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윗세오름(1,700m)
산행일 : ‘13. 8. 3(토)
소재지 :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
산행코스 : 어리목탐방안내소(973m)→사재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대피소→병풍바위→영실휴게소→영실탐방안내소(산행시간 : 3시간40분)
함께한 산악회 : 영진투어(소나무산악회)
특징 : 한라산에 속한 오름 중의 하나로 작은 봉우리 세 개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 있는 세 개의 오름’이라는 의미이며, 제일 위쪽에 있는 큰 오름을 붉은오름이라 하고, 가운데 있는 오름을 누운오름, 그리고 아래쪽에 있는 오름을 족은오름이라 부르는데, 봄이 되면 오름 비탈면 대부분을 뒤덮으며 가득 핀 철쭉꽃과 진달래꽃이 장관(壯觀)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라산의 등산로는 모두 5개로,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까지 이어지지만, 어리목코스, 영실코스, 돈내코코스는 모두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끝난다. 윗세오름으로 오르는 코스 중에서는 오늘 오르게 되는 어리목코스가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900~1,300m까지는 다소 지루하고 힘들지만, 해발(海拔) 1,300m인 사재비 동산에서부터 해발 1,700m인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는 산길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어리목탐방안내소(해발 973m)
제주시에서 1139번 지방도를 이용 서귀포시 방향으로 달리다가 ‘어리목입구 삼거리(제주시 해안동)에서 왼편으로 접어들면 5분이 채 안되어 어리목탐방안내소에 이르게 된다. 탐방안내소의 광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라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석이다. 윗세오름으로 올라가려는 사람이나 어승생악으로 올라가려는 사람(탐방안내소 뒤편으로 올라가면 된다)들, 심지어는 그냥 들러본 사람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이 표지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한라산의 정상(頂上)에 오르지 않고도 정상을 밟은 느낌을 만끽하고 있는 모양이다.
▼ 어리목탐방안내소의 널따란 광장(廣場)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나 있는 사각(四角)의 문(門)으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문틀 위에 적혀있는 ‘아름다운 사람은 산이 싫어하는 행동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文句)와 그 앞에 세워진 정주석 (定柱石)이 눈길을 끈다. 정주석은 주인이 있고 없음을 알려주는 제주도 특유의 대문 형태이다. 긴 나무막대 하나가 걸쳐 있을 때에는 가까운 곳에 있으며, 두 개가 걸쳐 있으면 한참 있다가 돌아오며, 세 개가 걸쳐 있으면 저녁 무렵에야 주인(主人)이 돌아온다는 표시(表示)이다. 그렇다면 이 한라산의 윗세오름은 우리가 들어가도 좋다는 신호이다. 정주석에 나무막대가 하나도 걸쳐있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 국립공원의 특징인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500m쯤 들어가면 ‘어리목계곡(溪谷)’이 나온다. 바닥이 바짝 말라있는 건천(乾川)이기 때문에 바닥에 깔린 돌을 밟고 건너도 되겠건만 계곡에는 예쁘장한 나무다리(木橋)가 놓여있다. 지금은 비록 물기 한 점 없으나 폭우(暴雨)라도 내릴 경우에는 이 계곡도 거센 물길로 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 어리목계곡을 지나면 산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한다. 1,000m 조금 못되는 이곳에서 1,400m 고지에 있는 ‘사제비 동산’까지는 이런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비록 오르막길이지만 침목(枕木)계단과 돌계단 등 등산로가 잘 닦여있어 오르는 데는 그리 힘들지 않은 편이다. 거기다 날씨까지도 우리에게 우호적(友好的)이다. 무더위 때문에 산을 오르는 일정을 바꿔볼까 고민까지 했을 정도인데 의외로 선선한 것이다. 길가의 숲에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벚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때죽나무, 물참나무 등이 울창하다. 그래서 여름철 무더위까지도 한풀 꺾인 모양이다.
▼ 1,300m 고지(高地) 근처에 ‘송덕수’라고 불리는 나이가 500백 살이나 먹은 상수리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우(愚)를 범해버리고 말았다. 옛날 제주 도민(島民)들이 기근(饑饉)으로 굶주릴 때 이곳의 도토리 열매로 끼니를 연명했다는 유래가 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한번 쯤은 구경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놓쳐버린 것이다. 안내판이 없었는지, 아니면 내가 못보고 그냥 지나쳐버렸는지 모르겠다. 이 나무의 열매로 죽을 끓여 굶주림을 면한 후, 나무 아래에서 제사(祭祀)를 지내던 섬사람들을 마음으로나마 그려보려고 했는데 아쉽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의 얘기는 언제나 들어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 해발(海拔) 1,400m 고지에 이르면 ‘사제비 동산’이 나온다. 산행들머리에서 2.4Km, 1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사제비 동산은 제주시와 북제주군 경계인 어리목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火山)체로 어승생오름과 마주보고 서있는 오름인데, 제비가 죽어 있는 형국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사제비’는 ‘새잽이’에서 유래한 말로 ‘새 매’를 이르는 제주도 사투리(方言)이다. 일단 사제비동산에 올라서면 산길의 경사(傾斜)는 그지없이 완만(緩慢)해진다. 거기에다 등산로도 목제(木製)데크로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을뿐더러 오르는데도 조금도 힘이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한껏 여유를 즐기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風景)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구간인 것이다.
▼ 사제비동산에 올라 얼마간 걸으면 작은 샘이 하나 나온다. 행여나 목을 축일까 해서 다가갔지만 물이 말라버렸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는 제주도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얼마간 더 오르면 또 하나의 샘터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비록 적은 양이나마 샘물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사제비 동산에서는 뛰어노는 노루들을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기대하던 노루는 하산길에 영실에서 실컷 구경할 수가 있었다.
▼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길과 나란히 모노레일(monorail)이 놓여있다. 모처럼 모노레일 위로 짐이 옮겨지고 있는 광경을 구경했다. 연약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레일 위로 거대한 짐이 옮겨지는 광경은 생경(生硬)스럽기 까지 했다.
▼ 샘터를 지나면서 돌길이 시작된다. 제주도의 특유의 화산석(火山石)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돌길은 고도가 1,500m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나무 데크길로 바뀐다. 사제비동산은 안개가 자주 끼기로도 유명하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주위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짙은 안개로 덮여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안개가 아니라 비구름이었다. 사제비동산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빗줄기는 산행이 끝날 때까지 ‘끊어졌다 이어지다’를 반복했다. 오늘 산행을 강행하면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오뉴월 뙤약볕이었다. 사제비동산이나 다음에 만날 만세동산, 그리고 영실로 내려가는 초반이 나무 한그루 없는 구릉(丘陵)이라서 햇빛에 완전히 노출(露出)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구름 덕분에 뙤약볕도 피하고, 거기에다 시원하기까지, 아니 춥기까지 한 것은 좋지만,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만약 비구름만 아니었더라면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오름들과 그 위를 흘러가는 뭉게구름들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광(風光)을 실컷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걸 보고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 사재비동산에서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오름길은 산 중 벌판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끝없이 긴 완경사(緩傾斜)의 고원(高原)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나무도 역시 그 수가 더욱 뜸해진다. 그리고 간혹 보이는 나무들도 그 키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등산로 주변에 진달래와 꽝나무 등 관목(灌木)들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고도가 1,500m를 넘기면 온통 구름에 뒤덮인 ‘만세동산’이 나온다. ‘망동산’이라 불리는 이 동산은 마소를 치는 ‘테우리’들이 망보는 동산이다. ‘테우리’란 목동(牧童)들을 일컫는 제주도의 사투리이다. 그러니까 말을 기르던 목동들이 망(望)을 보던 곳이란 뜻이다. 만세동산에는 전망대(展望臺)가 설치되어 있으나 구름에 뒤덮인 탓에 아쉽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않다면 붉은오름, 어승생오름, 사제비오름, 망체오름, 노루오름, 산세미오름 등 수많은 오름(전망대의 안내판 참조)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질 텐데 말이다. 사제비동산에서 망동산까지는 0.8Km,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 1,600m 고지(高地)를 지나자 구름은 더욱 짙어진다.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춥게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올라오면서 비를 맞은 탓에 체온(體溫)이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비옷을 꺼내 입는 것이 귀찮은지라 비를 맞으면서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망체오름과 어슬렁오름, 그리고 삼형제오름이 잘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한라산의 정상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낮게 깔린 비구름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따름이다. 한라산 정상이야 ‘한라산 산신령(山神靈)’의 도움이 있어야만 볼 수 있다니 별 수가 없겠지만 주변의 오름까지도 볼 수 없다는 것은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1,600m 표지석에서 조금 더 가면 길가에 두 번째 샘터가 나타난다. 아까 지나왔던 샘터와는 달리 이곳의 샘터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샘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목만 축이는 것으로 만족하고 산행을 이어간다.
▼ 샘터에서 ‘윗세오름 대피소(待避所)’는 금방이다. 대피소에 도착하면 먼저 너른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오는 길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사람들이 이곳에는 많이 보인다. 아마 영실탐방로를 이용해서 올라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다들 둥그렇게 둘러앉아 가지고 온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즐거워들 하고 있다. 간식거리를 가져 오지 못한 사람들은 다들 대피소로 향한다. 대피소에서 파는 컵라면이 일미(一味)이면서도 한 끼 거리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만세동산에서 대피소까지는 1.5Km, 30분 정도 걸린다. ‘윗세오름 대피소’는 영실 코스와 어리목 코스 두 갈래 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이다. 물론 두 코스 외에도 ‘돈내코 코스’에서도 이곳으로 올라올 수가 있다. 백록담으로 오르는 탐방로(探訪路)가 자연휴식년제(自然休息年制)로 통행이 금지된 탓에 남벽분기점에서 다시 돈내코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은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하산은 영실코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영실코스는 대피소의 매점(賣店) 뒤편으로 열린다. 영실로 향하는 등산로도 역시 나무테크로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다. 대피소를 출발해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샘터를 만나게 된다. ‘노루샘’이라 불리는 것이 한라산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노루들이 쉬어가며 목을 축이던 곳이 아닐까 싶다. 노루샘은 듣던 대로 많은 양의 샘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샘터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편에 보이는 오름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바로 ‘윗세족은오름’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윗세족은오름’의 정상에는 전망대(展望臺)가 만들어져 있으며, 전망대에서는 백록담의 화구벽(火口壁)과 오름 군락(群落)들이 잘 조망(眺望)된다고 하지만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산행을 이어간다. 지금같이 비구름에 둘러싸인 상태에서는 조망이 불가능할 것임을 미루어 알기 때문이다.
▼ ‘윗세족은오름’ 갈림길에서 얼마간 더 걸으면 나무데크 길이 끝나고 돌길이 나타난다. 길이 돌길로 바뀌면서 등산로 주변의 풍경도 색달라진다. 그동안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지던 초원(草原)이 끝을 맺으면서 구상나무숲으로 바뀌는 것이다. 길가의 구상나무들은 키가 별로 크지 않다. 그러나 나무의 굵기를 볼 때 수령(樹齡)은 꽤 오래된 모양이다. 여기저기에 고사목(枯死木)이 널려있는 것을 보면 나무의 크기에 비해 나이는 지긋한 것이 분명하다.
▼ 돌길이 끝나면 길은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리고 길의 바닥은 다시 나무로 변한다. 내려가는 길 전체를 나무계단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주변은 아직도 짙은 비구름에 덮여있다. 주변에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널려있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만일 구름만 아니었더라면 주변의 기암괴석 외에도 일목요연하게 펼쳐지는 제주 방면의 산들이 눈에 잘 들어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산을 내려가다 보면 왼편에 전망대(展望臺)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영실의 기암절벽(奇巖絶壁)을 구경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일 게다.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전망대에 올라서본다. 예상대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병풍바위 건너편에 펼쳐지고 있을 천태만상(千態萬象)의 기암절벽을 마음속으로나마 그려본다. ‘오백 나한(羅漢)’들이 만들어내는 자태가 언젠가 꿈속에서 본 선경(仙境)으로 겹쳐지고 있다. 꿈에서 본 영실(靈室)은 ‘신들이 사는 집‘이라는 말뜻대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병풍바위까지는 2.2Km,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 전망대를 지나면서 산길은 돌계단으로 변한다. 이 구간이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다. 비록 내려가는 구간이지만 경사(傾斜)가 가파르고, 거기다가 돌계단이 계속되는 탓에 내려서기가 여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라도 맑을 경우에는 왼편에 펼쳐지는 기암괴석을 구경하면서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으련만, 오늘 같이 비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에는 내려서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고역(苦役)이다. 이러한 돌계단 길은 길의 경사(傾斜)가 평탄해지는 계곡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 지루했던 돌계단 길이 끝나면 계곡(溪谷)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영실계곡에 들어서면서 오늘 처음으로 물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양은 많지 않다. 최근 제주도의 가뭄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몇 번 가로지르다보면 계곡은 멀어지고 울창하게 우거진 숲으로 들어서게 된다. 소문이 자자한 ‘영실 숲’에 들어선 것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영실 숲’은 2001년에 소중한 명함 하나을 받았다.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과 ‘유한킴벌리’가 마련하고 산림청이 후원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하여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것이다.
▼ ‘영실 숲’을 지나면 저만큼에 휴게소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발(海拔) 1,280m의 영실 휴게소에 도착한 것이다. 병풍바위에서 영실휴게소까지는 1.5Km, 30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제법 너른 주차장까지 갖춘 영실휴게소는 간단한 식사와 안주, 그리고 술과 음료를 파는 음식점(飮食店) 형의 휴게소이다. 당연히 술 한 병만 사더라도 슈퍼마켓 가격이 아닌 음식점 가격(3,000원)을 지불해야만 한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여행사에서 나누어준 도시락을 먹기로 한다. 반주로 술 한 병을 사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안주까지 주문하라고 권한다. 음식점에서 술만 갖고 나오는 게 민망해서 두 번째 주문은 집사람에게 부탁해야만 했다. 바가지를 쓰는 것 같아 조금 언짢았지만 잠깐잠깐 비구름이 벗겨지며 나타나는 영실의 기암(奇巖)들로 위안을 삼으며 찜찜했던 마음을 걷어낼 수 있었다.
▼ 산행날머리는 영실(靈室)지구탐방안내소
영실휴게소의 주차장은 소형차만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사를 이용한 탐방객이라면 탐방안내소 주차장까지 더 걸어야만 한다. 여행사는 대부분 대형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휴게소부터는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그러나 도로의 왼편에 나무테크로 인도(人道)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걷는 데는 별로 부담이 없는 코스이다. 휴게소에서 탐방안내소까지는 2.4Km,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색다른 볼거리가 있어 생각보다는 지루하지가 않다. 영실 숲에 들어서면서 보이기 시작하던 노루가 이제는 심심찮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30분 정도를 노루와 눈을 맞추면서 걷다보면 저만큼에 영실교(橋)가 보이고, 탐방안내소는 그 아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