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산(八角山, 628m)


구름위에 첩첩이 솟은 봉우리가 여덟 개라 해서 이름 붙여졌으며, 옥계팔봉이라고도 불린다. (산의 보편적 호칭인 봉(峯)을 피하여 각(角)이라 부르는게 특이하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기암괴석과 급경사, 암벽 등으로 인해 산세가 험한 편이다.


산행코스 : 옥산리-출렁다리-산성골-팔각산(8봉)-7봉↔1봉-팔각산장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자이언트산악회


특징 : 전체적으로 그늘이 적은 산이어서 봄, 가을 산행지로 적합하나 알탕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옥계계곡의 물에 반해 찾아올 수도 있을 듯... 절경을 제대로 구경하기 위해서는 산행코스를 1봉에서 8봉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행 들머리는 출렁다리에서...

옥계계곡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길이 70m로 국내에서 제일 긴 출렁다리라는데, 글쎄~~ 

 

 

 

출렁다리 근처 계곡, 조금 더 올라가면 옥계계곡 본류를 만난다.

옥계계곡은 옥계2교 근처에 세워진 표지석의 仙境玉溪라는 문구에 부끄럽지 않는 비경을 자랑한다

 

초입, 울창한 숲에 갇혀버린 골짜기를 오른편과 왼편에 번갈아 끼는 등산로가 쭈욱 이어진다.  길가 원시림은 칡넝쿨로 뒤 덮여 차라리 어두울 정도... 숲의 빈공간을 뚫고 스며드는 빗살이 너무 곱다

 

숲과의 교감을 시작해 본다. 산이 전하는 메시지를 하나라도 놓칠새라 가슴에 담으며... 자연과의 감응은 나와 자연이 딴몸이 아니라는 자각에서 부터 시작된다.

나무의 날숨을 내가 마시고, 나의 날숨은 나무가 마시니 나무와 내가 다른 것일 수 없다. 그리고 세상의 삼라만상이 모두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드디어 찾아낸다.

 

 

첫번째 나무다리를 지나서면부터는 미약하지만 계곡트레킹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데, 진회색의 암반 협곡으로 청류가 유유히 흐르는 담, 소(沼), 폭포 등을 안은 계류를 수십차례 건너야한다

 

좁은 협곡은 험한 물굽이 끝에, 와폭에 이은 조그만 소(沼)들을 만들어 내는데, 계곡 곳곳에는 층암절벽과 기묘한 암봉군이 도처에 솟아 있어 트레킹의 묘미를 더해준다. 

 

계곡 좌우엔 부처손이 덕지덕지 붙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나열해 있고, 연록색 암반위를 넘실거리며 흐르는 계류와 소(沼)는 가뭄에 수량은 좀 적지만 보기만 해도 시원해진다

 

제2목교 

협곡을 가로지르는 아취형의 다리는 진한 녹음과 묵빛 암벽이 어루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

 

무주구천동의 나제통문을 연상케하는 독립문바위 아취형태의 바위로 된 개선문을 빠져나오면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말벌집을 볼 수 있다... 쉿! 조심~

 

계곡을 벗어나 한참을 걷다보면 사람키를 훌쩍 넘는 산죽 푸른 숲이 산꾼들을 맞이한다 

 

산죽 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외딴집이 나타난다.

뜨락에 널린 빨래 몇개가 한가롭고, 텃밭의 채소와 하얀 들꽃이 평화로워 한번쯤 살아보고도 싶지만, 아서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 혹시 평화로움 뒤,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움이 숨어있지나 않을까?

 

외딴집을 지나 30여분 급경사를 오르다보면 만나는 능선, 억새들이 어느새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가을맞이 기념사진 찍어줄테니 들어가 보세요" 아내의 날카로운 대꾸 "씨~ 가을도 좋지만 묘인데..."

 

 

팔각산 가는 능선에는 굴참나무 천지...

보통 다른 산에는 침엽수는 차지하고라도, 같은 활엽수래도 서어나무, 물박달 등등 수종이 다양한데...

 

또 하나 이산의 특색인 정상 못미쳐 삼거리에 서 있는 이정표...

행선지와 거리를 알려주는 다른 산의 이정표와는 달리 이곳에는 산행지도를 매달아 놓고 있다

제작하는데 경비는 많이 들었겠지만, 산을 찾는이들에게는 행선지와 거리가 더 필요한데... 아쉽다  

 

팔각산 정상

좁기 때문에 앉아 쉬기에는 적당치 않고, 나무로 둘러쌓여 조망 또한 없다 

 

정상에서 7봉 방향으로 약 10m쯤 진행하면 왼쪽으로 조망이 확 트인다.

가히 전망대라 부를만...근처에 칠보산이 있을텐데 찾을 수 없고, 곧 바로 의미없는 시선을 거두고만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7봉 능선의 뒷면 

암릉 사이사이 늘어선 저 소나무,만학천봉(萬壑千峯)을 거느리고 운무(雲霧)에 이끌려 하늘에 닿아도 벗어남 없는 곧은 마음 그윽한 솔향 흘려주는데, 코끝에 걸린 그윽한 향 한점 구름되어 점점이 흐른다

 

7봉쪽으로 가는 능선 

암릉 상부가 협소하고 뾰족한 데다 암석은 잘게 쪼개진 결이 칼날처럼 날카롭다

 

대부분의 암산의 특징을 넘는 소나무와 암릉의 상서로운 만남...

특히 이곳의 소나무는 분재 같은 왜송이 많아 더욱 멋진 경관을 연출해 주고 있다

 

6봉에서 바라본 7봉

6봉 방향 하산길이 급경사에 절벽을 끼고 있어 위험한 편이다. 물론 안전시설도 거의 없다

누군가 표지석을 봉우리 같지 않은 작은 돌출부로 옮겨 소나무 가지사이에 길치듯 심어 놓았으나, 릿찌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을 듯... 물론 난 이 하산길을 집사람과 함께 내려왔다.

 

원래의 7봉 정상

이곳은 정규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고는 결코 다달을 수 없다

 

'나는 곧 나무요, 나무가 곧 나다'에 목을 매고 헤매이다, 눈앞에 나타난 가파름에 놀라 상념의 나래를 접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능선을 타고 병풍을 두르듯 즐비하게 늘어선 기암괴석 사이를 지나 7봉 정상에 선다.

 

7봉에서 바라본 능선...

약간의 위험을 동반하지 않고 어이 선경을 즐길 수 있으리오...

7봉 정상이 아니면 이런 선명한 능선을 결코 가슴에 담을 수 없다

 

 

 

 

6봉에서 바라본 7봉을 향하는 능선

아무래도 팔각산의 경치는 인위적 7봉에서 5봉까지의 능선이 제일일 듯 싶다 

 

5봉에서 바라본 6봉

암벽코스 곳곳에는 어린이 손목만한 밧줄이 매달려 있다

요즘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짜릿한 쾌감을 원하는 편인데, 팔각산은 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5봉

암봉주위 바위틈과 벼랑에는 소나무들이... 바위산과 조화를 이루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잠깐의 쉬임 끝에... 나도몰래 소나무 잎파리 가만히 깨무는데 금새 진한 향이 한입 가득차 온다

 

生과 死의 절묘한 만남...

그리 높지 않은 암봉 정상에 외롭지 않으려 마주보고 선 소나무 두 그루...

문듯 '삶과 죽음이 하나이어라...' 법정스님의 말씀이 떠오름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여기가 4봉일 것 같은데, 사방을 두리번거려봐도 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3봉은 우회로를 이용...

1봉부터 올랐더라면 한때 암벽에 빠졌던 난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정상을 밟았으련만(3봉 초입에 좌측 일반등산로, 우측 암벽등산로로 표시되어 있으니, 틀림없이 우측을 선택했을거다)

8봉부터의 하산길인, 3봉 뒷편은 산악회 리본하나 보이지 않고, 산행대장의 방향표시도 우회를 지시... 나름대로 바위에 매달려보지만 실수로 손바닥에 상처를 입은 후, 서운함을 무릅쓰고 우회로를 택한다  

 

1봉

조그만 언덕 같은 곳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외롭게 우뚝 솟아있다

봉우리마다 직사각형의 화강암 지표석을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걸쳐 놓았다

(2봉은 언덕에 납작한 바윗돌 몇개 포개논 것 같이 볼품 없이 생겨 사진 촬영이 무의미...)

 

1봉에서 10여분 내려온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본 팔각산 전경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108개 철계단...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갖는 백팔번뇌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까?

그렇다면, 백 여덟 개의 가파른 계단을 힘들게 오름은 곧 번뇌를 벗어나는 것임을 의미할 것이고...

 

아서라~ 번뇌란 본래의 자기인 일심(一心)을 잃는 데서 오는 것이므로,

일심을 잃지 않도록 하고, 또 잃더라도 빨리 되찾는 것이 백팔번뇌를 끊는 길일지니...

 


철계단 옆의 계곡

폭포 밑은 거의 한길이 다 되도록 깊어, 하산길 숨어서 알탕하기 딱 좋은 곳이다.  오늘 알탕을 같이 하신 어르신 曰 "여심폭포(설악산 흘림골 소재) 같지?" "예! 맞습니다 맞고요" ㅎㅎ  

 

귀경길엔 보너스로 강구항 탐방

일몰을 앞둔 시각, 방파제에서 보는 강구항... 윗편이 주왕산 자락으로 부터 흘러내려오는 오십천이다

 

어시장에서 바라본 등대 

 

 

 

해안선에 늘어선 어선들... 뒤편엔 대게를 파는 식당이 줄지어 있다

요즘은 대게가 잡히지 않는 철인지, 식당마다 거의 러시안산을 팔고 있단다

 

어시장 풍경

광어의 흥정이 이루어지지 않자, 해삼 한접시로 아쉬움을 달래는 집사람... 서울보다 비싸단다

일행 한분 曰 "백령도의 횟감은 전부 인천 공판장에서 받아온답니다" 그럼 비싸도 그냥 참으렵니다 

 

진정한 행복...

인간의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겠는가?


제우스신의 선물인 결코 열어서는 안되는 상자를 판도라가 열었을 때,

슬픔과 고통,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惡)이 쏟아져 나왔으며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을 땐 희망(미래, 헛된 희망)만이 남았단다.

그때부터 인간은 여러 고통을 겪으면서도 미래의 희망이란 끈을 안고 살게 되었다나?.


그래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내 삶에 있어 제일 큰 희망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 붙이고 살아가는 것인데

이미 난, 집에서는 물론 산에서까지 그녀의 두손 꼭 잡고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음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