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0코스
여행일 : ‘19. 5. 4(토)
소재지 : 경북 영덕군 영덕읍과 강구면 일원
산행코스 : 강구항(8.0km)→고불봉(8.3km)→신재생에너지전시관(2.5km)→영덕해맞이공원(소요시간 : 18.8㎞, 5시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해파랑길 20코스‘는 영덕의 올레길인 ’블루로드(Blue Road)‘의 ’A코스‘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블루로드‘는 영덕군 남정면의 ’대게누리공원‘을 출발하여 강구항과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해안 ’올레길‘이다. 희망과 사색의 빛깔인 파란 바다를 끼고 걸으면서 영덕의 모든 것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원한 동해바다의 바람은 물론이고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4개 코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중 ’A코스’는 바닷길을 품고 있지 않은 유일한 구간이다. 그러니 기기묘묘한 해안절벽이나 아름다운 해수욕장, 정겨운 어촌마을 등 블루로드가 자랑하는 해안 풍광은 만날 수가 없다. 대신 이 구간은 걷는 내내 진한 솔향이 함께 한다. 그 내음에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가득함은 물론이다. 고불봉에서의 빼어난 조망과 이곳 영덕의 자랑거리인 ‘풍력발전단지’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너무 길다는 점은 단점이라 하겠다.
▼ 들머리는 강구다리 남쪽 입구(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83-9)
당진영덕고속도로(청주-영덕) 영덕 IC에서 내려와 7번 국도를 타고 포항방면으로 내려오면 강구항에 이르게 된다. 잠시 후 국도는 강구항을 떠나게 되는데 그 직전에 만나게 되는 강구다리(江口橋)가 오늘 트레킹의 들머리가 된다. 들머리 오른편에 강구파출소가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참! 다리 앞 사거리의 왼편 모퉁이에 해파랑길 안내도와 스탬프보관함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 강구다리를 건너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대게 조형물이 설치된 저 원형건물의 1층에 ‘블루로드’의 스탬프를 찍은 곳이 있다지만 그냥 통과해버린다. 해파랑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로드의 지도에 여섯 개의 스탬프를 받아올 경우 기념메달을 선물한다는 것을 알고서는 후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블루로드가 해파랑길과 겹쳐있으니 스탬프를 찍는 번거로움을 조금 감수했더라면 또 다른 추억거리를 간직할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 다리를 건너다보면 오른편 난간 너머로 ‘강구항’이 펼쳐진다. 강구항은 김주영의 장편소설 ‘천둥소리’의 배경이며 인기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졌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게가 더 유명하다 하겠다. 항구를 낀 거리에는 영덕 대게 상가 300여개가 성업 중이란다. 대게 철인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저곳은 번잡한 도심으로 변하는데 이때는 ‘눈에 밟히는 게 대게’라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대게 찌는 냄새가 항구 전체를 뒤덮을 정도라는 것이다. 참고로 ‘강구(江口)’라는 지명은 ‘오십천’의 강어귀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 왼편에는 강구대교(江口大橋)가 나란히 오십천을 건넌다. 지금 우리가 건너고 있는 옛 다리인 강구다리(江口橋)의 노후화로 인해 2.5톤 이상 차량의 통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새로 놓은 다리이다. 그나저나 강구대교는 범선(돛단배) 조형물을 머리에 이고 있다. 길이 120m에 높이가 19m로 마치 범선을 타고 강구항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6800여개 전등을 달아 야간에는 빛의 잔치도 벌인단다. 그래서 이름까지도 ‘빛의 항해’라고 붙여 놓았다. 조형물의 양쪽에 음악 분수까지 설치해 놓았다니 낮 보다는 밤이 제격인 다리라 하겠다.
▼ 집게발을 벌리고 까맣고 단단한 눈으로 인사를 건네는 대형 게 모형이 바라보이는 강구다리를 건너면 사거리가 나온다. 개의치 않고 직진하다 ‘T’형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끄트머리에 ‘사계절 대게 직판장’이 보인다면 제대로 길을 찾은 셈이다.
▼ 새마을금고를 지나 ’진이네 분식‘ 앞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골목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영덕 블루로드‘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마을안길을 잠깐 걸었다싶으면 이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 가파른 오르막길을 잠시 오르면 육각정자(이정표 : 해맞이등산로 입구 330m/ 붕붕 대게어판장 180m)가 길손을 맞는다. 유리벽을 두른 것으로 보아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가 아닐까 싶다. 하긴 강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조망까지 좋으니 쉼터로서 이만한 곳도 없겠다.
▼ 조금은 경사가 누그러진 오솔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또 다른 정자가 쉬었다가라며 손짓을 보내온다. 이번에는 팔각(八角)에다 예스런 멋까지 보탰다. 정자 옆의 도로로 내려서서 왼편으로 잠시 내려가면 저만큼에 탐방로의 입구가 보인다. 산자락으로 파고드는 나무계단의 입구에는 블루로드 안내도와 이정표(금진다리 2.5㎞/ 강구항 1.9㎞) 외에도 흙먼지 털이기’를 설치해 놓았다. 그만큼 블루로드를 찾는 강구주민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15분이 지났다.
▼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강구대교 갈림길’(이정표 : 고불봉→ 7㎞/ 강구대교← 0.7㎞/ 강구항↓ 0.5㎞)을 만나게 되고, 이후부터는 한두 사람이 어깨를 마주하고 걸을 정도의 소나무숲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오래내림이 반복되지만 경사가 평지와 다름없으니 걷기에 딱 좋은 구간이라 하겠다.
▼ 탐방로는 운동기구를 갖춘 쉼터를 여러 곳에 끼고 있다. 운동기구는 물론이고 정자에 벤치, 심지어 어떤 곳은 식탁과 평상까지 거느리고 있다. 걷기가 하도 편하다보니 그 부족량을 운동으로 채우고 가라는 모양이다.
▼ 금진택지 갈림길(이정표 : 고불봉↑ 6.3㎞/ 금진택지→ 0.5㎞/ 강구항↓ 1.1㎞) 등 두어 곳에서 갈림길을 만나기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정표는 물론이고 해파랑길의 표지판과 블루로드 표지판, 거기다 해파랑길 특유의 리본까지 팔랑거리고 있어 길이 헷갈릴 일은 전혀 없다.
▼ 솔 내음을 맡으며 기분 좋게 걷자 예쁘고 튼튼하게 생긴 금진구름다리가 보인다. 트레킹을 시작하고 50분쯤 지난 지점이다. 금진다리는 영덕읍과 바닷가 해안을 이어주는 금진도로(지방도)를 건네주는 보행자 전용의 다리이다. 길을 내면서 사람이 끊어놓았던 마룻금을 인간의 손으로 다시 이어놓은 셈이다. 참! 누군가는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봉화산을 지난다고 했지만 눈으로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정상석이나 안내판 등 그 어떤 표식도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금진다리를 지나면서 탐방로는 심술을 부리기 시작한다. 능선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 가파름이 아까보다 훨씬 더 가팔라지는 것이다, 그게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던지 바닥에 통나무계단을 깔아놓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덜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런 깊은 골이 수도 없이 나타나니 무척 힘든 구간이라 하겠다.
▼ 챙겨간 막걸리를 마시고 일어서다보니 ‘동해바다가 잘 보이는 봉우리’라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하지만 동해바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 엉터리라 하겠다. 주변의 나무들이 그동안 많이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바다가 잘 안 보이는 봉우리’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블루로드의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정표의 거리표시가 하도 들쭉날쭉해서 눈대중조차 할 수가 없었다.
▼ 능선은 전체가 숲으로 덮여있는 탓에 전혀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조망도 없는데다 변화까지 없다보니 저런 안내판까지도 반갑다. 멧돼지, 고라니에 뱀까지 자주 출몰한단다. 뱀을 싫어하는 나로 봐서는 때를 잘 맞추어 찾아왔다고 봐야겠다.
▼ 아무런 볼거리도 없이 고달프기만 한 길을 한 시간 남짓 걸었을까 고불봉 아래에 있는 삼거리(이정표 : 고불봉↑ 0,2㎞/ 풍력발전단지→ 7.4㎞/ 강구항↓ 8.0㎞)에 이른다. 고불봉은 전면의 가파른 오르막길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상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곧장 풍력발전단지로 향하면 된다. 참! 오는 도중에 ‘하금호 갈림길’(이정표 : 고불봉↑ 2.9㎞/ 하금호← 0.8㎞/ 강구항↓ 4.5㎞)과 ‘숭덕사 갈림길’(이정표 : 고불봉↑ 0.9㎞/ 숭덕사← 0.8㎞/ 강구항↓ 6,5㎞) 등의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깜빡 빠뜨릴 뻔했다.
▼ 삼거리를 지나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금세 땀이 날 정도로 급경사이다. 그렇게 잠시 치고 오르자 또 다른 삼거리(이정표 : 풍력발전단지→/ 강구항↓)가 나온다. 이정표의 풍력발전단지가 오른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정상을 찍고 난 다음에는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게 10분 남짓을 진행하자 드디어 고불봉(高不峰) 정상이다. 무인산불감시탑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만든 ‘정상석(해발 235m)’과 이정표(강구항 8,4㎞/ 못골 0.8㎞/ 신세계아파트 1.0㎞) 외에도 정자와 벤치, 운동기구 등의 편의시설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왕에 나왔으니 고불봉에 대한 문헌도 참고해보자. 영덕 화림산 일맥이 천천히 달려 내려와 무둔산 자락에서 숨을 고르며 영덕의 정기를 받아 동으로 다시 달려 봉우리를 만드니 이것이 곧 고불봉이란다. 동해에서 떠오른 보름달이 두둥실 봉우리에 걸치면 봉우리도 둥글고, 달도 둥글다 하여 망월봉(望月峰)으로도 불린단다.
▼ 이곳 고불봉은 예로부터 경치가 곱기로 소문났었다고 한다. 그런 풍경을 보고 옛 사람들은 ‘불봉조운(佛峰朝雲)’이라 부르며 ‘영덕팔경’의 하나로 꼽았단다. 옛날 동해의 붉은 해가 심해 깊숙이 잠겨 있고 그 붉은 기운만이 적막강산을 휘감을 때 붉은색 비단이 덮이듯 새벽 구름에 싸여 있는 봉우리라는 것이다. 영덕에 유배 온 고산 윤선도는 이런 풍경에 반해 고불봉 밑에 유배소를 정하고 ‘고불봉(高不峰)’이란 시를 남기기도 했단다. 정상석 바로 옆에 그의 시판(詩板)을 세워놓았으니 한번쯤 읽어볼 일이다.
▼ 구릉(丘陵)처럼 밋밋하게 생긴 고불봉(高不峰) 정상은 일부러 조성한 철쭉 꽃밭이 빙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이다. 정자는 물론이고 벤치에다 운동기구까지 여럿 배치한 것이 영락없는 산상공원(山上公園)이다. 누군가는 돌탑까지 쌓아 놓았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첩첩이 쌓인 산봉우리들 위에는 열 손가락으로는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풍력발전기들이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돌리고 있다. 그 너머의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 고개를 돌리니 영덕 읍내와 영덕읍을 가로지르는 오십천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 아까의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왼편으로 향한다. 진행방향의 능선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들을 바라보며 걷는다고 보면 되겠다. 이 구간은 통나무계단을 놓아야만 했을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 잠시 후 삼거리에 내려선다. 벤치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한 삼거리에는 이정표(풍력해맞이단지↑/ 강구항→/ 고불봉↓) 외에도 안내판 하나를 더 세워두었다. 블루로드는 고불봉이 정규코스가 아니란다. 다녀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구간이 경사가 심하니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당부까지 적고 있다. 아까 고불봉으로 오르면서 만났던 삼거리에는 이런 안내판이 분명 없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고불봉을 다녀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표정은 지금 어떻게 변해있을까?
▼ 삼거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또 다시 가팔라진다. 이번에는 길가에 밧줄난간까지 설치해 놓았다. 그런 가파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 이어서 나타나는 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서면 집수장으로 보이는 시설 아래에서 아스팔트가 깔린 이차선 도로(이정표 : 환경자원관리센터→ 0.65㎞, 풍력발전단지 6.5㎞/ 고불봉↓ 1.3㎞)를 만난다. 정상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이곳에서는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도로를 따른다. 걷기가 편해지긴 했지만 속도를 내서 달리는 차들이 많으니 안전에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250m쯤 걸었을까. 길 건너에 영덕환경자원관리센터 입간판을 두고 곧장 좌측 산길을 오른다. 나무계단이 놓여있는데다 블루로드 안내판과 이정표(산림생태공원 3.8㎞/ 해맞이 등산로 0.2㎞)까지 세워져 있으므로 길을 못 찾을 염려는 없다. 하지만 난 환경자원관리센터 앞으로 난 임도를 계속해서 따를 것을 권하고 싶다. 새로 내놓은 듯한 이 길을 따를 경우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길을 꽤나 길게 돌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억에 남을 만한 볼거리도 보여주지 못하니 일부러 고생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 10분 남짓 올랐을까 데크전망대(이정표 : 산림생태공원 3.3㎞/ 해맞이등산로 0.7㎞)가 길손을 맞는다. 강구항이 눈에 들어오지만 아까 고불봉 정상에서 보았던 것에는 훨씬 못 미친다.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떠버리는 이유이다.
▼ 전망대 뒤의 고개를 넘으니 탐방로는 또 다시 가파르게 변한다. 바닥에 침목계단을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길 양쪽에 밧줄난간까지 매어놓았다면 대충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게 잠시 내려서자 아까 환경자원관리센터 앞에서 헤어졌던 임도(이정표 : 산림생태공원 3.0㎞/ 해맞이등산로 1.0㎞)를 다시 만난다. 산자락으로 들어선지 27분만이다. 이후부터 탐방로는 대형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한 임도를 따른다. 산허리를 휘감고 굽이굽이 도는 임도지만 볼거리는 별로이다. 기껏해야 길가에 세워진 정자와 맞은편 능선을 점령하고 있는 풍력발전기들이 다라고 보면 되겠다. 아니 산자락에 들어선 자작나무 숲의 눈부신 하얀빛도 볼거리로 쳐도 되겠다.
▼ 지칠만하면 불쑥 쉼터가 나타나고, 덥다 싶으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그렇게 1시간 남짓 걷자 드디어 풍력발전단지가 나타난다. 사계절 바람이 많은 이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시설이다. 풍력에너지라는 특수한 부존자원을 십분 이용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나저나 단지에 들어서자 비행기가 날아갈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 소음이 들려온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어떤 사람은 오락실 게임에서 마사일을 발사할 때 나는 소리와 같다고 했다. 참고로 이 발전단지는 발전용량 1.65메가와트(megawatt)짜리 발전기 24기가 들어서있어 시간당 39.6㎿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일반가정 2만 가구에서 월 400Kwh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란다. 영덕군이 2016년3말 기준으로 20,113세대였으니 영덕군민 전체가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보면 되겠다.
▼ 이 단지는 전기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이색적인 관광지로도 제공된다. 바람을 이용한 24기의 바람돌이들과 함께 잘 꾸며진 정원과 공원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야외공연장과 별반산봉수대, 해맞이오토캠핑장, 대표문인들의 시비(詩碑)까지 보인다. 그야말로 영덕의 에너지와 전시, 문화와 역사가 총망라된 셈이다. 탐방로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 만들어진 이 출렁다리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보면 되겠다.
▼ 임도로 되돌아와 다시 탐방로를 따른다. 그러다가 ‘정크트릭아트전시관’이라는 생소한 풍경을 만난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평면의 그림으로 놀라운 착시 효과까지 준다고 한다. 부모와 함께 나들이 나온 아이들에게 딱 맞는 장소라 하겠다.
▼ 단지를 통과하다보면 곳곳에서 발전기를 만난다. 위풍당당한 발전기들 앞에 서면 그 규모에 압도당한다. 하긴 한쪽 날개의 길이가 41m에 이르는데다 최대 높이가 무려 80m에 이른다니 어디 이를 말이겠는가. 포토죤(photo zone)도 가끔 보인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하얀 거인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보라는 배려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 영덕의 명물인 대게를 빼먹었을 리가 없다. 앉을 자리를 아예 대게 조형물로 만들어놓았다. ‘대게’를 벗어난 영덕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는 의사표시가 아닐까 싶다.
▼ 조각공원도 보인다. 여러 조각상 중에 대게발의 오브제가 가장 눈길을 끈다. 참! 단지 주변에 나무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어리다는 것을 깜빡 잊을 뻔했다. 1997년 대형 산불이 났던 탓이란다. 영덕 해맞이공원도 산불이 나서 폐허가 됐던 자리에 조성한 공원이란다.
▼ 곳곳에 바다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만들어져 있다. 해돋이의 명소로도 널리 알려진 지리적 이점을 살릴 의도였을 것이다. 아무튼 낯선 모습으로 서 있는 발전기와 함께 바라보는 일출은 이국적이라고 한다.
▼ 청소년해양체험관 앞을 지나다 이곳 풍력발전단지의 또 다른 볼거리라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과 경상북도 기념물 제37호인 별반산봉수대를 둘러보지 못했음을 알아차린다. 너무 서두르다보니 그냥 지나쳐버렸던 모양이다. 하긴 해파랑길 20코스가 18.8㎞나 되는데다 걷는데 주어진 시간까지도 빠듯했으니 그랬을 만도 하다.
▼ 매점이 들어있는 ‘경북동해안국가지질공원 영덕홍보관’ 건물 옆에는 윤선도의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 그 옆에는 해설판도 보인다. 아까 고불봉에서도 얘기했듯이 영덕으로 유배를 온 윤선도는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여러 편의 시를 남겼다고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비까지 세워놓은 모양이다.
▼ 해파랑길이 오른편으로 방향을 트는 곳에 동해안 일대의 여성 놀이 가운데 하나인 ‘영덕월월이청청’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15, 16세쯤 되는 처녀들과 새댁들이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노는 원무(圓舞)로서 음력 2월 보름날 밤에 가장 절정을 이루는 여성 집단놀이라고 한다. 이 놀이는 전라도 해안지방에 전승되는 ‘강강술래’와 흡사한데, 해안선을 따라 동해안의 영일·영덕지방에까지 분포되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노물리 이외에는 전해지지 않는단다. 다른 주장도 있다. 영덕지방이 옛날부터 왜구가 자주 침범했고, 임진왜란 때에는 왜장 가토(加藤淸正)가 지나간 곳이라 하여 ‘월월이청정(越越而淸正)’이라 쓰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밝은 달밤에 논다고 하여 ‘월월이청청(月月而淸淸)’으로 적기도 한다.
▼ 영덕월월이청청 앞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동해안 쪽으로 진행한다. 풍력발전단지를 통과하는데 40분이 걸린 셈이다. 이젠 10분 남짓 소요되는 아스팔트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 그렇게 10분쯤 내려갔을까 진행방향 저만큼에 ‘창포말등대’가 보인다. 등대 너머 먼 바다에는 어선 판 척이 거친 파도를 헤치고 있다. 어선은 결코 자연과 대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결위에서 유연하게 흔들릴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도 꼭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
▼ 조금 더 내려가자 바닷가 벼랑위에 걸터앉은 ‘창포말등대’가 그 속살을 내보인다. 그런데 등대가 일반적으로 보아오던 평범한 등대가 아니다. 등대 기둥을 대게의 집게발이 감싸면서 빨간 윗부분을 받치고 있는 모양새이다. 대게의 고장이어선지 등대 하나에도 이 고장 영덕만의 독특한 모양으로 빼어난 멋을 부렸다. 참! 위의 빨갛고 둥근 것은 해를 형상화한 것이라니 기억해 두자.
▼ 등대 아래에 조성해놓은 광장에서도 ‘대게’의 조형물이 여행객을 반긴다. ‘바다의 헌장’을 적은 빗돌이 한쪽 면을 장식하고 있는 광장의 중앙에 대게의 집게발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튼튼한 집게발이 영덕의 상징인 양 파르스름한 빛깔을 띤 채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 이젠 20번 지방도를 따라 해맞이공원으로 향한다. 차량이 많이 달리는 도로이지만 탐방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으니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도 데크와 철제조형물로 장식까지 되어 있으니 주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걷기만 하면 될 일이다.
▼ 트레킹의 날머리는 ‘영덕 해맞이공원’
그렇게 5분 정도를 진행하자 해맞이공원에 도착하면서 오늘 트레킹의 종료된다. 길가 작은 공간에 주차장을 조성하고 해안 쪽에는 데크전망대를 만들었다. ‘영덕해맞이공원’이라는 표지석도 세웠다. 그만큼 해맞이하기에 좋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난간 너머로 뻥 뚫린 시선이 저 멀리 태평양 바다까지 닿을 것 같다. 쪽빛 바다가 파란 하늘과 어울리며 가슴까지 후련하게 만들어준다. 그나저나 오늘 트레킹은 5시간이 걸렸다. 18.8㎞에 이르는 구간 대부분이 산길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꽤나 빨리 걸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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