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물윗길

 

여행일 : ‘21. 12. 5(일)

소재지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과 갈말읍 일원

여행코스 : 주차장→은하수교 남단→한여울길→태봉교→물 윗길→은하수교 북단→전망대→주차장(소요시간 : 1시간 30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전국에는 수많은 걷기 길이 있다. 한탄강 또한 강의 특징을 살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이 일대는 수십만 년 전인 신생대 4기에 용암이 분출하면서 지대가 생성됐는데, 강물이 흐르면서 땅을 깎아 30∼50m 높이의 깊은 협곡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학술적 또는 미적 가치가 높은 다양한 지형과 지물들을 품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였을 따름. 카약을 타고 가거나 추운 겨울에 강물이 꽁꽁 얼면 그 위를 걸어가는 것 외에는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철원군에서 2017년부터 매년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한탄강 위에 부교를 띄워 관람객들이 강물 위를 걸으며 한탄강과 협곡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름 하여 ‘한탄강 물윗길’이다.

 

▼ 들머리는 ‘송대소 주차장’(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구리·포천고속도로 신북 IC에서 내려와 국도 43호선을 타고 철원·김화방면으로 올라가다 문혜교차로(철원군 갈말읍 문혜리)에서 좌회전하여 463번 지방도로 바꿔 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장흥(4)리에 이르게 된다. 마을 앞 고석정주유소(GS칼텍스)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엄청나게 넓은 송대소 주차장이 나타난다.

▼ 주차장에서 태봉대교까지는 한탄강의 왼편 언덕 위로 난 ‘한여울길’을, 태봉대교에서부터는 물위에 놓인 부교(浮橋)를 따라 한탄강을 내려오는 여정이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선지 역방향의 진입을 막고 있어 우연찮게 원점회귀가 될 수 있었다.

▼ 주차장을 빠져나와 은하수교 쪽으로 올라가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참! 물윗길만 걸을 요량이라면 차량을 이용해 태봉대교 매표소까지 곧바로 가면 된다. 그쪽에도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송대소의 전체적인 모습을 눈에 담는 건 포기해야 한다.

▼ 주차장에서 태봉대교까지는 ‘한여울길’을 따른다. ‘한여울길’은 큰 강인 한탄강을 따라가는 명품 산책로이다. 이 길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유일의 화산강이라는 한탄강의 기암절벽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도로가 협곡의 상부지점으로 나있어 다소 먼발치에서 한탄강의 비경을 내려다봐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탐방로’로 선정한 이유일 것이다.

▼ 길을 걷다보면 새로 지은 건물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주상절리길이 열리면서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됐다는 기사가 사실이었나 보다. 당시 기사는 지난해 행사(‘20.11-`21.4)에 9만 여명이 다녀가면서 수십억 원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생겼다고 했었다.

▼ 자전거 거치대에는 ‘드라마틱 철원’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하늘길이나 물윗길을 걸으며 한탄강지질공원의 속살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 강을 따라 걷다보니 하얀색 다리인 은하수교가 눈에 들어온다. ‘별들로 이뤄진 길’이란 뜻의 은하수교는 두루미를 형상화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나뿐인 저 주탑(主塔)이 두루미의 머리?

▼ ‘은하수교’는 동송읍 장흥리와 갈말읍 상사리를 잇는 길이 180m에 폭이 3m인 보행자 전용 현수교(懸垂橋)다. 교각을 세우고 다리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했는데, 여느 다리들과는 달리 비대칭(非對稱)으로 만들어졌다.

▼ 물윗길로 진입하기 위해 은하수교를 건넌다. 다리는 주상절리를 이룬 양안(兩岸)의 수직 절벽을 이어준다. 때문에 다리 한가운데에 서면 강 이쪽저쪽의 주상절리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 다리는 바닥을 격자형 강철소재로 만들어 백여 길 아래 강물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이 특징. 중간 부분 100m는 아예 폭이 1m인 투명유리를 깔아 강물 위에 떠있는 듯한 짜릿함을 느끼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은 주상절리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다. 하지만 경관보다도 오금이 먼저 저리니 문제다. 35m 높이에서 유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강물이 어찌 아찔하지 않겠는가.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가운데를 피해 양옆으로 다니는 이유일 것이다.

▼ 은하수교는 조망의 명소다. 먼저 왼편(북쪽)부터 살펴보자. 철원9경 가운데 하나라는 송대소의 주상절리가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널따란 소(沼)에는 부표를 연결시켜놓은 길이 기다랗게 나있다. 잠시 후에 걷게 될 ‘물윗길’이다. 한탄강의 절경을 ‘한시적 물고기 시점’에서 본다는 안구정화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 반대방향(남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고석정으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내려다보인다. 그런데 이 방향의 물윗길은 강물의 위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아래 사진처럼 강변을 따라 내려가기도 한다. 맞다. 태봉대교에서 출발해 순담에 도착하는 물윗길 트레킹 코스는 물윗길(2.4㎞)과 강변길(5.6㎞)이 적절하게 섞여있단다.

▼ 은하수교에서 잠시 머물다가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윗길이 일방통행이라서 ‘태봉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니 어쩌겠는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덕분에 우린 아까 얘기했던 ‘한여울길’을 잠시나마 걸어볼 수 있었다. 원래 자전거길로 만들어졌으나 걷기 붐이 일면서 걷기 길로 이용되고 있단다.

▼ 태봉교로 가는 도중 두세 곳에서 ‘전망대’를 만났다. 하나같이 벼랑에 걸터앉은 것으로도 모자라 강을 향해 툭 튀어나가도록 설계됐다. 한탄강의 비경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게 해주려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 ‘송대소(松臺沼)’ 안내판은 ‘알록달록 주상절리 팔레트’를 말머리 삼아 송대소의 특징을 설명한다. 현무암 주상절리가 지층에 따라 붉은색, 검은색, 회색 등 다양한 색깔을 띠는데, 이게 마치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처럼 화려한 색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난간에 서면 안내판의 문구를 실감하게 된다. 30여m 높이의 기암절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깎인 현무암이 절단면을 따라 덩어리째 수직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란다.

▼ 주상절리길(한여울길)의 안내판도 눈에 띈다. 승일교에서 출발해 고석정·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를 거쳐 양지리통제소에 이르는 길이 11km의 트레일(trail)이란다. 철원이 자랑하는 둘레길인 ‘한여울길’의 첫 번째 코스로 한탄강지질공원을 끼고 있다고 해서 지오트레일(Geotrail)이란 멋진 이름을 붙였다.

▼ 두 번째 전망대에서는 ‘태봉대교’가 잘 조망된다. 한탄강 물줄기와 조화를 이루며 흡사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 길은 따로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홍보용으로 내건 깃발이 물윗길이 시작되는 태봉대교 매표소까지 데려다 준다.

▼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는지 현수막까지 걸어놓았다. 깃발을 따라가면 태봉대교 매표소가 나온다니, 이 정도면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겠다.

▼ 이정표도 여러 가지다. 말뚝 모양은 기본, 요런 벽걸이형도 심심찮게 매달려 있다.

▼ 세 번째 전망대도 역시 강을 향해 툭 튀어나갔다. 다만 아까 것들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을 따름이다.

▼ 이번에는 송대소의 양쪽 절벽이 한꺼번에 다가온다. 수직의 현무암 협곡을 휘돌아가는 거대한 물줄기는 비밀스럽기도 하고 장엄하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탄강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주상절리 가운데서도 첫 손가락에 꼽는다.

▼ 이곳에도 송대소에 대한 안내판을 세웠다. 송대소의 경관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하긴 ‘철원9경’ 가운데 하나라는데 이를 말이겠는가.

▼ 철원 평야의 너른 들녘을 기웃거리며 ‘한여울길’을 따르다보면 펜션이나 카페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여름철 한탄강 래프팅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 펜션촌을 지나자 이번에는 아치형의 붉은 다리가 얼굴을 내민다. ‘태봉대교’로 후삼국시대 궁예가 세웠던 나라 태봉(泰封)에서 이름을 따왔다. 태봉국의 수도가 이곳 철원이라는 점에 착안해서다. 매년 10월 초 ‘태봉제’라는 축제까지 열린다니 고도(古都)에 대한 애착이 강한 지자체임이 분명하다.

▼ 240m 길이에 폭이 17.8m인 이 다리는 상사리(갈말읍)와 장흥리(동송읍)를 잇는 철제다리다. 지역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자 2002년에 건설했다는데, 높이가 50m나 되는 협곡의 양안을 서로 연결시켰다고 보면 되겠다.

▼ 다리 중간에는 번지점프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운영을 중단하고 있지만 52m 높이의 저 상설 ‘점프장’에서 뛰어내리려면 3만5천원을 내야 한단다. 점프는 허리번지. 발목번지, 커플번지(웨딩점프)로 나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5분이며 제한 시간 안에 못 뛰어내리더라도 돈은 돌려주지 않는단다.

▼ 태봉대교에서의 조망도 뛰어나다. 저 물길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직탕폭포’가 나온다. 일반적인 폭포와는 달리 강 횡단면 전체를 따라 형성됐다. 높이 약 3m, 길이 약 80m로 규모면에서는 크지 않다. 다만 침식에 상대적으로 약한 상부 현무암이 계속 깎여 폭포의 시작점이 상류 쪽으로 밀려나는 두부침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로 불리기도 한다.

▼ 물윗길이 시작되는 태봉대교 매표소는 다리 건너에 있다. 오전에 걸었던 하늘길과 이곳 물윗길은 별개로 운영된다. 1만원의 입장료를 별도로 내야한다는 얘기이다. 이곳도 역시 5천원은 지역화폐로 되돌려 준다.

▼ 이곳도 마스크와 발열 체크, 안심 콜은 기본. 손 소독은 선택이다. 아니 드르니 매표소와는 다른 풍경도 눈에 띈다. 손목에 띠를 메어주는 것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이곳 태봉교매표소로 되돌아올 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증표란다.

▼ 게이트를 통과하자 ‘물윗길’ 걷기가 시작된다. ‘물윗길’은 말 그대로 물위로 난 길이다. 부교(浮橋)를 띄워 만든 길이 물의 위로 나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윗길은 태봉대교에서 시작해 송대교(은하수교)와 마당바위, 승일교, 고석정을 차례로 거쳐 순담에 이르는 총 길이 8km의 둘레길이다. 코스가 하도 길다보니 구간을 나누어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있다는데, 은하수교까지 450m 구간은 이미 길이 열렸다. 산악회의 일정에 ‘물윗길’이 포함된 이유이다.

▼ 비취빛 강물과 그 위에 놓은 ‘물윗길’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그것도 잘 그린 그림으로다. 그렇다면 양안의 바위절벽을 잇는 태봉대교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일지도 모르겠다.

▼ 탐방로는 반원(半圓)을 그리며 강을 헤집는다. ‘물윗길’의 이름값을 톡톡히 수행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양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저 팔랑개비는 무슨 의미일까.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부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소도구일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는 속도로 다리의 위험도를 판단하라는...

▼ 한숨이라도 돌리려는 듯 올라선 뭍에는 젊은 연인들이 쭈그리고 앉아 뭔가에 삼매경이다.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뭔가 바라는바가 지극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과거의 나는 ‘천만 번 윤회를 거듭해도 당신만을 사랑하겠습니다.’라는 자작시로 집사람을 감동시켰었는데...

▼ 강변에는 작은데다 볼품까지 없는 돌탑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오가는 길손들이 바라는 바를 담아 하나씩 쌓아올렸을 것이다. 그러니 못생긴 외모라고 해서 품은 염원까지 비하시키진 말자.

▼ 개중에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절묘하게 쌓아올린 것도 보인다. 얼마나 간절한 염원이었으면 저리도 오묘하게 쌓아올렸을까.

▼ 물길을 걷다보면 짜릿한 쾌감이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온다. 물의 위를 걷는다는 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중국 무술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 하지만 소림사 고승들도 저렇게 긴 거리를 두 발로 내달리지는 못했었다. 그런데도 난 이렇게 물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 내려가는 도중 두어 번 강변에 발을 딛긴 하지만, 물 위에 떠 있는 부교가 주된 길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술 취한 사람처럼 몸이 휘청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다리가 꽤 육중하기 때문에 살짝 출렁거리긴 해도 안정감이 있으니 말이다.

▼ 강의 한가운데로 길이 놓였으니 안전은 필수다. 그래선지 오전에 걸었던 ‘하늘 길’과는 달리 부교의 시작점과 끝나는 지점들마다 초소를 세우고 몇 곳은 안전요원까지 배치했다. 부교의 난간 곳곳에 비상용 튜브를 매달아놓았음은 물론이다.

▼ 세 번째 부교에 올라서자 물윗길은 송대소(松臺沼)로 들어선다. 개성 송도에 살던 삼형제가 이무기를 잡겠다며 깊은 소(沼)에 들어갔다가 둘은 죽고 한명은 결국 이무기를 죽였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송대소란 이름은 소나무가 병풍처럼 서 있고 강물이 깊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한탄강의 특성이 집약된 명소로 더 유명하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깎인 현무암이 절단면을 따라 덩어리째 수직으로 떨어져 나가 30여m 높이의 주상절리 기암절벽을 이뤘다.

▼ 물윗길의 가장 큰 매력은 물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느긋하게 걷다보면 기암절벽이 첩첩이 겹쳐진 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굽이지는 강을 따라 병풍처럼 접혀 있던 협곡이 서서히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물에 침식되면서 드러난 주상절리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 제주도나 경주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한 멋을 자랑하는 주상절리가 협곡의 양안에 가득하다. 지금으로부터 27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한탄강을 따라 흐르면서 현무암질의 기암괴석과 주상절리 등을 만들며 웅장한 비경을 품게 되었다. 국가지질공원(제7호)에 이어 2020년에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까지 등재된 이유다. 이곳 철원에다 연천·포천을 보탠 공원은 여의도 면적(2.9㎢)의 약 400배에 달하는 크기란다. 참고로 세계지질공원 44개 나라의 161곳이 지정됐다. 한국은 여기 한탄강을 포함해 제주와 청송, 무등산 등 모두 4곳이다.

▼ 물윗길은 그냥 길만 내놓은 게 아니다. 주상절리가 있는 곳에서는 조망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한탄강의 주상절리 비경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일 것이다.

▼ 조망대로 다가가자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협곡의 양쪽으로 숨어 있던 주상절리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 수직으로 쪼개지며 만들어진 게 주상절리다. 육각형 돌기둥들이 비취색 한탄강 수면에 비쳐 만든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 강물은 잔잔한 것이 비췻빛을 띤 호수 같다. 그 위로 주상절리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수직의 기둥 모양 이외에도 옆으로 기울어진 부채꼴 등 모양도 가지가지다.

▼ 한탄강의 특징은 기암절벽을 비롯한 많은 지질자원을 가지고 있어 그림 같은 장관을 이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어느 강보다도 변화무쌍하고 풍광이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 철원 일대는 현무암으로 된 용암지대를 관류하기 때문에 곳곳에 수직 절벽과 협곡이 형성되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 이 구간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 더 각광을 받는다. 수면이 꽁꽁 얼어붙으면 얼음트레킹이 시작되는데, 이때 부교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정쩡한 시기다. 물줄기가 얼어붙지 않았으니 주상절리를 관찰하는 것까지는 불가능, 그저 고드름이 얼어붙은 계곡을 보는 재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 반대편에도 조망대를 만들어놓았다. 한탄강은 기암의 절리가 병풍을 치는 곳이다. 억겁의 시간이 조각한 바위미가 신비롭다. 수직절벽에 놓인 주상절리의 모습이 경이롭다. 때론 포도송이 같고 때론 바나나 같다. 절리 예술의 경연장이다.

▼ 이곳의 주상절리는 조금 특이하다. 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인 게 아니라 절벽 상단에서 부챗살처럼 퍼지며 흘러내릴 듯한 모양이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그마가 응고하면서 생기는 다각형 기둥인 주상절리는 흔히 6각형으로 가지런한데, 이곳의 주상절리는 오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를 띠는 것이다.

▼ 고개를 들자 은하수교가 허공에 걸려있다. 저 다리는 밤에 더 아름답다고 한다. 은은한 조명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움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것이다. 그게 또 연인들에게는 두고두고 간직할만한 낭만까지 선사해준단다.

▼ 송대소가 끝나는 지점에서 물윗길은 둘로 나뉜다. 직진은 은하수교, 오른편은 계속해서 하류로 내려간다.

▼ 물윗길의 잔여 구간은 마당바위와 승일교, 고석정을 거쳐 순담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길은 조금 더 추워져야 온전하게 열린단다. 또한 내년 3월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란다.

▼ 강변에서 바라본 송대소 풍경이다. ‘S’자 형의 길이 우리가 걸어왔던 ‘물윗길’. 길이 나뉘는 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고석정으로 연결된다.

▼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는 구름다리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통행을 금한지 이미 오래인 듯 낡은 계단은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이고 다리도 진입부분을 끊어버렸다.

▼ 물윗길에서 벗어나 은하수교로 올라선다. 길은 왔다갔다 ‘갈지(之)’자를 써가며 탐방객들을 다리 위로 올려놓는다. 한탄강의 가장 큰 특징. 즉 사람이 사는 땅 저 아래에 강이 있다 보니 별 수 없었을 것이다.

▼ 다리 위로 올라왔지만 곧장 다리를 건너지는 않았다. 다리 뒤 언덕 위에 시야가 툭 트이는 전망대(정확히는 부지이다)가 있다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 잠시 후 올라선 전망대에는 ‘세계지질공원 스카이전망대’의 조감도가 세워져 있었다. 어쩐지 넓다했더니 스카이전망대가 들어설 부지였던 모양이다. 철골구조의 이 전망대 높이는 46.3m. 익스트림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는 상부 전망데크가 자랑거리란다. 외형도 화합의 불꽃을 품은 성화대를 형상화했다니 완공되면 철원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게 분명하다.

▼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은하수교는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눈에 익지 않은 비대칭형인데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아니 수태극(水太極)의 한탄강 물줄기와 어우러지면서 오히려 한 수 위의 풍경으로 승화되어 버린다.

▼ 다리 건너에는 수확을 마친 철원 평야가 드넓게 펼쳐진다. 너른 평야를 넉넉히 감싸고 있는 걸출한 산은 금학산이다. 궁예의 태봉국 시절 얘기가 전해지는 산이기도 하다. 도선국사가 금학산을 태봉국의 주산으로 삼으라고 건의했으나 궁예가 이를 묵살하고 고암산을 주산으로 정해 왕조가 단명했다는 것이다.

▼ 우리가 탐방했던 한탄강도 내려다보인다. 들녘의 틈에서 푹 꺼져 흐르는 한탄강에는 길이 셋이다. 왼편 언덕(西岸)은 ‘한여울길’ 1코스. 그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물윗길’이다. 반대편 언덕(東岸)은 한여울길의 2코스로 군탄교에서 시작해 승일교와 은하수교, 태봉대교, 직탕폭포를 거쳐 윗상사리까지의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폐쇄된 상태. 여울의 영향을 크게 받아 협곡 하단의 강변길이 훼손됐는가 하면, 구름다리도 일부가 끊겼기 때문이란다.

▼ 눈앞에 펼쳐지는 철원평야는 엄청나게 넓다. 전국에서 밥맛 좋기로 소문난 철원 오대쌀이 저곳에서 난다. 10세기 궁예의 태봉국 수도였던 곳으로 한국전쟁의 비극적인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 들녘은 추위를 무릅쓰고 철원을 찾아오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 철원이 남쪽으로 내려가는 철새들의 중요한 기착지로 두루미·독수리·기러기를 비롯해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날머리는 ‘송대소 주차장’(원점회귀)

전망대에서 내려와 은하수교를 건너면 아까 트레킹을 시작했던 주차장이다. 한여울길을 따라 태봉대교까지 갔다가 물윗길을 이용해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그건 그렇고 주차장에는 ‘철원 DMZ마켓(사진은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다)’이 열리고 있었다. 가판대에 정성껏 키운 농작물과 손수 만든 치즈와 떡, 그리고 정성을 가득 품은 수공예품 등 가지각색의 물건들을 펼쳐놓았다. 요거트, 팥죽, 메밀전병까지 먹거리 또한 빠질 수 없다. 그러니 아까 입장료를 구입하면서 되돌려 받은 지역상품권은 이곳에서 사용하면 된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조금 더 보태 구입하면 금상첨화일 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