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불가리아 - 루마니아
여행일 : ‘19. 5. 29(수) - 6.5(수)
세부 일정 : 소피아→릴라→소피아(1)→플로브디프→벨리코 투르노보(1)→이바노보→부카레스트(1)→시나이아→브란→브라소브(1)→루피아→시비우→시기쇼아라(1)→투르다→클루지나포카
여행 넷째 날 : 루마니아의 국보 1호, 펠레슈성(Peleş Castle)
특징 : ‘카르파티아의 진주’ 라고 불리는 휴양도시 ‘시나이아’에서 단연 최고로 꼽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카를 1세(Carol I)’의 명에 의해 1873년에 건설을 시작한 이 성은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설계되었으며, 처음에는 독일 건축가 빌헬름 도데러(Wilhelm Doderer), 나중에는 그의 제자 요하네스 슐츠(Johannes Schultz)가 공사를 감독하여 완성시켰다. 이후 왕가의 여름 휴양지로 활용되었으며, 1914년 카를 1세가 죽자 이곳에 묘를 만들었다. 정교한 장식을 새긴 나무로 만든 건물 외관은 물론 건물 내부와 정원, 주변경관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화려하다. 카르파티아 산맥의 우뚝 솟은 봉우리와 숲으로 둘러싸인 모습도 장관을 이루며 건물은 정면에 조각정원이 딸린 커다란 공원 안에 세워져 있다. 성을 지을 때 경비실, 사냥용 별장, 마구간, 발전소 등 부속건물들까지 같이 건설되었으며, 자체 발전소를 갖추고 있어 유럽에서 전력을 사용해 불을 밝힌 최초의 성이기도 하다. 중앙난방을 사용한 최초의 성이었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루마니아의 ‘국보 1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유일 것이다.
▼ 펠레슈 성을 둘러보려면 우선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약 두 시간 가량 떨어진 ‘시나이아(Sinaia)’라는 도시까지 와야만 한다. 시나이아는 카르파티아 산맥이 있는 프라호바 주의 한 도시인데 경관이 수려하여 예전부터 휴양도시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루마니아 왕국의 초대 왕이었던 카를 1세는 이곳에 여름 별장으로 펠레슈 성을 지었다.
▼ 성은 마을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울창한 숲속을 잠시 걸어야만 만날 수 있다.
▼ 숲길이 끝나면 중세풍의 건물들이 관광객을 맞는다. 펠레슈성의 부속건물인데 성과 비슷한 형식의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져 하나같이 아름답다. 펠레슈 성보다 규모만 작다고 보면 되겠다.
▼ 펠레슈성은 그동안 보아왔던 유럽의 다른 성들과는 많이 다른 외관을 갖고 있었다. 우중충해 보이던 다른 석성(石城)들과는 달리 높이 솟은 첨탑 등 동화 속에서나 만나볼 법한 아름다운 외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와 그림이 함께 섞인 독특한 외관은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양식이었다. 또한 성은 주변의 자연경관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푸른 나무숲은 물론이고 주변의 산릉들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등 여름궁전이라는 목적에 딱 어울리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 궁전에 이르면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진 뜰이 나온다. 그림은 궁전의 하얀 벽면을 채우고 있는데 주 건축재인 목재와 잘 어우러지며 보는 이에게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건물은 독일 건축가와 체코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으며, 목재와 벽돌, 대리석 등을 이용한 독일의 ‘신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 이젠 안으로 들어가 볼 차례이다. 입장료는 기본이 20레이(5유로)이다. 하지만 이는 1층에 한정된다. 3층까지 모두 둘러보고 싶다면 50레이를 추가로 내야만 한다. 거기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을 경우엔 32레이(8유로)를 따로 지불해야만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그렇다고 사진촬영을 포기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 점심상에 올릴 요량이었던 반주를 빼내기로 하고 카메라를 챙기는 이유이다. 참고로 이곳 루마니아는 EU 회원국이지만 자체 화폐 레우(Leu·복수형은 레이)를 쓴다. 1레우는 300원 안팎이다. 현지 맥주 한 캔이 5레이, 담배 한 갑이 8~10레이, 1.5리터 생수가 2~3레이여서 전반적인 생활 물가는 한국보다 조금 낮은 편이라고 한다.
▼ 궁전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방이 무려 170개나 된단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목제로 꾸며진 모양새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기둥이나 난간, 벽면은 빈틈없이 조각이 되어있었고, 천정에 그려진 그림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무엇 하나 놓칠 것이 없는 곳이었다. 곳곳에 배치해 놓은 수천 점에 달하는 그림과 조각품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였다.
▼ 성은 10세기 후반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 혼용된 독일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다. 건축 당시 터키와 알바니아, 체코 등에서 유명한 건축가들을 불러들였고 400명의 인부가 동원되었단다. 성의 내부와 외부는 모두 나무 재질의 화려함을 살려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각종 무기들이었다. 1903년부터 1906년까지 조성된 무기의 방에는 4,000점에 달하는 유럽과 동양의 무기류가 전시되어 있는데, 얼마나 다양한지 그야말로 박물관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 내부는 사치스러울 정도로 호화롭게 꾸며져 있다. 아름다운 도자기와 금이나 은으로 만든 접시, 크리스탈 샹들리에, 멋진 조각들, 그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가구들까지 어느 것 하나 호화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 왕궁도서실에는 황제가 유사시에 다른 곳으로 피해 이동할 수 있도록 비밀문도 만들어 놓았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눈치를 채지 못할 만큼 감쪽같았다.
▼ 수많은 방들 중에는 시리아와 이란, 이라크, 터키, 알바니아,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에서 수집한 각종 물건이 전시된 국왕 집무실과 이탈리아 가구로 꾸며진 이탈리아 룸, 100년도 더 된 크리스탈 거울이 걸린 베네치아 룸, 음악회와 영화를 즐기던 극장 등이 눈길을 끈다.
▼ 유럽 미술가들의 회화작품 2,000여 점도 소장되어 있다.
▼ 1875년에 지은 옛날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이 성에는 세 가지의 최신 설비가 장치되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천정 자동 개폐식 환기 장치이고 둘째는 음식을 나르는 엘리베이터 시설, 셋째는 중앙 집진식 청소 장치란다.
▼ 아쉽게도 펠레슈성의 또 다른 볼거리라는 정원은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정원 안쪽에 조각공원이 있다는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이드의 뒤만 쫄쫄 따라다는 게 패키지여행의 특징이 아니겠는가. 떠나오기 전에 예습이라도 해두었으면 잠시라도 짬을 내었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쯤은 감수해야 할 일일 것 같다.(사진은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다)
▼ 언덕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규모가 조금 작은 성 하나가 나온다. 독일 '호헨쫄레른' 왕가 출신의 카를 1세가 자신의 조카이자 미래의 왕이 될 페르디난드 왕자 부부를 위해 1899년 건축을 시작해 1902년에 완공한 ‘펠레쇼르 성(Castelul Pelisor)’이다. 그는 펠레슈 성을 유난히도 싫어한 페르디난드의 부인 마리를 위해 펠레슈 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언덕 위에 이 성을 지었다. 때문에 마리 왕비의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펠레슈 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라는 것이다. 건축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게 다 그거로 보였지만 말이다.
▼ 아르누보 양식으로 장식되어 있다는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덕분에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호화스런 내부 장식도 볼 수 없었다. 루마니아의 두 번째 왕이었던 페르디난드가 숨을 거둔 방과 침대는 물론이고, 한때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사용하던 별장의 모습도 볼 수 있다는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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