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산 (道藏山, 828m)
산 아래를 감도는 쌍룡계곡은 세상 어디에도 비길 바 없는 숨은 비경으로
'택리지'엔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경치 좋고 사람 살기 그만인 복지"라 적고 있다. 그리 높진 않지만, 능선 군데군데의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풍취는 일품이다
산행코스 : 용추교-심원사 갈림길-왼편 능선-도장산-헬기장-심원사-용추교(산행시간 : 4시간20분)
함께한 산악회 : 반더룽산악회
특징 : 바위산이라고들 하나 그리 불리기에는 다소 미약한 듯... 산보다는 쌍룡계곡이 더 유명하다. 이곳도 역시 사람들로 인산인해... 그러나 자동차 진입이 불가능해서 이직은 덜 오염되었다. 입구에 경찰서장의 취사금지 팻말이 서있음에도 그 곁에서 아예 솥을 걸어놓고 찌게를 끓이는 일부 몰지각한 행락객 무리가 보여, 모처럼 만난 도원경에서 본의아니게 얼굴을 찌뿌리고 만다
산행들머리인 용추교를 들어서면 맞은편 웅장한 암벽이 오는 이들을 맞이한다
정비된 길을 버리고 청룡계곡으로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기암
웅장한 멋 보다, 끄트머리 척박한 바위에 삶을 기대고 있는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 찬탄을 보낸다
심원사 앞 갈림길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거나 혹은 우측으로 가더라도 하산길에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다
도장산은 근처 산들의 특징대로 바위와 소나무가 많은 산이다
어느것 하나 곧게 자란 나무가 없지만, 그렇다고 정원에 옮기고 싶도록 어여쁜 나무도 없다
그러나, 얼마전 수령 300년이 넘는 소나무(1억원 상당으로 언론에서 명품소나무라 불리웠다)를 훔치다 들켜 법의 심판을 받은 일이 있는 걸 보면 안보이는 곳에는 이쁜 소나무들이 많은 모양이다
등산로는 대부분 요로코롬 생겼다
능선에 심은 듯 박혀있는 바위들... 그 바위들에 박힌 듯 자라는 활엽수들... 그 사이를 걷는다
가로수(?)는 활엽수와 침엽수들의 교차연속...
정상어림의 능선은 차라리 육산으로 분류하고 싶을 정도...
보슬보슬한 능선길 주위엔 참나무들이 숲의 터널을 만들어 주고 있다.
서쪽능선의 정상 못미쳐에서 만나는 암봉...
이정도의 암봉은 여기가 유일, 나머지는 육봉이거나 그저그런 규모의 바위들이다
정상은 바닥에 깔린 바위 몇개와 넓지도 좁지도 않은 공터로 형성되어 있다
정상이 주는 묘미보다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군들의 자태... 조망이 빼어난 곳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희양산
백두대간 탐사때, 저곳 능선에서 땡중들이 길목을 막고 산을 못오르게 하고 있었고, 별수 없이 그들을 피해 비오는 날 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프가 제거된 암릉을 오르며 나무등걸에 매달려 위태위태하니 나약한 나무뿌리에 내 생명을 맏긴 허망함에 얼마나 그 땡중들을 원망했는지 모른다
정상에서 바라본 대아산 방향
백두대간때 저곳에서는 리본을 잘 봇 판단해 용추폭포 쪽으로 500m를 하산했다 돌아온 기억이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속리산 방향
지난 초여름 묘봉과 상학봉을 밟으며 그 암릉의 아름다움에 얼마나 많은 감탄사를 쏟았느지...
도장산은 그 이름부터가 도를 비장하고 있는 산이란 뜻이니,
오늘 산행은 발부리에 차일 돌맹이 하나에도 도가 갈무리되어 있을 터,
행여 운이 좋아 道 하나쯤 주어 담아 올 수 있으려나???
심원사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하였고 그 후 고승인 윤필과 의상대사가 있었던 사찰이라 전해진다. 지금의 건물은 화재로 전소된 후 1964년에 다시 지은 것으로서 산중의 한벽함을 물씬 풍기고 있다.
도장산은 산보다 계곡이 더 유명함을 말해주듯
곳곳에 수려한 경관의 암벽과 깊은 소, 그리고 낙차큰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심원폭포
수량이 풍부한 폭포와 깊고 푸르른 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정표 하나 없어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 경관도 좋고, 만만찮은 삼단폭포인데도 이정표가 없으니 안타깝게도 무명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계곡의 한면을 이루고 있는 암벽은, 높고 넓어 가슴 벅찰 정도로 웅장하건만 이름을 모르니 안타깝다. 이걸 배경삼아 사진 찍는 많은 사람들, 다들 뭐라 메모할 것인지 궁금하다, 뭔가 이름이 있을텐데...
쌍용계곡 입구
이곳에 암룡석과 숫룡석이 있다는데 식별이 쉽지 않다
이곳 일대는 우리나라 십승지지 중의 하나로서, 우리민족의 이상향으로 일컬어지는 지리산 청학동과 같은 살기 좋은 선인의 고장인 우복동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해온다
세시경 하산길의 쌍용계곡 입구...
도로변에 수십대의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있는걸 보면 이곳의 유명세를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다만 저중 몇대는 산행보다는 이곳에서 먹고 마시러 온 사람들...
용추교 다리 밑, 걸어 놓은 큰 솥에선 뭔가 열심히 끓고 있고, 그 곁에선 이미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도심이나 그 주위에 유흥음식점이나 노래방이 많은데, 하필이면 이런곳까지 찾아와 어지럽게 할꼬...
도가 깃든 산이어서인지 산행내내 뭔가가 머릴 들쑤시고 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도 알 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
갈수록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아마도 그건 잘 훈련 되어진 정숙함을 가장한 완전한 삶의 자세일 뿐인 것 같다.
어떤 유혹에도 가장 약한 세대에 내가 놓여 있음을 인정하며 오늘도 난 뭔가를 찾아 산을 헤매인다... 그 끄트머리의 한자락에서 뭔가 건져 올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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