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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이 밖으로 등을 떼미는 봄날...
담장너머 백목련은 목대를 꼿꼿이 세워 올린지 오래고,
부지런한 가지는 벌써 낙화를 시작했다.

도로변에 줄기를 늘어뜨린 개나리는 노랑물이 흠뻑 들었고,
양지편 화단에는 갈길 바쁜 진달래가 꽃술을 연다.

온갖 생명붙이들이 살거죽을 찢고 움을 틔우는 요즘 같은 봄날.
살랑바람이 귓볼만 스쳐도 가슴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
"그냥 떠나버릴까?"

세속이란 굴레에 억매인 나는 모든 욕망을 가슴에 묻을 수 밖에...
오늘도 여행백 한 귀퉁이에 내의를 접어 넣는다.

남겨진 이들을 위한 냉장고엔 인스탄트가 수북이 쌓여가나,
뒤돌아 보면 부족하기만 하여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성숙이라는 자랑이라도 하려는 양 주위의 보살핌을 거절하는 애들...
그동안 가르켜 온 철학의 확신을 위해서라도 믿어야하건만

불안을 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탓하기보다
그저 한사람의 평범한 아빠이고 싶을 따름인 것을...

이제 유럽 출장을 위한 출국이 사흘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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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머리를 대고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
'괜히 못 볼걸 봐버린 것 같다'

모처럼 찾아온 여유에 연합뉴스 모니터 앞에 앉아본게 잘못인가?
경제관련 기사 검색 후 그래도 시간이 남아 사회부 기사로....
'교수 아버지 손찌검에 신고'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술한잔 마시고 들어온 교수아버지
자기방에 들어박혀 인사를 않는 딸에게 나가라고 했단다.
말대꾸를 하자 딸에게 손찌검을 한 모양이다.
이에 딸이 경찰서에 신고....
다행이 딸이 처벌을 원치 않아 불구속 입건했다나?

딸이 말대꾸 좀 한다고 손찌검까지 한 아버지와 그렇다고
아버지를 신고한 딸이 한지붕 밑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 걸까?

가만히 눈을 감고 우리 집안을...
나 자신을 그리고 우리 애들을 떠올려 본다.

아직 애들에게 손찌검을 해본 일이 없지만...
그렇다고 매까지 안들었다는건 아니고
나도 아직 울 아버님께 종아리를 맞고 사는데 하물며 우리 애들이야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매를 댄 일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만일 내가 손찌검을 했을 때 울 애들은 어떻게 할까?
과연 우리 애들의 머리에도 경찰서 생각이 떠오를까?

참으로 우울한 아침이다.

기분전환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없나?
아무리 생각해도 별 뾰쪽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눈을 뜬다.

어?
그래 기분 좋은 일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삼년동안을 키워온 행운목이 꽃을 피우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회사내에서 자리를 옮길 때마다 같이 옮기며
나와 같이 희노애락을 겪어왔다고 말 한다면 억지일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때에는
여직원에게 물주는걸 잊지마라고 신신당부 할 정도로
어린 애 키우듯이 정성을 들였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가 보다.
수경위 한웅큼도 안되는 그루터기에서 꽃을 피우다니...
행운목이 꽃을 피우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글구 그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마리의 학!
어느 사이버 카페에서 사귄 여자분의 정성이 담긴 학...
信望愛를 간직한 학들이 비상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행운목에도 꽃이 피었으니
내 소망을 희망을 그리고 사랑을 찾아
이제 그만 힘찬 나래짓을 시작해 볼까나?

이미 어두웠던 기억은 사라지고 새로운 행복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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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에게 바다낚시는 무리인가?

그 동안의 누적된 스트레스도 날려버릴겸 해서 떠나온 여행길... 그것도 그 머나먼 안면도... 무언가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려고 승선한 낚시배인데...

멀미약인 '귀미테'를 붙이면서까지 내깐에는 여러가지 비방을 다 써봤지만 그 노마 멀미 때문에 바다낚시의 즐거움은 애시당초 물건너갔다. 아마 어제저녁 조금 과하게 마신 술탓인지 모르겠다.

처음보는 사람들 10여명과 어우러져 한 10분동안 바다로 나가 10여분 낚시 드리워 도다리 새끼 2마리...어족 보호차원에서 방생... 오늘만이라도 부처님 뜻을 기리자.ㅎㅎㅎㅎ

다시 바다 가운데로 한 5분 더 나아가 10여분 동안에 15센티 정도의 광어 한마리...

아직도 고기가 작다는 승선자들의 요구로 바다 한 가운데로 다시 한 5분 정도 전진....

낚시대 드리우고 얼마 안있어 우럭 한마리가 올라오는데 제법 크다. 드디어 바다낚시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인데 아뿔사?? 불행이도 살살 속이 메시꺼워지기 시작한다.

이빨을 악물고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울렁거리는 속 달래는데 신경쓰다보니 낚시의 감촉까지도 놓치게 되고... 결국에는 배 뒷전으로 달려가 바다에 대고 토악질...

쭈그리고 앉았다가 다시 토하길 몇번... 천지가 나이트클럽 등돌듯이 돌고, 종내는 낚시대 들 힘마저 없도록 탈진이다.

더이상 쪼그리고 앉아 있을 힘마저 없기에 잡은 고기는 선장에게 손님들 회감으로 사용하라고 전하고, 곧바로 선창으로 들어가 누우는데 이미 두세명이 나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후 세시가 다되어 도착한 선착장... 걸을 기운도 없고... 택시를 대절하여 호텔로 돌아가 누워버린니... 오늘 일정은 여기서 꽝인가 보다.

이번 여행 목적중 하나가 추억만들기였으니 이정도면 성공했다고 봐야하나? 오늘의 고생은 난생처음 경험했던것으로 생각되니 말이다.

아침 일찍 간단히 꽃개탕으로 때우고 태안거처, 서산, 당진... 홍성에서 들어왔던 것과 다르게 노선을 잡는건 평소 등산할 때 같은 길을 또다시 걷지 않는 습관 탓도 있지만... 인근 발전소 처장님께서 구경도 할겸 발전소에 한번 들렀다 가라는 연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입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로서 96년인가 건설중일때 한번 들른일이 있었는데 어느새 완공되었단다.

입구에 들어서니 평소에 생각해온 발전소가 아니라 일반의 오피스빌딩 같은 느낌을 주는 대형 빌딩이 나를 반긴다.

이 발전소가 유연탄이니 공해발생은 필수고... 환경공해를 막으려 방지시설에 쏟아부은 돈이 물경 5000억원이 넘었다는 소리는 듣은바 있고... 덕분에 환경에 친숙해 보이는 건물로 탈바꿈 되었나보다.

처장님의 안내로140만평이나 되는 발전소를 둘러보는데... 어! 여기에도 쌍둥이 빌딩이 있네? 굴뚝으로서 뉴욕의 무역센타는 400미터인데 여기것은 200미터라 절반정도 높이라지만 내 보기에는 무지 높다. 하기사 발전 터빈실 높이가 120미터인데도 터빈실 위 전망대까지 엘레베이터로 올라가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뭐~

점심먹고 가라는 처장님을 겨우 뿌리치고 집에 도착해 보니 벌써 오후가 깊고... 우선 싱크대에는 그릇이 산더미... 다행이 애들이 세탁기는 돌려 놓았는지 건조대 위에 빨래는 널려있으나... 아 이걸 다 다릴려면 두세시간은 꼬박 걸릴텐데... 이제 나는 죽었다~~~

그래도 어이하리 어차피 나의 숙명인걸...
글구 애들 놨두고 혼자 여행갔다온 벌로 알고 감수해야겠다.

지금쯤 교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을 애들은 부르지 않기로 마음먹고... 앞치마 두르고 싱크대 앞에 서니 벌써 집안일 다 끝낸 기분이다.

에이 조금 여유를 부려 대청소 만 끝내고 휴식... 빨래는 저녁에 일요일에 내가 보는 유일한 프로인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를 보면서 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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