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마들아 제발 좀 같이가자! 너희들 안가면 아빠가 심부름 다해야 하잖아?"
"아빠 심정은 알겠지만 저는 합숙훈련이 있어서 안돼요! 형아하고 같이 가면 되겠네요"
"얌마 너 죽고싶어? 지 가기 싫음 그만이지 왜 나를 끌어들여~ 아빠 나도 알바 때문에 안돼요"
"그래도 가족행사인데 4일 정도는 쉴 수 있잖아?"
"안돼요~"
"이런 나쁜 노마들 두고보자~"

원래는 토요일이지만 주말에 친구들과 피서를 떠난다는 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금요일로 앞당겨 열린 우리집 가족회의의 살벌한 모습이다.

목요일부터 시작하여 일주일간을 신청한 하계휴가가 오늘이 벌써 월요일이니 코앞에 다가와 있다.
그동안 부지런을 떤 덕분에 콘도를 하나 더 구해서 준비는 완벽하게 갖추어졌고 남은 건 도착 후의 일정을 정하는 것만 남았다.

가족끼리의 행사, 특히 여러날을 같이 보내야할 경우에는 심부름꾼이 필수이며 심부름꾼으로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남자애가 아주 적격이다.
그러나 불행이도 우리 일가친척중에는 우리집 빼놓고는 중고등학교 다니는 남자애가 있는 집이 없다. 바로 밑 여동생집에 한명있지만 목하 재수중이라 이번에 참석을 못하신다나?

그러면 우리집 애들이 심부름을 해야만 하는데, 몇년동안 심부름을 도맡아 해온 우리애들이 또다시 하계휴가를 따라 나설 정도로 우둔하지는 않다.
잔머리 잘 발달한 나를 닮은 우리 아들노마들 작년 휴가 마친후부터 잔머리굴렸는지 완벽한 핑계로 이번 피서에 불참이다.

가족회의에서 아무리 구슬러도... 마지막으로 협박을 해도 필요 없고... 아무래도 이번 휴가는 고생문이 훤할 것 같다.

우리집안 어르신들 항상 모든걸 나를 통해서 지시하시는게 버릇이 되어 있고, 마지못해 동생들을 부려먹는다 해도 한계가 있다. 특히 평소에 남에게 미루지 못하는 내 성격상 대부분 내 스스로 처리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까짓거 모처럼 아버님 형제분들까지 함께 하는 여행에서 고생좀 하면 어떻겠는가마는 다만 애들이 내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허전해 진다.

그래! 간혹 술취한 김에 애들 침대에 끼어 들어 껴안고 자는걸 싫다고 도망다니고, 목욕탕에 같이 가는걸 싫다고 하다가 야단 맞기도 했지..., 벌써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할 정도로 커버렸나보다.

이제는 서서히 품안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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