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산문

가을 사색

2006. 3. 3. 18:06

가을!
가을인가?
하기야 立秋가 이미 지났으니....

 

지난달 찾았던 덕유산
연록의 능선에 흐드러지게 핀 산나리
그 아름다움이 제것인양 그 위를 한가히 날던 고추잠자리떼....

그저 山中이어서려니 했더니만
그게 바로 찾아오는 가을을 예고함이었나보다.

 

오한에 눈이 뜨인다.
침대보로 온기를 되찾는건 금방 한계에 부딪친다.
마지못해 일어나 닫는 베란다 창 밖으로
대모산 초입의 네온 불빛이
파르라니 빛나는건 아마 가을의 냉기탓이 아닐까?

 

그래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에 윤동주시인의 序詩가 올라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부끄러워했다."

 

왜일까?
나는 여기서 왜 가을하늘을 연상했을까?
평생을 가지고 다니는 내 닉이 된 가을하늘을 말이다.

 

이 가을의 초입에서
다시 접하는 서시를 음미하며
나는 올 한해의 나를 뒤돌아본다.

 

한해를 열며
참으로 많은걸 갈망했고
그리고 많은걸 베풀어 보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돌아보는 지금
내 희망과는 너무 많이 동떨어져 있다.

 

이 가을이 가면
하얀 겨울이 오고...
또 한해가 시작되겠지?
그럼 또 다시 새로운걸 희망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
남은 시간만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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