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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방학동안에 수영장에 다니면 안돼요?"
"다녀라! 네 용돈에서 다닌다는데 뭐라고 하겠냐"
"에이~ 아빠도~ 내돈으로 다닐려면 얘기도 안허우~"
"몰러 임마! 니 따로 나 따로 우리 모두 따로 국밥이다"
"아빠 오늘까지 등록해야하니까 은행에서 기다리고 있는다!"
"몰러 임마!"

오전 수출입 동향 발표 후 기자회견, 인터뷰 등까지 마무리하다 보니 점심도 도시락으로 때울 수 밖에 없다. 덕분에 발표회장에 참석한 기자들도 모두 도시락으로 통일....

두시쯤되어 잠깐 한숨 돌리고 있는데, 둘째가 켐핑에서 돌아왔음을 보고 하면서 수영장에 다녀도 되느냐고 묻고는 있지만 이미 결정된 사실이니 돈이나 내 놓으라는 일방적인 통고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나도 은근과 끈끼 그리고 고집이 있는 몸이다.
내놓을 때 내놓드래도 애좀 먹여야지! 너희들이 아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겠다? 나도 내 무기를 최대한 사용해야겠다.

독하게 맘먹고 끝까지 버티어 보았지만 아빠 외로울까봐 하루 앞당겨 귀가했다는 애교섞인 두번째 독촉전화에 눈 딱감고 송금해 줄 수 밖에 없는게 부모인가 보다.

그래도 둘째는 내게서 용돈을 타가니 가끔 애교부릴 때도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알차게 한 덕분에 통장에 항시 백여만원이 적립되어 있는 큰놈은 아쉬운 소리 한번 않으니 아빠의 권위를 세워볼 기회도 별로 없다.

그러나 나에게도 무기는 있다.
우리집 애들 나 닮아서 정에 약한 약점이 있는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께에 힘풀고, 한숨부터 쉬고, 신세타령 5분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100% 유도할 자신이 있다.
그러나 아빠의 품위유지를 위해서 사용을 극히 자제하고 있지만....

오늘은 큰애도 귀가하는 날이다.
오늘 저녁부터는 집안이 다시 소란스러워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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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아빠! 아직 안주무시고 계시면 맥주한잔 사주슈~, 지금 양제동 화훼시장 사거리 지나고 있으니 5단지로 나오면 돼유~""

하루일 대충 마무리 짓고 사무실을 나서니 10시가 거의 다 되어간다.

집에 돌아오는 차속에서 애들로부터 하루일과를 보고 받고나니(피서중에는 매일밤 10시에 전화하기로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집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프 집에 없는거야 이제는 익숙해져 있지만 애들까지 없는 텅빈 집은 처음이라서 그럴까?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지고,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문이 닫혀있어 찜통이 되어 있을 아파트가 겁난다.

어디가서 맥주라도 한잔 마시며 시간좀 죽이다 시원해 지면 들어가야지!
개포 5단지에 사는 평소에 가까이 지내는 동료에게 전화하여 대뜸 술부터 사주라함은 거절을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사실 별로 술생각이 없을 때 술 사준다 하면 거절을 할 수 있지만, 대뜸 술부터 사주라 하면 무슨 괴로운 일 있나 하고 거절치 못하는게 가까운 술친구들의 습성이다.

10시반이 못되어 개포5단지의 생맥주 집에 도착할 때 넘치는 손님들 서빙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주인 내외분이 반갑게 맞아 줌은 평소에 이집을 자주 들림이고, 특히 생맥주에 대해서는 회사보다도 자기가 더 낫다는 주인장의 자랑을 항상 맞장구를 치며 들어주기 때문이다.

야외에 자리를 잡고 골뱅이에 생맥주를 주문하자 마자 동료가 도착한다.
오늘도 역시 시원한 맥주에 골뱅이, 알큰한 파저리, 따끈따끈한 계란말이...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일미이다.

사실 이집 주인장의 자랑 말마따나 얼린 잔에 가득 채워주는 생맥주는 오장육부를 시원케하고, 뭐 파무침의 독특한 맛을 중화시키기 위한다는 계란말이와 파무침을 같이 먹는 맛은 따뜻함과 차거움이 함께 하는 것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맥주의 숙성도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주인장의 말에 알지는 못하지만 하여튼 다른집 보다 나은것 같으니 맞장구를 쳐주고, 그맛에 주인장 아저씨 시간만 나면 우리 좌석에 앉는다.

500cc짜리 몇잔 하고 기분 좋은김에 현금 계산한 후 집에 들어오니 자정이 다 되었다.
아직도 집안은 찜통이라 에어컨 시간 예약 해 놓고 침대에 드니 언제 잠든지도 모르겠고, 아침에 눈을 뜨니 여섯시다. 술덕분에 한번 뒤척이지도 않고 깊게 잠을 잘 잤다.

아침에 눈뜨니 온 집안이 썰렁한게 다시 외로움이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집 일요일에 이미 밥은 떨어졌고, 별수 없이 냉장고에서 식빵을 꺼내다가 입맛을 잃어 그냥 집을 나선다. 에이 남들은 다이어트로 아침밥 굶는다는데 뭐~ 나도 다이어트다!

7시경에 나선 덕분에 금방 택시가 잡혀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술집 옆에 파킹해 놓은 차는 밤새 내린 비로 깨끗이 세차가 되어있다.

그나저나 하고 싶지 않은 다이어트를 어거지로라도 해서 좋고, 세차 공짜로 함도 좋지만 내일 까지는 혼자 있어야 하는데 날마다 술마실 수는 없고... 또한 애들이 커가는 이상은 앞으로 자주 이런 일이 생길텐데 그럴때마다 술로 위안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외로움 극복 훈련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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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들아 제발 좀 같이가자! 너희들 안가면 아빠가 심부름 다해야 하잖아?"
"아빠 심정은 알겠지만 저는 합숙훈련이 있어서 안돼요! 형아하고 같이 가면 되겠네요"
"얌마 너 죽고싶어? 지 가기 싫음 그만이지 왜 나를 끌어들여~ 아빠 나도 알바 때문에 안돼요"
"그래도 가족행사인데 4일 정도는 쉴 수 있잖아?"
"안돼요~"
"이런 나쁜 노마들 두고보자~"

원래는 토요일이지만 주말에 친구들과 피서를 떠난다는 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금요일로 앞당겨 열린 우리집 가족회의의 살벌한 모습이다.

목요일부터 시작하여 일주일간을 신청한 하계휴가가 오늘이 벌써 월요일이니 코앞에 다가와 있다.
그동안 부지런을 떤 덕분에 콘도를 하나 더 구해서 준비는 완벽하게 갖추어졌고 남은 건 도착 후의 일정을 정하는 것만 남았다.

가족끼리의 행사, 특히 여러날을 같이 보내야할 경우에는 심부름꾼이 필수이며 심부름꾼으로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남자애가 아주 적격이다.
그러나 불행이도 우리 일가친척중에는 우리집 빼놓고는 중고등학교 다니는 남자애가 있는 집이 없다. 바로 밑 여동생집에 한명있지만 목하 재수중이라 이번에 참석을 못하신다나?

그러면 우리집 애들이 심부름을 해야만 하는데, 몇년동안 심부름을 도맡아 해온 우리애들이 또다시 하계휴가를 따라 나설 정도로 우둔하지는 않다.
잔머리 잘 발달한 나를 닮은 우리 아들노마들 작년 휴가 마친후부터 잔머리굴렸는지 완벽한 핑계로 이번 피서에 불참이다.

가족회의에서 아무리 구슬러도... 마지막으로 협박을 해도 필요 없고... 아무래도 이번 휴가는 고생문이 훤할 것 같다.

우리집안 어르신들 항상 모든걸 나를 통해서 지시하시는게 버릇이 되어 있고, 마지못해 동생들을 부려먹는다 해도 한계가 있다. 특히 평소에 남에게 미루지 못하는 내 성격상 대부분 내 스스로 처리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까짓거 모처럼 아버님 형제분들까지 함께 하는 여행에서 고생좀 하면 어떻겠는가마는 다만 애들이 내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허전해 진다.

그래! 간혹 술취한 김에 애들 침대에 끼어 들어 껴안고 자는걸 싫다고 도망다니고, 목욕탕에 같이 가는걸 싫다고 하다가 야단 맞기도 했지..., 벌써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할 정도로 커버렸나보다.

이제는 서서히 품안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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