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琵瑟山, 1,083m)


산행코스 : 유가사→도통바위→진달래 군락지→대견봉(정상)→마령재→진달래 군락지→대견사지→자연휴양림→소재사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과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의 경계

산행일 : ‘10. 5. 8(토)

함께한 산악회 : 서울가고파산악회


특색 : 비슬산은 비록 1천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지만 산행들머리인 유가사나 날머리인 소재사가 산의 중턱쯤에 위치하고 있어 정상까지 오르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은 산이다. 정상어림은 그야말로 광활한 초원, 봄이면 그 초원에 山上花園을 방불케 하는 진달래 꽃밭이 펼쳐진다. 자연휴양림이 있어 주변 나무마다 명찰을 달아놓고 있으며, 등산로 주변 곳곳에 돌강과 너덜겅이라 일컫는 암괴류를 품고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에도 도움이 많을 듯, 당연히 가족 산행지로 권하고 싶은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瑜伽寺 주차장

구마고속국도에서 현풍IC로 내려서 좌회전 5번국도를 따라 가천방향 진행, 유가면소재지에서 좌회전 이어 4번(이정표에 표기되어 있으나 국도인지 지방도 인지는 불분명)도로로 우회전 하여 ‘비슬산 유가사 주차장’까지 들어가면 된다. 산행은 주차장에서 비슬산 방향으로 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도로에 내려서면 왼편에 비슬산 등산로 안내판이 우람하게 세워져 있고, 유가사의 간판격인 一柱門이 전면에 우람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  일주문을 지나 얼마쯤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오른편에 시비가 보이고 그 너머로 비슬산의 바위 모습이 아름다운 구슬과 부처의 형상과 같다 하여 옥 유(瑜), 절 가(伽)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유가사가 어렴풋이 바라보인다. 유가사 입구에서 사찰까지 제법 큰 규모의 돌탑들을 길 양쪽에 연이어쌓고 있다. ‘탑을 쌓는 돌들을 다른 곳에서 실어오니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요.’ 내 생각에도 다른 곳의 發福을 빼앗아다가 이곳에 옮겨 놓는 것 같은 느낌... 얼마前 열반하신 '무소유'의 법정스님께서 이 광경을 보셨더라면 아마 얼굴을 찡그리시지나 않으셨을까?  

 

< 팔공산 동화사의 말사인 瑜伽寺 >

신라 흥덕왕 때 道成스님이 창건한 사찰로서, 한때는 본사와 99개의 부속암자에서 3천명의 승려가 머물렀을 정도로 큰 사찰이었다고 전해지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이후로는 자그마한 절로 남아 있다가, 1976년부터 대대적으로 불사를 일으켜 지금의 규모에 이르렀다. 부속암자인 道成庵은 경상북도 3대 수도처로 손꼽힌다. 문화재는 국보급은 없고, 시도유형문화재 제50호인 유가사석조여래좌상이 용화전 안에 모셔져 있다. < * 瑜伽寺는 유가종(瑜伽宗)의 총본산격의 사찰이다. 유가종이란 삼밀(三密, 부처의 몸, 입, 뜻)을 종지로 삼는 밀교를 뜻하는 말이며, 밀교(密敎)란 헤아리거나 설명할 수 없는 경전을 말함이다. >

 

 

▼  修道庵

유가사의 후문을 지나면 곧바로 修道庵, 비구니들의 수행도량으로 알려진 修道庵은 이름 그대로 수도에 방해된다며 지나가면서도 조용히 다니란다. 修道庵을 지나 道成庵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왼편 등산로로 접어든다. 도성암은 소문대로 소문난 수도처인가 보다, 등산로에서 도성암으로 접근이 가능한 모든 루트를 철조망으로 막아놓고 있다. 그것도 몇 겹씩이나...

 

 

▼  도로를 벗어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따라 산으로 들어서면, 물기가 느껴지지 않는 마른 개울을 건너게 되고, 이어 잘 닦여진 등산로를 만난다. 등산로는 처음에는 완만하다가 산행이 진행될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그러다 끝내는 아예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너덜지대로 변해버린다.  

 

 

 

▼  경사가 심한 등산로를 따라 헉헉대면서부터 인파에 휩쓸리기 시작한다. 참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파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산길이 막힐 정도, 능선에 닿을 때까지 추월한 등산객들 대부분은 ‘서울의 00동 등반교실’ 대체 버스가 몇 대나 왔는지 엄청난 인원들이다. ‘여보 우리도 까짓 강남을 떠나 00동으로 이사 갑시다.’ ‘등산교실까지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정겨운 동네겠소?’ 힘든 산행에 잠깐이나마 집사람과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어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남짓이면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강한 피톤치드가 가득 담긴 진한 솔향기 속에서 잠시나마 기운을 되찾는다.

힘든 산행의 산물인 단내, 그런 단내까지도 그리울 때가 있을 줄이야... 어제의 폭음 때문에 단내는 이내 쓰디 쓴 위액으로 변해버린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가셔지지 않는 쓴 위액과 싸우다 보면 암릉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능선에 도달한다.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 군락, 계곡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까지 있어 잠깐 땀을 식히며 쉬어가기 딱 좋은 구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나무그늘아래에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다. 나 또한 잠깐이나마 숨을 고르며 조망을 즐긴다. 발아래 산행을 시작한 유가사가 보이며 그 너머로 비슬천 유역을 따라 형성된 유가면의 드넓은 논밭이 펼쳐지고, 더 멀리로는 굽이굽이 돌고 도는 낙동강의 물 구비가 넘실거리고 있다.  

 

 

 

▼  주능선을 가까이 다가갈수록 참꽃나무의 숫자가 점점 늘어간다. 능선에 올라서면 저 멀리 오른편으로 정상이 보인다. 그 앞으로 붉은 빛 바다가 펼쳐지고... 여기는 비슬산 정상 외에, 청룡지맥으로 연결되는 대구의 앞산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유가사에서 여기까지 1시간30분이 걸렸다.  

 

 

 

▼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등산로 주변은 참꽃들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연분홍 빛깔 또한 진해져간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좌우는 기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 비슬산의 바위들은 중생대 백악기를 통하여 형성된 퇴적암층과 화산암층, 안산암질 암류, 화강암류와 암맥류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  진달래는 '참꽃'이라고도 불리며 인간과는 친한 꽃이다. 술을 담으면 두견주(杜鵑酒)가 되고, 전(煎)을 붙이면 진달래 꽃전[花煎]이 되니, 정성들여 빚은 두견주 한 주전자와, 곱게 붙인 화전 한 접시 소반 위에 놓고, 그리운 벗님 부를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 ^^-*   

  

 

▼  참꽃 군락지가 넓게 분포되어있는 탓에, 심심찮게 무리지은 탐스런 꽃다발이 겹치듯 널려있어 부족한 빛의 감도를 다소나마 보완해 주고 있다. 올해는 어느 산이나 만개된 꽃동산을 만날 수 없기에 그나마 비슬산의 꽃 잔치를 상급에 올려놓고 싶다.  

 

 

 

 

▼  참꽃으로 포위당한 비슬산 정상인 大見峰(유가사에서 1시간 45분 소요)

정상 주변으로는 제법 넓은 공간으로 헬기장까지 갖추어져 있다. 청도 방향은 밋밋한 경사면의 육산이나 달성 방면은 수십길 높이의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달성 쪽으로 치우쳐 있는 제법 커다란 바위위에 대견봉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  대견봉에서 바라본 유가사 방향의 현풍시가지, 그 너머에는 아스라히 낙동강 강줄기.....  

비슬산은 迦葉부처가 터를 증명하고 靜聖天王(신라 때 山岳神의 하나)이 수도를 봐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 그래서인지 일찍이 이 산 자락 곳곳에  수많은 사찰들이 들어섰으나, 지금은 유가사와 용연사, 소래사 등만 남아 있다.

 

 

▼  헬기장 근처의 이정표, 헬기장에서 바라보면 대구시가지와, 앞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광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  비슬산(琵瑟山)의 어원

인도 스님들이 신라에 왔을 때 이 산을 구경하더니 이곳은 영험이 있는 수도처(修道處)라 하여 인도의 옛말인 범어(梵語: 산스크리트)로 '비슬'이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그 비슬의 뜻이 한자로 포(苞)여서 옛날에는 포산(苞山)이라 하여 오다가, 산의 모습이나, 정상에 있는 바위의 모양이 신선이 비파와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같다하여 비파 琵(비), 거문고 瑟(슬) 琵瑟山(비슬산)이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一然)이 이 산의 보당암에서 20대를 보냈다 한다. 

 

 

 

 

 

 

▼  헬기장을 지나 조화봉을 향해 가다 보면 청룡지맥 분기점이라는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조금 더 나아가면 마령재, 이곳에서 수성골이 있는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산행을 시작했던 유가사가 나온다(유가사까지 2.6Km). 반대편은 청도 용천사(2.5Km)... 난 대견사지(2.5Km)로 이어지는 비슬지맥의 등허리를 밟으며 산행을 이어간다.

< 청룡지맥 >

비슬지맥(낙동정맥의 사룡산에서 밀양의 종남산 오무진나루까지 이어지는 약 146Km의 산줄기)상에 있는 비슬산에서 북쪽으로 줄기가 나눠져, 앞산, 청룡산과 대구시가지를 거쳐, 臥龍山과 弓山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로서, 금호강의 남쪽을 이루는 산줄기(37Km)로 대구사람들이 즐겨찾는 코스 중의 하나이다 

 

 

 

 

▼  조화봉 근처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참꽃군락지, 너른 평원에 펼쳐진 꽃 잔치, 아름답지만 어딘가 조금 부족하다. 天上花園이라고 부르기에는... 백년 만에 찾아왔다는 봄철 이상 저온으로 인해 많은 봉우리가 채 피워보기도 전에 시들어버렸거나, 어떤 나무는 꽃과 잎이 함께 피어서 선홍빛 붉음을 많이 삭감해 버리고 있다.   

 

 

  

 

 

▼  붉게 물든 진달래 군락지 너머로 내가 걸어온  길과 대견봉이 바라보인다.  

 

 

▼  조화봉 정상은 강우레이더관측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공권력이 밀려난 정상은 그 아래 바위무더기 근처로 자리를 옮겨서 손님을 맞고 있다. 구태여 다녀올 메리트를 못 찾은 난 멀리서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한다.

 

 

▼  왼편에 대견사지를 낀 암괴와, 오른편에 참꽃군락을 끼고 나아가면 팔각정

그 곁, 대견사 방향으로 병풍처럼 둘러진 암괴류가 잘 내려다보이는 1,034봉에 전망대가 있다. 팔각정에서 더 나아가면 유가사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나온다.   

 

 

 

 

▼  참꽃군락지 조망

그렇게 짙지는 않지만, 올해 같은 이상기온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면 수준급, 금주에 절정을 맞는 진달래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로 조망대는 넘쳐나고 있다. 대견사지 위에서 ‘참꽃 조망대’와 ‘팔각정이 있는 1,034봉’까지는 목재 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 참꽃 군락지의 면적은 30만평으로 국내의 참꽃군락지중에서 제일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  비슬산 중턱에 있는 절터, 大見寺址(대견봉에서 40분 소요)

절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가 없고, 대략 9세기 통일신라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전소되고 지금은 축대와 남쪽 절벽 위에 삼층석탑 1기만이 외롭게 빈터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이 삼층석탑은 작년 8월 낙뢰에 맞아, 탑 일부가 훼손된 탓에 지금은 1층 석탑으로 변해 있다... 삼층석탑은 산 정상의 암반에 건립되어 넓은 시계가 확보된 점으로 보아 산천 비보사상(裨補思想 : 명산에 절을 세우면 국운이 흥한다는 불교신앙)에 따라 건립된 한 예임을 알 수 있다. 전체적인 양식으로 보아 고려시대 초반에 건립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大見寺는 당나라의 文宗이 얼굴을 씻으려 떠놓은 대야의 물에 아름다운 경관이 나타났는데, 이 터가 大國에서 보였던 경관이라 하여 절을 짓고 대견사라 불렀다고 구전되고 있다  

 

 

▼  대견사지 주변의 암괴군, 천연기념물이라는 암괴가 조화봉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우람하게 병풍을 치고 있다. 조화봉 가는 길목에는 이곳이 얼마 전 종영된 인기연속극 ‘추노’의 최종회분 촬영지였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대견사터를 지나 조화봉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등산로는 임도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휴양림의 뒷 마당에 도착한다. 왼편으로 올라서면 조화봉 정상을 거쳐 다시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능선이 목적이 아니라 돌강이 보고 싶은 난 서슴없이 휴양림 방향으로 내려서 버린다. 등산로는 심한 경사에도 불구하고 정비가 잘 된 탓에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  천연기념물 제435호인 비슬산 암괴류

돌강을 찍으려고 조심조심 중앙으로 다가가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쪼르르~ 쪼르르~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돌강의 가운데는 깊이가 5m에 이른다는데 개울물이 흐르고 있다니... 이것이 또 하나의 신선한 감명이 아니고 무엇이랴?

<너덜겅 또는 돌강 >

우리가 산에서 흔히 보게 되는, 산비탈에 모난 돌무더기가 넓게 쌓여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곳이 너덜겅이다. 흔히들 산사태의 흔적쯤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수만 년 전 빙하기 때 만들어진 산물이란다. 비슬산에는 이런 너덜겅(애추)뿐 아니라, 너덜지대와 비슷하지만 탄생배경이 전혀 다른 세계 최대 규모의 암괴류(돌강)가 있다. 이 돌강은 대견사지 아래 해발 1000m 지점에서 흐름을 시작해 700m 고도에서 맞은편 산에서 온 다른 돌강과 합류한 뒤 450m 고도까지 이어진다. 대체로 등산로 왼쪽엔 돌강, 오른쪽엔 너덜겅이라고 보면 된다. 

 

 

▼  돌강아래 물 내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휴양림이 나온다. 비슬산 휴양림은 꽃, 나무, 주변 시설 등등 내가 다녀본 휴양림 중에서 제일 잘 가꾸어진 것 같다.보이는 곳 어디에나 울긋불긋 꽃 대궐이다. 다만 그 모든 꽃 들이 인위적인 색상을 띠고 있어, 아름답되 자연스럽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 휴양림에서 소재사까지는 1km. 주차장까지는 소재사에서 1km정도를 더 걸어 나가야만 한다.  

 

▼  휴양림에서 소재사 가는 도로 우측에 있는 암괴류, 비슬산을 이루는 화강암은 중생대 말 백악기 때 깊은 땅속을 뚫고 나온 마그마가 굳어 형성됐다. 빙하기가 끝나고, 빗물이 모래와 진흙을 씻어내리자 바위만 자리에 남게 됐으니 이것이 바로 암괴류란다.  

 

▼  消災寺

비슬산 조화봉의 중턱에 위치한 동화사의 말사, 최초의 창건연대는 신라시대로 전해지고 있으나 정확한 開山연대는 미상이다. 이곳 역시 국보급 문화재는 없고 시도지정문화재가 전부이며, 대웅전과 지장전, 삼성각, 그리고 요사채가 전부인 조그마한 규모의 사찰이다.

 

 

▼  산행 날머리는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휴양림을 벗어나 잘 가꾸어진 꽃길을 따라 내려오면 한우마을이라는 프랭카드가 걸린 휴게소, 아래 공터에는 ‘참꽃잔치 마당’이 열려있고,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엿장수의 흥겨운 노랫가락이 온 산을 울리고 있다. 휴게소 아래로 이어진 예쁘장한 나무테크 계단을 밟고 내려서면 대형버스 주차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