀리면 이곳은 백패킹이나 낚시를 온 사람들로 붐비기도 한단다. 텐트를 칠만한 곳이 이곳 말고는 딱히 눈에 띄지 않았으니 별 수 없었을 것이다.
▼ 이곳 하태도는 2004년에 방영된 SBS-TV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였다고 한다. 천방지축 여주인공이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하면서 경찰과 함께 조폭을 피해 섬으로 들어가고 우연한 기회에 섬마을 선생님이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episode)를 그린 드라마인데, 주인공인 김민종과 한지혜가 숨어들어온 섬이 바로 이곳 ‘하태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 하태분교장 역시 촬영지의 하나였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학교 안 어디에도 이곳이 드라마 촬영지였다는 흔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 학교뿐만이 아니라 섬 전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그만 홍보거리라도 있을라치면 이를 각색해가며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즘의 추세에 비추어 이상한 일이라 하겠다. 평화롭고 인심 좋은 섬 마을을 조직폭력배의 싸움 장소로 그려놓아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던가 보다.
▼ 하태도는 상·중·하로 구성된 태도군도의 맏형이다. 79세대 152명이 거주한다니 나머지 두 섬의 주민들을 합한 숫자보다도 훨씬 더 많다. 그래선지 목포경찰서의 치안센터와 보건진료소도 이곳에 들어서 있다. 특히 이곳에는 매점도 있다. 하루를 더 머문 우리 일행이 마실 술의 양도 제대로 공급 못할 정도로 작은 규모였지만 먼 바다의 작은 섬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편의시설이라 하겠다.
▼ ‘어업인 안전쉼터’라는 생소한 간판도 눈에 띈다. 마을회관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작업환경이 열악한 섬 주민들을 배려하는 시책이 만들어낸 편의시설이다. 폭풍우같이 험한 날씨에는 대피소로 평소에는 탈의실이나 세면장, 어업기자재의 보관창고 등으로 이용된다니 어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 하겠다. 또한 섬에는 교회도 있었다. 하태도교회로 1980년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하니 30년 이상이나 된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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