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불가리아 - 루마니아

 

여행일 : ‘19. 5. 29() - 6.5()

세부 일정 : 소피아릴라소피아(1)플로브디프벨리코 투르노보(1)이바노보부카레스트(1)시나이아브란브라소브(1)루피아시비우시기쇼아라(1)투르다클루지나포카

 

여행 넷째 날 : 드라큘라의 성으로 더 잘 알려진, 브란 성(Castelul Bran)

 

특징 : 브란(Bran) : 브라쇼브 시로부터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브란, 포아르타(Poarta), 프레델룻(Predeluţ), 시몬(Şimon), 소호돌(Sohodol)이라고 하는 다섯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마을은 13세기 초 튜턴 기사단(Teutonic Order)‘이 디트리히슈타인(Dietrichstein)이라는 나무로 된 요새를 건설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1242년 몽골에 의해 요새가 폐허화되었다가 1377년 헝가리의 지기스문트 왕이 현재의 브란 성 부근에 석재로 된 요새를 건설할 것을 명령하면서 재건됐다고 한다.

 

브란 성(Castelul Bran) : 일명 '드라큘라의 성'으로 알려지면서 동유럽 최고의 관광지가 된 곳. 1212년 독일 기사단의 요새로 만들어졌으나 1920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 여왕에게 헌정되었고, 이후 대대적인 개조를 통해 애초 요새로서의 외양이 사라지고 낭만적인 여름 궁전으로 바뀌었다. 그 덕분에 시대에 따른 새로운 양식이 추가되면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결합된 특징을 갖게 되었단다. 브란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드라큘라의 성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1897년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가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를 쓰면서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 블라드 3를 가상모델로 삼았는데, ’블라드 테페슈또는 블라드 드라큘라로 불리던 그가 이 성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브란성의 투어는 브라쇼브 주(Judeţul Brașov)에 위치한 산골마을인 브란(Bran)에서 시작된다. 동명(同名)의 성()이 먼저인지 아니면 마을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에 딸린 작은 마을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가 브란 성이 드라큘라의 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 역시 유명 관광지로 변했을 것이고 말이다. 참고로 드라큘라 이야기는 15세기에 이 지역을 통치했던 블라드 테페슈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재위기간에 적과 범죄자를 가혹하게 다뤄 악명을 떨쳤다고 전해진다.

 

 

 

 

매표소로 들어가는 골목은 엄청나게 많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기념품뿐만 아니라 의류와 잡화 등 진열해놓은 품목들도 다양했다. 식당이나 호텔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그만큼 관광객들로 넘친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연간 60만의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니 이를 말이겠는가. 참고로 카리스마 넘치는 뱀파이어 이야기는 소설로 발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어서 영화 등으로 리메이크 되면서 드라큘라 백작은 세계적으로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소설을 쓴 스토커는 사실 이곳을 방문한 적도 없단다.

 

 

 

 

드라큘라로 먹고 사는 동네답게 곳곳에서 드라큘라의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파에 밀려 걷다보면 어느새 매표소이다. 입장권은 성인 기준으로 40레이(한화로 약 12,000), 나처럼 65세 이상의 노인(30레이)과 학생(대학생 25레이, 고교생 이하 10레이)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입장은 연중무휴(年中無休)이나 입장시간은 동절기(11~3: 9~16)와 하절기(9~18)를 구분해서 운영한다. 단 월요일은 계절에 관계없이 12시부터 문을 연단다.

 

 

표를 사서 안으로 들자 잘 꾸며진 공원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호수까지 갖춘 울창한 숲속에 산책로는 물론이고 관광객들을 위한 카페까지 들어앉혔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두어 종류의 조형물도 눈에 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브란성보다도 더 예쁘게 꾸며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원에서 바라보는 성곽(城郭)은 한 폭의 풍경화로 나타난다. 그것도 잘 그린 그림이다. 드라큘라의 성이라는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일반적인 중세 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앉아 있는 것이 그저 예쁘기만 할 따름이다.

 

 

 

 

 

성은 뾰족한 탑과 지중해풍의 지붕을 벽돌이 에워싸고 있는 모양새이다. 건물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건축양식이 추가되면서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결합되어 있단다.

 

 

 

공원 산책이 끝났으면 이젠 성으로 들어가 볼 차례이다. 성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의 끄트머리에 있다. 길가에는 두어 종류의 깃발들이 걸려있다. 그런데 온통 박쥐(흡혈?)들로 채워져 있는가 하면 저녁에는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는 등 겁주는 문구들을 적어놓기도 했다. 아마 음산함을 모티브로 삼은 모양이다.

 

 

길을 걷는데 귀여운 달팽이가 보인다. 앞서가던 집사람이 걸음까지 멈추어가며 호들갑을 떤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상하며 걷고 있었기에 낯선 풍경일 수도 있겠다.

 

 

성 앞에서 십자가를 만났다. 드라큘라는 십자가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어둠이 깔리면 나타난다는 드라큘라로부터 관광객들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세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싱거운 추측을 해본다.

 

 

안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계단은 새로 만들어놓은 것이지 싶다. 지금과 같은 형태였다면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못 막아냈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오른편에 보이는 부분은 감시탑이라고 했다. 가이드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사진촬영에 바빠 한쪽 귀로 흘려듣고 말았다.

 

 

 

경비실을 지나자 역대 성주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소설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블라드 테페슈(Vlad Tepes)의 초상화(아래사진의 오른쪽에서 네 번째)도 보인다. ‘브람 스토커드라큘라는 사실 '브란 성을 배경으로 쓴 것은 아니란다. 이 분의 이름이 주는 느낌과 약간은 잔인했던 성주였다는 것이 소설의 모티브로서 채택된 것이 아닐까 싶다.

 

 

 

 

성은 밖에서 보다 안에서 바라볼 때가 더 아름다웠다. 서있는 장소를 불문하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하나같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내부의 방들을 구경하다보면 마리 여왕(Queen Marie)과 공주 일레아나의 이런저런 삶과 관련된 얘기들을 적어 놓은 기록물들을 만난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관심은 온통 드라큘라에 쏠려있는 모양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드라큘라의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이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닐 따름이다. 참고로 이 성은 1920년 루마니아 공국들의 통일에 기여한 마리여왕에게 헌정되었다. 여왕이 죽은 후 일레아나 공주가 성을 물려받았으나 루마니아가 공산권이 되면서 후손들은 소유권을 박탈(1948) 당했다. 이후 정부가 국가문화재로 지정(1956)하여 중세역사미술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켰으나 2006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이 성의 소유권을 되찾아갔다고 한다.

 

 

 

 

 

 

 

 

 

 

레지나 마리아(Regina Maria)의 방도 보인다. 그녀로 여겨지는 흉상이 모셔져 있는 걸 보면 그녀가 머물던 공간이 아닐까 싶다.

 

 

 

 

 

 

‘Sala gotica‘라고 적힌 안내판도 보인다. 하단에 ’the gothic room’라고 덧붙여 놓은 걸 보면 이 부근은 고딕양식으로 꾸며놓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방어용으로 지어진 탓에 외관은 작고 단순하다. 하지만 내부는 좁고 가파른 비밀통로가 미로(迷路)로 얽혀있다. 그렇게 작은 방들이 연결되니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암살에 시달리던 성주가 찾아낸 지혜의 산물이란다.

 

 

내부는 층별로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다. 층과 층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다. 사람들이 사는 듯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드라큘라 사진 대신, 어여쁜 왕비와 공주 사진이 눈길을 잡아끈다.

 

 

 

 

내부는 회랑(回廊) 모양의 복도가 만들어져 있다. 덕분에 어디서나 중정(中庭)이 눈에 훤하게 들어온다.

 

 

성 안은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그래선지 밖이 내다보이는 공간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하나같이 카메라 렌즈의 사냥감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나 또한 그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말이다.

 

 

성의 꼭대기에는 조망이 툭 트이는 공간도 만들어져 있었다. 옛날에는 망루로 쓰였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창문 사이사이로 브란마을이 내려다보인다. 푸른 숲속에 들어선 집들은 하나같이 붉은 지붕에 하얀 벽면이다. 발칸지역, 아니 지중해나 흑해 연안에서 만나는 일상적인 풍경이라 하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이질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아래쪽에 있는 회전식 창문은 두꺼운 목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적을 공격하고 난 후 외부로부터 날아오는 화살이나 총탄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지 싶다.

 

 

블라드 테페슈(Vlad Tepes)‘의 초상화가 붙어있는 방도 보였다. 그가 생활하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소설 드라큘라의 주인공으로 묘사돼 더욱 유명해진 그는 루마니아 첫 독립 국가인 왈라키아 공국의 통치자로 재위했던 인물이다. 테페슈라는 말은 그의 본명이 아닌 별명이었다. ‘창 꽂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테페슈가 별명이 된 이유는 당시 그가 적을 창에 꽂아 처형하고 그 모습을 보며 만찬을 즐기는 잔혹함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살아 있을 때는 테페슈보다는 드라큘라로 더 많이 불렸다. 서명을 할 때도 본명이 아닌 블라드 드라큘라라고 서명을 하는 등 드라큘라라는 별명을 좋아했단다. 그래서 소설도 블라드 테페슈 공을 주인공으로 묘사하면서 드라큘라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소설 속에서 흡혈귀로 묘사되는 것은 실제와 다르게 과장이 있긴 하다. 그래도 잔혹했던 블라드 테페슈와 그를 모티브로 한 드라큘라라는 소설 덕분에 루마니아에는 많은 관광 명소들이 탄생했다.

 

 

 

 

 

 

당시의 의상은 물론이고 쇠창살과 철도끼 등 중세시대 무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몸서리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박물관에 진열된 물건일 뿐이다. 드라큘라라는 선입견을 갖고 으스스할 준비를 하고 성을 방문하지만 실제로는 동화 속에 나옴직한 멋진 고성이다.

 

 

 

 

 

 

이왕에 시작했으니 한걸음 더 나가보자. 소설 드라큘라(Dracula)‘는 영국의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 : 1847-1912)‘에 의해 쓰여 졌다.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과 처음 만난 조너선 하커와 조너선의 부인 미나, 시워드 박사, 흡혈귀가 된 희생자 루시 웨스턴라 등 주요 등장인물의 일기와 일지 형태로 쓰여진 이 이야기는 트란실바니아의 흡혈귀가 초능력을 사용해 영국으로 건너가 자기가 먹고 살아야 할 피를 얻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다는 줄거리이다. 1890, 스토커는 민속학에 정통했던 부다페스트대학(헝가리 소재)의 교수 아르미니우스 뱀버리로부터 동유럽의 흡혈귀 설화를 듣고 드라큘라에 대한 착상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몇 년 동안 도서관을 다니며 블라드 테페슈를 비롯한 흡혈귀들의 설화와 전설을 조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출간된 드라큘라는 현실적인 가상의 글을 모아 놓은 형태의 서간체 소설이다. 엄청난 인기를 얻은 이 소설은 연극과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져 역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루마니아인들의 영웅이었던 블라드 드라큘라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게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동일시되었다. 더불어 브란성도 드라큘라가 실존했던 증거인 양 관심을 모았다.

 

 

 

 

중정에는 우물이 있었다. 우물 아래로 비상통로가 나있다는데 눈으로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그저 관광객들이 던져놓고 간 지폐와 동전들만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을 따름이다.

 

 

 

 

 

에필로그(epilogue) : 드라큘라성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한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는데 직접 체험해 보지는 못했다. 성의 투어를 끝내면 야외에 설치한 텐트 안으로 안내되고, 이어서 좀비 치어리더들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괴한 옷을 입은 이들이 분위기를 한껏 이끌어준다고 했다. 피를 주제로 한 붉은 칵테일을 바에서 만들어 내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 칵테일을 권한다는 것이다. 중세 시대의 성에서 밤에 진행되는 파티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좋은 추억거리 하나 만들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하긴 그런 멋진 행사가 아무 때나 열릴 리는 없겠지? 더우기 우리 같이 대낮에 투어를 끝내버린 관광객들이라면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