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베이징(beijing, 北京, 북경)
여행일 : ‘15. 9. 4(금) - 7(월)
일 정 :
○ 9.4(금) : 798예술구, 스챠하이, 왕부정거리, 북경서커스 관람
○ 9.5(토) : 만리장성, 명십삼릉, 이화원, 솔라나거리, 발마사지 체험
○ 9.6(일) : 천단공원, 천안문광장, 자금성, 국가박물관, 금면왕조 관람
다산즈(大山子) 798예술구(藝術區)
특징 : 베이징은 오래된 역사가 남아있는 유적지들만 있는 게 아니라 최근 중국의 문화와 예술을 엿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베이징 동북쪽에 위치한 ‘다산쯔 798 예술구’이다. 이곳 다산쯔(大山子) 지역은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폐쇄된 군수공장단지였다. 전선이나 무기 등을 만들던 공장 지대였으나 전쟁이 끝나고 무기공장이 철수하면서 공장을 합병하고 임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 중앙미술학원이 인근으로 이전해 오면서 젊은 예술인들이 하나둘 작업실을 차리기 시작하면서 예술 특구로 변모했다. 지금은 황루이, 구디페이, 위판, 천링양 등 유망한 작가들의 작업실과 화랑, 카페와 서양식 술집이 들어서서 중국을 대표하는 미술 공간으로 성장했다. 높다란 굴뚝이 솟아 있던 공장 건물들이 이젠 ‘예술 공장(art factory)’으로 바뀌면서 창작의 공간이나 판매장, 그리고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곳 ‘798예술구’는 타임, 뉴스위크, 포춘지 등에 세계에서 가장 문화적 상징성과 발전가능성이 있는 예술도시로 선정되면서 ‘창의지구(創意地區), 문화명원(文化名園)’의 슬로건을 내세우는 베이징의 문화아이콘으로 상징되고 있다.
▼ 버스는 대로(大路) 가에다 우리를 내려놓는다. 대형버스의 거리 진입을 통제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차에서 내리면 만화 캐릭터(character)들이 그려진 화려한 담벼락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지금 향하고 있는 ‘798 예술구’ 거리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 폐차(廢車)가 된 트럭아 보이는가 하면, 또 어떤 곳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줄지어 늘어서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깔끔한 것이 없다. 온통 낙서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요즘 낙서냐 아니면 예술이냐를 높고 논란이 되고 있는 ‘그래피티(graffiti)’이다. 문득 정답이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경계를 가를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령 누드사진을 놓고 보자. 어느 단계까지가 예술적 영역이고 또 어느 수준을 넘기면 외설적이라고 봐야 할까? 낙서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런 게 바로 현대예술일 것이다. 그래 미술이든 사진이든 문학이든 각 장르의 경계가 애매해져버린 요즘 경계를 나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는데 말이다.
▼ 고개라도 들라치면 파이프라인(pipeline)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담장과 그 위를 지나가는 파이프라인은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공장지역의 옛날 풍경이다. 그래 맞다. 원래 이곳 다산즈(大山子)는 공장지대였다. 사회주의가 한풀 꺾이면서 중국 정부가 개혁 개방 정책을 펴기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전자공업 중심지였다고 한다.
▼ 명색이 예술구인데 거리의 예술가들이 없을 리가 없다. 초상화나 캐리커처(caricature)를 그려주는 화가는 물론이고, 철사만 갖고도 무엇이든지 만들어내는 예술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좌판(坐板)을 펴놓고 있다.
▼ 거리의 풍경, 즉 각각의 건물 외형(外形)들은 거의 모두가 비슷비슷하다. 공장지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건물의 안은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독특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한 수많은 화랑과 카페, 전시관 등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다. 하나하나 다 들어가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발길을 돌리고 만다. 패키지여행을 따라 나온 이상 주어진 시간 안에 투어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 거리에는 다양한 장르(genre)의 작품 전시장들이 즐비하다. 판매장을 겸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만큼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폐허로 버려졌던 건물들을 싼 임대료에 빌릴 수 있다는 것은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커다란 메리트(merit)였을 것이다. 정부도 역시 쓸모없이 방치된 땅을 임대할 수 있었으니 서로 이해관계가 적절히 들어맞은 셈이다. 그 결과는 지금과 같은 명실상부한 예술, 상업, 여행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 예술구에서는 특별전이나 축제가 가끔 열린다고 한다. 최근에도 무슨 대회가 열렸었나 보다. ‘北京 798創客 創意之星 作品大展’이라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는 걸로 보아 발명가대회의 입상작들을 전시해 놓은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지만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아 그냥 빠져나오고 만다. 참고로 지난 2004년 ‘제1회 따샨즈국제예술제’를 시작으로 매년 봄 다른 주제로 축제가 펼쳐지는데 그 규모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단다.
▼ ‘다산쯔’ 지역에 있던 당시의 공장들은 대게 아래 사진과 같이 일련번호를 갖고 있었다. 그 가운데 메인(main)급이었던 ‘798’ 공장은 현재 가장 큰 갤러리(gallery)로 변해 있단다. '다산쯔 798 예술구'라는 명칭이 탄생한 이유이다. 각 갤러리와 거리에는 각종 설치미술과 전위예술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 이곳도 역시 관광객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일 것이다.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지만 그 때문에 놓친 것도 있다.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는 행위예술가들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찾아온 예술가들이라는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문이 열려 있으면 일단 들어가고 보자, 대부분의 화랑과 갤러리들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중국 미술의 현주소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은 다수의 국가기관이 정책적으로 미술을 진흥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미술가들도 새로 떠오르는 중국 미술계로 적극 진출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 ‘798 예술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문화나 예술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북경에 왔다하면 빼먹지 않고 꼭 들르는 편이다. 2012년 9월 초쯤엔가 방영되었던 MBC-TV의 '무한도전'이 세간의 입소문을 타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을 게다. 방송이 나간 뒤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척 늘었다니 말이다. 이는 그만큼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증거일 것이다. 당시 인기절정이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북경스타일’로 바꿔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는 내용이었는데, ‘싸이’는 그를 많이 닮았다는 평을 듣는 정형돈이 맡았다. 마오쩌뚱의 그림이 있는 공장 같은 갤러리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는데, 정형돈의 열정과 하하, 노홍철, 데프콘의 코믹이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었던 걸로 알고 있다.
▼ 공장과 미술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둘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오히려 공장지대였다는 점이 이곳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큰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다.
▼ 한글로 된 홍보문구도 보인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 거리는 예술가들의 세상이다. 그렇다고 화랑이나 예술센터, 그리고 그들의 작업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회사나 패션가게는 물론이고 음식점과 카페, 바(bar)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대의 예술과 건축공간, 그리고 문화산업이 역사적 전통 및 도시생활 환경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셈이다. 아무튼 그런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지 현재는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국제적으로도 영향력이 가장 큰 예술구역으로 발전하였다.
▼ 이곳에는 해외 자본으로 연 화랑이 대략 40곳 정도가 된단다. 그중에는 한국 갤러리 ‘크리에이터즈 컴퍼니(C컴퍼니)’와 ‘표 화랑' 등 우리나라 자본도 일부가 들어와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만수대 창작사 미술관‘을 직영하고 있는데, 주로 수묵화 위주의 개인전이 열린단다.
▼ 이곳은 중국의 예술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로버트 버넬(Robert Bernell)’이 입주를 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예술가들이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공간에 매력을 느껴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중국 정부의 ‘철거계획’을 ‘발전계획’으로 바꿀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렸단다. 그만큼 유명해져 버렸던 것이다. 이후 갤러리와 레스토랑, 카페까지 들어와 중국 신흥 예술의 중심이 됐다. 어떤 이들은 일본에서 돌아온 예술가 황예가 2001년 10월 화랑의 개장 기념으로 열었던 전시회 ‘북경 Floating World’를 시발로 보기도 한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7년 국유지인 이곳을 예술구로 공식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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