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대이작도(大伊作島)
소재지 :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이작리
여행일 : ’13. 9. 21~22
함께한 사람들 : 처갓집 식구들과 가족여행
특징 :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약 44㎞ 떨어진 섬으로서, 임진왜란 이후 해적들이 살았다고 하여 이적도(伊賊島)라 부르다가 이작(伊作)으로 변화되었다고 전한다. 전체적으로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있는데 면적이 큰 섬을 대이작도, 서쪽에 있는 작은 섬을 소이작도라고 부른다. 우리가 찾은 대이작도는 면적 2.57㎢, 해안선길이 18㎞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맑은 물과 깨끗한 백사장, 울창한 해송(海松) 숲 등의 비경(秘境)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썰물 때에만 드러나는 모래사막인 ‘풀등’에서도 노닐 수 있다는 점이 TV(1박2일)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방법 : 대이작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인천의 연안부두나 안산의 대부도로 와야만 한다. 이 두 곳에서 대이작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출항(出航)하기 때문이다. 먼저 인천여객선터미널에서는 자월도와 대이작도, 승봉도 등을 거치는 대부해운(032-887-6669)의 대부고속훼리5호(08:00)와 우리고속훼리(032-887-2891)의 쾌속선 레인보우호(09:00)가 비수기 기준 평일 1회씩 운행하고 있다. 대이작도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시각은 오후 3시(쾌속선)와 오후 3시 30분(대부해운의 차도선)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1일 2회로 증편 운항(運航)한다. 운임은 성인(成人)기준으로 1인당 4만1,700원(쾌속선 왕복)과 2만5,200원(차도선 왕복)이다. 그리고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는 승봉도와 대·소이작도 등을 경유하는 대부해운(032-886-7813)의 대부고속훼리7호가 비수기 기준으로 평일에 1일 1회(09:30) 출항한다. 승봉도에서 돌아오는 배는 오후 3시 50분에 떠난다. 물론 이곳도 주말과 휴일에는 1일 2회 증편(增便) 운항된다. 운임(運賃)은 성인기준으로 1인당 왕복이 1만9,600원이니 인천항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다. 참고로 우리는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을 이용했는데 추석연휴기간 이어선지 보통 때보다 왕복 2,000원씩을 더 받고 있었다.
▼ 대이작도에 들어가기 위해서 어느 여객선터미널을 출항지로 삼아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소요시간, 주차장 문제 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주차문제를 소홀히 할 경우에는 즐거워야할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망쳐버릴 염려가 있다.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은 주차장이 협소(狹小)한 탓에 주말에는 주차(駐車)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만일 주차를 못할 경우에는 별수 없이 차량을 배에다 싣고 섬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이라도 할 경우에는 차량 운임(편도 기준 : 중형 4만원, 대형 4만5천원, 외제 5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함은 물론, 돌아올 때에 차량을 배에다 실어야하는 걱정까지도 짊어져야 한다. 돌아오는 배에 실을 수 있는 차량의 숫자가 20대에 불과한 탓에, 자칫 잘못하면 하룻밤을 더 섬에서 묵어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일행은 차량을 싣고 돌아오기 위해 출발 전날 저녁부터 선착장에다 차를 옮겨 놓고 대기하느라 운전자는 일부 일정을 포기해야만 했다.
▼ 배를 탄 사람들의 모습은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휴게실에서 늘어지게 잠을 즐기는 사람,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들을 유혹하고 있다. 각자 나름대로 2시간의 운항시간을 채우고 나면 목적지인 대이작도에 이르게 된다. 40Km 남짓한 거리를 2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고속훼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느리게 달려온 샘이다. 차량까지 함께 싣는 도선(渡船)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을 게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항에서 쾌속선을 탈 필요는 없을 것이다. 2배에 가까운 운임을 지불하면서까지 시간을 단축하느니보다는 모처럼의 여행을 바다를 벗 삼아 느긋하게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낭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점(賣店)에서 파는 새우깡을 하나 사서 갈매기 들을 희롱해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되기에 충분하다.
▼ 선착장(船着場)에 내려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아치(arch)형 문(門)이다. 상단(上端)에 적힌 ‘영화의 고향 섬마을 선생님’ ‘대이작도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왠지 살갑게 다가온다. 깔끔한 화장실을 갖춘 선착장에는 매표소와 탐방안내소, 그리고 음식점과 매점 등의 편의시설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선착장의 광장(廣場)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데, 배에 실으려는 차량들 외에도 여러 대의 차량들이 눈에 띈다. 차량들마다 펜션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펜션을 찾은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서 나온 모양이다. 참고로 대이작도에는 섬 내를 운행하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대신 방을 예약하면 펜션에서 오고가는 차편을 제공한다. 펜션에서 내보내준 차량을 타고 장골마을로 향한다. 장골마을은 섬의 한 중간에 있는 마을로서 곁에 ‘작은풀안 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펜션을 잡을 경우에는 이곳 장골마을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섬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섬의 곳곳을 둘러보는데 소요되는 이동거리가 가장 짧기 때문이다. 물론 대이작도의 명물인 ‘풀등’으로 들어가는 보트도 장골마을 옆에 있는 ‘작은풀등 해수욕장’에서 출발한다.
▼ 우리가 묵을 ‘금모래은모래 펜션’은 장골마을에서도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섬을 관통하는 중심도로 두 개가 교차(交叉)하는 사거리의 한쪽 코너(corner), 그러니까 장승공원(公園)의 맞은편 코너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굳이 이 펜션을 선택한 이유는 중심에 위치해서가 아니다. ‘이작 아일랜드 펜션’나 ‘풀등펜션’ 등 이름난 펜션, 특히 ‘1박2일’ 촬영팀의 베이스캠프였던 ‘풀등펜션’을 제켜두고 고작 세 팀(team) 밖에 수용할 수 없는 작은 펜션을 선택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일행같이 여러 세대가 한꺼번에 묵을 잠자리를 잡을 때에는 가능하면 방의 숫자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아무리 친족(親族)들 일지언정 세대들마다 지키고 싶은 나름대로의 비밀들이 있는 법이고, 그런 때에는 세대들만의 공간이 따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의 여행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금모래은모래펜션’이다. 대이작도의 펜션들은 대부분 원룸(one-room)형인데 비해, 금모래은모래펜션은 투룸(one-room)이기 때문이다. 세대마다 침실과 거실, 그리고 샤워장을 겸한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거기다 호실마다 정자(亭子)를 따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외(室外)에서도 다른 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 보기 바란다. 또 하나의 장점은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다. 한마디로 ‘한량’을 닮은 멋쟁이 사장님에게 말만 잘하더라도 펜션의 명물인 전기자동차까지 얻어 탈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물론 선착장까지 이다.
▼ 펜션에 짐을 풀자마자 정자(亭子)에 둘러앉는다.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사온 생선회를 싱싱함이 가시기 전에 먹어치우기 위해서이다. 자연산이라는 광어회와 갓 삶은 소라는 싱싱하면서도 맛이 있었다. 비싼 값을 하는 모양이다. 생선회를 안주 삼아 마신 소주가 얼큰하다면 이번에는 해수욕장으로 나가볼 차례이다. 펜션에서 100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풀안 해수욕장’이다. 대이작도는 비록 작은 섬이지만 작은풀안 해수욕장과 큰 풀안 해수욕장을 비롯해서 목장불 해수욕장, 장골 해수욕장, 띄넘어 해수욕장 등 다섯 개의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하고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아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여행에는 펜션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풀안 해수욕장’만 둘러볼 계획이다. 대이작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기 때문이다. 비록 해변(海邊)의 규모는 작지만 주변에 민박집과 펜션 등 편의시설이 많고 풍광(風光)이 아름다운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널따란 백사장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수평선이다. 백사장의 뒤에는 해송(海松)이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조림(造林)을 한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햇빛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덜 자라있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해송 숲 앞에 예술적 감각이 펄펄 넘치는 구조물을 만들어 놓아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철이 지난 백사장은 사람들이라고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한가롭다. 지난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백사장에서 뛰어 놀았을까? 이런 것을 보고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하지 않나 싶다.
▼ 작은풀안 해수욕장의 왼편에는 해안을 따라 데크길이 개설되어 있다. ‘큰풀안 해수욕장’까지 연결된 해변 산책로(散策路)이다. 이 산책로를 따라가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巖石)을 볼 수 있다. 무려 25억 1,000만년이나 됐다고 한다. 이 암석은 땅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에 의해 암석의 일부가 녹을 때 만들어지는 혼성암(混成岩 , Migmatite)이란다. 나이가 25억년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다른 기반암(基盤岩, bed rock)들의 나이인 약 19억년보다 훨씬 오래된 암석이 분명하다. 데크길의 끝에는 커다란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큰풀안 해변과 사승봉도, 풀등 등 주변 풍광이 근사하다.
▼ 해수욕장을 둘러본 후에 시간이 남는다고 해서 조개를 줍는다고 모래사장을 뒤지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작은풀등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는 조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긴 어느 해수욕장이라도 해도 갯벌이 아닌 모래사장에서 조개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 작은풀안 해수욕장을 둘러보고 난 후에는 문화탐방으로 일정을 잡는다. 섬의 끝머리에 있는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를 둘러보려는 것이다. 섬마을 선생님 촬영장소로 유명한 계남분교는 대이작도 맨 끝에 위치한 계남마을에 세워졌던 자월초등학교의 분교(分校)이다. 계남마을은 장골마을에서 쉬지 않고 걸어갈 경우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물론 아스팔트 차도(車道)가 닦여있으니 차량을 이용해도 된다. 대이작도의 동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계남마을은 자그마한 포구(浦口)이다. 비록 해수욕장을 끼고 있지는 않으나 거북바위 등 주변경관이 빼어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덕분에 이곳에도 민박집과 펜션들이 많이 보인다.
▼ 50~60대 중,장년들이라면 누구나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영화(映畵)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967년 김기덕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농촌계몽(農村啓蒙) 등의 대립과 갈등의 요소를 통해 당시 시대상(時代相)을 반영했던 영화이다. 특히 이미자가 부른 동명의 주제가(主題歌)는 대 히트(hit)를 기록했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
▼ 당시 ‘섬마을 선생님’의 배경은 남해안의 조그만 섬이었다. 그러나 영화의 촬영지(撮影地)는 대이작도에 있는 자월초등학교 계남분교였다. 이곳은 아직까지도 영화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촬영지를 찾아 온 후에는 한숨부터 쉬게 된다. 폐교(廢校)가 된 채 방치되어 있는 학교는 현재 쓰러지기 일보 직전, 철거하다가 남은 빈 건물처럼 허물어지고 망가진 채 덩그러니 형태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촬영장소 기념비(紀念碑)만 아니라면 이곳이 촬영지, 아니 옛날 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왕에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고, 관광안내도에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까지 소개하고 있는 바에는 관리에 신경을 써주면 어떨까 싶다.
▼ 저녁이라고 그냥 잠만 잘 필요는 없다. 썰물 시간에 맞춰 바닷가로 나가면 즐거운 소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갯벌에 들어가면 잡는다는 것보다 차라리 줍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조개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바지락과 조개, 고동이 즐비하다. 거기다가 자그만 게까지 잡을 수 있으니 이보다 재미있을 수가 없다. 미처 예상치 못한 일정이라서 손전등을 준비 못했다고 해서 발을 동동거릴 필요는 없다. 핸드폰 불빛이면 한 시간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개를 보다 많이 주우려면 해수욕장보다는 선착장(船着場) 근처의 갯벌로 나가는 것이 좋다. 모래사장이 없이 온통 갯벌로 이루어진 탓에 조개 줍는 재미가 훨씬 더 쏠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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