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장산 (甲長山, 806m)


산행코스 : 주차장→용흥사→제1전망대→제2전망대→바람문→시루봉→갑장산→갑장사→문필봉→상산(694m)→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경상북도 상주시 청리면과 낙동면의 경계

산행일 : ‘10. 5. 2(일)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淵岳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 상주 남쪽에 위치한 案山(守護山)으로, 서쪽의 노음산(露岳)과 북쪽의 천봉산(石岳)과 더불어 상주 三岳중의 하나이다. 전체적으로는 육산이지만 시루봉에서 정상인 백길바위까지의 암릉은 다른 유명산들에 그리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쏠쏠한 암릉美를 느끼게 해주는 산, 쉬지 않고 걸으면 3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한 자그마한 산(單山)이나 암릉에서의 조망이 빼어나고, 암릉을 벗어난 산길은 유순하기 짝이 없어 가족 산행지로 적합하다.



▼  산행들머리는 용흥사 앞 주차장

‘청원-상주 고속도로’의 ‘남상주 나들목’에서 김천방향으로 3번 국도를 갈아타고 가면, 채 5분 못되어 ‘상주 남부초등학교’가 왼편에 보인다. 바로 앞에 갑장산 이정표가 있다.  산행은 주차장 뒷편으로 난 용흥사로 들어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용흥사를 들리기 싫은 용흥사 못미처에서 오른편 등산로로 접어들면 된다(정상까지 3.7㎞). 갑장사는 들머리 입구에서 왼편으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  용흥사(직지사의 말사)는 신라 문성왕 때 진감국사 慧昭가 창건한 사찰로, 비구니들이 공부하는 禪院이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374호 삼불회괘불탱이 있다. 용흥사 사적비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도로 아래에서 시작된 등산로와 자연스레 만나게 되며, 등산로는 능선으로 향하게 된다.  

 

 

 

 

▼  산행 초반 30분 정도 된비알에서 땀을 흘리면, 이후론 산허리를 돌거나 부담 없이 오르내리는 오솔길이 이어진다.  

 

 

▼  때는 바야흐로 선홍빛 피의 빛깔이라는 五月, 山野는 철쭉으로 물들어야 하는 시절이건만, 오랫만에 들렀다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이미 시들은지 오래였을 진달래가 시절이 하수상인양 이제야 제철이다. 하긴 철쭉이나 진달래 모두 피빛이긴 매 일반이지만... 갑장산은 소백산맥 줄기의 하나로 상주에서는 속리산 다음으로 꼽히는 수려한 산세를 지닌 명산이다 東高西低형으로 상주시내 방면은 완만하고 동쪽은 천애절벽의 연속으로 무척 가파른 반면에 지능선이 많아 등산코스가 다양하다. 갑장산이란 지명은 고려 충렬왕이 '영남의 으뜸 산이라고 갑장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지만 갑장사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이다.  

 

 

 

 

 

▼  첫번째 전망바위, 이곳에 올라서면 갑장산의 속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앞에 보이는 절이 갑장사, 그 옆에 상사바위가 우람하게 서 있다.  그리고 오른편엔 갑장산 정상...

 

 

  

 

▼  주변에 물푸레나무 무성한 전형적인 흙길을 걸어 정상을 향하다 보면,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등산로 끝에 거대한 바위 두개가 떠억 길을 가로막고 서있다. 길은 그 바위 틈사이로 이어진다. 石門이다. 곧이어 또 하나가 나타난다. 일명 바람문이라는 ‘남석문’... 두 석문은 닮았지만 첫 번째 석문보다는 두 번째 석문의 문설주가 더 고풍스럽다.  

 

 

 

 

▼  두 번째 전망바위, 첫 번째 전망대에서 갑장산의 속맛을 보았다면, 이곳에서는 갑장산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들을 조망할 수 있다. 푸른 들녘 뒤로 팔공산, 금오산, 삼도봉과 민주지산...  

 

 

 

▼  갑장산 주 능선상의 암릉은 오른편으로 천애절벽을 형성하고 있다. 나옹바위의 허리춤을 감으며 도는 암릉코스엔 로프가 걸려있는데, 초등학생 정도이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 이 정도도 위험하다 싶은 사람들은 우회를 이용하면 된다.   

 

 

▼  밧줄을 잡고 암릉에 올라서면 떡을 포개놓은 듯한 형상이라는 시루봉이다. 백길바위 방향으로는 나옹화상이 수도했다는 나옹바위가 얇은 슬랩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으로 서 있다. 시루봉에서부터 갑장산이 자랑하는 암릉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  나옹바위 이후로도 암릉코스는 계속해서 바위를 돌거나, 틈새를 돌고돌아 정상부분의 백길바위까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 아스라이 洛東江 물줄기가 바라보인다.

< 尙州사람들이 생각하는 洛東江의 의미 >

낙동강은 통상 1,300리를 굽이돌아 바다로 빠져들지만 상주에서는 ‘낙동강 700리’라고 부르며 ‘낙동강 700리 이곳에서 시작하다’라는 비석까지 세워놓았다. 이 말은 여러 지류에서 모여든 물길들이 상주에 와서 제대로 강의 모습을 갖추게 되고, 그렇게 강의 모습을 제대로 갖춘 길이를 재면 700리라는 말이다. 그래서 상주의 옛 지명도 낙동강의 상류에 있다고 해서 상락(上洛)이라 불렀다.  

 

 

 

 

▼  갑장산 정상에는 못생긴 커다란 돌탑과, 산불감시초소, 안테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뒤로 정상석과 삼각점... 널찍한 직사각형의 정상석엔 ‘상주의 영봉, 갑장산 806m’라 새겨져 있다.  발아래는 아찔한 낭떠러지 절벽. ‘백길바위’다. 백 길이면 3백 미터쯤일 터인데. 실제 바위의 높이는 어림잡아 30미터 정도로 보인다. 그럼에도 백 길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높은 바위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  오늘 갑장산 산행은 이번에 모 공기업의 부사장으로 내정된 바우君이 함께해 주었다. 덕분에 천주교 신자인 난, 갑장사 부처님께 들러 그의 武運長久를 소망하는 정성을 보여드렸고...  

 

 

▼  정상인 백길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서쪽으로는 속리산 방면 산릉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속리산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 상의 청화산, 장성봉, 북쪽에는 역시 백두대간 상의 희양산, 백화산, 조령산, 그리고 월악산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있다.  

 

 

 

▼  하산은 갑장사 방향으로... 철쭉으로 둘러싸인 등산로를 따라 잠시 내려오면 팔각정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엔 널따랗게 헬기장이 자리잡고 있다.

 

 

▼  갑장사는 고려 공민왕 22년에 나옹화상 창건설이 전해질 뿐이고, 1988년 새로 지은 법당 앞에 2m높이의 고려시대 삼층석탑(경북 문화재자료 제125호)하나만 썰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적한 절이다. 절 마당을 지나 서쪽 능선 끝으로 잠시 나아가면 노송으로 둘러싸인 전망대 같은 곳이 나온다. 아마 상사바위 위일 것이다. 잡석을 정성들여 쌓은 2기의 원형 돌탑이 세워져 있고, 이곳에서는 용흥사계곡 일대가 한눈에 잘 내려다보인다.

< 상사(相思)바위 > 스님을 사모한 한 처자가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다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데, 실제로 발아래를 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로 아찔하다. 갑장산 일대에서 전망이 가장 좋아 최승암(最勝巖)이라고도 불린단다.

 

 

 

▼  상사바위에서 문필봉으로 수월하게 가는 지름길이 있으나, 난 아까 내려왔던 740봉으로 되돌아 올라 주능선 삼거리에 선다. 등산로 주변의 키 작은 산죽들은 새봄맞이 단장을 끝내고, 한껏 연록의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 문필봉 > 뾰족한 바위 세 개가 붓처럼 한데 모여 있어서 문필봉이라고 불리운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여긴 분명한 육산이다. 문필봉은 문운(文運)을 응축한 영봉(靈峰)으로서, 이 봉우리의 정기로 상주에 큰 선비가 많이 배출돼 예부터 이 산 일대를 장원향(壯元鄕)이라 불렀다 한다. 

 

 

 

 

▼  상산(694m)의 정상은 조그만 암봉, 정상석도 이정표도 없는 그저 큰바위 몇 개를 차곡차고 쌓아 놓은 형상으로 버티고 있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상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  상산에서의 하산로는 유순하기 그지없는 호젓한 오솔길이다. 당분간 걸음의 호사를 누린다. 마침 경사도 심하지 않아 걷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한 시간 정도 함께 걷는 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연악산 식당’ 앞마당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