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530m) - 비봉산(671m)


산행코스 : 주차장→금성산성→금성산→영니산 봉수대→비봉산→전망대 능선→산불감시초소→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산행일 : ‘10. 1. 31(일)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금성산과 비봉산은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생김새는 정 반대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금성산은 흙산인데 비해, 비봉산은 바위산으로 암릉미가 빼어난 산, 두 산이 닮은 점은 산을 온통 소나무로 둘러싸고 있다는 것, 소나무향을 가슴깊이 들이 마시는 행복한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금성산 입구 주차장

의성에서 청송으로 이어지는 68번국도의 의성군 금성면 상운리1리 버스정류장에서 금성산 방향으로 2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금성산 바로아래 한편에 큰 소나무 숲을 낀 넓은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다. 대형차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차장은 화장실까지 깔끔하게 갖추어져 있다.

 

 

▼  금성산 산행안내도와 金鶴城址라 새겨진 자연석이 서 있는 곳에서, 소나무 숲 왼쪽으로 시멘트 수로를 따라 난 길을 따라가면 된다.  

  

▼  그리 심하지 않은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금성산성을 만나게 되고, 야트막한 돌담길 같은 성터를 따라 된비알 산길이 이어진다. 만만찮은 경사를 이룬 지그재그 길...

< 금성산성 > 

삼한시대 부족국가인 조문국이 쌓은 성(길이 2,730m)으로, 조문국이 신라에 병합되기 전 신라군에 대항하여 싸우던 최후의 패전장으로 전해진다. 이후 신라는 고구려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이 성을 보수했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지금의 산성은 높이가 채 1m도 안돼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무너진 돌이 인근에 널려 있어 과거 성의 형태와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  철계단을 오르면 병마훈련장, 이 훈련장을 둘러보면 삼한시대 때, 한 나라의 규모를 대충 유추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살펴봐도 1개 소대병력도 도열시킬 수 없을 정도의 넓이에서 병마를 훈련시켰다니 말이다.  

병마훈련장 옆에는 ‘금성산 산신령’의 메시지... ‘이리 오나라! 그대는 지금 조문국의 主山 금성산에 올랐도다. 삼한시대 문화의 강국 조문국 도읍지 금성면 일대의역사와 문화를 알고 가는 만큼 만사형통할지어다...‘

 

 

▼  구간간의 거리가 잘 표기된 이정표, 산행지도, 쉼터 등등, 의성군에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역하다. 덕분에 산행 초보자들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산의 정비에 정렬을 바친 의성군청 관계자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담은 감사와 함께, 提言 한마디... ‘산에 설치하는 시설물은 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이 제일 중요’한 것일지니, 산에 설치하는 계단을 철제보다 목제로 설치할 것을 정중히 부탁해 본다.

 

▼  금성산은 소나무 천국... 그리 잘 생기진 못했지만 푸르른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소나무 솔향이 솔솔... 걸으면 걸을수록 힘이 솟게 되는 더 없이 좋은 길이다.  

 

▼  금성산 정상

사화산(死火山)인 금성산은 그럴싸한 풍수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부근 최대의 길지(명당)로 알려진 널따란 분지로 이루어진 정상에 무덤을 쓰면, 석 달 동안 이 지역에 가뭄이 들고 묘를 쓴 후손은 운수 대통해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정상에는 움푹 파인 곳이 여럿 보이는데 묘를 쓴 자리로 알려져 있다. 믿거나 말거나... 옛날 내가 태어난 곳에서도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혹시라도 근처 제일 높은 산봉우리에 묘를 쓰지 않았나 해서 정상을 헤집었는데... 우리나라는 지방은 달라도 비슷한 터부를 갖고 있나 보다. 

 


 

 

▼  금성산 정상에 서면 오른편으로 비봉산 능선이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으로 다가온다. 옥황상제의 늦둥이 옥녀가 하늘나라의 율법을 어기고, 이 곳에서 그 벌칙을 받다가, 용부정의 물로 치성을 드려 하늘나라로 올라갔는데, 비봉산의 능선이 승천한 옥녀의 형상을 하고 있단다.  

 

▼  정상을 지나면서부터 산길은 곱디 고와진다.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푹신푹신하다. 오랜 시간동안 떨어진 솔잎들이 길 위에 쌓이면서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이다.  

 

 

▼  영니산 봉수대

영니산을 금학산이라 부르다가 지금은 금성산이라 부르는데 이 봉수대의 설치연대는 알 수 없단다. '영니산 봉수대 유지' 라는 푯말이 서있고, 주변에는 석축 흔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  쌩뚱맞은 프랭카드, 산불을 조심하자는 문구는 좋다. 그러나 그 밑에 적혀있는 수식어가 난센스의 극치, 산속에서 웬 '논두렁과 밭두렁에서 소각을 금지'라니 말이다. 취사금지나 화기 소지 금지가 맞지 않을까??

 

 

▼  오늘 산행에서는 철제계단을 몇 번 오르내리게 된다. 영니산 전망대에서 비봉산으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철제계단은 제법 길다. 이 계단은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등산객들의 왕래로 인한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인 듯,... 계단의 경사가 완만해서 두 계단을 한 걸음에 디뎌야 걸음이 더 편하기에...

 

 

▼  금성산에서 비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고저가 크지 않은 흙길, 간혹 바위구간도 섞여 있지만 대부분 소나무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로서, 폭신폭신한 게 걷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거기다 코끝을 스치는 소나무 향이 짙으니 이 얼마나 좋을손가...  

 

 

▼  비봉산 정상은 헬기장

능선을 차고 오르면 정상석과 삼각점, 이정표가 있다. 정상은 헬기장으로 멀리서 보는 것과 달리 다소 밋밋한 모습이지만 의성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조망만은 일품이다. 헬기장에는 수십 명의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식사중... 번거롭기가 웬만한 시골의 5일장 풍경이다.

 

 

▼  금성산과 비봉산을 둘러보다 보면 특이한 게 눈에 띈다. 두 산을 둘러싸고 수십 개의 저수지들이 널려있다. 금성산과 비봉산은 과거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산이라서 샘이나 계곡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빗물이 고이지 않고 땅속으로 바로 스며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조그만 빗물이라도 모아 두었다가 농용수로 쓰려는 農心이 절박하게 다가온다....

 

 

▼  비봉산 정상을 지나면서 갑자기 주변의 숲이 변한다. 키 작은 진달래 외에는 잡목하나 발견하기 힘들었던 소나무 숲이 사라져버리고, 산은 온통 굴참나무 일색으로 옷을 갈아 입어버렸다. 조금 더 내려가면 소나무 옷으로 다시 갈아입지만....

 

 

 

▼  ‘여인의 턱’에서 이정표는 우회를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그만 위험까지도 감수하지 못한다면 苦盡甘來라는 果實을 어떻게 얻을 수 있으리오... 로프에 매달리는 스릴도 스릴이지만 우회할 경우 남근석을 못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금성산에서 바라보았을 때 ‘누워있는 여인의 턱’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 직벽이다. 여인의 턱에서 직벽의 밧줄을 타고 내려서면 男根石 전망대, 외진 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사전지식 없이 무심코 걷다보면 지나칠 염려가 있다.  

 

▼  男根石

암릉 위에 온갖 풍상을 견디며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와 그 옆에 수줍은 듯 바짝 붙어있는 남근석을 볼 수 있다. 마치 솔숲에 자라난 송이버섯과 흡사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男根石은 아무리 봐도 인간의 것은 아닌 듯... 절벽을 母體의 배로 볼 경우, 저렇게 배(腹)에 붙어 있는 根이라면 아무래도 길가다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동물의 것이 아닐런지...

 

 

▼  ‘남근석 전망대.를 지나 올망졸망한 소나무 숲길을 조금 더 진행하다보면 제법 경사가 심한 봉우리를 만난다. 힘들게 오르며 떠올리는 斷想... 금성산에서 바라봤을 때, 지금 오르고 있는 이 봉우리가 여인의 가슴에 해당되는 봉우리일지니,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어찌 여인의 가슴을 정복하기가 어렵지 않으리오... 

 

 

 

 

▼  비봉산을 걷다보면 바위에 얹힌 소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세월의 역경을 딛고 오랜 세월을 바위틈에 붙어 살아와서인지 몸통이 굵지는 않다. 분재소나무처럼 울퉁불퉁... 굳은살이 맺혔으니 알통이 생겨 쉬이 죽지도 쓰러지지도 않겠지?

 

 

 

 

▼  비봉산에서 비봉산 주능선 길은 시원한 조망이 일품... 곳곳에 널린 절경을 가슴에 담으면서 서서히 걷기에 좋은 구간이다. 다만 주위경관에 너무 취하지는 말 것! 바윗길에서 넘어지면 다치니까 말이다.

 

 

 

▼  산불감시초소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금성산의 속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산행중에는 바위를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비봉산에서 바라보면 산 허리를 곳곳을 절벽이 심어져 있다.  

 

 

▼  봉황이 날아가고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는 비봉산은 이름만큼이나 춤추듯 흘러내리는 암릉미가 일품이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고추선 노송... 수백년 인고의 세월을 버텨낸 자태는 자못 고고하다

 

 

 

 

 

▼  비봉산 주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편엔 천길斷崖, 저 단애를 보며 콜로라도의 대협곡을 떠 올려봄은 나 혼자만의 호사일까???  

 

 

▼  비봉산 주능을 따라 주위 조망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산불감시초소, 하산은 오른편으로 내려다보이는 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서면 된다. 근처의 산신령 말씀을 가슴에 담고서...

 

 

 

▼  산행 날머리는 오전에 산행을 시작했던 대형주차장에서 수정사 방향으로 약 200m위, 아스팔트 도로와 만나는 곳에 최근에 조성한 듯한 깔끔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