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大芚山, 878m)


산행코스 : 대둔산 주차장→금강구름다리→삼선구름다리→정상(마천대)→허둥봉(서각봉)→깔딱재→220계단→선녀폭포→수락리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전라북도 완주군과 충청남도 금산군, 논산시의 경계

산행일 : ‘10. 11. 7(일)

같이한 산악회 : 뫼솔산악회


특색 : 노령산맥의 북부 殘丘群으로서 수십 개의 봉우리가 6Km에 걸쳐 奇巖怪石을 이루며 솟아 아름다운 山河를 만들어 내고 있다. 湖南의 금강산이라 일컬으며 전북과 충남에서 모두 道立公園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교통이 편해진 이후로, 몰려드는 인파들 때문에 산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으나, 산을 찾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  산행들머리는 대둔산 ‘주차 매표소’

대전-통영고속도로의 금산 I.C에서 빠져나와 금산읍 시가지를 통과한 다음, 68번 국도를 따라 진산면사무소에서 좌회전, 17번 국도 완주군 운주면 방향으로 진행하면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이 왜군과 싸워 大勝을 거두었던 배티재 고갯마루에 닿게 된다. 이곳을 들머리로 삼아 낙조대를 거쳐 정상인 마천대에 이를 수도 있으나(금남정맥을 답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둔산 관광호텔’이 있는 대둔산 주차장을 산행 들머리로 삼는다. 주차장의 매표소를 지나 케이블카 搭乘場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왼편엔 대형주차장, 그리고 오른편으로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산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케이블카 搭乘場所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단풍산행이 시작된다. 지금은 바야흐로 단풍시즌이 절정에 다다른 시절, 가을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대둔산은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산 전체를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등산로는 ‘동학농민혁명 대둔산 항쟁 기념비’를 왼편에 끼고 이어진다.

 

 

 

 

 

 

▼  저 아름다운 단풍, 황홀한 가을 戀書로 여겨지는 낙엽 그 자체는 화학물질이 빚어낸 색소작용일 뿐이다. 그저 休止에 접어들기 위한 ‘버림’의 과정일 뿐이다. 다만, 사람들은 여기에다 낭만, 허무를 이야기하고 色調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을 따름이다. 

 

 

 

 

 

▼  산행 들머리에서 정상인 마천대까지는 거리상으로 채 2km도 되지 않는 구간이다. 그러나 곧바로 깨닫게 된다. 山중에서 바위산은 결코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내리막길 하나 없는 오르막길의 연속, 그리고 꼭대기에 오르기까지 수없이 마주치는 계단들이 이곳이 바위산임을 깨닫게 만들어준다.  조붓하게 흙길을 걷는 豪奢는 결코 누릴 수 없다. 이왕에 힘든 길, 운동 삼아 속도를 조금 더 내보려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등산로를 꽉 매운 인파로 인해 앞사람을 추월해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  동심바위,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 바위를 찾았다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이 바위 아래서 지냈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이 바위의 어디에서, 그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발견했을까????  

 

▼  금강구름다리, 인파속에서 헤매다가 맑은 공기가 그리워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위에 금강구름다리가 가로놓여 있었다.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에 놓인 금강구름다리는 지상 80m 높이에 50m 길이로 설치된 철재 현수교이다. 발아래의 철제 구멍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세상이 제법 무서울 만도 하건만, 구름다리위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한꺼번에 200명 이상이 오르면 위험하다던데... 설마 흔들거나 장난치는 사람들은 없겠지?

 

 

 

▼  삼선구름다리, 결코 용기가 없으면 오르지 마시라... 다리라기보다는 차라리 '사다리'라고 불러야 맞는 다리이다. 50도가 넘는 경사이니 당연히 뒤돌아보는 것은 금물, 그러나 용기를 내어 뒤돌아보면 아련히 山너울이 와이드스크린으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금강구름다리에서 조금 더 오르다보면 산비탈에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약수정휴게소가 나온다. 사람으로 넘치는 휴게소에서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몸에 좋은 인삼을 튀기고 있다는데 그 좋은 인삼냄새는 다 어디로 가고, 느끼한 기름 냄새만 온 산에 흘러 넘치고 있다. 휴게소 바로 뒤에서 왼편으로 가면 대둔산에 오는 사람들은 빠짐없이 들러본다는 삼선교로 가게 되고, 삼선교의 경사도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정상을 향해 곧바로 올라가면 된다.

 

 

 

 

 

▼  정상으로 곧장 올라가는 길과 삼선계단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 삼선계단을 밟고 정상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200명은 족히 됨직한 사람들이 조금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난 곧장 올라가는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  삼선계단 앞에서 갈라졌던 등산로는 다시 이곳에서 삼거리를 형성하며 한데 모이게된다. 참고로 삼선계단은 오름만을 허용하는 일방통행이다. 생각해보면 그 계단에서 양방통행을 할래야 할수도 없을테니.. 삼거리 우측의 내리막길도 원칙적으로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삼선계단을 차마 못오르는 사람들은 이 방향으로 올라가는수밖에 없기때문에 사실상 양방통행이라고 할수있다

 

▼  삼선구름다리를 다녀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조금 더 오르면 능선 안부에 닿는다. 여기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왼편으로 이어진다.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낙조대로 가게 된다. 산의 초입에서 그리도 고왔던 단풍들이 高度를 높여갈수록 점차 시들해지더니만 동심정을 지나면서부터는 아예 빈 가지로 남아있다. 간혹, 빈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뭇잎들이, 빈 공간을 메우고 있는 잔상을 보이고 있어, 그저 안쓰러울 따름...

 

▼  대둔산 정상, 그 옛날 원효대사가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마천대>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높이는 900m가 채 안되지만 체감 높이는 하늘에 닿아있는 듯 하다. 정상은 분지 형태의 암봉, 그 중간에 서 있는 10m는 족히 되는 듯한 개척탑이 주변과 영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곱디고운 산에, 왜 이런 의미도 없는 조형물을 세워놓았을까? 그래도 이곳이 정상임을 나타내주는 유일한 조형물인지라, 탑 주변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인파들로 넘쳐나고 있다. 나도 겨우 한 컷 찍었지만 옆 사람의 모습이 더 크게 나와서, 과연 내가 누구일까? 본인도 헷갈릴 정도이다.

 

 

 

 

▼  정상에 서면, 정상인 마천대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위용을 뽐내며 병풍처럼 늘어선 기암괴석들이, 한 폭의 眞景山水畵를 연출하고 있다. 좌우를 둘러보면 웅장한 山勢, 불과 한 시간 남짓에 올라버린 산이라고는 믿을 수 있을까?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은 가히 湖南의 소금강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  佛家에서 유명한 신라시대의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둘러보고 난 후,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산’리라고 말했단다. 옛날 先賢들을 빌어 전해오는 예기들은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내 느낌 또한 며칠이 걸리더라도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니 원효대사님께 한 표를 드려본다.

 

 

▼  정상의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울긋불긋 암봉들 사이에 놓여진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구름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붐비는 인파들 때문에 생략한 코스이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카메라의 줌을 당겨본다.

 

 

▼  정상에서 금남정맥인 허둥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까 올라왔던 방향과 반대편 등산로로 내려서야만 한다. 정상어림에 허둥봉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곧바로 수락계곡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왼편 절벽을 끼고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길을 잃을 우려는 없다. 정상 부근 조금이라도 공간이 확보된 곳에는 여지없이 三三五五, 등산객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있다. 갑자기 코끝을 스치는 비린 냄새, 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형우君 말로는 새우젓 냄새란다.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오면서 가쁜 숨결 사이로 배어나오는 담배냄새와 술 냄새에 가뜩이나 힘들어했는데... 거기다 더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비린 냄새라니, 행복하기만도 부족한 이 시간에 얼굴을 찌뿌리는 이가 나 혼자만이기를 빌어본다...

 

 

▼  정상에서 허둥봉으로 가는 길은 極과 極이 常存? 왼편 벼랑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암릉에 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오른편 斜面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어른의 허리를 훌쩍 넘길 정도로 웃자란 山竹이 등산로를 포위하고 있다. 그 위는 역시 참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만...

 

 

 

 

 

 

▼  마천대에서 허둥봉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은 대둔산의 빼어난 절봉들이 이어지는 능선이다. 수 많은 기암봉 사이를, 또는 기암봉의 정수리를 밟기도 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허망봉에 도착하게 된다. 어느분은 현재 금강산은 구룡폭과 만물상까지만 개방되어 있다며, 우리가 집접 가 볼수 있는 지역만 견준다면 오히려 이곳의 경치가 더 나을 거란다. 그러면 하나도 놓치지 말고 가슴에 담아볼 일이다.

 

 

   

▼  疊疊山中, 우리나라 山에 오르면 어느 산에서나 보이는 광경, 우린 이런 광경을 보고 첩첩산중이라고 부른다. 심심찮게 나가는 海外 출장 때, 잠깐의 틈만 생겨도 山間奧地를 둘러보고 오는 내 기억 속에는, 이런 광경을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中國은 제외다...

 

 

 

 

 

▼  허둥봉(829m), 마천대에서 이어지는 암릉이 끝날 즈음 만나게 되는 봉우리로서(이곳에서부터는 암릉의 규모가 확연히 왜소해지기 시작한다), 일부 지도에는 서각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어쩌면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어디로 갈지 헷갈려서 허둥대기 때문에 봉우리 이름을 허둥봉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이곳에서 등산로는 세 갈래로 나뉘나 이정표가 없어 분간하기는 힘들다. 독도법을 이용해 오른편 길로 들어섰고,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

 

 

 

▼  허둥봉에서 깔딱재로 이어지는 능선도 꽤 오랫동안 암릉으로 이어지지만 왜소하기 때문에 그리 위험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오늘 산행중에 유일한 로프를 만날 수 있었다.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도 별 어려움 없이 올라설 수 있는 암벽에...

 

 

 

▼  깔딱재, ‘아하! 이래서 이곳을 깔딱재라고 부르나 보다‘ 같이 산행을 즐기고 있는 형우君의 말이 금방 이해가 갈 정도, 암릉이 끝나고 걷기 좋은 흙길이 이어지나 싶더니만 등산로는 갑자기 급경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위에는 온통 참나무 일색...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안심사, 곧바로 진행하면 수락재이지만, 금남정맥을 이어갈 필요가 없는 우린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수락계곡으로 향한다.

 

 

 

▼  깔딱재에서 수락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에서 또다시 단풍을 만나게 된다. 단풍의 실체는 복잡했다. 붉게만 보였던 나무들은 사실 노란색이기도 하고, 갈색이기도 하니 말이다. 어떤 것들은 바스락거리는 잎을 한참 떨구어내는 중이었고, 어떤 것들은 붉은 물감으로 짙게 색칠을 하고 있었다.

  

 

 

▼  깔딱고개에서 오른편으로 산허리를 감으며 10분 정도를 걸으면 마천대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 수락계곡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돌로 포장된 등산로를 따라 얼마쯤 내려서면, 나무계단이 이어지고, 나무계단이 끝날 즈음 저 멀리 주황색 구름다리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협곡의 斷崖 위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가을 산 정취는 오색 융단 위를 나는 듯 감미롭기만 하다.

 

 

 

 

 

▼  구름다리 끝에서 등산로는 나무계단을 이용해 갈지자로 협곡을 기어오른 후, 다시 양편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바위 능선의 등줄기를 따라 아래로 이어진다. 바위와 작은 봉우리 등의 옆과 그 위로 만들어진 나무계단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 능선의 양 옆으로 펼쳐지는 절경에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 진다. 안내문에는 이곳을 220계단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대충 잡아도 300개는 훌쩍 넘기고 있다.

 

 

 

 

 

▼  수락폭포, 220계단을 내려서면 수락폭포 옆 수락계곡에 닿는다. 수락계곡은 대둔산이 자랑하는 최고의 비경 중 하나로서, 양옆으로 수직의 절벽이 감싸고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은 단풍의 물결이 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바람결에 물결치고 있다.

 

 

▼  仙女瀑布, 수락폭포에서 15분 정도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왼편으로 나무테크로 만든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내려서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있고, 다리 위에서 선녀폭포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옥황상제께서 이곳이 奇巖怪石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매우 좋은 곳인지라 선녀들에게 이곳에서의 물놀이를 추천한바 있다는데, 만일 선녀들이 이곳에서 목욕하고 놀았다면 아마 그 선녀는 좀 허접한 선녀였으리라...

 

▼  산행날머리는 수락계곡 주차장

수락계곡을 벗어날 즈음 만나게 되는 선녀폭포를 답사하고 난 후, 나무테크로 곱게 단장해 놓은 다리를 따라 100m정도 걸으면 경찰승전탑 입구(언덕위에 승전탑이 있는지 돌계단이 제법 우람하게 조성되어 있다)가 나온다. 이곳에서 도로 양편으로 가로수로 심어 놓은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를 10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주차장에 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