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성산 일출봉(日出峰)

 

소재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여행일 : ’13. 8. 2()

함께한 사람들 : 영진투어(소나무산악회)

소요시간 :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25분 돌아오는 데는 15분 정도 걸린다.

 

특징 : 성산일출봉은 삼면(三面)이 깎아지른 해식애(海蝕崖)를 이루고 있으며, 99개의 봉우리가 분화구를 빙 둘러싼 모습이 마치 거대한 성()을 닮았다고 해서 성산(城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특히 일출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돋이가 유명하며, 연말과 연초에 일출을 보고자 하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유독 아름다워 영주십경(瀛州十景)’에서 제1(城山日出)으로 손꼽힌다. 여기서 영주(瀛州)’는 탐라(耽羅)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제주의 옛 이름이다.

 

일출봉의 탄생(誕生)은 본섬인 제주도와는 별도로 약 10만 년 전 수심(水深)이 얕은 바다 속에서 화산(火山)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래 제주도와 떨어져 있었지만, 섭지코지 해변 인근의 땅과 섬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이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연결됐다고 한다. 이러한 특이성으로 인해 수성화산의 분출(噴出)과 퇴적(堆積)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0호에 이어, 아름다운 경관과 뛰어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010년 세계지질공원, 2011년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입장료(2천원)를 내고 공원(公園 : 도립)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깔끔하게 잘 가꾸어진 초원(草原)과 그 너머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 나타난다. 성산(城山)이라는 지역의 이름까지 만들어 낸 일출봉이다. 산으로 향하는 길도 초원만큼이나 잘 닦여 있다. 5분쯤 걸으면 계단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으로 오르는데 낯선 단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강한 악센트(accent)로 인해 소란스럽다는 느낌까지 드는 중국어(中國語)이다. 아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들이 아닐까 싶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이틀 동안의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이곳이 한국 땅인지 중국 땅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잘 정비된 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우뚝 솟은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빗물에 의한 차별침식(差別侵蝕)의 결과로 형성된 것들 이라고 한다. 그중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등경돌(징경돌)바위이다. 언젠가 전북 완주의 장군봉에서 본적이 있는 해골바위를 닮은 등경돌바위는 그만의 독특한 전설(傳說)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하나는 설문대할망에 관한 전설이다. 할망은 치마폭으로 흙을 날라 섬을 만들면서 밤에는 일출봉 꼭대기에 앉아 터진 치마를 바느질했다고 한다. 저녁인지라 기암(奇巖) 가운데 높이 솟은 바위 하나를 골라서 불을 켰지만 등잔이 낮아서 밝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큰 바위 하나를 더 얹어서 등잔으로 썼는데, 그 바위가 등경돌바위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전설은 고려(高麗) 말 원나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김통정장군에 대한 것이다. 장군이 성산마을에 성()을 쌓아 나라를 지켰는데, 등경돌 아래에 앉아 바다를 응시하고 때로는 바위 위로 뛰어오르며 심신(心身)을 단련했다고 한다. 바위의 중간에 큰 발자국 모양으로 패인 흔적은 이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이 바위 앞에서 제()를 지내 마을의 번영과 가족의 안녕을 빌었으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쟁터에 나간 젊은이들이 무사히 돌아왔다고 한다. 요즘도 이곳 주민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네 번씩 절을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지겹다 싶을 정도로 오래 계속된다. 그러나 그 길이 결코 지겹지만은 않은 이유는 눈이 즐겁기 때문이다. 심심찮게 귓가를 살랑대는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길가에 늘어선 기암괴석을 눈으로 쫒다보면 지루할 새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일출봉은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사발 모양의 분화구(噴火口)와 그 너머로 넘실대는 푸른 바다 또한 장관(壯觀)이다. 하지만 성산 일출봉의 진가는 탄생(誕生)의 비밀에 있다. 제주도내 다른 오름들과는 달리 수심이 낮은 바다 속에서 화산(火山)이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수성화산이기 때문이다. 분화구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고 해안 절벽을 따라 다양한 퇴적(堆積)구조를 살펴볼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러한 점이 인정되어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2007)된바 있다.

 

 

 

 

정상으로 향하다가 힘들다싶으면 구태여 계속해서 오르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잠시 쉬었다가 오른다고 해도 다녀오는 시간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면 길게 늘어진 계단 아래에 시원한 바다 바람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그 뒤로는 제주의 오만가지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한지 20, 쉬면서 걸어도 25분이면 일출봉의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정상에 도착하면, 지름 600m, 바닥면의 높이가 해발 90m, 면적이 8만여 평이나 되는 거대한 분화구(噴火口)가 눈에 들어온다. 분화구는 얼핏 평원(平原)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넓고 푸르다. 어떻게 하면 산의 정상이 저리도 넓을 수가 있을까. 하긴 그러니까 옛날 성산주민들이 이곳의 풀을 베어 쓰거나 가축을 방목했었을 것이다. 정상은 넓고 아름답고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분화구 밖에는 푸른 바다가, 그리고 분화구 안으로는 드넓은 풀밭이 펼쳐진 비경(秘境)이 더해져,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내려오는 길에 오른편에 오솔길이 보이기에 들어가 보았더니 기암괴석(奇巖怪石) 하나가 보인다. 안내판이 보이지 않아서 내력은 모르겠지만 울퉁불퉁하게 생긴 바위모양이 전형적인 화산석(火山石)이다. 소라껍질처럼 속이 텅 비어있는 것이 여간 괴이(怪異)하지가 않다.

 

 

 

산으로 올라가기 직전에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해안절벽이 나타난다. 일출봉을 감싸고 있는 해안(海岸)으로서 우뭇개 해안이라고 불린다. ‘우뭇개해안가로 움푹 들어와 있는 바다’, 또는 우뭇가사리가 많이 나는 바다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해안절벽은 켜켜이 쌓인 층리(stratification, 層理 : 용암류 또는 화산쇄설성 퇴적물과 같이 지표에 형성된 화성암 및 대부분의 퇴적암에 나타나는 암석의 겹쳐진 상태)구조로 되어있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의 끄트머리에 붉은 지붕의 건물이 한 채 보인다. ‘해녀(海女)의 집이라고 불리는 해녀들의 공간이다. 저곳에 가면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어류나 조개류들을 맛볼 수 있으며, 해녀들의 물질 공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해녀들의 발상지(發祥地)는 제주도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제주도에는 4,881(2011년 기준)의 해녀가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