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오름(239.3m)

 

산 행 일 : ‘13. 4. 20(토)

산행코스 : 저지마을→오름 둘레길→오름길→분화구 둘레길→정상↔분화구→나머지 둘레길(산행시간 : 1시간 30분)

 

특징 :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바다에 반한다. 그러나 여행객들을 반하게 만드는 것은 꼭 바다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을 반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오름’이다.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과 그 오름에서 굽어보는 제주의 또 다른 풍광(風光)은 제주에서 만나게 되는 아름다움의 정점이다. 한라산이 거느리고 있는 크고 작은 오름은 360여 개에 이른다. 그런데 그 ‘오름’들은 각기 저마다의 독특한 풍광과 느낌을 준다고 한다. 은빛 억새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오름, 소와 말이 노니는 이국적인 정취의 오름, 굼부리(분화구)에 연못이 있는 오름 등 오름마다 독특한 그들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아름답고 개성 있는 오름들 가운데 드물게도 울창한 숲을 가진 오름이 있다. 바로 ‘저지오름’이다. 저지오름은 저지리(한경면)의 도로 오른쪽에 우뚝 솟아 있는 오름이다. 닥몰오름, 새오름, 저지악(楮旨岳) 등 여러 별칭으로 불린다. 높이 239.3m, 둘레 2,542m, 총면적 37만 9316m²의 규모로 모든 사면(斜面)의 경사도(傾斜度)와 거리가 거의 같아 전체적으로 원형을 이룬다. 산 정상에는 둘레 약 800m, 깊이 약 60m에 달하는 깔때기 모양의 분화구가 있다.

 

 

▼ 산행들머리는 저지마을

제주시에서 1132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한림읍까지 온다. 한림읍의 명월교차로(交叉路 : 한림읍 동명리)에서 빠져나와 1120번 지방도에 이어 1136번 지방도를 대정방향으로 달리면 산행들머리인 저지마을에 이르게 된다. 저지리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뒤에 버티고 있는 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지오름의 특징이 숲오름이라고 하더니 정말 푸르른 나무들이 무성하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걸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마을에 들어서면 집들마다 어깨 높이의 새까만 돌담들이 쳐져 있다. 돌담 너머의 마당엔 때깔 고운 한라봉이 주렁주렁 배달려 있다. 수확할 시기인데도 아직까지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아마 관상용(觀賞用)으로 기르는 모양이다.

 

 

 

▼ 마을을 지나면 오름의 들머리에 이르게 된다. 들머리에는 조그만 체육공원이 설치되어 있고, 오름의 지도와 오름에 대한 설명 팻말이 세워져 있다. 원래 허허벌판 민둥산이었던 오름. 30여 년 전부터 나무를 심고 가꾼 주민들의 정성으로 이렇게 숲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주민들의 정성이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대상까지 차지하게 만든 것이다.

 

 

 

 

 

▼ 산행은 까만 제주의 돌 현무암으로 만든 계단을 밟고 오르면서 시작된다. 돌계단을 밟고 100m쯤 오르면 산길은 산의 사면을 좌우(左右)로 째면서 이어진다. 둘레길이란 말 그대로 산을 한 바퀴 돌도록 만들어졌다. 어느 쪽으로 진행하던지 반대편에서 다시 만나게 되므로 고민할 필요 없이 아무 방향이니 골라잡으면 된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가벼운 차림의 제주도 사람들 외에도 등산화와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띈다. 올레 13코스중의 마무리 구간인 저지오름을 걷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지오름의 숲길이 올레길에 포함될 만큼 아름다운 숲길이라는 증거이다.

 

 

 

  

 

 

▼ 올레길을 걷다보면 반대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과 만나게 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100m쯤 오르면 오르막길이 끝나면서 다시 길이 좌우로 나눈다. 곧바로 오름 정상으로 가려면 왼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오름 굼부리(분화구) 둘레를 삥 둘러 걷는 것을 권하고 싶다. 둘레길을 따라 왕초피나무, 가막살나무, 합다리나무, 예덕나무, 까마귀베개, 까마귀쪽나무, 좀작살나무 등 낯선 나무들로 꽉 찬 숲은 보기만 해도 즐겁기 때문이다. 

 

 

 

 

▼ 저지오름은 조망은 물론 숲이 좋은 오름이다. 35㏊ 면적에 220여 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빼곡하다. 겉보기에는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속살을 파고들면 아름다운 숲에 이내 마음을 빼앗긴다. 왕초피나무, 가막살나무, 합다리나무, 예덕나무, 까마귀베개, 까마귀쪽나무, 좀작살나무 등 이름도 낯선 나무들로 꽉 찬 숲은 산자락을 삥 둘러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양탄자 위를 걷는 듯 푹신한 숲길은 햇빛이 들어오기가 힘겨울 만큼 울창하다. 저지오름의 울창한 나무숲은 2005년 6월 생명의 숲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는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제주에는 오름에 관한 재미난 전설(傳說)이 하나가 전해져 내려온다. 제주의 거신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새어나온 게 봉긋봉긋한 오름이 되었고, 그 중 너무 도드라진 오름을 주먹으로 툭 쳐서 누른 게 굼부리(噴火口)라는 것이다.

 

 

 

 

▼ 오름의 정상엔 나무로 지어진 전망대(展望臺)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거칠 것 없는 풍광(風光)이 눈앞에 펼쳐진다. 널따란 한경면의 들판과 바다를 아우르는 제주의 서쪽 전경(全景)이다. 차귀도, 비양도, 추자도, 산방산, 송악산, 가파도 등이 한눈에 잡히고 등 뒤에는 한라산이 듬직하게 버티고 서 있다.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바람에 가슴이 뻥 뚫릴 듯 시원해진다. 해발 239m의 높이에서 이런 장쾌한 풍광(風光)이 펼쳐지다니, 오름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인 모양이다.

 

 

 

 

  

 

▼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내려가는 길 외에 또 하나의 길이 나있다. 오름의 굼부리(噴火口)로 내려가는 길인데 길게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나무계단이 250여 개나 되기 때문에 다소 버겁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내려간다. 그래야만 분화구(噴火口)의 바닥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전망테크가 만들어져 있고, 테크에 서면 분화구(噴火口)가 한눈에 들어온다. 분화구 숲은 아까 산을 오르면서 보았던 숲보다도 더 울창하다. 낙엽수림과 상록수림이 빼곡하게 자리해 원시(原始)의 자연림을 그대로 내보인다. 정상에서 세차게 불던 바람도 굼부리에선 흔적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유채와 보리, 감자농사를 지었다고 한다(안내 팻말). 그땐 이렇게 나무계단도 없었을 텐데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얼마나 삶이 척박했으면 이곳까지 찾아와 밭을 일구었을까 생각하니 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 나와 아까 올라섰던 길의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금방 산을 오를 때 만났던 삼거리이다. 이곳에서 오름의 둘레길로 내려서서 아까 걸어왔던 길과 반대편 방향으로 걸으면 산행을 시작했던 저지마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