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동북부 여행
여행일 : ‘18. 6. 25(월) - 6.29(금)
여행지 : 중국 대련, 단동, 집안, 통화, 환인
일 정 :
○ 6.25(월) : 대련(성해광장)
○ 6.26(화) : 단동(압록강 철교), 집안(광개토대왕비, 장수왕릉, 환도산성)
○ 6.27(수) : 통화(백두산 천지, 금강대협곡)
○ 6.28(목) : 환인(오녀산성), 단동(유람선 투어)
여행 셋째 날 : 백두산 금강대협곡(錦江大峽谷)
특징 :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인해 분출된 용암이 흐르면서 생긴 V자 계곡과 다양한 모양의 기묘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금강대협곡은 폭 100~200m, 깊이 80~100m 그리고 길이 70㎞로 백두산 서파 관광의 또 다른 묘미로 손꼽힌다. 1987년 7월 발견된 이 협곡은 아름답고 장중한 경관을 이루는 협곡만 해도 10㎞에 이른다고 한다. 백두산의 화산폭발 때 용암으로 분출된 바위들이 풍화현상을 거치면서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모양새에 따라 오지봉(五指峰), 여와봉(女臥峰), 장성봉(長城峰), 성보봉(城堡峰), 낙타쌍봉(駱駝雙峰), 쌍웅등봉(雙熊登) 등으로 불린단다. 사람들은 금강 대협곡을 ‘사랑의 골짜기’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곳은 선녀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었고, 여덟 신선이 거주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 서파의 상부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35분쯤 후에 금강대협곡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에 이른다. 별도의 버스 요금을 낼 필요는 없다. 백두산 서파의 경우 입장료와 셔틀버스표를 구입하면 당일 내에 여러 번 환승을 해가면서 관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표를 사서 안으로 들면 ‘장백산 금강대협곡(長白山錦江大峽谷)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커다란 대문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 안으로 들면 백두산의 다양한 식물군(植物群)을 만나게 된다.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지반(地盤)에 원시림이 우거져 있는 것이다. 데크로 만든 산책로는 그런 거대한 나무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나있다. 가문비나무, 백두산자작나무, 종비나무 등 종류도 다양한 나무들이 곧고 높게 자라고 있다. 공기 또한 맑고 상큼하다.
▼ 나이테로 나무의 수령을 알아보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생태학습장을 겸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 수명(壽命)을 다하고 옆으로 쓰러져 죽은 나무들도 그대로 보존하여 진정한 원시림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저런 행위가 백두산 권역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1989년)되는 데 일익을 담당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 나무를 소개는 것으로 여겨지는 안내판들도 여럿 보인다. 이름 아래에 학명까지 적어 놓았으나 관심을 두지 않기로 한다. 가뜩이나 한자에 약한 나로서는 간자(簡字)까지 해득(解得)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 원시의 숲길을 지나면 웅장한 V자 협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주변의 나뭇가지에 가려 어설픈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 따름이다. 그래선지 대피소로 여겨지는 건물 옆에다 안내판 하나를 세워두었다. 조금 더 가면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가 있단다.
▼ 이제부터 탐방로는 협곡을 따라 나있다. 관광객들은 절벽의 가장자리를 따라 만들어놓은 데크로드를 걸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계곡을 관람하게 된다. 백두산 하면 천지와 주변 봉우리, 그리고 장백폭포 정도만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웅장한 협곡이 있다는 게 의외이다.
▼ 잠시 후 협곡은 제대로 된 얼굴을 내밀어준다. 그렇다고 너무 좋아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걸으면 더 나은 경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산불 진화 중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이곳은 기묘한 형태의 바위들과 에메랄드 빛 계곡수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 협곡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깊은 골짜기에는 기암괴석이 즐비하게 서서 각기 모양을 뽐내고 있고,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절벽 역시 웅장한 병풍처럼 위용을 자랑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이 저러하면 저 안에 내려가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 길을 낼 수 없는 곳에는 출렁다리를 배치했다. 길지도 그렇다고 높지도 않으니 두려워하는 관광객 또한 없다. 다들 지금 걷고 있는 곳이 출렁다리라는 것도 잃은 채로 주변 경관에 취해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 협곡(峽谷)은 초목(草木)과 암석으로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는데 아주 깊고 길게 뻗어 있다. 암석은 모두 회색을 띠고 있는데 도끼날처럼 생긴 돌, 송곳처럼 뾰족한 돌, 그리고 협곡을 받치고 있는 형태의 돌기둥들이 줄지어 있다. 수천 년 아니 수만 년이 흐르는 동안 비바람에 모진 고통을 당했을 터인데도 아직까지 암석의 색깔이 용암 특유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 금강 대협곡(锦江大峡谷)은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협곡으로 독특하게 생긴 바위들이 볼거리다. 그 모양이 가지각색이어서 어떤 것은 낙타를 닮고, 어떤 것은 손가락을 닮았다. 이곳에는 화산이 폭발했을 때 동식물이 용암에 묻히면서 만들어진 화석이 많아서 당시의 생태를 연구하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한다.
▼ 계곡탐방로가 끝나면 출구 쪽으로 나가는 숲길로 연결된다. 이곳도 역시 원시에 가까운 숲이 계속된다. 잠시 후 커다란 소나무 앞에서 홍송(紅松)이라고 적힌 팻말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그 아래에다 ‘Pinus koraiensis Siebold & Zucc’을 적어놓았으니 잣나무가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팻말까지 달아두었을까? 곁에 ‘紅松王’이라고 적힌 또 다른 팻말을 세워둔 걸로 보아 잣나무치고는 보기 드물게 굵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 조금 더 걸으면 거대한 고사목(枯死木) 아래에 세워진 안내판 하나를 만난다. 뭔가 사연이 있는 모양인데 간자(簡字)로 적혀있어서 그 내용을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그 아래에 ‘populus koreana rehd’라고 적혀있는 걸로 보아 ‘물황철나무’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무가 품고 있는 사연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 잠시 후 또 다른 안내판을 만난다. 이번에는 아예 초서(草書)로 이름을 적어놓았다. 앎이 깊지 않은 나로서는 난감한 순간이다. 아무튼 나무의 생김새로 보아 송화연(松樺戀)이라고 쓴 것도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서로 어울려 뿌리와 뿌리, 가지와 가지가 한데 부둥켜안고 있는 저 형상과 맞아떨어질 테니까 말이다. 또 다른 표현을 빌리면 연리지(連理枝)가 되지 않을까? 그래선지 리본에다 이름을 적어 이 나무에 걸어두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전해진단다.
▼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가끔은 야생동물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요놈들이 사람 무서워 할 줄을 모른다. 그 덕분에 재롱떠는 모습을 한참이나 구경하다 나왔다.
▼ 이어서 잠시 후에는 출구에 이른다. 출구에는 금강대협곡을 다시 찾아 줄 것을 바란다는 내용이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글쎄다. 이런 정도의 볼거리를 가지고 다시 찾아온다는 확약은 못하겠다.
♧ 에필로그(epilogue), 유럽 여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3대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오간다.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들러보게 되는 3대 볼거리. 즉 ’오줌싸개 동상‘과 ’인어공주‘, ’로렐라이 언덕‘이 하나같이 보잘 것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서 하는 말이다. 이번 백두산 여행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과 만났으니 그게 바로 ’금강대협곡‘이 아닐까 싶다. 깊이 700m에 폭이 200m, 그리고 길이가 15㎞인 협곡으로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 기대에 한참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섭렵했던 많은 계곡들은 물론이고,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다녀온 같은 중국 땅에 들어있는 ’태항산대협곡‘에도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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