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봉(708m)-문덕봉(599m)

 

산행일 : '06. 2. 25)

소재지 : 전라북도 남원시

산행코스 : 내동마을-문덕봉-고정봉-그럭재-두바리봉-삿갓봉-고리봉-방촌마을 

 

 

이번 주말은 조이님을 모시고 고리봉에 다녀왔습니다.

전라북도 남원시에 있는 708m 높이의 바위로 된 산입니다.

 

전북에 있는 이름난 다섯개의 바위산중에서 높이는 제일 낮지만 주능선 길이 암봉과 암릉 및 기묘한 바위로 이루어져 제일 묘미가 있는 바윗길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이 산에 있는 만학골은 약 2Km의 길이로 온통 암반이 깔려있고 그 위에 와폭과 소를 이루고 있고, 유리판 같은 평평한 암반에 명주실 같은 물이 소리없이 반짝이며 흐르는 절경지대랍니다.

얼핏 보면 문득 두타산의 무릉개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물의 양이 적어 규모는 좀 적지만요.  

 

지난주 일주일 동안 스포츠센터가 내부 수리중이라 운동을 못해선지 무지 힘든 산행이었네요. 조이님도 몸이 불었는지 산행 솜씨가 옛날만 못합니다. 땀으로 목욕을 하고, 연신 물달라 타령입니다.

 

500m짜리 두병을 갖고 집을 나섰는데, 휴계소에서 조이님 몰래 한병을 더 샀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물이 부족할뻔했습니다.

왜 몰래 샀느냐구요? 두병이면 충분하다는 조이님 주장이 꽤 거샜거든요. 경험도 부족하면서...ㅎㅎㅎ

요즘 조이님 발언권이 커져가네요. 막무가내... 투정???

 

위의 사진은 멀리서본 문덕봉입니다.

589m인데 이번 구간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전반적으로 산은 마음에 드는데, 중간중간에 필요없는 봉우리가 너무 많아 힘이드는 산이었습니다.

또하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거의 바닥권...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맛은 가히 죽을 맛이지요.

이 근처 산들의 특징이 아닌가 합니다. 진안에 있는 유명한 마이산도 봉우리들이 능선을 이루지 않고 따로따로 떨어져있거든요

 

그러나 이 산은 대부분 소나무들이어선지 괭장히 상큼하더군요.

소나무에서 치톤피트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니만 맞는 모양입니다

 

문덕봉입니다.

선두는 이미 보이지 않네요.

이번 산행은 안내산악회를 따라갔는데, 안내산악회의 특성은 산을 즐기는게 아니고 산과 싸우듯이 산행을 한답니다.

 

점심 싸오는 사람도 없고, 사진찍는 사람도 보기 힘듭니다.

이동중에 알아서 행동식을 먹으니, 도시락 먹다간 이분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답니다. 몇주전에 치악산에 갔을 때와 같이요.

그저 앞만보고 달리듯이 내뺍니다. 그러려면 헬스클럽으로 갈것이지 원~

 

이미 무릎에 통증와 걱정입니다.

조심 조심...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깁니다.

조이님도 발이 아프다고 투정입니다.

눈에 땀이 들어갔다나요? 다른 때와 다르게 땀을 많이 흘립니다.

 

 

문덕봉에는 일행중 몇명이 사진을 찍고있습니다.

아마 회사 동료들... 이분들도 안내산악회를 처음으로 따라왔는지 제법 여유를 부리네요.

아니나 다를까? 고리봉은 올라보지도 못하고 강제 탈출입니다.

 

저희 뒤에 보이는 저수지가 금풍제입니다.

제법 큰 저수지인데 여기서 보니 적게 보이는군요

근처 용동마을에서 부터 걸어서 산행을 시작하게 된답니다

 

 

푯말에 그락재가 보이지요?

능력이 제일 떨어지는 사람은 저기서 탈출을 한답니다.

그럼 3시간 반짜리 산행이 되는 거지요.

그러나 종주의 의미를 두지 않는 산행이라면 전 여기서 하산하라고 권하고 싶군요.

산세나 조망이 문덕봉이 제일 나아서, 나머지 구간은 큰 의미가 없거든요. 힘들기만 하지...

 

 

삿갓봉 가는 길목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온통 바윗길입니다. 아슬 아슬... 꽤 위험한 길이랍니다.

 

 

앞으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입니다.

멀고도 험한... 저 무수한 봉우리를 넘어야 하다니...

 

왜 전 이런 힘든 일을 하고 있을까요?

그냥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봐도 될텐데...

 

대답은 단 하나...해냈다는 '성취욕'이랍니다

정상에서의 심호흡을 해본 사람이라면 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것입니다.

 

올려다 보는 세상이 아닌, 내려다 보는 세상은

저를 한껏 부추켜주니까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뒷편 봉우리가 문덕봉입니다.

절벽이지요? 저 절벽을 내려왔답니다.

바윗줄과, 크랙에 의탁하면서...

 

뒷 배경이 아름답지요?

문덕봉 구간은 온통 저런 모습이랍니다.

기암괴석... 구간이 조금 위험하지만 대신 아름다움을 저희에게 선사하네요

 

간식으로 가져간 떡을 먹다가...

순간 포착... 천지난만하지요?

 

아직도 문덕봉 구간입니다.

위험... 또 위험... 그러나 재미는 만땅이랍니다.

 

문덕봉 전경...

온통 바위에, 온통 소나무입니다.

좋은 것이 쌍으로 겹치니 더 좋을 수 밖에요.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삿갓봉입니다.

오르는 길목의 바윗길에 밧줄이 걸려있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629m 높이인데 꼭대기가 다른 봉우리와 달리 흑으로 덮여있네요.

 

그 넘어에 보이는게 고리봉입니다.

 

고리봉입니다

709m인데 오르는 길이 꽤 위험합니다.

밧줄이 걸려있으나 얇아서 도통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만일 떨어진다면 밑은 낭떠러지이니까요.

줄만 믿지 말고 한손은 바위의 그랩을 잡으라고 조이님께 말하지만 바위에 서투른 조이님은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별 수없이 한손으론 바위를 잡고 위태롭게 조이님을 끌어오릴 수 밖에... 으휴~ 힘들어!

 

고리봉 중턱에서 잠깐 짬을 내봅니다.

다리도 아프니 잠깐 쉴 겸해서... 조이님 얼굴은 이미 사색입니다.

평소에는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오늘따리 무지 힘들어하네요

쉬엄쉬엄... 조이님 컨디션에 맞게 속도를 조절해 봅니다.

 

그럼 조이님을 앞세우냐고요?

물론 아니랍니다. 리딩 경험이 없는 조이님, 툭하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니 앞세울 수도 없답니다.

그저 제가 알아서 보조를 맞추는 수 밖에요

 

마지막 봉우리입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네요.

그럼 수월하겠다고요?

 오~ 노! 쇼트트랙 선수 이름은 아닙니다

내려가는 길이 무릎에 훨씬 무리를 주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발에 물집이 생겼다는 조이님...

제 발 바닥도 감각을 잃은지 이미 오래랍니다.

무릎도 얼얼...

 

그래도 정상에 도착했고, 종주를 완성했다는 포만감 때문인지 조이님 표정이 밝네요.

금방 이어지는 하산길의 지루함에 죽을 상으로 변햇지만...

 

참 고리봉은

옛날 섬진강을 따라 남원 밑에까지 배가 들어왔었고,

그 때 배를 묶어 두려고 바위를 뚫어 고리를 만들었다는군요

 

물론 옛사람들의 뻥이니 믿거나 말거나이지만요 ㅎㅎㅎ

 

저희가 지나온 길입니다.

저 많은 봉우리들을 지나왔느니 힘든게 당연하지요

오늘 걸은 길이 15Km정도... 꽤 먼 거리입니다.

그 힘든 길을 포기하지 않고 저흰 완주했습니다.

중간에 포기 하고도 싶었지만,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는 산이기에 모든 봉우리를 다 밟아보고 싶었고, 해냈답니다.

 

6시간...

쉬지 않고 걸어 6시간 걸렸으니, 꽤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속도전에 지친 저희의 맹새 "다신 안내산악회 안 따라 나선다"

그러나 또 나설 수 밖에 없을 걸요?

마음에 드는 산을 간다는데 안 따라나설 장사는 없을테니까요

 

지리산 쪽으로 랜즈를 맞추어보지만

조망이 좋지 않아 그저 뿌옇네요...

지리산은 우릴보고 직접 찾아와 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아~ 참!

이번 산행의 느낌표가 하나 빠져있네요.

 

만학골...

누군가 늦은 나이까지 공부를 해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요?

이름이야 어떻든 골짜긴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천려일실...

이정표가 눈을 찌뿌리게 하는군요.

원래 이정표는 어디에서 어디까지르 나타내 주는게 상식입니다.

양방향의 거리를 표기해야한다는 말이지요.

 

일로치면 고리봉까지는 몇Km가 남았고, 반대편 하산지점인 방촌리는 몇Km가 남았다고 표기해야 자기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 줄을 알고 산행 속도등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곳의 이정표는 오로지 고리봉으로만 표기가 되어있네요.

이왕에 국가 예산을 사용했으면 최고의 효과를 거두어야할텐데도요.

 

뭔가를 하는 사람은 심사숙고해서 실수가 없도록 해야하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며, 저에게 또 하나의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