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낙조는 왠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제 몸을 산산이 부숴 바다를 물들이는 태양의 베풀음일까요?
금빛을 이룬 바다는 텅 빈 가슴, 생채기 가득한 내 마음에까지 온기를 가득 채워줍니다.


하루의 찌꺼기를 이끌고 해가 저뭅니다.
일몰의 햇덩이가 개펄과 바다에 풀어집니다.
햇살은 개펄에서 유리파편처럼 반짝거리고, 물속에서 또 한번 금빛으로 변합니다.


붉은 햇덩이가 바다와 마주치는 순간.
수평선 끄트머리에서 출렁거리는 금빛 파도의....
그 아름다움에 이유 없이 가슴이 메어옵니다. 그러나 난 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주위엔 올망졸망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난 이 자리의 좌장이며,
너무 장엄해서 젖는 눈시울일지라도 저 선한 취우님 눈매에 누가 되어서는 안되니까요.


저 노을 바다에 조각난 마음을 태워 보고 싶습니다.
불끈불끈 일어났던 뜻모를 노여움을 사르고, 쓰디쓴 기억도 바다에 떠내려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그늘진 가슴에 바다에서 건진 환한 빛 조각 하나를 담아 술안주 삼고 싶습니다.


술 한잔 들이키고 빛 조각 하나...그러나 세속에 놓인 내 손엔 돼지고기가 한점입니다.
돼지면 어떻고 빛 조각이면 어떻습니까? 일몰에 취한 난 감탄사를 안주삼아 들이킬따름...
눈치 없이 덕산을 따라나서는 해밀나 엘리즈가 안중에 없는 건 그저 이런 집을 고른
취우님의 안목이 놀랍기 때문입니다. 나도 이 근처의 땅을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이웃을 속인 덕산이 벌을 받아 갯벌에 빠져버렸답니다.
그러나 전 관심이 없습니다. 빨리 한잔이라도 더 마시고 도자기 체험에 나서야하니까요.
김치...너무 맛있는 김치... 취우님 댁 김치 얼마 안남았을 것입니다.
어머님께 살짝 드린말 ‘제가 다섯 살만 어렸어도 따님을 채갔을 것입니다“
어머님을 닮은 따님이니 다른 것은 볼 필요도 없다면서요. 이 말은 진심이랍니다.


전 예쁜 술잔을 빚었네요. 그리고 계영배라 적었지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마라며...
밖에서 흘러드는 바베큐의 구수한 내음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또 한잔, 한잔 더...
해오름 펜션이었나요? 조개탕에 소주요? 거기까진 좋습니다.
마른안주에 소주 이게 절 죽였습니다. 다음날 저녁밥까지 걸렀으니까요.
눈을 뜨니 객실인데 노래방에서 논 기억이 없습니다.
실수가 걱정되지만 그래도 더 일찍 필름이 끊긴 진철일 보고 위안을 삼습니다. ᄒᄒᄒ


속이 쓰려 식당을 어슬렁거립니다.
부지런한 머루님과 하루미가 라면을 끓여오네요.
어! 왠 김치가 이리 많나요? 이런 저 먹으라고 취우어머님이 싸준 김치를 썰어놓다니...
쯧쯧 집에 가지고 와서 두고두고 먹으려했더니...


선제도로 출발합니다. 대교 건너 섬이 아담하니 아름답습니다.
릿찌코스라는 윤수이님 “사진대형으로 벌려!”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역쉬~
식당에 들러 아침겸 점심... 이지방 명물인 해물칼국수입니다.
후루룩~ 속을 풀어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아침에 산님과 나눠마신 포도주가 죽이는군요.


영흥대교? 안중에 없습니다.
속은 쓰리고... 어서 빨리 돌아가고만 싶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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