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산(功德山, 912m), 천주산 (天柱山, 836m)


소재지 : 경북 문경시 산북면, 동로면 경계

산행일 : ‘09. 8. 16(일)

함께한 산악회 : 자이언트 산악회

 

 

특색 : 이 산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을 꼽으라면, 유서 깊은 대승사와 부속 암자들, 그리고 사불암 등 불교유적과 안장바위 능선의 빼어난 암릉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공덕산과 천주산을 연계산행 할 경우에는 함께 둘러볼 수 없다는 것이 흠, 능선과 대승사(사불암 포함) 산행코스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대승사(大乘寺)입구 대형차량 주자창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선덕여왕’의 아버지인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절로서 목각탱부관계문서(보물 575), 금동보살좌상(보물 991), 마애여래좌상(경북유형문화재 239) 등 불교 문화재가를 보유하고 있다.

오늘 공덕산을 찾음은 산행이 주 목적, 대승사와 사불암을 거치는 오른편 도로를 포기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안장바위 능선 방향인 왼편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이 길은 윤필암과 묘적암을 지나가지만 주어진 하산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답사는 생략...

 

 

묘적암으로 오르는 길

묘적암으로 오르는 길에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늘어서 있다. 암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묘적암 못미쳐 왼편 가파른 산자락을 따라 올라서야 한다.

능선에 올라서면 우측 숲 사이로 묘적암의 지붕이 빼꼼이 내다보인다. 절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것처럼 인기척이 없다. 적막 그 자체... 묘적암은 고려 말의 고승인 懶翁화상이 了然선사를 찾아가 출가한 곳으로, 나옹화상이 지어 후대에 전승한 西往歌는 歌辭로 주장될 만큼 귀중한 사료라 한다.

 

 

안장바위 암릉으로 오르는 길가엔 고사목이 쓰러져 있어 삭막하게 보인다. 예전에 산불이 발생하였던 듯... 살아남은 노송들만이 앙상한 뼈를 하늘로 향한 채로 군데군데 능선을 지키고 서 있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잠깐의 자투리 시간에 거실의 TV 앞에 앉았었다. 마침 TV는 ‘山'이라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고, 답사하는 산은 외국의 어느 국립공원... 산행을 안내하는 국립공원 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산불도 산에 필요한 정상적인 순환과정 중 하나이다. 산불이 나면 그 열기로 인해 열매를 맺고, 그 씨앗을 화염이 휩쓸고 지나간 땅위에 떨어뜨림으로서 또 하나의 생명체를 생성시킨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산은 영속성을 띤다‘

 

그러나 그 직원의 말은 자연발생적인 산불을 이야기 한 것일 뿐, 결코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되는 산불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부주의나 고의로 일어나는 산불은, 산이 원래의 모습을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묘적암을 지나서부터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안장바위 암릉길은 공덕산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을 듯...  

 

 

암릉을 타고 오르다 보면 등산로 주변에 화마로 그을린 고사목들이 자주 눈에 띤다. 가끔은 이렇게 화마속에서도 생명의 끝자락을 용케 부여잡은 나무도... 자연의 치유력은 대단한 듯, 산은 이미 옛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 보면,지나온 안장바위 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고, 오지의 첩첩산중을 구불구불 농로가 흘러가고 있다  

 

 

밧줄이 걸린 암괴를 타고 오르면,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만나고, 그 길 끝에 또 암괴가... 길은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바윗돌을 타고 넘는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과 분재 같은 소나무가 어우러진 암릉을 걷는 맛은 그야말로 낭만이다. 이 맛에 산을 찾는 것이 아닐런지 모른다. 이 무더운 여름날씨에 암릉을 걸으며 비 오듯이 흘리는 땅방울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으련만...  

 

여름이다. 산은 녹음으로 짙푸르다. 세속의 풍광을 저 먼 발치 밑에 둔 한여름의 산... 여름 산이 선사하는 가장 귀한 장면을 연출한다.

 

 

암릉의 끝자락에 안장바위가 있다.

옛날 나옹선사가 이곳에 올라 수행을 하였단다. 맨날 일은 안하고 바위에 올라앉아 놀고만 있는 나옹선사가 미워, 선사가 입적한 후에 마을 사람들이 말머리 부분을 부숴버렸단다. 마을 사람들 눈에 놀고먹는 스님이 얼마나 미웠을꼬...ㅎㅎ 후에 마을에 우환이 끊이지 않자 다시 붙여 놓았다나???  

 

 

암릉 끝에서 안부로 떨어졌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 묘봉에 도착한다. 공덕산에서 제일 잘 생긴 묘봉은 바위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부부 바위

올初 지식경제부로부터 사보에 게재할 원고를 부탁받은 일이 있고, ‘戀書’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면서, 난 부부의  因緣을 다음과 같이 적어보았었다.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지라도 수만 생의 윤회 속에서... 비록 모습이 바뀌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가슴저린 행복이 서로 사랑했음을 일깨워, 또 한생의 연분을 이어줄 한 자락의 끈이 되어줄 수 있는 것’ 오늘 난 공덕산을 지키고 사는 乭부부의 중간에 걸터앉아 서로의 연을 맺어주는 삼신할아범이 되어본다. ^^-*

 

 

 山 넘어 山... 눈을 들면 山, 내려뜨려도 또 山 ... 그 사이로 길 하나 실뱀처럼 기어가고 있다. 

 

 

능선에 서니 산줄기 사이로 윤필암이 내려다 보인다.

윤필암은 수덕산 경성암, 오대산 지장암과 함께 3대 비구니 선방의 한곳으로서 매우 아름다운 절이다. 다녀온 이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많은 야생초와 수목들... 그리고 작은 연못까지 만들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단다. 역시 스님들도 꿈 많은 여성임에는 별 수 없는가 보다. 윤필암은 청담스님의 따님인 수원 봉령사 승가대학장인 묘엄스님의 출가처이기도 하다. 

 

 

참 생명이란게 이렇게도 끈질긴 것인가 보다.

커다란 암릉, 그 위에 걸터앉은 커다란 바위, 그 갈라진 바위 틈에서 저리도 튼실한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니... 수 십년 모진 비바람과 따가운 햇살에 짓눌려, 이리저리 몸을 비틀면서도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만 힘들어도 주어진 여건부터 불평등이라고 외치며, 그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기보다는 포기가 익숙해져버린 난... 조금은 닮아보고 싶은 삶의 또 다른 형태이다 

 

 

공덕산 정상을 20분 앞두고 만나는 전망대는 바람 솔솔... 쉬어가기 딱 좋다.

공덕산은 지형도에 표기되어 있는 이름일 뿐, 산 중턱 바위 사면(四面)에 부처님의 모습이 조각된 사불암(四佛岩)이 있다 하여 사불산(四佛山)이라 불리운다. 운달산(雲達山:1,097m)과 이웃해 있으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드물다.  

 

 

공덕산 정상은 산행길에서 왼편으로 갈라져 5분여 거리에 있다. 정상엔 숲속 개활지에 조그만 표지석이 외롭게 지키고 있다.   정상은 큰 참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일절 조망이 없다.

 

 

공덕산에서 능선을 따라 천주산으로 가는 능선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한 수림을 이루고 있다. 숲속 오솔길은 부드러운 흙길... 나뭇가지 사이로 삼각뿔처럼 치솟은 천주봉이 보인다. 사진 촬영은 불가... 

 

 

천주산으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 가히 죽음의 루트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심한 경사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힘이 드는데, 바닥은 미끄러운 마사토... 오히려 바위지대보다도 더 힘이 든다. 가급적 로프와 나무뿌리에 의지하면서 조심스럽게 오른다. 

 

 

 

정상부는 좁고 긴 능선으로 외어있고,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사진 촬영에 정신을 빼앗긴 모습이 보기 좋아 배경에 담아본다. 진지한 그의 뒷모습이 전문가 못지 않기에... 전문가가 일반인과 무엇이 다르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심취할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전문가일터... 

 

 

 

 

천주산에서 바라보이는 산들은 대부분이 천주산보다 높은 산들이다. 북쪽으로는 白頭大幹 위에 놓인 황장산의 바위 봉우리가 보이고, 그 뒤로 벌재넘어 단양의 명산 수리봉... 동쪽으로는 매봉이 마주하고 있다.  황장산의 암릉이 하늘가에 이르러 혼자 보기 아까운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경천호의 고즈녘한 전경

천주산 산자락을 따라 59번 국도가 이어지고, 저 멀리 농업용수댐으로는 가장 크다는 경천호가 보인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천주산 정상은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하산은 비가 올때 너댓명은 충분히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遮陽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 바위 밑을 비스듬히 통과해야만 한다. 

 

천주산 정상의 칼날같은 10여터의 암봉은 그 폭이 좁아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 할 것 같이 느껴져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든다. 그러나 ‘걱정 마이소~’ 찾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지자체에서 스텐레스파이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슬랩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

‘경사가 그리 크지 않아서 미끄러져도 걸칠 곳이 많을 것 같아요. 떨어져도 죽지는 않으니 과히 걱정하지 마세요.’  무지막지한 내 일행... 엉금엉금 기고 있는 여자분에게 겁먹지 말고 성큼성큼 내려가라고... 그것도 위안이라고 던지는 말이다. 그러나 어쩌랴 여자분 얼굴은 새하얗다 못해 시퍼렇게 질리는 것을...  

 

 

 

까마득한 벼랑을 떨어뜨린 절벽 사이로 노송이 휘휘 늘어진 가지를 펼치고 있고, 그 주위를 참나무, 떡갈나무들이 푸르른 잎으로 둘러싸고 있다. 

  

밧줄을 잡고 암벽을 내려서면서 뒤돌아보면 천주봉정상부의 음영이 하늘과 맞닿아 운치 있게 다가온다. 내려가는 길에는 거대한 소나무가 줄지어 나타난다.

 

 

자료사진 몇 장 구해보려고 들른 천주사,

가슴 밑바닥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약수에 취해서였을까? 난 관광버스 주차장을 놓치고 말았다. 아니 대형주차장을 기웃거려보았지만 버스도 보이지 않고, 인적도 찾을 수 었어 지나쳤으니 놓친 것이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을 듯도 싶다.  

 

 

하늘에서 천신이 내려와 놀다갔다는 천주산의 형태는 영락없는 남성... 힘의 상징이다. 그래서 그 산자락에는 정력에 좋다는 오미자가 예로부터 자생했단다. 그래서일까? 하산길 등산로 주변의 산비탈엔 빠알간 오미자가 주렁주렁... 전에 문경시장님이 주기적으로 보내 주셨을 때는, 효능도 모르고 그저 술에 섞어 마시는 줄로만 알았다.

 

 

산행 날머리에서 바라본 천주산(824m)

하늘 받침대, 즉  하늘 높이 우뚝 솟아 기둥처럼 보인다하여 天柱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이산을 멀리서 보면 큰 붕어가 입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붕어산이라고도 불리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바위산이라서 교통이 불편한데도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편이다.

 

 

산행날머리인 간송리 천주사입구

대기 중인 산악회 버스를 지나친 후, 10여분을 더 걸어서 도착한 간송리. 이내 잘못 내려왔음을 알아차렸지만, 경사가 심한 1Km이상 되는 산길을 다시 되돌아 올라갈 수는 없다. 배도 채울 겸 도로변의 횟집에 들러본다.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잔 곁들이는 감칠맛에 입맛을 다시면서... ‘차라리 잘 되었다’ ㅎㅎ

 

 

천주사 입구 앞으로 흐르는 있는 금천(경천호 바로 위)

문 닫힌 식당을 원망하며 출출한 배를 채워줄 무엇인가를 찾아 두리번 거려보지만... 그저 냇가에서 둘러앉아 무언가를 먹고있는 행락객들이 부러울 따름...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무료한 시간도 죽일 겸 계곡으로 내려선다. 아는 사람도 없으니 채면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웃통 활짝 벗어부치고 땀부터 닦아낸다. 아 시원해~~~

 

 

8월의 산릉은 힘차다. 진록의 나뭇잎은 젊은이들의 알통마냥 힘으로 넘쳐난다. 어린아이의 피부처럼 맑고 고와, 차라리 싱그러웠던 봄이 엊그제 같은데... 화사한 빛으로 봄을 만끽하던 산함박은 꽃봉오리를 닫아버린지 오래지만, 어느새 철 이른 개벌취가 꽃봉오리를 열고 산속의 나그네를 손짓하고 있다.


녹음은 나이를 잊게 하고, 희망을 주고,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 무뎌진 감흥도 일깨워주나 보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쳐도 마냥 싱글싱글 즐거운 표정으로 산을 오른다. 수없이 밟고 또 밟혀 죽어버린, 도시 주변의 산들과는 달리 살아 숨쉬는 오지 산의 흙길은 우리의 발길을 포근히, 그리고 부드럽게 받아준다.  그래서 가파른 산릉을 오르면서도 즐겁기만 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