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鬱陵島)

 

여행일정 : 9.11~13(23)

여 행 지 : 울릉도 해안산책로 및 명소 투어, 독도, 죽도

 

같이한 산악회 : 갤러리산악회

 

특징 : 도동항 근처에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듯한 아름다운 해안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도동항에서 저동의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데 해안의 절경을 100% 즐길 수 있는 멋진 코스이다. 도보여행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풍경으로 꼽힌다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보는 이의 눈을 현혹시킬 만한 빼어난 절경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는 얘기이다. 또한 '아아용암((aa lava. 표면이 울퉁불퉁한 요철凹凸 모양의 용암)‘이 빚어놓은 각주(角柱) 등 지질을 살피며 걷기에도 딱 좋단다. 초기 울릉도의 화산활동 특징을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울릉도와 독도는 국내 최초로 국가지질공원(國家地質公園, National Geoparks)‘으로 인증을 받았다. 신생대(460만 년~5천 년 전)에 일어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산섬으로 지구과학적 중요성과 우수한 경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군청에서는 이런 장점을 살려 해설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단다. 해설사와 함께 탐방로를 걸으며 그가 들려주는 지질과 생태, 역사, 문화 등에 관한 얘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이곳 행남 해안산책로는 하루에 2~3회 제공된다니 지질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고 싶다면 한 번쯤 이용해볼 일이다. 시간을 선택한 후 이용 전일까지 전화(울릉군 환경산림과 054-790-6188) 또는 SNS(카카오톡ID : 울릉도독도국가지질공원)로 예약하면 된다.


 

행남 해안산책로의 시작은 도동 여객선터미널의 옥상에 만들어진 전망대이다. 도동항에서 전망대까지는 울릉관문교라는 다리로 연결된다. 릉도의 관문인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을 현대식으로 신축하면서 진입로용으로 놓은 고가도로 형태의 경관인도교라고 한다. ’게이트웨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니 참조한다.




사장교(斜張橋) 형식으로 지어진 다리에는 태극기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들에게도 익숙한 캐치 프레이즈(catch phrase)‘이다. ’게이트웨이에서 힘차게 휘날리고 있는 저 태극기들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싶다.



다리는 길이 84.5m에 높이 4.5m의 규모로 건설되었다. 그러나 물 위를 지나지는 않는다. 그저 여객선터미널로 연결되는 보행자 전용 진입로라고 보면 되겠다. 아니 그보다는 천혜의 도동해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보는 게 더 옳겠다. ! 옥상으로 오르는 초입에 울릉군관광안내도와 함께 울릉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을 적어 넣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 살펴보자. 그러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귀한 생명체에 해를 끼치는 걸 막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여객선터미널의 3층은 환송공원이라는 아름다운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한편 탐방객들에게는 도동항의 아름다운 경관을 눈에 담아보라는 배려일 것이다. 공원에는 대한민국의 새벽을 여는 독도라고 적힌 조형물이 하나 세워져 있다. 독도를 시작으로 하늘로 휘감아 솟아오르는 태극의 모습을 통해 우리민족의 영원한 발전과 굳건한 독도 수호의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 뒤에는 독도의 수리적·행정적·지리적 위치를 적은 안내문과 역사적으로 독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사부와 안용복에 대한 안내문, 1903년 당시 울릉군수로 있던 심흥택과 독도의용수비대에 대한 안내문, ’삼국사기세종실로지리지에 수록되어 있는 독도관련 기록 등을 새긴 비석(碑石)을 세워 독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두었다.



뒤돌아보면 도동항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울릉도의 관문이자 관광의 중심지이다. 뭍에서 울릉도로 들고 나는 배의 대부분이 망향봉과 행남동 사이에 위치한 이곳으로 들어온다. 또한 울릉도를 유람하는 배들도 이곳에서 떠나기에 도동항은 항상 들고 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동에는 볼거리 또한 많다. 여행자들의 샘물 역할을 하는 도동약수, 울릉도 사람들의 개척 당시 생활을 보여주는 향토사료관, 독도전망대와 독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독도박물관, 해돋이전망케이블카 등이 모두 도동에 자리하고 있다.



난간에 서면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동항의 주변경관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반대편에는 기암절벽에 붙어 모진 풍파를 견뎌낸 향나무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야간에도 조명을 밝히고 있어 도동항의 밤바다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산책로 입구에는 철문을 만들어 놓았다. 기상악화로 파도가 높거나 또는 폭우로 인해 낙석이 염려될 때에는 출입문을 막겠다는 안내판도 세워두었다. 울릉도를 다녀온 어느 기자는 울릉도 여행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하늘이 도와주면 하는 것이고 안 도와주면 못한다는 것이다. 철문 앞에 서니 그가 했던 말이 실감이 난다. ! 그 옆에는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에서 도동 해안산책로에 대한 안내판도 설치했다. 이곳 들머리에서 행남등대까지의 지도를 그린 다음, 그 위에다 해식동굴과 베개용암, 타포니 등 특수 지질을 표기해 놓았다.




이제 걸어야할 차례이다. ’행남 해안산책로는 울릉도 여행의 백미(白眉).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산책로로 불리는 곳으로 바다가 손에 닿을 듯이 바다 가까이 만들어진 아름답고 좁은 해안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발아래로 파도가 밀려와 비누거품처럼 포말을 만들며 부서진다. 맑은 물색이 물감을 푼 듯 진한 감청색이다. 손을 담그면 파랗게 물들 것만 같다. 낚싯대를 드리운 조사들도 곳곳에 보인다. 그만큼 입질이 좋다는 증거일 것이다.




첫 번째 안내판을 만난다. ’해식동굴(海蝕洞窟, sea cave)‘이란다. 해식동굴이란 암석의 연악한 부분이 파도에 깎여나가 만들어진다. 이곳에서는 뜨거운 마그마가 기존의 암석을 뚫고 올라와 식으면서 주변 암석에 많은 틈을 만들었고, 이 틈을 따라 암석이 파도에 계속 깎여나가면서 동굴이 만들어졌단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해식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림과 글로 설명해 놓았다. 그저 경치에만 포커스(focus)를 맞출 게 아니라 지질공부도 하면서 걸어보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잠시 후, 또 다른 해식동굴이 나온다. 그것도 두어 개가 연거푸 나타난다. 그래선지 이번에는 아예 해식동굴을 통과하도록 길을 내놓았다. 동굴을 통과하는 중에도 발아래에는 옥빛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는 마치 초록 잉크라도 풀어놓은 듯이 쪽빛으로 빛난다.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말이다.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기암 해벽들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도 시원스럽기 짝이 없다. 좋다. 그저 좋을 따름이다.





해식동굴을 통과하자 용궁이라는 제법 반듯한 규모를 갖춘 식당이 나타난다. 이집의 주 메뉴는 홍합탕이란다. 자연산 홍합에 해초만 넣고 끓인다는데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울릉도에서는 홍합밥과 따깨비밥도 유명하다.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홍합과 각종 야채를 넣은 홍합밥은 잘근잘근 씹히는 질감도 좋지만 가득 품은 바다향기가 일품이다. 갯바위에 붙어 살아가는 따개비를 따서 알맹이만 골라 밥을 지으면 연초록의 찰진 따개비밥이 완성된다.



용궁횟집의 앞마당에는 이곳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수영으로 횡단했던 출발지임을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울릉도와 독도간의 거리는 87.4km나 된다. 그런데 그렇게 먼 거리를 두 번이나 건넜다고 안내판은 적고 있다. 2004년 혼성으로 이루어진 59명이 국내 최초로 건넜고, 2005년에는 33명의 여성들이 두 번째로 건넜단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한편, 정부와 국민들에게 독도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겠다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경의를 표해본다. 참고로 이 비석은 횡단 12주년인 2016년을 맞아 사단법인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회장 길종성)‘에서 세운 것이다. 회장인 길종성씨는 2004년 첫 번째 횡단에 참여해 28시간의 사투 끝에 횡단에 성공했던 인물이다.



또 다시 길을 나선다. 이번에도 역시 신천지가 펼쳐진다. 널디 너른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일렁거리고 해안의 날카로운 절벽은 한참 때처럼 혈기방장하다. 저런 혈기는 산봉우리를 타고 넘어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으로 이어질 것이다.




잠시 후 철제 다리로 연결된 꼬맹이 바위섬이 나온다. 파도나 바람이 절벽이나 바위를 공격하면 약한 부분이 부서지고 강한 부분만 남게 된다. 그 모양이 아치를 닮은 것은 '시아치(sea arch)', 지붕이 없는 것은 '시 스택(sea stack)'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저 섬은 바다의 굴뚝이라는 시 스택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시 스택이 조금 더 공격을 받을 경우 저렇게 허리가 잘려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울릉도는 해안 절벽과 더불어 해안의 다양한 바위가 여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과 에메랄드 빛 바다색이 어우러져 함께 걷는 이들 모두가 감탄의 연속이다. 절벽으로 이어지는 바위와 바위 사이로 파도의 위력이 만들어낸 해식동굴이 눈길을 끄는가하면 산책로 다리 밑으로는 물고기들이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누군가에 입에서 흘러나오는 ! 스쿠버다이버가 되어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내 동심을 자극한다. 그와 함께 나도 바다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뒤돌아본 풍경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해식동굴(sea cave)과 타포니(tafoni)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면서 빼어난 풍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암석이 물리적·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은 결과 암석의 표면에 형성되는 요형(凹型)의 지형을 풍화혈(風化穴)이라고 하는데, ’타포니는 풍화혈 중에서도 특히 암석의 측면(암벽)에 벌집처럼 집단적으로 파인 구멍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가지질공원에 이런 경관을 놓쳤을 리가 없다. 눈앞에 펼쳐지는 지질현상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아래 사진은 암맥(岩脈, dike)이다. 지하의 마그마가 지층의 틈새를 뚫고 올라와서 생성된 납작한 판 모양의 암석을 일컫는다. 이외에도 자가각력암등 다른 여러 지질현상도 만나게 된다. 점성이 높은 용암이 경사면을 따라 흐르다가 표면이 식으면 딱딱하게 굳지만 내부는 여전히 뜨거워 계속 흐르려고 한단다. 이때 표면의 굳은 용암이 깨어져 생긴 작은 조각들을 클링커라고 하는데, 클링커와 용암이 뒤섞여 만들어진 암석이 자가각력암이란다.



꽤나 긴 오르막 계단도 나타난다. 그리고 그 위에서 현지인들이 이용한다는 옛길도 만난다. 하지만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안내판에는 긴급사태가 방생했을 때에 한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산길이라고 적혀있다. 경사가 급한데다 낙석 및 추락위험까지 높아 관광객의 출입을 금()하고 있단다.




산책로의 폭은 1m 내외, 나름대로 넓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바닷물에서 불과 1-2m 밖에 높지 않아 위험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때로는 까맣게 높은 절벽으로 오르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어둡고 긴 바위동굴을 지나기도 한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벽을 헤집으며 길을 잘도 만들어 놓았다는 얘기이다. 덕분에 병풍처럼 펼쳐진 단애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넓은 수평선을 실컷 눈에 담을 수 있다. 이런 풍광을 바라보며 시간을 갖고 사색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신선놀음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출렁다리로 놓여있다. 길지도 그렇다고 서슬이 시퍼렇게 높지도 않지만 그 자태만은 사뭇 빼어나다. 주변 암벽과 잘 어우러지면서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그님브라이트(ignimbrite)’라고 적힌 안내판도 보인다.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뜨거운 화산재가 쌓여서 굳으면 응회암(凝灰岩, tuff)이 된다. 응회암 중에서 화산재와 부석덩어리들이 고온(高溫)에서 눌리고 서로 엉겨 붙어 생성된 암석을 이그님브라이트라고 부른단다.



얼마쯤 걸었을까 거대한 바위벼랑 아래를 돌아가자 KBS-2TV의 인기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12의 인기도를 알려주는 조형물이 길손을 맞는다. 길이가 50m 정도 되는 벽을 만들고 그 위에다 해안산책로의 풍경화를 그린 다음에 ‘12멤버들의 사진을 그려 넣었다. 그들이 이곳 해안산책로에서 놀다갔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맞다. ‘12의 출연진들은 지난 2016년에 이곳 울릉도에 들렀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 공포 극복을 외치며 미션을 수행하는 용기 백배 웃음 백배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었다. ! 벽화의 옆에는 행남산책로 안내도도 세워놓았다. 현 위치에서 대나무 숲을 통과하면 행남등대로 연결된단다. 지도를 가운데에 두고 울릉도의 이모저모와 행남의 유래를 좌우에 적어놓았다.





벽화 근처에는 횟집이 하나 들어서 있다. ‘행남 해안산책로는 이곳에서 해안가를 떠나 행남등대로 연결되는 능선의 허리를 넘도록 나있다. 쉽게 말해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방향을 트는 지점에 세워진 이정표(등대 500m/ 촛대바위 1.62)에 반갑지 않은 안내판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소라계단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부터 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교량파손으로 인해 저동구간의 통행이 불가능하니, 정 가고 싶을 경우 1시간 정도 걸리는 저동옛길을 이용하란다.



그렇다고 도중에 탐방을 그만둘 내가 아니다. 하다못해 행남등대(杏南燈臺)’까지라도 다녀올 요량으로 철수네 쉼터옆으로 난 탐방로를 따른다. 하지만 이때부터 집사람의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시작된다. 곧 저녁이 올 텐데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굴하지 않고 300m 남짓 더 진행해봤지만 끝내는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소라계단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이르자 그녀의 의사표현이 아예 윽박지르는 수준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나이에 이르렀는데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 참고로 1954년에 문을 연 행남등대는 무인등대로 운영되어오다가 1979년에 광력(光力)을 증강시키면서 유인등대로 전환했다. 독도 근해에서 조업을 하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연안표지시설의 필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란다.




도동항으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향한다. 또 다른 해안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경관들 하나하나가 기기묘묘하기 짝이 없다. 왼편 저동방향으로 난 산책로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울릉도가 부서지기 쉬운 응회암질이라 파도(파랑)나 바람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이쪽도 역시 아름답다는 얘기이다. 다만 금방 끝나버린다는 게 흠()이라 하겠다. 300m도 채 걷지 않아 철문으로 굳게 막혀있기 때문이다. 사동항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이 그만큼 험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곳도 역시 눈을 돌리는 곳마다 바위절벽 아니면 바다뿐이다. 이게 바로 삼무오다(三無五多)의 섬으로도 불린다는 울릉도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다. 뱀과 공해, 도둑이 없어 '三無'. 향나무와 바람, 미인, , 돌이 많아 '五多'라고 했다니 말이다. 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앞으로는 ()‘을 하나 더 넣어 '六多의 섬'으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엄청나게 비싼 물가(특히 먹거리)를 집어넣어 사무(四無)‘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집사람에게 농담했다가 격한 지청구에 꽤 오래 시달려야만 했다. 그녀는 이미 이곳 울릉도를 사랑하고 있나보다. 나보다 더...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파는 간이 횟집을 만나기도 한다.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쉽게 옮겨가지 못하게 만드는 장소이다. 우리 부부에겐 특히 더했다. 자칫 울릉도의 해산물을 맛보지도 못하고 울릉도를 떠날 처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울릉도에는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가 다양하다. 말린 오징어와 산 오징어를 통째로 찜을 하든가 구이를 하여 내장과 함께 먹는 산 오징어 통구이, 격자무늬 칼집마다 양념이 배인 오징어불고기 등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다. 하지만 오징어잡이의 부진에다 요 며칠간은 출어까지 못해 식당에서는 오징어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울릉도의 해산물을 맛보지도 못하고 울릉도를 떠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마침 우리를 태우고 갈 배가 울릉도를 떠나려면 자투리시간이 조금 남는다. 간이횟집에 자리를 잡는 이유이다. 하지만 물가가 비싸다는 울릉도의 특징은 이곳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5만 원짜리 모듬회한 접시를 시켰는데 손바닥만한 접시에 올라온 해산물은 오징어와 멍개, 소라 그리고 문어 몇 점이 전부이다. 결국 난 소주 한 잔에 안주 한 점씩 배정해가며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래봤자 소주 두 병이 고작이었지만...







산책로를 걷다보면 맞은편에 있는 울릉여객선터미널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1987년에 지어진 기존의 노후건물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다 새로이 현대식 건물을 세웠는데 2013년 말에 문을 열었다. 지상 3층 규모의 터미널 1층에는 차량과 화물이 이동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2층에는 승·하선 및 환승데크, 3층엔 전망데크(환송공원)’가 각각 들어서 있다. 또한 도동항 주차장에서 터미널까지는 보행자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경관 인도교가 설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