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짙어간다.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개울가에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성급한 나뭇잎들은 서릿바람에 우수수 무너저내린다. 나는 올 가을에 하려고 예정했던 일들을 미룬 채 이 가을을 무료히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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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자취를 뒤돌아 보면, 그것은 하나의 과정으로 순례의 길처럼 여겨진다. 지나온 과거사는 기억으로 우리의식 속에 축적된다. 대개는 망각의 체에 걸러져 가맣게 잊어버리지만, 어쩐 일은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지나온 과거사가 기억만으로는 현재의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사를 자신의 의지로 소화함으로써 새로운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인다. 그래서 그 과거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망각은 정신위생상 필요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망각 때문에 어리석은 반복을 자행할 수도 있다.
보다 바람직한 자기관리를 위해서는 수시로 자신의 삶을 개관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남의 눈을 빌어 내 자신의 살림살이를 냉엄하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자기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에게 정직하고 진실해야 한다. 작은 이익에 눈을 파느라고 큰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탐욕스런 사람들은 눈앞의 이해관계에만 매달려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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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솔직한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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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바깥 소리에 팔릴게 아니라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스승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깃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만이 자기 자신을 재대로 관리할 수 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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