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산(智藏山, 774.5m)-지소산(智小山, 441.6m)

 

산행일 : ‘18. 6. 5()

소재지 : 전북 진안군 용담면·안천면과 무주군 부남면의 경계

산행코스 : 삼락교임도능선 고갯마루지장산지소산느티나무유평마을(산행시간 : 3시간 40)

 

함께한 사람들 : 갤러리 산악회


특징 : 남한에는 모두 다섯 개의 지장산이 있는데 그중 세 개가 등산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오늘 오르게 되는 진안의 지장산(智藏山)과 포천의 지장산(地藏山), 그리고 상주의 지장산(芝庄山)이다. 이곳 진안의 지장산은 백두대간 덕유산 백암봉에서 서북으로 분기된 덕유지맥에 속한 산봉우리중 하나이다. 그래선지 덕유산과 마찬가지로 포근한 모양새의 육산(肉山)으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특별히 눈에 담아두어야 할 만한 산세는 갖고 있지 못하다. 조망 또한 거의 트이지 않는다. 특히 무주 방면의 산길은 거칠기까지 하다.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찾아볼 가치는 없겠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꼭 올라보고 싶다면 진안 쪽 산줄기만 타볼 것을 권한다. 무주 쪽은 눈에 담아둘만한 풍경도 없을 뿐만 아니라 등산로 정비까지 되어 있지 않아 고생문이 훤하기 때문이다. 관내에 유명산이 많다보니 이곳까지 정비할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산행들머리는 삼락교(진안군 안천면 삼락리 1125-3)

대전-통영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내려와 19번 국도를 이용하여 장수방면으로 내려가다 적상교차로(무주군 적상면 사천리)에서 ’30번 국도로 갈아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삼거리(진안군 안천면 백화리)가 나온다. 이곳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13번 국도로 옮기면 잠시 후 삼락교에 이르게 된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도로 아래로 금강 상류의 물을 가두어놓은 용담댐이 내려다보인다. 에메랄드 색깔의 물빛은 중하류 충청권에서 보던 그 금강이 아닌 것처럼 맑고도 투명하다. 참고로 용담댐은 진안읍과 용담면·안천면·정천면·주천면·상전면 등 15면에 속한 많은 마을들을 수몰시키며 만들어진 거대한 담수호로 높이 70m에 길이 498m, 총 저수용량은 81,500만톤에 이른다. 그렇게 가두어진 금강 상류의 물은 하루 135만 톤씩 직경 3.2m 연장 21.9km의 도수터널을 통해 만경강 상류에 공급된다. 수몰의 대가로 전주시민이 맑은 물을 풍족하게 먹고 사는가 하면, 완주 고산으로 농업용수가 철철 흘러 내려 만금평야를 적시는 것이다.



길가에 진안 고원길이라고 적힌 푯말이 세워져 있다. 무진장(茂鎭長)이란 말이 있다. 경관이 수려한 무주와 진안, 장수의 세 지역을 일컫는 말인데 그중 진안은 산이 많고,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마음껏 굽이진 곳이다.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 장수 신무산 계곡의 뜬봉샘에서 시작되는 금강의 물길이 이곳 진안을 흐르고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도 진안 땅에 바짝 붙어 있다. 또한 북한에는 개마고원, 남한에는 진안고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안은 수많은 고갯마루와 마을을 품고 있는 곳이다. 이 고원 마을들을 걷게 되는 진안 고원길은 진안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209km의 환형을 이루는 도보 트레일(trail)로 전체 14개 구간에 평균 고도(高度)300m에 이르는 100개 마을과 40개의 고개를 지나게 되는 길이다.



오른편에 보이는 임도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지장골 골짜기의 왼편으로 나있는데 들머리 왼편의 버스정류장옆에 이곳이 등산로 입구임을 알려주는 방향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오른편에는 미리못 다반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그 아래에 황토방 펜션이라는 팻말을 달아놓은 걸로 보아 음식까지 제공되는 펜션이 아닐까 싶다.



길을 가다보면 멋진 전원주택들도 두어 채 보인다. 오지(奧地)치고는 너무나 잘 지어져 있다. 손님들을 받는 펜션이거나 아니면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이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지 싶다.



앞서가던 김말숙 회장님이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는 게 보인다. 크디 큰 오디가 달고 맛있으니 어서와 따먹으라는 것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탐스러운 오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인적이 끊기다시피 한 한적한 산길이라서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 산행도 더디어 질 모양이다. 시작부터 주전부리감이 널려있으니 말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7분 만에 만나게 되는 마지막 민가를 지나면서 임도는 왔다갔다 갈 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꿈틀대고 나서야 겨우 위로 향할 수밖에 없었음이리라. 하긴 해발고도가 거의 800m에 이르는 지장산의 7~8분 능선까지 널찍한 임도를 내려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길가에는 망초꽃이 지천이다. 번식력이 강하고 아무 곳에서나 자라 농부들의 농사를 방해한다 하여 개망초라 불리게 되었다는 국화과의 식물이다. 미국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는 조선말 일본 선박에 실려 온 화물에 흙과 함께 묻혀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이 식물이 들어오면서 나라(조선)가 망했다고 해서 개망초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으니 참조한다.



금계국(金鷄菊)은 아예 꽃밭을 이루고 있다. 여름철에 도로를 달리다보면 길가에 노란 코스모스처럼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으로 북아메리카 원산의 원예식물이다. 임도를 내면서 조경용으로 꽃씨라도 뿌려놓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나를 향해 방긋 웃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임도를 따르다보면 시야가 열리기도 한다. 오른편으로 율현고개에서 시작해 쌍교봉(雙轎峰, 633.3m)을 거쳐 지장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조망된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일행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지금 저 능선을 타고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야 무더운 여름 날씨를 핑계 삼아 삼락교에서 출발하는 단축 산행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비록 일부분이긴 하지만 용담댐도 보인다. 용담호는 장수군 신무산 기슭 뜬봉샘에서 시작된 금강물이 모이는 곳이다. 10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1년에 준공되었는데, 댐의 역사보다는 용담(龍潭)‘이라는 지명이 더 예사롭지가 않다. 댐이 완공되기 전부터 있었던 지명이라니 말이다. 우리네 조상들은 이곳에 댐이 생길 줄 어떻게 알고 그런 이름을 지었을까 싶다.



산행을 시작한지 50분 만에 능선 안부에 올라선다. 임도는 고갯마루를 넘어 감동마을로 이어지지만 산길은 이곳에서 두 번에 걸쳐 좌우(左右)로 나뉜다. 양쪽 모두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니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첫 번째 갈림길은 첨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정표(지장산 0.68Km/ 전망대 0.4Km, 용담댐 조각공원 2.52Km)에는 전망대를 거쳐 용담댐 조각공원으로 연결된다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아름답기로 소문난 용담댐이 잘 조망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로보아 우리가 들머리로 삼았던 삼락교보다는 용담댐 조각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게 좋지 않았나 싶다. 이는 산행을 마칠 때까지 제대로 된 용담댐 조망처를 만날 수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첨산으로 오르는 탐방로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어느 글에선가 첨산의 지명을 거론하면서 뾰쪽할 첨()‘ 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의 표현에 선뜻 고개가 끄떡여진다. 저 정도로 가파른 등산로라면 산의 모양새 또한 뾰쪽하게 솟아올랐지 않겠는가.




100m 조금 못되게 걷자 또 다른 이정표(지장산0.6Km/ 감동마을3.9Km/ 용담댐 조각공원2.6Km)가 길손을 맞는다. 감동마을로 연결되는 왼편 임도를 버리고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산길은 시작부터 가파르다. 아니 엄청나게 가파르다고 하는 게 더 옳을 수도 있겠다. 그나마 통나무로 계단을 놓은 게 다행이라 하겠다. 계단을 놓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곳에는 왔다갔다 갈지()‘ 자를 쓰면서 길을 내었다. 다들 버거운지 발걸음의 속도를 뚝 떨어뜨린다. 옳은 선택이라 하겠다. 이렇게 버거운 곳에서는 서서히 오르는 수밖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 주어진 시간까지도 넉넉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20분쯤 오르자 사납던 산길이 그 기세를 조금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그곳에 벤치가 놓여있다. 올라오느라 힘들었으니 잠깐 쉬어가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다시 길을 나선다. 산길은 계속해서 가파르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집사람과 얘기를 나누면서 걸어도 호흡에 지장이 없을 정도이니 평지나 다름없다고 봐도 되겠다.



6~7분쯤 더 오르자 삼거리가 나온다.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지소산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데 무주군청에서 세운 이정표(건너뜰1.8Km/ 감동마을 2.0Km/ 용담 1.5Km)가 보는 이를 헷갈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건너뜰이 옳은 방향이다. 나머지 두 지명은 널판 한 개에다 면()만 바꿔 적어놓았다. 그것도 글자의 위와 아래가 서로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산행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훼방을 주는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 없는 것만도 못하다는 얘기이다.




지장산으로 향한다.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으니 대충 높을 곳으로 올라간다 싶은 방향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50m쯤 올라가면 드디어 지장산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쯤이 지났다. 대여섯 평쯤 되어 보이는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기둥 모양으로 생긴 정상표지석과 삼각점(무주 21) 외에도 서툴게 쌓아올린 돌탑이 하나 세워져 있다. 힘들게 정상에 오른 사람들 하나하나가 정성들여 쌓아올렸으리라. 뭔가 각자의 간절한 바램을 담아서 말이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바램의 농도(濃度)가 얼마나 지극했을지 능히 짐작이 간다. 참고로 지장산(智藏山)이란 이름은 산의 형세가 활짝 핀 연꽃이 장막을 친 듯하고, 은은한 모양의 형상은 보살의 모습과 같고, 봉우리들은 마치 나한들이 나란히 서 있는 것과 같다는 데서 연유한단다.




정상의 오른편은 천애(天涯)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빼어난 전망대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곳이다. 덕유의 연봉들이 마룻금을 그리는데 그중에서도 옥녀봉과 조항산, 구왕산이 또렷하게 조망된다. 발아래로는 고창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빨갛고 파란 지붕들로 모자이크된 마을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그것도 썩 잘 그린 그림이다.




지소산으로 향한다. 아까 올라올 때 만났던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건너뜰방향이다. ‘건너뜰이라는 낯선 지명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저 방향만 보고 찾아갈 따름이다. 알맞을 정도로 가파른 산길을 따라 잠시 내려서자 또 다른 이정표(유평마을 3.2Km/ 지장산 0.5Km)가 나타난다. 하산지점으로 정해둔 유평마을이 나타나 있는 고마운 이정표라 하겠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바윗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 길이가 짧은데다 바위의 크기까지도 작은 탓에 보잘 것이 없지만 하도 바위가 귀한 산이라서 사진을 올려봤다.



지장산에서 내려선지 10분쯤 지나자 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 헨드폰에 깔아둔 '(application)‘에 해발고도가 722m로 뜨는 봉우리이다. 구태여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는 평범한 봉우리를 왜 거론하는지 궁금해 하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기에 적어봤다. 산길이 이곳에서 왼편으로 직각(直角)에 가깝게 꺾이기 때문이다.



’722m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르게 변한다. 아니 엄청나게 가파르다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이겠다. 비탈에 놓인 통나무 계단은 오랫동안 방치해둔 탓에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푸석푸석 부서져 내리고, 그 위에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있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밧줄 등의 안전시설도 일절 없다. 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겠다. 중간쯤에 세워놓은 긴급구조 표시목(4)‘이 이를 증명해준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후부터 산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길게 내려섰다가 짧게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는 얘기이다. 능선은 흙길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아래 사진과 같은 바윗길 나타나기도 한다. 비록 왜소하면서도 짧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시야(視野)가 열리기도 한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암릉은 암릉인 것이다. 바위 끄트머리에 서면 첩첩이 쌓여있는 수많은 산릉들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왼쪽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는 운장산일 것이고, 그 오른편에는 명덕봉과 성치산 등이 늘어서 있을 게 분명하다.




정상에서 내려선지 50분쯤 되는 지점에서 길이 둘(이정표 : 도소마을2.5Km/ 유평교1.3Km/ 지장산1.4Km)로 나뉜다. 어디로 가야할지를 놓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도소마을로 향하는 길의 후반부가 엄청나게 거칠기 때문이다. 고생해가며 도소산을 오를 이유가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유평교 방향으로 하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이다. 우린 도소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지소산을 생략할 경우 산행 거리가 너무 짧아져버리기 때문이다. 잠시 후 보는 이를 헷갈리게 만드는 또 다른 이정표(이정표 : 유평마을 1.5Km/ 지장산 1.7Km)를 만난다. 조금 전 삼거리에서 보았던 도소마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를 유평마을이 꿰차고 앉았다. 가는 길 어디쯤에 유평마을로 내려가는 탈출로가 있을지는 몰라도, 남은 거리가 1.5Km라는 당치도 않은 숫자로 적혀있다.




이후부터 산길은 묘한 변화를 준다. 봉우리를 피해 왼쪽으로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우회로를 따를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지소산을 그냥 지나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이다. 그렇게 올라 다니길 두어 번 만에 지소산 상봉(450m)‘이라고 쓰인 정상표시 코팅지를 만났다. ‘서래야 박건석선생의 작품으로, 그가 또 하나의 산 이름을 만들어 낸 모양이다. 매직 펜(magic pen)으로 휘갈겨 쓴 것으로 보아 갑자기 생각난 이름이지 싶다. 삼거리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는 30분이 걸렸다.




5분쯤 더 진행하자 지소산 정상이다. 산봉우리라기보다는 약간 도톰하게 솟아오른 구릉(丘陵)에 더 가깝다. 말이 정상이지 능선상의 한 지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는 얘기이다.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이정표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삼각점(무주406) 하나가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게 마음에 걸렸던지 새마포산악회와 청산수산악회에 정상표지판을 걸어 놓았다. 오지산행을 전문으로 해오는 산악회들이다.




하산을 시작한다. 안태골로 연결되는 군계(郡界) 능선은 왼편이다. 하지만 잡목들로 가득 차있어 진행이 불가능하다. 원래부터 계획했던 코스이지만 우린 도소마을 방향으로 직진한다. 올라왔던 반대방향이다. 잠시 후 TV 안테나로 보이는 시설물을 지났다싶으면 오른편으로 시야가 열린다. 하산지점인 유평마을과 그 왼편의 도소마을, 그리고 면소재지인 대소마을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주황과 파랑으로 대비 되는 마을 지붕들의 색 조화가 맘에 든다. 참 예쁘다. 주변의 산들에 대한 조망도 썩 좋은 편이다. 옥녀봉을 가운데에 두고 왼편에 조항산과 노고산, 그리고 오른편 저 멀리에는 구왕산이 뽈록하니 솟아올랐다.




도소마을 방향의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길이 희미한 탓에 방향으로 가늠해가며 내려갈 수밖에 없다. 잡목들 때문에 내려가는 게 만만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진행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10분 남짓 내려왔을까 반반한 곳이 나온다. 얼핏 임도로 오해를 살만도 한 곳이다. 그로 인해 방향을 헛짚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능선을 따라 계속해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길처럼 보이는 오른편으로 진행하는 우()를 범해버렸다. 그 덕분에 우린 산초나무와의 전쟁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합류한 윤대장에게 선두를 미뤄봤지만 그도 넌더리를 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진행은 불가능하다며 능선으로 되돌아나가고 말았다.



20분 가까이를 헤매다가 아까 내려왔던 능선이 까뭉개진 곳으로 되돌아 나온다. 이어서 초입의 잡목을 헤치고 들어가니 희미하게나마 산길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진행이 수월해졌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저 산초나무와의 전쟁만 없어졌을 따름이다. 이 구간을 통과하는 데는 대략 10분 정도가 걸린다.



악전고투(惡戰苦鬪)에 지쳐갈 즈음이면 드디어 임도(林道)에 내려서게 된다. 지소산을 출발한지 43분 만이다. 어렵게 내려선 임도 주변은 온통 인삼밭 천지이다. 누군가 충남의 금산보다도 무주·진안에서 나오는 인삼의 물량이 더 많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뒤돌아본 풍경이다. 임도의 뒤편에 보이는 산을 지소산으로 보면 되겠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도 그 고생을 치룬 것이다. 길이 나있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잠시 후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은 도소마을로 넘어가는 길이다. 400년이나 묵었다는 느티나무를 옆을 지나 마을로 연결된단다.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유평마을은 물론 오른편이다. 참고로 도소(島所)마을은 진안 땅을 거쳐 무주군으로 흘러오는 금강 최상류 지역에 있는 자연부락이다. 금강은 진안 감동을 돌아 나와 마을의 북쪽을 안고 크게 돌아 섬소앞에 이르러 점차 넓어진다. 이후 강폭이 두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섬을 만든다. 강으로 둘러싸여 섬을 이뤄 예부터 마을이름을 섬소라 불러왔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도소(島所)로 바뀌었단다.



길가에 널리다시피 한 오디를 따먹으면서 유평마을로 향한다. 집사람은 뽕잎을 사냥하느라 바쁘다. 누에처럼 날 사육이라도 시킬 요량인지도 모르겠다. 길을 가다보면 유평저수지도 만나게 된다. 유평마을의 너른 들녘에 비해 규모가 작아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산행날머리는 유평 마을회관(무주군 부남면 대소리)

그렇게 20분쯤 내려가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유평마을이 나타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비교적 큰 규모인 유평(柳坪)마을은 부남면의 소재지인 대소리(大所里)를 형성하고 있는 대소(大所 또는 大水), 유평, 섬소(島所), 문암(文岩), 개안(開眼), 안죽동(安竹洞), 질바우(路岩) 8개 자연마을 가운데 하나이다. 예로부터 버드나무가 많고 들녘이 비교적 넓다고 해서 유평(柳坪)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무튼 오늘 산행은 총 4시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3시간 40분 가량을 걸은 셈이다. 물론 길을 잃고 헤맨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