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 한주, 한북정맥에 또 다른 한주,
'산과 하늘(daum cafe)'과 함께 하나의 주말을 보내고,
마지막 남은 주말마저도 서울 근교의 산을 찾으니 주위에선 산에 미쳤다고 그러더군요.
홀로된 외로움을 달래려 찾기 시작한 산이 어느덧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평생을 곁에 머물며 지켜주고 싶은 이가 생겼는데도 말입니다.
지난 주말에 난 한북정맥을 찾았습니다. 내사랑 조이님과 함께요.
산의 초입부터 비오듯 흐르는 땀. 어느새 봄은 땀과 함께 우리 곁에 와 있었습니다.
산의 초입에서 만난 진달래는 꽃망울 터뜨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더군요.
아스라한 세월의 끄트머리에서 추억 한점 끄집어내어 꽃술 한입 베어물어봅니다.
아~써! 아직은 이른 봄이었습니다.
한켠에는 복수초 한송이가 낙엽을 들추며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군요. 나도 있다면서요.
그 샛노란 아름다움은 외로운 슬픔보다는 차라리 요염한 손님 맞이였습니다..
사방에 널린 생강나무는 노란 꽃술을 내밀며 마음껏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나무는 내가 여러사람을 웃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나무였습니다.
전문가가 가르켜준지 채 십분도 되지 않아 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온말은 당근나무...
당근이나 생강이나 김치에 들어가기는 마찬가지잖아요? 제 연상기억법의 오차였답니다.
산행중 다라이(얼마나 크지 알지요?)에다 나물 그득 넣어 만든 비빔밥은
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그 맛이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꽃 속에 둘러 쌓여,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깔깔거리며 먹는 산밥...
이런 행복이 있어 산을 오르는게 아닐까요? 전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산을 찾았습니다.
산행 끝내고 한강 둔치에서 뒷풀이까지...
족발 풀어 해치고 산행의 안전을 위해 참았던 쐬주...그렇게 난 취해갔습니다.
저녁내내 속 풀어주느라 고생하신 조이님... 아마 조이님댁 꿀단지 다 비워버렸을 것입니다.
아직도 쓰린 속을 부여안고 또 산을 찾아 나서는 나... 산에서 무엇을 찾으려함일까요.
그 답은 단 하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랍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만남이 있고, 대화가 있는 산을 찾지 않을 수 없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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