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사천성(四川省)
여행일 : ‘16. 9. 24(토) - 29(목)
일 정 :
○ 9.25(일) : 도강언(都江堰), 접계해자(疊溪垓字), 송판고성(松潘古城), 모니구(牟尼溝)
○ 9.26(월) : 구채구(九寨沟)
○ 9.27(화) : 황룡(黃龍)
○ 9.28(수) : 청성산(靑城山), 무후사(武侯祠), 금리거리(锦里古街), 천부촉운(天付蜀韻)쇼
여행 첫째 날 오후, 모니구 풍경구(牟尼溝 風景區)
특징 : 송판현(松潘縣) 모니구(牟尼溝)항의 고산지대(高山地帶)에 위치하고 있으며, 풍경구 안에서 가장 낮은 곳이라 해도 해발이 2,800m나 되고, 가장 높은 곳의 해발은 무려 4,070m나 된다. 면적은 160평방킬로미터이다. 모니구(牟尼沟)의 주요 풍경은 원시산림과 온천, 카르스트지형의 호수와 폭포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경관의 아름다움과 카르스트 지형의 특수성을 인정받아 황룡구 풍경구와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풍경구는 찰알폭포(扎嘎瀑布)와 이도해(二道海) 등 크게 두 지구로 나뉜다. 두 곳 모두 돌아보는 게 좋겠지만 지역이 넓은 관계로 찰알폭포만 들러보기로 한다. 가이드가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다른 일정 사이에다 살짝 끼워 넣었으니 시간이 부족했을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하긴 이도해가 있는 줄도 몰랐다. 갑자기 들이민 일정이었으니 알았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게다. 그러니 조금 덜 구경했다고 해서 억울할 것도 없다.
▼ 다음 여행지인 구채구로 향한다. 이곳 성도(청두)에서 구채구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구채구에 ‘구황공항’이라는 비행장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천에서 곧바로 이곳까지 오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발이 3,500m나 되는 곳에 위치한 작은 공항이라서 아직까지는 국내선만 이용이 가능하단다.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비행기의 이용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차량(버스)을 이용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성도에서 문천까지 고속도로로 약 140km, 그리고 이어지는 290km의 국도를 이동해야 하는데 7∼8시간을 버스 안에서 고생해야만 한다.
▼ 구채구로 가는 길은 가면 갈수록 고도(高度)가 높아진다. 그리고 그 길은 벼랑에 가까운 산자락 사이로 나있다. 밭뙈기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비탈져 있다. 그리고 조그만 터라도 있을라치면 어김없이 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눈길이 끄는 것은 ‘강족마을’이다. 돌을 이용해 만든 집들과 굴뚝처럼 높이 솟아 있는 탑(塔)들이 모여 있는 것이 자못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도로가 지나가는 협곡(峽谷)에는 밭뙈기 하나 제대로 만들 수가 없다. 그나마 있다고 해도 자갈 때문에 농사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선지 밭에는 농작물을 심는 대신 야크(yak)의 놀이터로 만들어 놓았다. 아니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이 보인다. 과일나무들이 심어진 곳 말이다. 그 결실들은 버스가 멈추어가는 휴게소에 만나게 된다. 휴게소마다 인근에서 채취한 과일들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대추, 자두, 사과, 귤 등 종류도 다양한데다 가격도 생각보다는 저렴하다. 마침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것이라고 해서 몇 가지를 섞어서 사봤다. 집사람의 손길이 바빠지는 것은 생각보다 맛이 뛰어나다는 증거일 것이다.
▼ 휴게소 주변에는 음식점들도 여럿 보인다. 그중 ‘민강어’라고 적힌 간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민강어부두부어(岷江魚庇腐魚)’라고 적혀있는데 무얼 뜻하는지는 모르겠다. 유리창에 메기처럼 생긴 물고기가 그려진 걸로 보아 요 아래로 흐르는 민강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를 요리해 주는 식당이 아닐까 싶다. 가이드의 얘기로는 ‘민강어 요리’가 맛있기로 소문났다고 하나, 귀국(歸國) 후에 검색을 해봐도 그에 관련되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었다.
▼ 길은 좁디좁은 협곡(峽谷) 사이로 나있다. 농사를 지을만한 밭뙈기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친 계곡이다. 그 계곡에는 물의 량이 많은데다 유속(流速)까지 빠른 민강(Min River, 岷江)이 흐른다. 쉽게 말해 민강의 좌우 강안(江岸)을 따라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양쯔 강(長江, Yangtze River)‘의 지류인 민강은 사천성(四川省) 북부의 ’아바 티베트족 창족 자치주(阿坝藏族羌族自治州)‘, 즉 사천성에 위치한 ’티베트족 자치주‘의 북부, ’간쑤성甘粛省)‘으로부터 사천성으로 뻗은 민산 산맥의 남쪽 기슭에서 출발한다. 쑹판현(松潘縣), 마오현(茂縣), 원촨현(汶川縣)의 깊은 산지를 흐른 다음 성도(청두)시에서 평원으로 나온다.
▼ 차창 밖에 낯선 풍경 하나가 나타난다. 바위절벽 중간으로 길이 나있는데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가이드가 ‘차마고도(茶馬古道)’라고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차마고도가 이 계곡을 따라 나있었던 모양이다. 이 길은 도강언시에 인접한 문천, 무현에서 송반으로 가는 옛길로서 한족과 비한족 사회를 이어주는 중요한 교역로였다. 한족의 생산물인 차와 유목민들의 말이 오고 갔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특히 티베트 지역에서 생산된 말과 사천 지방에서 생산된 차는 서로 간에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전통 시대, 특히 송대 이후에 이 물자 교역은 양 지역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족들은 이곳에서 들여온 말이 군마로서 우수하였기 때문에 필수적인 것이었고, 반면 티베트인들은 차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교역은 절실하였다. 중국인들은 차마로를 실크 로드와 더불어 중국의 문물 교류를 말해 주는 대표적인 교역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도 도강언의 옛 이름인 관현에는 티베트인들이 야크에다 양털과 모피, 가죽, 사향, 사슴뿔, 약재 등을 싣고 와서 차나 유기, 은, 목화 등과 교환한다고 썼다.
▼ 얼마쯤 달렸을까 버스가 멈추어 선다. 엄청나게 너른 주차장이다. 주차장의 한켠에 ‘찰알폭포(扎嘎瀑布)’라고 적힌 거대한 빗돌(碑石)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모니구의 입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리지 말고 차에서 기다리라는 가이드의 안내이다. 이곳에서는 그저 입장권을 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투어는 이곳에서 5Km쯤 더 들어간 곳에서 시작된단다. 그곳까지는 타고 온 버스로 이동을 하면 되고 말이다.
▼ 얼마간 더 들어가면 또 다른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도 역시 만만찮게 넓다. 하지만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오로지 우리 일행들만이 구경을 온 것이다. 아직은 입소문을 타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황룡이나 구채구에 밀려 이곳까지 찾아올 여력이 없었거나 말이다. 주차장에 지어진 공중화장실이 눈길을 끈다. 너무 멋지게 지어놓아 도무지 화장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 데크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투어가 시작된다.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말자. 해발이 3000m를 훌쩍 넘기기 때문에 자칫 고산병(高山病)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 중에도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 10분 남짓 걸었을까 길가에 안내판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익수천(益壽泉)’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았다. 해발 3,159m의 낭떠러지 틈새에서 솟아나오는 샘물인데 광물질(鑛物質)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물맛이 달콤할 뿐만 아니라 미용과 장수(長壽)에도 좋단다.
▼ 아무튼 안내판의 옆에 물이 흐르고 있다. 샘물이라기보다는 폭포에 가까운 물줄기이다. 샘물이라 해서 한 모금 마셔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자칫 배탈이라도 날 경우엔 여행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이다.
▼ 잠시 후 또 다른 안내판을 만난다. 이번에는 ‘불선폭(佛扇瀑)이라고 적혀있다. 물이 흘러내리는 모양새가 부처님의 부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든 근심걱정들이 사라지고 마음이 탁 트인다고 한다.
▼ 얼마간 더 걸으면 오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찰알폭포(扎嘎瀑布)’가 나온다. 이 폭포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폭포로 알려져 있다. 해발 3,166~3,270m에 위치한 이 폭포는 35~40m의 넓이에 높이가 104m나 되는 거대한 폭포이다. 하지만 폭포는 억세거나 넘치지 않는다. 그저 얕고 잔잔하게 떨어질 따름이다.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이다. 안내판에는 ‘액체폭포’이면서도 ‘고체 칼슘화 흐름 폭포’도 된다고 적혀있다. 3급 칼슘화 댐에서 23m/초의 속도로 흘러내린다고 해서 ‘세계 제1의 칼슘화 흐름폭포’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또한 ‘천우비폭’으로 불리기도 한다니 참조한다.
▼ 찰알폭포(扎嘎瀑布)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석회용화 폭포로서 다층으로 이루어진 게 특징인 폭포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두루 구경할 수 있도록 폭포를 한가운데에 놓고 빙 둘러 ‘데크 탐방로’를 만들어 놓았다. 폭포의 위까지 길이 나있음은 물론이다. 폭포의 높이가 100m를 훌쩍 넘기기 때문에 위까지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한 바퀴 돌아볼 것을 권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비경이 연이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 탐방로는 왼편에서 시작해서 폭포의 위까지 오른 후, 오른편으로 돌아 내려오면 된다. 한 바퀴 도는 데는 넉넉잡아 20~30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고생은 조금 해야 할 것이다. 오르내리는 구간이 온통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해발이 3,000m를 훌쩍 넘기는 고지대(高地帶)에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닫혀 질 줄을 모른다. 그만큼 빼어난 경관을 보여준다는 얘기이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와 아름다운 비경(祕境)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아름다움은 겨울철에 더욱 극에 달한다고 한다. 흰 눈과 부서지는 포말 그리고 얼음이 함께 어우러지며 최고의 장관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계단에서 내려다보면 폭포의 전모가 드러난다. 폭포는 석회석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흘러내린 석회수가 굳어지면서 만들어낸 암반이다. 그게 억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이렇게 웅장한 모양새를 띠게 된 모양이다.
▼ 얼마쯤 올랐을까 수렴동(水帘洞)이라 적힌 안내판을 만난다. 폭포의 2단계에 위치한 동굴인데, 높이 6m에 면적이 50㎡쯤 된단다. 동굴 안에는 죽순(竹筍)과 보탑(寶塔), 비룡, 봉황 등을 닮은 천태만상의 종유석들이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단다. 하지만 동굴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안내판에도 어떻게 찾아볼 것인 지는 적어놓지 않았다. 그저 폭포 아래의 대에서 이곳까지의 거리(52m)와 방향, 그리고 폭포 위까지의 거리(80m)와 방향만을 표시해 놓았을 따름이다. 어쩌면 동굴은 폭포의 물줄기 아래에 숨어 있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 탐방로는 깔끔하게 지어진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다. 그것도 폭포의 상부(上部)에 거의 다 올라갔을 즈음에 만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인간의 배설물을 아무 곳에나 흘리지 말고 다니라는 의미인가 보다. 아무튼 ’세계자연유산‘에 걸맞는 관리라 할 수 있다. 건물 또한 나무로 만든 것이 친환경을 염두에 두었지 않나 싶다.
▼ 탐방로 중간에는 쉼터도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그 쉼터의 지붕이 눈길을 끈다. 온통 녹색의 이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원시림(原始林)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 잠시 후 폭포의 상부(上部)에 올라선다. 안내판에는 ’폭정(瀑頂)‘이라고 적어 놓았다. ’폭포의 꼭대기‘라는 뜻일 게다. 아무튼 이곳 상부의 높이는 3,270m란다. 꽤 높은 편이다. 그래선지 우리 일행 중 이곳까지 올라온 사람들은 우리 형제 부부와 꽤 건장해 보이는 남성 한 명뿐이었다. 고산병을 염려했던 모양이다.
▼ 상부에 놓인 탐방로의 위에도 폭포가 보인다. 전형적인 와폭(臥瀑)들인데 그 넓이는 1,180㎡쯤 된단다. 그리고 옥(玉)처럼 하얀 물줄기가 칼슘화 낭떠러지에서 흘러나온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계단 모양으로 생긴 암반(巖盤)이 칼슘성분을 띠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 상부에서 내려다본 찰알폭포, 힘찬 물줄기 아래로 아까 올라올 때 지나왔던 마루형태의 관경대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 상부의 폭포를 다 둘러봤다면 이젠 내려갈 차례이다. 올라왔던 방대방향으로 길게 놓여있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 내려오는 길,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온통 폭포들이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겹을 이루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온통 폭포뿐이라 할 수 있다. 그 폭포들이 원시(原始)의 숲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 쏟아지는 물줄기가 온통 하얗다. 누군가 폭포의 이름인 ’자갈(짜갈)‘이 장족 말로 '희다'는 뜻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가 보다. 폭포가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이 셀 수없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내판에 적혀있는 ’찰알(扎嘎)‘이라는 단어는 ’자갈‘이라는 장족 말을 한자로 옮겨놓은 글자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아무런 뜻도 없는 무의미한 단어 말이다.
▼ 얼마쯤 내려왔을까 아까 폭포의 위로 오르기 전에 만났던 ’관경대(觀景台)‘로 내려선다. 안내판에는 ’상비담(象鼻潭)‘이라고 적혀있다. 폭포의 아래에 있는 못을 설명하고 있을 게다. 아무튼 넓이가 416㎡쯤 되는 물웅덩이인데, 코끼리가 강변에서 물을 내뿜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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