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峨嵋山, 737m)-방가산(方可山. 756m)
산행코스 : 가암교→1~5암봉→무시봉→아미산→756봉→돌탑봉→방가산→갈림길→장곡휴양림 (산행시간 : 4시간20분)
소재지 : 경상북도 군위군 고로면과 영천시 화남면의 경계
산행일 : ‘11. 6. 18(토)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높은산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아미산(峨嵋山)과 방가산 종주산행은 아름다우면서도 아찔한 암릉코스(아미산의 전반부)와 포근하면서도 한적한 육산(肉山/ 아미산의 후반부 및 방가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코스이다. 전반부의 암릉코스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내세울만한 것은 없지만, 한번쯤은 둘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코스이다.
▼ 산행들머리는 가암리, 아미산 주차장(駐車場)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 I.C를 빠져나와 68번국도(國道/ 군위, 의성 방면)를 따라 달리다가, 군위읍에서 927번 지방도로 바꾼 후 의성군 금성면을 거쳐 가음면까지 들어간다. 왼편 차창 밖으로 금성산과 비봉산이 바라보인다. 버스는 가음면에서 도로 이름(名)도 검색되지 않는 지방도를 따라 군위군 고로면으로 넘어간다. 왼편의 도로변에 서있는 빙계계곡 안내판이, 아미산을 포기하고 자기를 찾아오라며 꼬드기고 있다. 고로면으로 넘어가는 도로는 비록 도로 한가운데에 노란색으로 중앙선을 그려 놓았지만, 대형버스 2대가 비켜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무척 비좁다. 거기다가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이라는 단어가 금방 떠오를 정도로 구불대고 있다. 고개를 넘으면 가암리, 도로변에 아미산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위천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木橋) 건너로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날을 세운 바위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칼날봉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송곳바위이다. 주차장의 한 켠에 세워진 등산안내도에는 ‘아미산 등산로 안내도’ 밑에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라는 글귀 하나가 더 적혀있다. 아무래도 이 고장이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스님과 인연(因緣)이 깊은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인근에 있는 인각사에서 삼국유사(三國遺事)가 집필되었단다.
▼ 제1봉인 송곳바위를 바라보면서 다리를 건너면 목재(木材)계단이 낯선 이방인들을 맞이한다. 정비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새것같이 깔끔하다. 천천히 5분 정도를 오르면 왼편에 날카롭게 하늘을 향해 치솟은 바위 하나가 보인다. 바로 송곳바위이다. 어느 틈에 올라갔는지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서 하늘을 향해 포효(咆哮)하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부지런하다고 해야 할 지, 아님 부잡(浮雜)스럽다고 해야 할 지 표현하기가 난감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생동감(生動感) 있는 사진을 찍을 수 해 주었으니까... 송곳바위와 어우러지는 위천과 양지마을이 일품이다.
▼ 송곳바위에서 가파른 바윗길을 치고 오르면 능선위에 올라서게 된다. 허리를 세우고 오를 수 없을 정도로 경사(傾斜)가 가파르지만, 길가에 굵은 로프를 연결해 놓았기 때문에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왼쪽 발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진행방향으로 제2봉인 ‘앵기랑 바위’가 우람하게 솟아 있다. ‘앵기랑 바위’ 아래에 매달려 있는 경고판의 위세(威勢)에 눌려, 오른편으로 우회하여 2봉과 3봉 사이의 안부로 올라선다.
▼ 2봉과 3봉 사이 안부의 이정표에 ‘앵기랑 바위’ 방향으로 진행표시가 되어있다.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앵기랑 바위’ 앞에 세워져있는 안내판을 지나 곧장 바위를 잡고 오르기 시작한다. 몇 번의 위험한 곡예(曲藝) 끝에 봉우리 꼭대기 어림에 올라선다. 3봉과 그 뒤의 4, 5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왼편은 수백 길 높이의 아찔한 수직절벽(垂直絶壁), 오른편 저 멀리에 4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아스라이 바라보인다.
▼ 2봉을 내려서서 4봉으로 향하다 보면 왼편에 바위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바위 꼭대기 틈새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에 로프가 매달려 있다. 위험하니 올라가지 마라는 집사람의 잔소리를 뒤로 흘려버리며 냉큼 밧줄을 잡는다. 암벽(巖壁) 전문장비(專門裝備)까지 갖추고 있는 내 눈에는, 이런 정도의 암벽을 오르는 것은 어린애 장난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별 어려움 없이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 올라서자마자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잘 올라왔다는 것이다. 2봉인 ‘애기랑 바위’가 바로 눈앞에 서 있다. 2봉의 빼어난 자태는 이곳이 아니면 결코 조망할 수 없을 것이다. 진행방향으로는 4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갈지(之)자를 만들면서 봉우리를 향해 이어지고 있다. 암봉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의 옷들이 하얀 바위빛깔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 3봉을 내려서서 4봉으로 길을 재촉한다. 이 암릉 구간은 발길 닿는 곳 대부분이 천혜의 전망대여서 따로 전망(展望)포인트(point)를 언급하기 힘들다. 그래도 굳이 한 곳을 꼽을라치면 목재계단과 밧줄구간을 지나면 나오는 5봉의 정상부일 것이다. 저 멀리 키 작은 1호 암봉부터 바로 앞 4호 암봉까지 이어지는 암릉이 용의 등허리에 돋아난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다. 마치 1봉을 머리로 둔 한 마리의 용이, 꿈틀대며 위천 주변 들판으로 나아가는 광경을 연상시켜준다. 그야말로 천혜의 비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곳저곳을 오르내리면서 경관에 취한 탓인지 1㎞도 채 되지 않는 암릉구간을 통과하는 데 1시간 가까이나 걸렸다.
▼ 바위틈 사이에서 자라 짧게 뻗은 소나무 가지들은 분재 같은 모양으로 산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바위로 이루어진 산은 그 자체가 척박하다. 다른 나무가 들어올 수 없는 양지녘에 소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시원찮은 영양공급 때문인지 소나무들은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가냘프게 삶을 영유해 가고 있다. 비록 힘든 삶을 살아가는 소나무지만, 소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인하다.
▼ 짜릿한 암릉구간을 통과하고 나면 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편안한 흙길이 마중 나온다. 아미산과 방가산을 거쳐 하산할 때까지 이런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저 멀리 무시봉이 우뚝 솟아 있다. 무시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예쁘다. 길이 흙길이라서 걷기에 좋을뿐더러, 의미 없는 봉우리는 오르지 않고 오른쪽 사면을 자르면서 능선으로 연결시켜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착한 길이라고 부르고 싶다.
▼ 산은 경사를 높이면서 소나무의 숫자가 적어지면서 참나무가 많아지더니, 이내 온통 참나무 군락지(群落地)로 변해버린다.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돌탑이 보인다. 돌탑에 검정 매직펜(magic pen)으로 ‘무시봉 667m' 또 하나는 '아미산 402m'라고 적혀있다. 앞서가던 일행들이 이곳을 무시봉으로 잘못 알고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곳에 적혀있는 무시봉이라는 안내문은,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라는 의미로 적어 놓은 것이랍니다.‘ 의젓하게 폼을 잡던 분들, 조금은 허망하신지 다들 멋 적은 웃음들을 짓고 있다.
▼ 가짜 무시봉에서 길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10분 정도를 오르면 높이 667m의 무시봉이 나온다. 정상표지석이 서 있으니 물론 진짜 무시봉이 틀림없다. 무시봉은 정상이라 하기엔 주변 조망이 보잘 것 없다. 볼록하니 솟아오른 봉우리의 일반 형태를 벗어나, 밋밋한 분지(盆地)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주변 나무들로 인해 시야(視野)가 트일 수 없기 때문이다.
▼ 무시봉에서 남쪽으로 내리막을 탔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게 된다. 고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오르내리는데 어려움은 없다. 부드러운 흙길을 쉬엄쉬엄 25분 정도 걸으면 드디어 아미산 정상이다. 정상의 한쪽 귀퉁이에 자그마한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곳의 조망도 무시봉과 마찬가지로 별로다.
▼ 아미산에서 방가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내려서야 한다(방가산까지 2.1Km). 300m쯤 간 후에는 다시 왼쪽으로 꺾는다. 이번에는 경사가 제법 심한 내리막이다. 10분 조금 못되게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안부,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길은 경사가 꽤 심하다. 너덜길을 돌아 올라서면 봉우리의 중간쯤에서 왼쪽이 탁 트인 전망대가 보인다. 동쪽과 북쪽으로 보현산에서 뻗어 내린 연봉들이 장쾌한 파노라마를 펼쳐내고 있다.
▼ 애기를 갖기를 원하는 부부들이라면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소원을 빌어도 좋을 듯싶은 소나무, 한 뿌리에서 9개의 가지를 만들어 내었다. 이 정도라면 한번쯤 빌어볼만하지 않겠는가?
▼ 전망대에서 5분만 더 오르면 756봉이다(아미산에서 0.8Km 거리). 정상부에 제단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고, 가운데에 집채만한 바위가 보인다.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서 만든 것일까? 50평 정도 크기의 석축이 바위를 둘러싸고 있다.
▼ 방가산을 향해 완만한 내리막을 5분 정도(200m) 걸으면 굿골삼거리 갈림길. 이곳에서 왼쪽의 급경사 내리막을 타고,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바위 사이를 5분 정도 돌아 내려서면 안부에 닿게 된다. 이어서 다시 10분 가량 가파르게 올라서면 돌탑이 세워진 742m봉이다. 능선은 이 봉우리에서 팔공지맥과 합류한다.
▼ 742봉에서 400m가량 더 걸으면 방가산 정상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분지형태의 정상에 비석모양의 자그마한 정상석과 이정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도 역시 주변의 숲 때문에 조망이 일절 없다. 정상의 이정표는 날머리로 삼으려는 장곡휴양림까지는 5.08Km가 남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 하산은 장곡휴양림으로 방향을 잡는다. ‘반남 박’씨 묘를 지나 약간 미끄러운 내리막에 이어 평평한 능선길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서면 또 하나의 묘가 보인다. 길가에는 복분자(覆盆子)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집사람이 빨갛게 익은 열매를 입에 넣어준다.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가는 길을 멈추고 본격적으로 복분자 사냥을 시작한다. 한 손 가득히 딴 복분자를 집사람의 입에 넣어준다. 집사람 또한 그녀가 딴 복분자를 자기가 먹지 않고 나에게 먹여준다. 이런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일 것이다. 아름다운 산에서 넘치도록 사랑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 복분자 따먹는 재미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삼거리 쉼터에 이르게 된다. ‘복분자를 배부르게 먹다’. 쉽게 이해가 안가겠지만 집사람과 난 복분자를 배가 부를 정도로 많이 따 먹었다. 삼거리에는 ‘휴양림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들어설 때는 입장료를 징수한다.’라는 군위군수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래서일까? 산악회 안내지는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표시해 놓고 있다. 왼편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한데 비해, 오른편으로 접어드는 샛길은 희미하다.
▼ 산행날머리는 장곡휴양림 주차장
오른편 길도 들머리만 희미했을 뿐 막상 능선으로 접어드니 길이 뚜렷해진다. 20분 정도 내려가면 작은 봉우리(570m) 갈림길. 이곳에서 왼쪽 계곡 아래 장곡자연휴양림을 향해 곧장 내려선다. 무지막지한 내리막길, 표현이 다소 심하기는 해도 과히 틀린 표현이 아닐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리막길 끝에는 위혐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나면 능선은 다시 완만해진다. 그 끝에 나무계단이 보이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장곡휴양림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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