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산 (飛龍山, 1,129m)
산행코스 : 홍점→홍제사→비룡산→다락재→배바위산(968m)→합수점→승부역(산행시간 : 4시간40분) 승부역→낙동강변→석포역 구간은 트럭으로 이동
소재지 :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산행일 : ‘09. 11. 28(토)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특별히 오지산행을 하고픈 경우가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볼 이유가 없는 산, 배바위산에서 바라보는 낙동정맥의 조망 외에는 달리 볼만한 경관도 없는 산이다. 인적이 드문 탓에 흔적이 희미해진 등산로에는 싸리나무와 진달래나무가 들어차서 걷기에 아주 불편할뿐더러 길 찾기가 여간 힘들다. 또한 하산지점인 승부역은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므로 열차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대안을 생각해 두어야만 한다.
⇩ 산행들머리는 홍점마을의 홍제사 입구 주차장
별로 넓지 않은 주차장 한켠에 홍제사의 진입로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있다. 그러나 그 뒤엔 낯선 프랭카드 ‘이곳은 등산로가 아니니 출입을 금합니다.’ 비룡산 안부로 올라서는 등산로는 이 길을 통과해야만 만날 수 있는데, 절 인심이 이렇게 각박해서야...
⇩ 주차장에서 홍제사까지는 왼편에 가뭄으로 메말라버린 계곡을 끼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도로 주변에 단풍나무가 주종인 것이 가을철에는 핏빛 단풍이 흐드러질 듯 싶다.
⇩ 홍제사(절) 못미쳐 우측 임도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도열해 있는 일본잎깔나무 사이로 쭈욱 뻗은 임도와, 끊어 질듯 이어지는 희미한 계곡길을 완만하게 오른다.
⇩ 비룡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안부까지는 계곡을 따라 오르게 된다. 캄캄할 정도로 우거진 원시의 숲을 따라...
⇩ 능선 안부에 올라서 왼편(달바위봉 방향)으로 진행, 한참을 올라가니 위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빽! 빽! 잘 못 왔으니 돌아가세요.’ 안부에서 오른편으로 올라야 비룡산인데 왼편으로 올랐단다. 힘들여 오른 거리가 속상하지만 나보다 던 많이 진행한 분들을 생각하며 꾸욱 눌러 참는다. 아니 어쩌면 미소까지...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니 말이다.
⇩ 길도 보이지 않는 잡목 숲을 헤치고 심심치 않게 보이는 바위들을 이리저리 우회한다. 싸리나무, 진달래의 잔가지들이 바쁘게 걷는 등산객의 뺨을 심심치 않게 후려친다. 우~씨~~~ 갑자기 심심산골 오지 숲을 왜 헤메고 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 길가 넘어진 참나무 등걸에는 운지버섯이 덕지덕지... 억센 칡넝쿨, 산죽과 싸리나무,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진달래나무들이 극성을 부리는 숲을 빠져나가니 이름없는 표지기가 얼핏 보인다. 이제 비룡산 일반 등로가 가까워졌나보다.
⇩ 비룡산 정상
등산로를 잘못 들어 죽도록 고생한 다음에야 비룡산은 그 모습을 보여준다. 산죽지대를 따라 능선을 오르면 나타나는 비룡산 정상은 그야말로 ‘에게~’다 벌목된 두세평 남짓의 공터에 '飛龍山‘이라고 적힌 나무 팻말... 이곳의 행정관청이 아닌 대구에 사시는 ’김문암‘씨가 사비를 들여 설치해 놓았단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산악인들의 마음을 모두 담아 감사드리고 싶다.
⇩ 비룡산 정상에서의 조망
⇩ 정상에서 다락재로 내려가는 길은 한마디로 표현해서 ‘곱다’. 발목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수북이 쌓인 낙엽은 포근한 이불... 등산로 또한 전까지와 달리 뚜렷하게 나타난다.
⇩ 원래의 등산로를 또다시 벗어난 탓에 꽤나 높은 벼랑을 위험스럽게 내려선다. 조금 더 진행하면 원래의 등산로인 다락재에 도착한다. 배바위산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해야한다. 굵은 소나무들이 서있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떡으로 요기를 한다.
⇩ 다락재를 가로지르면 등산로는 배바위산으로 진행된다. 길은 이어지다 끊어지다를 반복, 만일 이름이 적히지 않은 분홍색 표지기도 없었다면, 결코 길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람의 흔적이 희미하다.
⇩ 배바위산으로 가는 능선의 숲은 하늘을 이중으로 덮고 있다. 맨 위에 참나무, 그 아래로는 진달래나 싸리나무... 봄이면 이곳의 진달래가 붉게 타는 정경을 감상할 수 있으련만, 난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거친 산이다. 무릎을 덮을 정도로 수북이 쌓인 낙엽은 겨울철 눈 덮힌 산에서 럿셀하는 기분을 자아내게 만든다.
⇩ ‘겨우살이 채취 금지’ 홍제사 입구의 프랭카드에 적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 능선은 그야말로 겨우살이의 천국이다.
⇩ 배바위산
몇 개의 봉우리를 지루하게 오르내리다보면 배바위산(967.8m)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은 벌목이 잘 되어있어 조망이 좋다. 이곳에도 역시 대구의 김문암씨가 설치해 놓은 정상표시목이 곱게 서 있다.
⇩ 배바위산 정상에 서면, 왼편으로 백병산에서 면산을 지나 통고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장쾌한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 참나무 혹, 원인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 치면 악성 종양이라고나 할까?
⇩ 이곳은 경상북도 봉화군의 산골인 春陽面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다. 이곳 春陽은 춘양역에서 질이 좋은 건축용 나무들을 실어 보냈다 해서 春陽木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나무로 유명한 고장이다. 춘양목이라는 말을 반증이라도 하려는 듯, 곳곳에 굵고 늘씬한 소나무들이 등산로 주변에 빼곡히 늘어서 있다. 금강송, 미인송, 황장목이라고도 불리는...
⇩ 발목에 감기고, 몸을 막는 칡넝쿨들을 헤쳐야만하는 계곡 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 곳곳에 ‘멧돼지’ 흔적이 널려있다. 목을 축이려고 했는지 물이 나올 때까지 깊이 헤집어 놓았다.
⇩ 때 묻지 않은 오지의 계곡길이 아름답다. 끊어졌다가 이어지는 계곡길은 비록 완만하지만,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려워서 진행이 쉽지 않다.
⇩ 눈꽃 축제장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간이 천막주점들이 나타나고, 눈꽃마을 초가집 앞으로 낙동강이 소리를 내며 여울지어 흐르고 있다. 축제장 입구엔 날씬한 정자 한 채가 외롭게 서있고, 그 앞을 돌지 않는 물레방아가 지키고 있다. 승부마을은 땅이 좁아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토가 좁아 지금도 화전민의 후예들이 약초채취와 약간의 밭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역사 뒤편으로 6호정도의 가옥이 있으나,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은 서너 가옥 정도...
⇩ 승부역
플렛홈을 들어서니 코레일 직원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빼꼼이 얼굴을 내민다. 코레일에서 운행하는 ‘눈꽃 열차’는 이곳에서 비룡산에 다녀올 수 있도록 1시간 30분을 정차해 준다고 하나. 그 시간에 비룡산 다녀오는 것은 불가능하니 애초에 포기할 일이다.
프랫홈 한 중앙에는 '사랑의 자물쇠‘를 매달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다른 나라 출장 중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난 산을 찾는다. 중국에 갔을 때 난 황산 등을 올라본 일이 있었고, 제일 기억에 남은 것 중의 하나가 절벽위 쇠사슬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자물쇠들이다. 연인들이 찾아와 자물쇠를 채운 후, 열쇠는 절벽 밑으로 던져버린단다. 그럼 사랑이 깨지지 않는다는 전설... 조그만 것에서도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 승부역은 태백산의 계곡이 깊은 곳에 자리 잡아, 평탄한 도로가 없는 관계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은 기차가 유일하다. 영주방면으로 향하는 열차가 들어온다. 역사가 분명하련만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몇 집 되지도 않은 가구들이, 춘양 장날에나 한번씩 열차를 이용한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 자동차 한대 빠듯이 빠져나갈 정도의 좁은 길 따라, 산 모퉁이를 수없이 돌다보면 석포역에 닿는다.
승부역에서 낙동강을 오른편에 끼고 한 2Km 쯤 가다보면 도로는 강변을 벗어나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산마루 고갯길을 몇 번 휘감으며 몸부림을 치다보면 다시 낙동강이 보이고,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강변의 경관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석포역에 닿는다.
⇩ 심심산골을 잇는 영암선(영주-철암) 철도를 개설한 군인들의 공을 치하하며 ‘이승만 대통령’이 친히 쓰신 ‘영암선 기념비’도 하나의 볼거리이다. 혹자는 승부마을을 ‘육지의 섬’ 혹은 ‘한국의 시베리아’라고도 부르고 있을 정도로 산간오지... 다른 곳보다 눈이 많이 오는 오지인 탓에 소복이 쌓인 눈을 밟고 싶은 청춘 남녀들이 찾아와 물씬 풍기는 겨울정취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코레일에서는 매년 겨울 ‘눈꽃 열차’를 운행하면서 이곳에서 1시간여를 정차해 주고 있다.
⇩ 龍冠바위
승부역 맞은편 낙동강변에 위치한 절벽으로, 전주 李씨의 7대조와 엮인 전설이 있는 바위, 용관은 龍의 갓이란다.
⇩ 승부역에서 버스가 다을 수 있는 석포역까지는 포터로 이동
승부역에서 석포역까지는 약 12Km, 양 역의 사이에 있는 농가를 다 합쳐봐야 화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농가들이 40가구 정도 밖에 안 된다니, 그야말로 산골 중에서도 산골이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비좁은 도로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철로와 마주 달린다. 도로가 낙동강을 오른편에 끼면 철로는 왼편, 왼편에 낄 때는 철로는 다시 오른편으로 도망가 버려, 비록 비좁은 땅이지만 서로의 이익을 다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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