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도(下笞島) 여행 첫날 : 북서릉 트레킹

 

여행일 : ‘19. 3. 4()-6()

소재지 : 전남 신안군 흑산면 태도리

트레킹 코스 : 선착장능선삼거리대목북서릉대목하태마을(소요시간 : 2시간 20)

 

함께한 사람들 : 좋은 사람들


특징 : 면적 2.31, 해안선 길이 11.8하태도(下苔島)’는 목포 남서쪽 120지점에 있으며, 주위에 있는 상태도, 중태도, 외도, 국흘섬 등과 함께 태도군도를 이룬다. 섬 주위에 돌김(石苔)이 많고 상태도와 중태도의 아래쪽에 있다 하여 하태도라 부른다. 드나듦이 복잡한 해안선은 북동쪽으로는 돌출부가 길게 뻗어 나갔으며 남쪽으로는 깊게 만입되어 있다. 서쪽과 남쪽은 높은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취락은 북쪽 만입부 저지대에 밀집해 있는데 대흑산도에 거주하던 밀양 박씨1650년경에 이곳으로 옮겨와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주요 어획물로는 멸치와 전복, 장어 등이 있고, 전복 양식업도 행해지고 있다. 목포에서 출발하는 정기여객선이 흑산도를 경유하여 운항된다.


 

찾아오는 방법

하태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까지 와야만 한다. 하태도를 포함한 흑산면 소재의 섬들로 들어가는 배가 이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하태도까지는 약 120km, 뱃길로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참고로 이곳 목포연안여객선 터미널은 쾌속선이 바다를 향해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1980년 지어진 옛 건물이 낙후되자 총 사업비 250억원을 들여 2005년에 새로 지었다.



오전 810분에 출발하는 쾌속선(남해엔젤호)을 타면서 하태도 여행이 시작된다. 목포항을 출발한 배는 비금·도초도와 다물도, 흑산도, 상태도를 거쳐 1110분 하태도에 도착했다. 이 배는 가거도와 만재도를 거쳐 1410분에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온단다. 내일 목포로 돌아갈 때 이용하면 되겠다. 같은 급의 쾌속선이지만 운항사는 다르다니 참고해 둔다. ‘남해고속훼리동양고속훼리두 회사가 짝수일과 홀수일에 번갈아가기 운항하기 때문이다.




목포항을 출발한지 정확히 세 시간 만에 하태도에 도착했다. 하태도는 태도군도(苔島群島)의 세 유인도(상태, 중태, 하태)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태도(苔島)’라는 지명은 섬과 바다가 한데 어울려 푸르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54명의 주민(2016년 기준)이 웃말, 고랑, 장골, 석멀에 나뉘어 산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하태도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하긴 배에서 내린 승객은 우리 일행이 전부였다. 그만큼 찾는 이가 드물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착장에는 화장실을 갖춘 대합실이 번듯하게 지어져 있다. 하지만 매표(賣票)는 배에서 하고 있단다. 그렇다고 화장실까지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지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민박집이 화장실 하나를 공동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마운 시설이라 하겠다.



방파제에서 빠져나와 마을로 방향을 튼다. 양쪽으로 길게 형성된 물양장 주변은 그물과 부표 등 각종 어구들로 복잡하다. 숙소인 태양민박(010-9381-2437, 010-2213-2437)’은 선착장에서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펜션 간판이 걸린 다른 숙소도 눈에 띄었으나 30명 가까이나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는 유일했다. 제공되는 식사도 훌륭했다. 특히 달래김치와 해초무침, 생선구이 등 이곳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밑반찬들은 향이 짙으면서도 맛깔스러웠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트레킹에 나선다. 오늘은 물새끝으로 이어지는 북서쪽 능선이다. 탐방로는 마을 앞으로 난 해안도로를 따른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서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마을을 지나 탐방로의 들머리에 이르자 등산로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생김새가 참 특이하다. 누군가는 악어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했다. 섬의 가장 북쪽이 길게 생긴 코끝이고 포구가 들어선 선착장은 입, 그리고 승선장이 있는 방파제가 톡 튀어나온 것이 마치 악어 이빨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그것도 큰 이빨과 작은 이빨로 나뉘어 있단다. 말발굽을 닮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음을 기억해두자. ! 한반도처럼 생겼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고 보니 엉성하지만 한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탐방로는 마을 끝에서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데크계단이 길게 놓여있으니 들머리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100m쯤 올랐을까 오른편 대나무 숲 방향으로 오솔길 하나가 나뉜다. 물새끝으로 이어지는 북서릉으로 연결되는 샛길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서둘러 이 오솔길로 들어설 필요는 없다. 능선 위의 삼거리까지 일단 오른 다음 능선을 타고 물새끝까지 갔다고 돌아오는 길에 이 길을 이용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면 하태마을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초등학교이다. 하태도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계단이 끝나면서 산길은 가팔라진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조금만 속도를 줄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들다면 길가에 매어놓은 밧줄에 의지해서 쉬엄쉬엄 올라가면 된다.



그렇게 얼마간을 오르면 드디어 능선삼거리이다. 민박집을 나선지 15분 만이다. 이곳에서 길은 둘로 나뉜다. 오른편은 물새끝으로 이어지는 북서릉이고, 왼편으로 가면 남동릉의 끄트머리에 있는 바람너리로 연결된다. 내연발전소가 있는 섬머리끝도 왼편 방향이다.



삼거리에서 바라본 왼편 능선, 가장 높은 곳이 높은산(147m), 그 오른편으로 길게 뻗어나가는 능선은 붉은넙끝으로 연결된다. 위에서 말한 바람너리섬머리끝높은산에서 왼쪽으로 진행해야 만날 수 있다.



오른편으로 향한다. 북서쪽 능선이다. 물론 아까 올라오면서 보았던 대나무 숲길로 되돌아가 잘 닦인 등산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절벽 위를 따르기로 한다. 경사가 제법 심할 뿐만 아니라 길의 흔적 또한 또렷하지 않지만 까짓 우리가 직접 뚫으면서 진행하면 되지 않겠는가.



내려오는 길에 뒤돌아본 반대편 능선, 아까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능선은 좌우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왼편이 서슬 시퍼런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오른편은 비스듬한 경사의 육산(肉山) 형태이다. 그래선지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등의 상록수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능선의 왼편은 수십 길의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졌다. 하태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경사가 급한 해안절벽으로 해식애(海蝕崖, sea cliff,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와 파식대(波蝕台, wave-cut platform, 암석 해안이 침식 작용을 받으면서 해식애 아래에 형성되는 평평한 침식면)가 발달했다는 특징 말이다.




길은 서슬 시퍼런 바위절벽의 위로 나있지만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다. 그게 무섭다면 오른편으로 약간 비켜나서 내려서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안에 대한 조망은 포기해야만 한다.




능선은 상당히 가파르지만 험하지는 않다. 오르내리는 게 버거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걸음을 내딛을 때 한눈을 팔아서는 결코 안 된다. 왼편이 수십 길의 낭떠러지로 되어 있으니 목숨까지 담보로 걸 수야 없지 않겠는가. ‘수크렁처럼 생긴 잡초와 찔레넝쿨이 계속해서 발목을 휘감는 탓에 자칫 한눈이라도 팔 경우 엎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등산용 스틱이 필수품이라 할 수 있겠다.




해안은 돌의 축제장이다. 생김새가 제각기 다른 기암괴석들이 곳곳에서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바위들이 거센 비바람과 파도 등에 시달리다보면 저런 기이한 모양으로 변하는가 보다.



요건 시스텍(sea stack)이 아닐까 싶다. 암석이 파도의 침식을 차별적으로 받아 만들어진 굴뚝 모양의 돌기둥, 즉 해식애(海蝕崖, sea cliff,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의 최후 과정 말이다.



능선은 요리조리 휘어있다.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시달리며 꿈틀대는 모양새이다. 그 곡선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순리에 따라 생긴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면 움푹 파인 안부가 나타난다. 지도에 대목이라고 표기된 지점이 이곳이 아닐까 싶다. 아까 계단을 오르면서 보았던 오솔길을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행 중에 바라본 북서릉, 거칠기 짝이 없는 능선이 끝 간 데 없이 길게 이어진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경관만은 그 어느 유명 섬에 비해도 하등 뒤질 게 없다.





발아래에 펼쳐지는 기암괴석들을 눈에 담으며 봉우리 하나를 더 넘으니 아까 대목이라고 부르던 곳보다 더 깊게 파인 안부가 나온다. 물새끝으로 연결되는 북서릉이 본섬과 연결되는 허리쯤으로 보면 되겠다.




위에서 말한 깊은 안부, 그러니까 능선을 탄지 35분 만에 오른편 사면(斜面)으로 난 길로 우회(迂廻)를 한다. 절벽의 가장자리로 난 길이 너무 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험도가 생각보다는 높지 않기 때문에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곧장 능선을 따라 끝자락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길에 사면길을 통과하는 것이 더 나아보였다.



이번에는 만()럼 움푹 파여진 하태마을의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바다에 떠있는 바위섬 노은도와 작은 배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렇게 봉우리 하나를 우회한 후에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위에서 얘기했던 대로 능선을 따라 물새끝까지 나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길에 사면길을 따르기 위해서이다. 이래야만 트레커(trekker)들이 가장 싫어하는 같은 길을 왕복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바람이 거세서인지 몰라도 나무숲은 아예 없다. 아니 방목(放牧)된 염소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십여 년 전에 올랐던 바래봉에서 바라보던 풍경이 바로 저랬으니 말이다. 염소들이 못 먹는 나무는 철쭉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후부터는 또 다시 능선을 따라 걷는다(사진은 뒤돌아본 풍경이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단조로운 코스이다. 왼편에 펼쳐지는 서슬 시퍼런 바위벼랑이 아니었더라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구간이라 하겠다. 오른편 사면을 점령하고 있던 나무숲이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바람이 부는 언덕에 선다. 낮게 깔린 잡초들이 바람 따라 춤을 추며 물결무늬를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저 풀을 수크령(Pennisetum alopecuroides)’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혀 아니다. 크기나 생김새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벼랑 아래 바다에서도 물결이 인다. 땅과 바다가 한 몸으로 합쳐지는 모양새이다. 영국의 소설가 에밀리 브란테가 폭풍의 언덕에서 보여줬던 풍경이 바로 저랬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수크렁은 아니지만 웃자란 잡초가 드넓은 초원에 가득한 풍경은 은빛 억새 물결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능선의 위는 너른 구릉(丘陵)으로 이루어져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풀밭과 주변의 바다가 함께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꼭 제주의 오름을 걷는 기분이다. 다만 발목을 휘감는 가시넝쿨은 예외라 하겠다. 아무튼 이 초원은 염소들이 만들어놓은 게 분명해졌다. 아까 오는 길에 보았던 차단망(遮斷網)이 그 증거라 하겠다.




그렇게 한참을 더 진행하다가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만 되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능선의 끄트머리에 이르려면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했지만 새로운 볼거리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길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라는 게 더 옳은 이유였을 수도 있겠다. 능선의 잡초가 더 웃자랐을 뿐만 아니라 길의 흔적까지도 아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트레킹을 시작한지 1시간 15, 능선을 타고나서 1시간이 지났다.



못내 아쉬운 발걸음은 이제 바다로 향한다. 서해에서 만나는 푸른 바다는 동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쪽빛이 아니라 옥빛이다. 그리고 물결의 높이도 동해바다에 한참을 못 미친다.



이후부터는 사면 길을 따른다. 절벽의 위로 나있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을 들지 않는다. 절벽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다 경사까지도 날이 서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목에서 탐방로는 왼편 사면을 헤집으며 나있다. 아까 우리가 내려왔던 봉우리를 왼편으로 우회하는 것이다. 이 길은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하태도의 탐방로를 명품으로 만들고 있으니 천연기념물이나 다름없겠다.


후박나무 숲이 끝나면 산길은 산죽(山竹) 숲으로 파고든다. 이어서 한 점의 빛까지도 허용하지 않는 어두컴컴한 산죽터널을 헤쳐 나가자 아까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만났던 갈림길이 나타난다. 서북릉 트레킹이 끝난 것이다. 이젠 미리 주문해 놓은 싱싱한 생선회를 먹을 일만 남았다. 자연산 우럭을 12만 원에 먹을 수 있으니 저녁 내내 마셔댈 술안주로 부족함이 없겠다. 참고로 오늘 트레킹은 총 2시간 20분이 걸렸다.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거리가 왕복 6가 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꽤나 오래 걸린 셈이다. 그만큼 코스가 험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