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화합

2004. 4. 2. 08:47

조그마한 여유라도 갖고 살아가야 하건만
왜 하루하루를 그리도 정신없이 보내야 하는지...
엉겁결에 둘째의 생일까지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한동안 휘몰아치던 일들이 대충 마무리되어지고
오랜만에 찾아온 모처럼의 여유가 주위를 돌아다보게 만든다.
그리고 둘째의 빈자리를 들여다보며 둘째와의 추억을 찾아 헤맨다.


모처럼의 주말인데 할 일이 좀 많을 것 같다.
지난 일요일부터 시작된 야근에 집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고,
아침식탁에서나 볼 수 밖에 없던 애들과도 대화가 거의 없었다

 

우선 집안 대청소, 왕창 밀린 빨래도 하구(이건 다릴 일이 더 문젠데?),
아! 철지난 겨울옷도 봄옷으로 바꾸어 걸어 놓아야 겠다.

 

모처럼의 주말 식탁을 위해 찌개 끓이고, 봄나물도 좀 무쳐봐야겠지?
킴스에 들러 인스탄트 사다 냉장고도 채워야 할 것 같고.....
그 다음은 애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옛말에 머리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조상님의 음덕 때문인지
하느님으로부터 잘 발달된 잔머리를 물려 받을 수 있었다.

 

할 일은 수두룩하고 내 주특기인 잔머리를 굴려봐?
기껏해야 사랑스런 우리 아들놈들 고생시키는 방법 연구지만....

 

우리 애들이 할 수 없는 일이 무어지?
다리미질은 안되고, 털털하니 옷 정리하기도 안되겠지?
애들이 끓인 찌개라야 맛도 별로일테고
시장보기? 아니 그것도 내 카드로 결재해야하니 안되고.
막상 애들 시킬만한게 별로 없다.

 

별 수 없이 마음놓고 시킬 수 있는 청소나 맏기기로 결정.
그러나 요놈들도 하기 싫어할게 뻔하니 작전이 필요하다.
우선 해야할 일을 목록으로 작성하여
가족회의에서 발표하면서 삼인의 공동배분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능력이 별로 없는 요놈들
(우리집은 정당한 요구를 수용할 능력이 없을 땐 자동적으로
다음주 설거지 당번으로 정해짐)
내가 맏길려고 하는 일을 서로 하겠다고 나서게 되니
그저 나는 못이기는 척 넘어가 주면 된다.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청소를 넘겨서 좋고,
설거지하기 싫어하는 우리 애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은 해서 좋고
가족들 화합을 잘 유도하는 나는 역시 머리가 너무 좋은가 보다

 

일단 구상은 끝났고 이제는 즐거운 주말을 맞이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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