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 17코스
여행일 : ‘19. 3. 16(토)
소재지 : 경북 포항시 남구와 북구 일원
산행코스 : 송도해변(3.1km)→포항여객선터미널(5.0km)→여남동숲길(5.4km)→포항영일신항만(4.4km)→칠포해변((소요시간 : 전체 17.9㎞중 10.5㎞를 2시간20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포항의 송도해변(평화의 여신상 광장)을 출발해 영일대해수욕장(북부해변)과 여남동 숲길, 포항 영일신항만을 거쳐 칠포해변에 이르는 17.9㎞의 ’해안둘레길‘이다. 총 여섯 개 코스로 이루어진 포항구간 중 하나인 17코스는 포항을 대표하는 영일대해수욕장과 바다 위에 세워진 누각(樓閣)인 영일대, 테마파크인 환호해맞이공원이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특히 영일대해수욕장이 들어있는 북부해변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조각품들은 그중에서도 백미(白眉)라 하겠다. 공업도시 포항이 예술의 도시 포항으로 탈바꿈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환호해맞이 공원을 지나면서부터는 특별히 눈에 담을만한 풍경이 사라져 버린다. 특히 영일신항만에서 칠포해변에 이르는 산업단지 및 모래사장 구간은 지루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우리 부부가 별다른 고민 없이 이 구간의 걷기를 생략해버린 이유라 하겠다. 은퇴 후 포항에서 거주하고 있는 옛 동료와의 식사 약속을 위해 일부 구간을 생략해야만 했는데, 이때 선답자들이 남긴 후기를 참조했기 때문이다.
▼ 들머리는 포항 평화의 여신상 광장(포항시 남구 송도동)
울산고속도로 남포항 IC에서 내려와 28번 국도를 타고 형산강변까지 온 다음, 유금 IC(경주시 강동면 유금리)에서 7번 국도로 옮겨 포항시내로 들어간다. 이어서 대잠교차로(포항시 남구 대잠동)에서 오른편 희망대로를 따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희망의 여신상‘이 세워진 광장에 이르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니 월계수를 든 평화의 여신이 2주 만이라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 가로수 삼아 심어놓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인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트레킹이 시작된다. 바닷가 쪽으로 설치해 놓은 예쁘장한 조형물 몇 개가 눈길을 끈다. 송도해변을 배경삼은 인증사진이라도 남겨두라는 포토죤(photo zone)일 것이다.
▼ 일기예보에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일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는지 오랜만에 시야가 툭 트인다. 덕분에 영일대가 있는 ‘북부해수욕장’은 물론이고 환호해맞이공원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고개를 돌려보면 포항제철의 위용과 함께 영일만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더 가까이는 몇몇의 강태공들이 시간을 낚으면서 만들어내고 있는 한가한 풍경도 눈에 띈다.
▼ 해안산책로의 끄트머리에는 ‘S’자 모양의 조형적 건축물이 하나 지어져 있다. ‘송도 워터폴리(Water Folly)’란다. 폴리(Folly)란 자연풍경이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공들여 지은 구조물을 말한다. 송도 워터폴리는 동해와 태평양을 향해 세계로 뻗어 나아가고자 하는 갈매기의 꿈과 비전을 담았다고 한다. 붓의 한 획으로 그린 듯한 S곡선은 갈매기가 미래를 향해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란다. 12.7m 높이의 건물 1층은 물 위의 테크, 2층은 미팅 공간 그리고 3층은 뷰(view)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 탐방로는 ‘워터폴리’ 앞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리고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조금 더 걷자 ‘송도 송림 테마거리’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년쯤 전인가 송도의 기존 아스팔트 도로 자리에 솔 개천과 워터스크린, 바닥분수, 물레방아, 징검다리 등의 다양한 시설들을 만든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이걸 두고 했던 말인가 보다.
▼ 거리의 끄트머리에는 ’동빈큰다리‘가 놓여있다. 요즘은 다리를 놓았다하면 ’대교(大橋)‘가 따라붙는데 순수 우리말로 지어진 이름이라서 한층 더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이름들이 자주 눈에 띄길 바래본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15분이 지났다.
▼ 다리의 오른편에는 ’요트 계류장‘이 만들어져 있다. 저런 계류장은 이곳 말고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만큼 요트가 많은 고장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이곳 포항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넉넉하다는 반증일 테고 말이다.
▼ 계류장 너머에는 ’포항함‘이 정박되어 있다. 몇 년 전 서해에서 피격당해 침몰한 천암함의 원형 모델이라는데 30년 가까이 조국의 영해를 수호하다가 퇴역했다고 한다. 현재는 안보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우리 부부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 옛 동료가 영일신항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찌 한눈을 팔 수 있겠는가.
▼ 반대 방향에는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동빈내항‘인데 탐방로는 항구의 선착장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른다. 참고로 동빈내항은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송도와 죽도, 해도, 상도, 대도 등 5개의 섬 사이로 흐르는 형산강 물과 영일만 바닷물이 맞닿은 아름다운 항구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지난 1914년 여름철 물난리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으면서 물길이 끊어지기 시작했고, 형산강 직강공사가 이뤄지면서 동빈내항으로 연결됐던 형산강 물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이로 인해 다섯 개의 섬들도 이름만으로 섬이었던 것을 기억할 뿐 섬의 흔적은 사라졌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대규모 환경복원사업이 이루어졌다. 동빈내항에서 형산강까지 옛 물길을 다시 연결하는 동빈운하 건설을 핵심으로 동빈부두 정비공사, 송도백사장 복구, 포항구항 해양공원 조성, 포항구항 재개발 등이 포함됐다.
▼ 다리를 건넌 탐방로는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참고로 왼편으로 가면 포항의 또 다른 명물인 죽도시장이 나온다. 점포의 수만 12,000여 개에 달하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공동어시장이다. 먼 옛날 송도와 죽도는 섬이었다고 한다. 특히 죽도는 60년 대 후반까지도 갈대가 우거져 ‘갈대섬’이라 불렸단다. 당시 힘든 삶을 영유하던 사람들이 갈대가 무성한 내항의 습지대에 노전(蘆廛, 露廛)을 폈으니, 이게 죽도시장의 시초이다. 그 시장이 포스코의 발전과 함께 번창해서 지금의 죽도시장으로 변한 것이란다.
▼ 동빈내항에 들어서자 ’포항개항지정기념비(浦項開港指定紀念碑)‘가 길손을 맞는다. 포항 개항(1962년 6월 12일)을 기념하기 위해 개항 다음 해인 1963년에 포항시 구청사에 세운 기념물이다. 포항시의 청사 이전 후 포은도서관 주차장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가 동빈내항의 복원(2009년)과 연계해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이란다.
▼ 길목에는 청동조형물로 농촌과 어촌의 옛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엿장수와 가마니를 지고 가는 농부, 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 나이어린 딸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여인 등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보아오던 옛 생활 모습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 특이한 외형을 지닌 건물은 ’한국예술총연합회‘의 포항지회라고 한다. 주변에 예술 조각품들이 널려있다시피 한 이유일 것이다.
▼ 커다란 ’크루즈 선박(Cruise ship)‘도 보인다. 그렇다고 지중해나 북해를 여행하면서 내가 이용해봤던 크루즈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호텔의 역할을 하는 크루즈는 아니고 그저 배를 타고가면서 식사를 하는 유람선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 탐방로는 오른편에 구항(舊港)의 부두를 끼고 이어진다.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하고 있는데, 출어(出漁)를 준비하는 듯한 어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한 풍경이다. 이를 반영하려는 의도인지 몰라도 길가에 어구(漁具)를 손질하고 있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구항의 예스런 풍경들과 잘 어울린다 하겠다.
▼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건물 못미처에서 길은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대로를 따라 영일대해수욕장(옛 이름은 포항 북부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해양수산청과 포항여객선터미널 때문에 길을 돌려놓은 모양이다. 사진 게재는 생략했지만 해수욕장의 오른편에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하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왕복하는 쾌속선이 저곳에서 출발한단다. ’동빈큰다리‘에서 이곳까지는 20분이 걸렸다.
▼ 영일대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는 ‘워터폴리(Water Folly)’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 영일대의 워터폴리는 고래의 꼬리 모양으로 지어졌는데 ‘안녕! 등에 올라 타렴’이라는 이름으로 만지고 올라타고 놀이하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밤에는 빛나는 야경까지 제공된단다. 워터폴리는 이밖에도 전망대와 등바위 버스킹 무대, 물방울쉼터 등의 주요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 1975년에 개장된 영일대해수욕장(迎日臺海水浴場)은 백사장 길이가 1,750m에 폭은 40~70m, 모래사장의 면적만도 38만㎡에 달하는 동해안에서 가장 너른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이다. 백사장의 모래가 고와 가족단위 피서지로 인기가 높으며 샤워장과 탈의장, 무료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 해안산책로는 아예 예술 공원으로 꾸며놓았다. 수많은 조각품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영일대 해수욕장 테마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이라는데,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에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의 다섯 개 부문 중 하나인 ‘누리쉼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 상은 주민들이 쾌적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한 단체와 지자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이 가운데 ‘누리쉼터상’은 자연환경과 조화되는 공간 환경을 만든 장소에 수여한다.
▼ 그런 노력들은 수문(水門)까지도 예술품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 수문을 지나면 바다 위의 누각인 ‘영일대(迎日臺)’가 보이기 시작한다. 남해바다를 지킨 이순신장군의 동상을 지나 ’영일교‘라는 돌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지평선을 향해 뻗어 나갈 듯 바다 위에 세워진 ’영일대‘가 있다. 영일대는 바다 위에 세워진 2층의 전통 누각(樓閣)이다. 해변으로부터 100m쯤 떨어진 바다까지 돌다리를 놓고 그 위에다 전망대를 겸한 누각을 세웠다. ‘한국의 정서를 담고’, ‘바다 위를 걷다’라는 컨셉(concept)이란다. 해수욕장에 들어선지 30분 만에 영일대에 도착했다. 조각품들을 보느라 걸음이 많이 더뎌졌던 모양이다.
▼ 이층으로 오르면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동해의 너른 바다는 물론이고, 오른편으로는 포항제철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여기서 바라보는 포항제철의 야경(夜景)은 ’포항 12경‘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는데 시간대를 맞추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참로고 ’포항 12경‘는 ’호미곶 일출‘과 ’내연산 12폭포 비경‘, ’운제산 오어사 사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영일대&포스코 야경‘, ’포항운하‘, ’경상북도수목원 사계‘,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철길숲 &불의정원‘, ’죽장 하옥 계옥의 사계‘, ’장기읍성&유배문화체험촌‘,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등이 꼽힌다.
▼ 건너편에 위치한 ’두호항(斗湖港)‘은 아예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200척의 레저선박을 계류할 수 있는 마리나(marina) 항구라고 한다. 참고로 저곳 두호마을(斗湖洞)의 옛 이름은 ‘두무지’였다고 한다. 조선 말기 원님이 그동안 이곳에서 큰사람이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놓은 이름이란다. ‘두호’는 ‘두무지’를 한자어로 옮긴 것이란다.
▼ 영일대에서부터는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어보기로 한다. 명색이 해안둘레길인데 한번쯤은 모래 위를 걸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길을 버리고 걷는 모래사장에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나타난다. 내 발바닥이 닿은 모래밭은 이제 나의 안식의 테두리 안으로 걸어 들어와서는 내 세계의 일부가 된다. 내가 밟은 곳을 구석구석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한낮의 모랫길은 햇볕에 뽀얀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내놓는 그런 길이다.
▼ 두호동 해안도로는 사색하며 걷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는 이 부근에서 화석산지를 만날 수 있다고도 했다. 1300만 년 전에 살았던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되는데 나뭇잎 화석부터 게 화석, 물고기 화석 등 종류가 다양하단다. 환호공원 못 미쳐서 만나게 된다고 했는데 난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환호공원에 포커스(focus)를 맞추다보니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모양이다.
▼ 아까 영일대에서 보았던 요트계류장을 지나자 도로 왼편에서 ’환호해맞이공원‘이 손짓을 보내오고 있다. 첨단과학과 해양·문화·체육 등 여러 테마(thema)로 나눠 꾸며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의 공원과 어린이공원, 전통놀이공원, 미술관, 공연장, 전망대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기에 일단은 올라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눈에 담을 만한 풍광은 만나지 못했다. 그저 되돌아오는 길에 눈에 들어오는 영일만과 포항제철의 전경이 전부라 하겠다.
▼ 도로를 겸하고 있는 방파제의 오른편 바다는 테트라포드(tetrapod, 파도나 해일을 막기 위해 방파제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블록)’가 다시 한 번 파도를 막고 있다. 동해의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그만큼 세다는 증거일 것이다.
▼ 환호마을 앞의 백사장도 역시 갈매기들의 놀이터다. 그만큼 먹잇감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강태공들에게는 만만치 않았던지 오는 길에 들여다본 그들의 그물망 속은 텅텅 비어있었다.
▼ 얼마쯤 걸었을까 이곳이 ‘환호마을’임을 알리는 돌비석이 보이고, 바로 앞 전봇대에는 ‘국토종단 동해안 자전거길’ 이정표가 걸려있다. 해파랑길은 이곳에서 자전거길과 헤어진다는 표시이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타고 여남동의 고갯길을 넘기에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영일대에서 이곳까지는 33분이 걸렸다. 환호공원에 다녀온 시간을 감안하면 25분쯤 걸린 셈이다.
▼ 조금 더 걷자 환호항(環湖港)이 나온다. 작은 어선 몇 척이 정박해 있는 작은 항구이다. 참고로 이곳 ‘환호마을(環湖洞)은 푸른 바다와 산들에 에워싸여 마치 물이 큰 고리처럼 돼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환호마을을 지나면 곧이어 ‘여남마을(汝南洞)’에 이른다. 여씨 집성촌의 남쪽마을이라는 뜻으로, 앞의 환호마을과 합쳐져 법정부락인 ‘환여동(環汝洞)’이 된다. 이곳도 역시 작은 항구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지나왔던 환호항보다는 그 규모가 한참이나 더 크다. 근린 시설로 체육공원과 쉼터용 정자 등도 만들어놓았다. 환호마을 표지석에서 이곳까지는 10분 정도가 걸렸다.
▼ 여남방파제에 다다르기 직전에 있는 ‘시내버스 회차지’ 앞에서 탐방로는 마을안길로 들어선다. ‘여남동해횟집’의 오른편으로 길이 나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오른편의 ‘꿈꾸길’이라는 벽화골목길 안내판을 기점으로 삼아도 될 일이고 말이다.
▼ 인적이 끊긴 마을안길을 통과하자 탐방로는 산속으로 파고든다. 길은 넓지만 인간의 손길을 가미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대신 사방에 쓰레기가 널려있는 지저분한 길이다. 이런 길은 10분 남짓 계속된다.
▼ 능선을 넘어 왼편 임도를 따르면 탐방로는 다시 바닷가로 연결된다. 저 멀리 포항 영일만신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컨테이너 전용부두라고 하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해상크레인이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 바닷가에는 해초를 채취하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해안은 물이 맑아 바다생물이 움직이는 모습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다. 낚시터로 제격이겠다. 그래선지 서너 명의 강태공들이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 바닷가로 내려선지 10분쯤 지나는 곳에서 탐방로는 바닷가를 벗어난다. 그리고는 20번 국도로 올라선 뒤 죽천교를 건너 흥해읍((興海邑)으로 들어선다. 오늘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옛 직장동료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은퇴 후 안락한 노후를 즐기다가 어머님이 노령으로 자리에 누우시자 보살펴드린다며 귀향한지 벌써 몇 해가 지났으니 각박한 요즘 세태에서 보기 드문 효자라 하겠다.
▼ 탐방로는 잠시 후 바닷가로 되돌아간다. 그리고는 ‘죽천리(竹川里)’ 해안도로를 따른다. 이곳 ‘죽천2리’의 원래 이름은 ‘대벌이’라고 한다. 이대(箭竹)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새들이 많이 서식했다는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지을(知乙)’ 마을, 즉 죽천1리와 합쳐져 죽천리가 된다. 그나저나 별다른 특징이 없는 해안길을 따라 2㎞쯤 걸었을까 저만큼에 옛 동료가 보인다. 약속장소인 포항신항까지는 2㎞가까이 남아있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이곳까지 더 와버렸단다. 덕분에 우린 트레킹을 짧게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억울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루한 해안길을 조금 더 걷는 것보다야 반가운 사람과의 만남을 더 오래 갖는 게 훨씬 더 좋았으니까 말이다.
▼ 트레킹 날머리는 칠포해수욕장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결지인 칠포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해파랑길 17코스 종착점이자 18코스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수군만호진이 있던 곳으로 고종 8년, 동래로 옮겨가기 전까지 일곱 개의 포대가 있는 성이라 해서 칠포성(七砲城)이라 불렀던 곳이다. 칠포 절골에 옻나무가 많다고 해서 ‘옻 칠(漆)’자를 쓰서 칠포(漆浦)라고도 했단다. 해안의 바위와 바다색이 옻칠을 한 듯 검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니 참조한다. 해마다 이곳 칠포해수욕장에서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음도 기억해 두자. 그나저나 해파랑길 17코스는 2시간 20분 동안에 10,5㎞을 걸었다. 원래의 길이가 17.9㎞인 점을 감안할 때 많이 빼먹은 셈이다. 조금은 아쉽지만 반가운 이를 만났으니 능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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