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불가리아 - 루마니아

 

여행일 : ‘19. 5. 29() - 6.5()

세부 일정 : 소피아릴라소피아(1)플로브디프벨리코 투르노보(1)이바노보부카레스트(1)시나이아브란브라소브(1)루피아시비우시기쇼아라(1)투르다클루지나포카

 

여행 셋째 날 : 이바노보의 암석 교회군(Rock-hewn Churches of Ivanovo)

 

특징 : 불가리아의 북동부 루센스키롬 강계곡 이바노보 마을 주위에는 많은 암굴 성당, 예배당, 수도원이 모여 있다. 이는 12세기에 수도사들이 동굴을 파서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한다. 수도사들은 바위를 깎아 수도실, 교회당, 예배당을 건설했다. 당시 수도원 수가 약 40개에 달했고 그 외의 종교 시설 용지도 300개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사들이 수도생활을 하던 곳이었으나 13세기에 성당이 세워진 뒤에는 불가리아 종교·문화의 중심지로 변했단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존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두자. 이들 수도원 건축물 안에는 13세기부터 14세기에 걸쳐 제작된 프레스코 벽화가 남아 있으며 이는 중세 불가리아 미술의 걸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197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매표소가 코앞이다. 관람료를 내야한다는 얘기이다. 하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었다는데 어찌 무료일 수가 있겠는가. 오늘 들르게 될 동굴은 이바노보 암석교회 군에 들어있는 교회 가운데 하나이다. 단단한 암석들을 잘라 수도실과 교회, 예배당 등을 만들었는데, 이런 시설들은 장차 불가리아 정교회의 총 대주교가 될 요아킴(Joachim)이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220년대부터 17세기까지 수도사 들이 거주했었단다. 주위에는 40여 개의 교회와 300개 정도의 다른 종교 시설도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단다.

 

 

 

 

들머리에는 루센스키롬 자연공원(Rusenski Lom Nature Park)’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바노보 암굴교회군의 유적들이 공원지역의 안에 들어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을 키릴문자로만 적혀놓아서 공원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 옆에 암굴교회에 대한 안내판도 세워져있었으나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다. 가이드의 뒤를 쫒아가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촬영까지도 깜빡 해버렸다는 것이다. 일단 사진을 찍은 다음 귀국해서 번역해보는 습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덕분에 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당시 방문했던 곳이 주의 계곡 성당이려니 해볼 따름이다. 아니 가장 뛰어난 프레스코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코라(Khora) 수도원일지도 모르겠다. ‘암석교회 군()’ 중에서 현재 개방하고 있는 곳이 단 한군데뿐이라는데도 정확한 명칭을 모르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잠깐의 방심이 불러온 화라 하겠다. 사진만 찍었더라면 귀국해서 번역이라도 해봤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런 아쉬움은 없었을 게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남동부 유럽의 기독교 예술 작품 중에서 걸작으로 평가받는 프레스코화까지 놓칠 수는 없으니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이곳의 프레스코화는 그리스정교의 교리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이들은 타르노보회화파인데 그들은 헬레니즘 예술 작품과 누드화, 풍경화를 선호했었단다.

 

 

매표소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은 계단길이고 왼편은 경사가 거의 없는 오르막길이다. 안내판은 탐방의 순서를 아스팔트 길, 늙은 수사의 길, 절벽지대, 나무다리, 암굴교회의 순으로 적어놓았다. 왼쪽 방향을 말하는데, 경사가 거의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으나 대신 거리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쯤은 알아두자. 하지만 난 오른편에 보이는 계단으로 오를 것을 적극 추천한다. 힘이야 조금 더 들겠지만 10분이 채 되지 않아 목적지(암굴교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순서라 하겠다. 내려올 때 안내판에서 권하는 코스를 따르면 계단을 내려오면서 무릎 통증으로 끙끙대야하는 고역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얘기했던 대로 오른편은 계단으로 시작된다. 아니 계속해서 계단이 이어진다. 제법 힘들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계단의 경사가 버겁지 않을 만큼 가파른데다 길이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들다면 속도를 조금 떨어뜨리면서 쉬엄쉬엄 오르면 될 일이고 말이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T’로 나뉜다. 길이 나뉘는 지점에 암석교회가 있다는 화살표지가 있으니 찾아가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몇 걸음 더 걷자 바위벽 사이의 틈새로 암굴교회의 입구가 드러난다.

 

 

암굴교회는 서너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연의 동굴을 다듬어 만들다보니 2/3 정도로 층이 낮은 곳도 있다. 벽면은 고르지 못한 모양새이다. 기존의 암벽에 약간의 손질을 더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조금 거칠게는 보여도 순수한 아마추어인 수도사들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밖으로 뚫린 공간에는 테라스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만하면 수도생활을 하는데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겠다. 테라스에 서면 루센스키롬 강을 사이에 둔 건너편 바위절벽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이바노보에 이런 종교 시설들이 300여 개에 달한다고 했으니 어쩌면 저곳에도 이런 암굴교회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얘기했던 반 층 정도 낮은 방이다. 이곳은 외벽을 판자로 막고 창문까지 내놓았다. 물론 후세 사람들이 새로 만든 것이겠지만 옛 사람들의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벽면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가 이를 증명한다 하겠다.

 

 

 

 

내부의 프레스코 벽화들은 13세기 초 무명 화가들이 풍부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성인상과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종교화에 문외한인 내 눈에는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다가오지 않는다. 성경 내용을 머리에 떠올려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내 앎이 일천할지니 더 이상 어쩌겠는가. 그저 옛 사람들이 성서 이야기를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를 그렸는데 그게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쯤으로 정리해 볼 따름이다.

 

 

 

 

 

 

 

 

벽화의 보존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엉망이었다. 천정과 벽면에 마멸된 곳이 보이는가 하면 그림도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혹독한 기후와 세찬 바람, 지진과 산사태 탓일 것이다. 거기다 더하여 오랜 세월동안 잊히기까지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풍경은 기념품 가게이다. 좌판에 기념품들을 진열해 놓았는데 대부분은 이콘화를 그려 넣었다. 그나저나 낯선 나라이니 토를 달 일은 아니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어 있는 유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라 하겠다. ! 혹자는 불가리아를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고 관광산업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사람들이 계산적이지 않고 순수함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내려올 때는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안내판이 추천했던 코스를 따른다.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코스를 추천해준 안내판의 의도를 알아 보고팠다는 것이 더 큰 원인이었다.

 

 

걷다보면 작은 동굴들을 여럿 만난다. 벽화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곳도 있다. 아니 그들이 남겼을 흔적들도 눈에 띈다.

 

 

 

 

 

조금 더 걷자 암벽지대가 나타난다. 아니 서슬 시퍼런 바위절벽이 넓게 펼쳐지고 있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다. 아까 들머리에서 살펴봤던 안내판에 적혀있던 문구 파노라믹 락(panoramic Rock)’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혹자는 이곳을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비유하기도 한다. 동감이다. 조금 왜소하기는 해도 크게 뒤지는 풍경은 아니라 하겠다.

 

 

 

 

 

 

 

 

계곡은 바위절벽이라는 병풍을 펼쳐놓은 모양새이다. 이곳은 불가리아의 북동부다. 루센스키롬 강 계곡의 이바노보 마을 주변이다. 12세기 경부터 수도사들이 동굴을 파 신앙생활 했던 곳이다.

 

 

 

 

내려오는 길에 안내판 하나를 만났다. 지도에 교회와 성채, 새 등을 그린다음 지명으로 보이는 단어들까지 적어 넣었는데 온통 키릴문자라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눈치조차 챌 수가 없었다.

 

 

 

진행방향 저만큼에 허리를 곧추세운 바위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벽면에 작은 테라스가 돌출되어 있는 걸 보면 아까 들렀던 암굴교회가 분명할 것이다.

 

 

 

 

매표소로 되돌아오니 노점상 둘이 전을 펼쳐놓고 있다. 그들도 역시 이콘화를 팔고 있는데 가장 많은 것은 성모자상과 예수상이다. 그리고 역사 속의 성인 그림도 많다. 상대적으로 성인 게오르기의 그림이 눈에 많이 띈다. 다른 성인의 이름도 키릴문자로 표기해 놓았지만 읽을 수 없어 누군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난 다듬은 소나무 껍질에다 그려 넣은 이콘화를 하나 샀다. 우리 집 서재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이바노보의 볼거리가 두어 곳이 더 있음을 알려준다. 중세의 교회유적과 성채유적이 남아있는 ‘Medieval Town Cherven’과 암굴교회와 프레스코화가 뛰어난 바사르보보 암굴수도원(Basarbovo Rock Monastery)’이다. 그중에서도 ‘St. Dimitrii Basarbovski’가 머물렀다고 해서 유명해진 바사르보보 암굴수도원을 못가본 것은 특히 아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행사에서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다는 게 패키지여행의 특징이 아니겠는가. 아쉬운 마음에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사진 두어 장을 얻어다 올려본다. 아래 글은 또 다른 이가 소개했던 글이다. <이 수도원은 2차 불가리아왕조 시대에 만들어진 수도원이나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터키의 세금 등록부상 1431년의 일이다. 수도원에 있었던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St. Dimitrii Basarbovski이다. 그는 1685년에 근처 Basarbovo에서 태어났고, 그의 삶 대부분을 수도원에서 보냈다. 이 수도원은 현재 불가리아 내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암석 수도원이며,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다. 주차를 하고 나니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정교회의 수도원이 맞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눈에 보이는 모습을 보고 떠오른 것은 중국 신장위구르의 쿠쳐의 키질 천불동이었다. 그 배치나 구조가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바위 절벽에 군데군데 석굴이 파져 있고, 그 절벽으로 계단들이 나 있는 모습이 똑같았다. 수도원의 옆으로 계속 이어진 절벽에 아마도 석굴들이 더 있을 듯 싶었다. 여기는 명확하게 수도원이 만들어진 곳 보다 앞쪽에 벽화가 그려진 방치되다시피 한 석굴이 있었다.>

 

 

 

 

이젠 루마니아로 넘어갈 차례이다. 두 나라는 도나우강(Donau river)을 국경으로 하고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면 루마니아 국경검문소가 기다린다. 불가리아 국경검문소도 지나왔음은 물론이다.

 

 

 

 

 

이제부터는 루마니아 땅이다. 그런데 주변 풍경이 확 바뀌어 있다. 산릉이 대부분이었던 불가리아와는 달리 사방이 온통 평야지대인 것이다. 또 다른 특징도 있다. 불가리아에 비해 건물의 상태가 많이 양호해졌다. 아무래도 불가리아보다 생활형편이 많이 좋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