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사천(四川省)

 

여행일 : ‘16. 9. 24() - 29()

일 정 :

9.25() : 도강언(都江堰), 접계해자(疊溪垓字), 송판고성(松潘古城), 모니구(牟尼溝)

9.26() : 구채구(九寨沟)

9.27() : 황룡(黃龍)

9.28() : 청성산(靑城山), 무후사(武侯祠), 금리거리(锦里古街), 천부촉운(天付蜀韻)

 

여행 둘째 날, 구채구(九寨溝)


특징 : 사천성 북부의 아바 티베트족 창족 자치주(阿坝藏族羌族自治州)‘에 있는 자연보호구인 구채구(九寨溝, 주자이거우)는 석회질의 민산산맥 중, 해발 2000m에서 3400m에 이르는 100개 이상의 연못이 이어져 있는 천혜의 카르스트(karst) 담수(淡水) 호수지대이다. 산골짜기는 Y자 모양으로 분기되고 있고, 민산산맥에서 흘러나온 물이 폭포를 만들며 계단식 호수와 늪에 연결된다. 물은 투명하고, 산맥에서 흘러든 석회석 성분이 연못 아래 침전되어 낮에는 청색, 저녁에는 오렌지색 등의 다채롭고 독특한 색()들을 보여준다. 또한 계곡을 통해 운반된 부엽토에 식물이 자라는 독특한 경관을 보이기도 한다. 구채구에는 소수민족인 티베트족들이 살고 있다. 구채구(九寨溝)라는 이름도 티베트인의 마을 9개가 있는 산골짜기에서 유래한 것이란다. 720의 총면적 중 52%가 빽빽한 원시림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숲속에서 100여 종의 식물과 희귀 동물이 공존한다. 특히 자이언트판다의 서식지로 유명하니 참조한다. 아무튼 수백 년 동안 침묵 속에 있던 선경(仙境)1970년대에 이르러 몇 명의 벌목공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1978년 정부의 엄격한 보호를 받는 관광명소가 됐으며, 또한 1990년에는 중국 40대 주요 명소에 입성함과 동시에 199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까지 등록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교통사정이 좋아지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 의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관광객들이 첫 손으로 꼽는 유명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구채구의 신비한 운해(雲海)와 맑은 물, 폭포, 기이한 지형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치 신화 속의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을 풍겨 여행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눈을 뜨자마자 구체구로 이동한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때웠음은 물론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하도 많아 조금이라도 먼저 가서 줄을 서야만 한단다. 그래야만 줄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우리만의 생각이겠는가. 매표소로 가는 길은 이미 인산인해(人山人海)이다. 그중에는 눈동자가 시퍼런 외국인들도 상당수 보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도 이러는 것을 보면 구채구가 중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지라는 증거일 것이다. 참고로 구채구는 자연보호를 위해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하루 입장객 수도 제한된다고 한다.




20분 정도 줄을 선 끝에 안으로 들어선다. 가이드의 말로는 이정도 갖고는 줄을 섰다고 명함도 못 내민단다. ’자신의 덕분이란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단채로 우산을 빌려오는 것 하며 오늘은 가이드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나이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줄을 서야한다. 구채구 안을 운행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구채구의 범위가 넓다는 증거일 것이다.



'Y'자 모양을 하고 있는 구채구는 크게 수정(樹正)과 일측(日則), 측사(則査) 3개의 골짜기로 구성된다. 그중 일측구(日則溝)를 먼저 찾아보기로 한다. 18km 거리에 보석 같은 볼거리들이 늘어서 있다고 알려진 곳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얼마쯤 올라갔을까 가이드가 내리란다. 버스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고 있다. 이 위로도 볼거리들이 분포되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무튼 계곡 방향으로 잠시 내려서면 커다란 호수 하나가 나타난다. 오화해(五花海)란다. 오화해를 만난 첫 느낌은 어쩌면 이렇게도 물이 맑을 수가 있을까?‘이다. 저절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르게 만드는 풍경이 나타난 것이다. ’물의 나라 구채구‘. '구채구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수식(修飾)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비가 내리는 음산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에메랄드(emerald) 빛깔의 호수는 너무나 고왔다. 감격의 눈물 한 방울 똑 떨어지게 만들 정도로...



오화해(五花海)는 햇빛에 비치는 물빛이 공작의 깃털처럼 아름다운 색채로 빛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어 햇빛은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의 물빛은 아름답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오화해(五花海)’라는 이름처럼 다섯 송이 꽃으로 나타난다는 호수의 색깔은 에메랄드빛의 단색만 보여준다. 그리고 호수의 수면(水面) 위로 비친다는 하늘과 산의 그림자도 기대할 수 없다. 하늘과 호수가 하나로 겹쳐지는 풍경이 나타난다는데 아쉽기 짝이 없다.



호수를 가로지르면 잠시 후 오화해(五花海)’라고 적힌 빗돌을 만난다. 그런데 호수를 나타내는 ()’자가 아닌 바다 해()’ 자를 적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생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이곳 토착민인 장족(藏族)들이 이러한 호수를 일러 하이쯔(海子·바다의 아들)라고 부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속에 드러누워 있는 통나무들이 보인다. 오래 전 가라앉은 듯 뿌옇게 이끼가 끼어있다. 가이드의 말로는 벌채꾼들이 불법(不法)으로 베어낸 나무들이란다. 몰래 베다가 정부의 감시원들에게 적발되었는데, 그때 압수된 나무들을 통째로 호수 속에 가라앉혀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고목(枯木)들과 수초들이 석회질과 반응하면서 물 속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구채구가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독특한 물의 색깔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색상은 석회암 성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구채구는 사천지방 해발 2140~4558m의 고지대(高地帶)에서 수천만 년 동안 석회암이 녹아 형성된 카르스트(karst) 지형이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 속의 이산화탄소는 눈() 녹은 물과 빗물 등에 반응하면 탄산수소칼슘으로 화한다. 이것이 용해되면서 빙하(氷河)나 지각변동(地殼變動)에 의해 생긴 보()에 물이 채워지면서 언색호(堰塞湖 : 골짜기에 흐르는 계류나 하천 등이 막혀서 생긴 호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도로로 되돌아 나와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탄다. 임측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경해(鏡海)로 가기 위해서이다. 경해는 작고 아담한 호수이다. 하지만 산과 하늘이 마치 거울처럼 수면에 아름답게 비친다는 호수의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기 짝이 없다. 구채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힌단다. 아무튼 여기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얻는다는 속설(俗說) 때문에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맑디맑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호수는 곱디곱다. 추적거리는 빗줄기 때문에 거울처럼 반짝이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건 여전하다. 또렷하지는 앉지만 호수 바닥도 내다보인다. 마침 찾아온 계절이 가을이다 보니 울긋불긋한 단풍이 주변 풍경 속에 녹아들며 기존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배가시키고 있다. 만일 수면(水面)에 투영되기 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사람들의 눈은 물론 영혼까지 매료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경호를 끝으로 일측구의 투어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일측구(日則溝)에는 오늘 둘러본 오화해(五花海)와 경해(鏡海) 외에도 천아해(天鵝海)와 방초해(芳草海), 전죽해(箭竹海), 웅묘해(熊貓海), 진주탄(珍珠灘) 등의 호수와 웅묘해 폭포(熊貓海瀑布),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 낙일랑폭포(諾日朗瀑布), 원시삼림(原始森林), 공작하도(孔雀河道) 등의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달리던 버스가 삼거리에서 멈춰 선다. 수정구(樹正溝)와 측사와구(則査洼溝), 일측구(日則溝) 등 세 갈래의 협곡(峽谷)들이 만나는 지점이다. 입구인 매표소에서 14.5쯤 떨어진 지점, 즉 낙일랑(諾日朗)폭포 근처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곳에 만남의 광장이 만들어져 있다. 아니 수많은 기념품 상점과 음식점 등에 편의시설까지 두루 갖추었으니 종합상가라 해도 되겠다. 쉼터의 기능을 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삼거리 쉼터에서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이번에는 측사와구(則查窪寨)로 향한다. Y자 모양으로 나뉘는 두 개의 협곡(峽谷) 중에서 왼편의 것으로, 그 길이는 대략 18km에 달한다. 이곳 측사와구에는 구채구의 명물이라 불리는 두 개의 호수가 있다. 오색의 현란한 광채를 자랑하는 오채지(五彩池)’와 가장 높은 호수인 장해(長海)’가 바로 그것이다. 버스는 이들 중 먼저 장해에다 관광객들을 내려놓는다. 해발이 무려 3,100에 이르는 곳에 위치한 호수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주차장에서 바라보이는 산봉우리는 벌써부터 하얀 눈을 듬뿍 뒤집어쓰고 있다. 참고로 구채구의 입장료에는 셔틀버스 이용 요금이 포함되어 있다. 추가요금을 받지 않으니 망설이지 말고 이용하면 된다. 원하는 곳으로 가다가 중간 중간 아름다운 곳에서 내려 구경을 하고, 지나가는 아무 차나 잡아타고 다음 행선지로 가면 된다.



장해의 특징은 구채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호수의 길이가 길다는 특징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폭은 비록 600정도에 지나지 않으나 그 길이는 무려 17km에 이른단다. 수심(水深)도 가장 깊은 곳은 100나 된단다. 그래서 바다와 같은 호수라는 뜻으로 장해(長海)‘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데, 그 물줄기가 주변의 원시산림과 잘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낸다. 그것도 빼어나게 잘 그린 그림이다.




호숫가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게 멀리 보이는 설산(雪山)과 어우러지며 웅장한 경관을 연출해낸다. 장해가 독특한 점은 이곳의 물이 다른 협곡에서 따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설산에서 녹아내린 눈이 호수에 고여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그 물이 엄청나게 깊다보니 푸른빛을 넘어서서 검은빛으로 향하고 있다. 참고로 이곳 장해는 폭우가 내려도 범람하지 않고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도 절대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주민들은 '담아도 넘치지 않고, 새어도 마르지 않는 신비의 호수'라고 부른단다.



오채지(五彩池)로 향한다. 1Km나 되는 먼 거리인데도 끝까지 데크를 깔아 놓았다. 인간의 발길로부터 자연을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에 걸맞는 관리가 아닐까 싶다.



얼마 후 오채지(五彩池)에 이른다. 그 규모는 비록 작지만 물이 품고 있는 색깔까지 작지는 않은 호수이다. 아니 이곳 구채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오채지는 본래 짙푸른 색을 띤다고 한다. 하지만 바닥의 침전물이나 주변에 돋은 식물들의 색채에 따라 오색찬란하게 보이기도 한단다. ‘오채지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이다. 이곳 오채지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하나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 아름다운 여신(女神)이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여신을 사랑한 남신(南神)은 여신을 위하여 바다에 가서 물을 길어 왔는데, 세월이 흘러 남신이 다닌 길에 189개의 계단이 생겨났으며 여신이 씻어낸 연지는 아름다운 호수의 빛깔이 되었단다. 이후로 연인들이 이곳에 와서 소원을 빌고 다시 189개의 계단을 발고 올라가면 영원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고 전해진다.



오채지(五彩池)는 환상적인 빛깔이 으뜸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수라고 믿기 힘들 만큼 에메랄드빛이 감돈다. 남태평양이나 인도양의 환상적인 바다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아무튼 이 호수의 영어 명칭이 ‘Multicolor’로 소개될 만큼 다양한 색을 뿜어낸다. 그리고 아무리 기온이 떨어져도 물이 얼지 않는 이유가 아직도 밝혀지지 않는다는 신비로움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채지를 마지막으로 측사와구의 투어는 끝난다. 이젠 데크길을 따라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나가기만 하면 된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이다. 구채구의 자랑은 비취색의 넓고 잔잔한 호수들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높게 뻗어있는 울창한 침엽수림이 주변 풍광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곳 구채구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 가장 뛰어난 곳은 일측구의 맨 위에 있는 원시삼림(原始森林)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에 쫒긴 우린 가보질 못했다. 뭔가 미진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이다. 그 아쉬움을 지금 걷고 있는 숲길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곳 역시 울창한 숲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이곳 측사와구(則查窪溝)에는 조금 전에 둘러본 장해(長海)와 오채지(五彩池) 외에도 상계절해(上季節海), 중계절해(中季節海), 하계절해(下季節海), 측사와구(則查窪寨) 등이 있다고 한다. 셔틀버스의 창밖으로 내다보이던 자그만 호수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호수들은 하나같이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갈수기(渴水期)인 겨울에서 봄까지는 담수량(湛水量)이 적어 일부 호수들은 물이 말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아까 이곳으로 올라올 때 버스를 탔던 곳, 즉 세 개의 골자기가 만나는 곳에 만들어진 쉼터로 향한다. 그러나 버스는 쉼터에 다 가지를 않고 조금 못미처에다 우릴 내려놓는다. 장족의 민속마을을 둘러보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곳 구채구 사람들이 직접 채취했다는 토산품들을 사가라는 은근한 유혹도 숨어있음은 물론이다. 하긴 모처럼 나온 여행이니 필요한 것 한두 가지쯤 사가는 게 무에 문제가 되겠는가. 참고로 대부분의 장족들은 야크와 염소를 방목하는 목축이 주업이지만 삼림자원이 풍부하여 당삼·당귀(當歸패모(貝母사향·충초(蟲草) 등의 약재를 캐기도 한다. 그리고 옥수수··유채·잎담배 등의 농산물도 산출한다.



이곳 구채구는 당나라 때부터 중국의 소수민족인 장족(藏族)이 거주하던 곳이다. 마을 이름 또한 ’9개의 장족마을을 뜻한다. 사천성 아바티베트족창족자치주(阿坝藏族羌族自治州)‘ 북부 바이룽강(白龍江) 지류인 바이수이강(白水江) 유역에 자리 잡고 있다. 장족(藏族)들은 본래 티베트를 근거지로 살았으나 라마교 종파의 분리로 그중 일부가 험준한 이곳까지 쫓겨 와 살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도 있다. 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한 송첸칸포(松贊干布) 왕이 송번에서 당나라 군대와 대치하다가, 화친을 맺어 티베트로 회군하던 중 일부 군사가 구채구의 아름다운 절경에 빠져 이곳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주변의 풍물은 티베트의 색채가 강하다. 우선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불교 도구인 마니차(摩尼車)가 눈에 들어온다. 측면에 만트라(Mantram, 陀羅尼라고도 한다)가 새겨진 원통이다. 내부에는 경문(經文)이 새겨져 있단다. 그 옆의 석탑에서는 빨강 파랑 노랑 녹색 흰색 등 다섯 가지 색깔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저런 깃발에는 티베트 불교의 경전과 상징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그 깃발들을 끈에 매달아 놓아 부는 바람결에 경전에 담긴 진리가 멀리 퍼져 나가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단다.



구채구를 대표하는 풍경들을 손가락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단풍으로 물든 산, 겨울 설산, 폭포, 호수, 그리고 티베트 거주지의 풍경, 이렇게 다섯 가지를 들며 오경(五景)이라 일컫는다. 이번에 들를 곳은 이 다섯 가지 중에서 티베트 거주지의 풍경이다. 즉 사람들의 접근이 없던 시절 골짜기에 모여 살며 자급자족으로 생활하던 장족의 문화를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마침 채주(寨主)의 집에다 작은 전시관을 만들어 놓았기에 안으로 들어가 본다. 안으로 들면 그들이 타고 다니던 마구(馬具)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티베트 사람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불상(佛象)이나 금은세공품, 그리고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다. 진열되고 있는 유물의 종류나 보존 상태 등은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이마저도 없었더라면 이들의 문화는 느껴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고맙다는 얘기이다.





밖으로 나오면 이번에는 각종 먹거리들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야크의 본고장답게 야크고기를 이용한 각종 요리들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포장마차 앞에서 서성인다. 만두와 튀김 종류를 팔고 있는데 제법 맛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들에도 야크고기가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모처럼 들른 관광객들을 놓칠 리가 없다. 가이드가 이 지역의 특산품을 팔고 있는 매장으로 안내한다. 들어갈까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를 선택할 여지를 두지 않는 반강제적인 안내이기 때문이다. ‘피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즐기라고 했다. 일단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가 보자. 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채취했다는 꿀인 목청(木淸)’석청(石淸)’이 있는가 하면 동충하초(冬蟲夏草)’도 진열되어 있다. 이곳 주민들의 생활풍습 등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에는 그들이 갖고 있는 토산품에 대한 설명이 시작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설명보다는 꿀차()나 동충하초로 담은 술() , 제공되는 맛보기에 더 관심을 갖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충하초 술을 넉 잔이나 얻어 마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동충하초를 두 봉지나 사왔지만 말이다.



의무적인 쇼핑(옵션으로 걸려있는 쇼핑이었다)이 끝나면 점심식사가 기다린다. 식당가는 아까 측사와구로 가기위해 버스를 갈아탔던 삼거리 쉼터에 있는데, 이곳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나온다.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식사의 질은 괜찮은 편이었다. 꽤나 많은 종류의 음식이 준비된 뷔페식당이었는데 우리 입맛에 적당히 맞춰져 있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수정구(樹正溝)’의 탐방에 나선다. 그 첫 번째는 낙일랑(諾日朗) 폭포이다. ‘Y’자 모양으로 이루어진 구채구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세 개의 협곡이 서로 만나는 곳에 위치한 폭포이다. ‘Y’ 자의 아랫부분인 수정구에는 구채구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명소가 많다. 19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끊이지 않고 연결되어 주변의 원시림과 함께 여러 풍경을 만들어낸다.



낙일랑 폭포(諾日朗 瀑布)’20높이의 낙차로 떨어지는 폭포이다. 넓이는 270로 중국에서 가장 넓다고 한다. 티베트어로 '낙일랑'이란 '남신(男神)' 또는 '웅장하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이곳 구채구에서 가장 큰 폭포라고 하니 이름에 걸맞는 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시사철 맑은 물줄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단다. 아무튼 낙일랑폭포는 중국의 대표 고전소설 중 하나인 서유기를 드라마로 만들 때 배경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낙일랑 폭포에 이르면 그 웅장한 기세에 압도부터 되고 만다. 중국의 석회 폭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실크처럼 부드럽게 떨어져 내리는 아름다운 물줄기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큰 몸매에도 불구하고 고운 모양새까지 지닌 것이다. 또한 이곳은 가끔 무지개를 볼 수도 있단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한 폭의 비단을 펼쳐 놓은 것 같이 하얗게 얼어붙는단다. 그 풍경이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낙일랑 폭포를 뒤로 한 채 아래로 향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호수들을 만난다. 그 첫 번째는 서우해(犀牛海)’이다. 서우(犀牛)란 물소를 의미하는 한자이니 이 호수가 물소를 닮았던지 아니면 물소의 뿔을 닮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잠시 후 아름다운 폭포 하나를 더 만난다. 구채구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수정폭포(樹正瀑布)’이다. 이 폭포는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멋을 보여준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그게 더 좋아보였던 모양이다. 조금 전에 지나왔던 낙일랑 폭포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후로도 폭포와 호수는 계속된다. 수정군해(树正群海)일 것이다. 20~30개의 작은 호수들이 모여 이루어진 수정군해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이제껏 보아왔던 것들에는 한참 뒤떨어지니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저 높게 뻗은 봉우리와 골짜기, 그리고 석회암과 울창한 원시림이 어우러진 산과 물을 즐긴다 생각하고 걸어볼 일이다.




얼마간 걸었을까 나무로 지어진 건축물 몇 채가 나타난다. 지붕까지도 나무판자를 얹었으니 온통 나무만 사용해서 지은 셈이다. ‘수정마방(樹正磨房)’이라는데 물레방앗간인 모양이다. 아무튼 이곳에도 마니차(摩尼車)가 매달려 있다. 일하면서도 불경을 돌리는 그네들의 독실한 신심(信心)의 발로(發露)가 아닐까 싶다.




수정마방 근처에서 도로로 올라선다. 그 아래로도 몇 개의 호수가 더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위에서 멋진 물빛을 본 관광객들의 눈은 이미 높아져 더 이상 보는 것이 시들해져 버렸다. 도로로 올라가게 되는 이유이다. 도로변에는 제법 커다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장족마을인 수정채가 아닐까 싶다. 전통 복장을 한 장족 사람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물건들을 만들어 판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 들러보지는 못했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황산귀래 불간산, 구채귀래 불간수(黃山歸來不看山, 九寨歸來不看水)’라는 말이 있다.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물의 나라라 불리는 구채구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Y’자 모양으로 생긴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물은 폭포를 만들어내고 다시 평지에 모여 계단식 호수와 늪지를 형성한다. 그 물빛과 물소리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퍼포먼스를 연출해낸다. 특히 호수와 대소규모의 늪에서 발산하는 빛깔은 오묘하고 신비롭다. 가히 물의 나라라 불리는데 손색이 없고, 설사 선경(仙境)이라 해도 누구 하나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