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베이징(beijing, 北京, 북경)

 

여행일 : ‘15. 9. 4() - 7()

일 정 :

9.4() : 798예술구, 스챠하이, 왕부정거리, 북경서커스 관람

9.5() : 만리장성, 명십삼릉, 이화원, 솔라나거리, 발마사지 체험

9.6() : 천단공원, 천안문광장, 자금성, 국가박물관, 금면왕조 관람

 

천단공원(天壇公園, Temple of Heaven)

특징 : 천단공원(天壇公園)은 명·청시기 황제가 하늘에 제사 혹은 기우제를 지내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을 올릴 때 이용하던 곳이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하늘과 땅, 일월성신을 소중히 하며 원초적인 자연에 대한 숭배를 성대한 의식으로 표현했다. 그중 하늘과 땅에 대한 제사는 조정에서 주관했고 이는 황제의 특권이기도 했다. 이중에서도 하늘에 올리는 제사가 가장 성대하게 치러졌으며 그 장소인 천단(天壇)도 역시 여러 제단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였다. 1420년 명대의 영락제에 의해 지어진 천단은 세계에서 가장 큰 궁인 자금성보다도 4배나 더 큰 면적이다. 이곳의 주요 건물인 기년전(祈年殿)에서 황제는 풍작을 기원하였고, 황궁우(皇穹宇)는 하느님의 위패를 모시는 곳으로 이용되었다. 황제가 제천의식을 거행하기 전 목욕재계를 하던 재궁(齋宮)도 천단공원의 주요 건축물 중 한 곳이다. 유구한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천단공원에서는 명·청시기의 발자취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답게 가꿔져 있는 화단과 나무들 사이로 여유로이 산책할 수 있다. 한국어가 지원되는 자동 오디오가이드 기계를 빌려 편하게 관람할 수 있으니 참조한다. 물론 약간의 사용료는 물어야 한다.

 

투어는 동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도라도 한번쯤 살펴보고 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만일 안내도를 찾지 못했다면 가이드에게 귀띔이라도 들어보자.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줄 것이다. 옛날 베이징 황성(皇城) 내에는 네 개의 제단(祭壇)이 있었다. 남쪽의 천단(天壇)과 북쪽의 지단(地壇), 그리고 동서(東西)에 배치되었던 일단(日壇)과 월단(月壇)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제단들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제사를 지내는 대상이 각각 다르다. 이중 천단(天壇)은 가장 중요시되던 제단으로, ·청 시대에 황제가 매년 이곳에서 천신(天神)에게 제()를 올렸다. 이곳의 넓이는 무려 자금성의 네 배. 고대규모로는 가장 큰 제단이라 할만하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최대의 제전이기도 하다. 명나라의 영락제가 1420년에 세운 이 제단은 1961년 최초의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 중 하나로 선포되었고, 1998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천단은 벽으로 내단(內坛)과 외단(外坛)이 나뉘는 회()자의 형태를 띠고 있다. 땅을 의미하는 남쪽이 사각형, 하늘을 의미하는 북쪽은 원형의 모습을 한 남방북원(南方北圓)의 형세로 남북으로 원구(圜丘), 황궁우(皇穹宇), 기년전(祈年殿)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으며 북쪽으로 갈수록 지대가 높아진다. 중심은 가장 북쪽에 세워진 기년전으로 천단에서 가장 먼저 지어졌다.

 

안으로 들면 전형적인 도심공원(都心公園)의 풍경이 나타난다. 천단(天壇)이라는 유적(遺蹟)에 왜 공원이라는 낱말이 하나 더 붙어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풍경들이다. 유적을 공원으로 가꾸어 놓은 것이다. 잘 관리된 아름다운 공원 숲에는 시민들로 넘쳐난다.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들이다. 북경사람들에게 천단공원은 우리의 여의도 광장이나 파고다 공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서로가 모르는 사람들 같은데도 스스럼없이 춤들을 추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보인다.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물을 뭍인 붓으로 바닥에다 아름다운 글씨체로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마작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빠질 리가 없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놀이 중의 하나일진데 말이다. 거기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등 베이징 시민들의 문화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곳이다.

 

 


기년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 회랑(回廊)을 통과해야 한다. 이곳 또한 시민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갖가지 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주로 카드놀이나 장기를 두고 있는 노인들이다. 마치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큰 소리로 훈수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할아버지들 틈에 할머니들이 끼어 있는 것도 이채롭다. 중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회랑을 따라 걷다보면 거대한 고목(古木)들이 눈길을 끈다. 천단공원은 이곳을 조성한 영락제 이래로 명나라와 청나라의 황제들이 출입하며 제사(祭祀)를 지내던 곳이다. 따라서 모든 시설물들은 엄격하게 관리되어 왔을 것임이 틀림없다.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저 숲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말이다. 황제의 신전인 천단(天壇)이 더욱 신성하게보이는 것은 저렇게 잘 보존 되어온 고목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년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매표소를 통과해야만 한다. 중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이다. 하나의 유적지 안에서도 구역에 따라 별도의 요금을 받는 상술(商術) 말이다.

 


()을 지나면 천단공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기년전(祈年殿)이 나온다. 중국의 군주들이 풍요로운 수확을 비는 제천 행사를 치르기 위해 지은 제단(祭壇) 중 하나로서 천안문, 자금성과 함께 베이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3층으로 된 청색 유리기와 지붕 건물이 원형 제단 위에 얹혀 있는 모습으로 건립되었다. 높이는 38미터, 직경은 30미터에 달하며 원뿔형의 삼중 지붕은 하늘을 상징하는, 유약을 발라 구운 짙은 청색의 기와로 쌓고 그 위에 구근 모양의 황금 상륜부를 올렸다. 건물 자체도 쇠못이나 시멘트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나무만 사용해서 지었으며, 스물여덟 개의 거대한 기둥이 전체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

 

 


기년전은 천단공원뿐만 아니라 베이징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건축 당시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3층으로 이루어졌으며, 백석삼중단상(白石三重壇上)에 축조한 아름다운 푸른 유리기와의 원형 건물이다. 특히 지붕 꼭대기의 장식을 위해 황금이 3톤가량이나 사용되었다고 한다. 실로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명나라 시대에는 지붕이 청색과 황녹색으로 되어 있었지만, 건륭제가 1751년에 중건을 하면서 전부 청색으로 바꾸었다. 1889년 낙뢰에 의하여 한번 소실되었지만1906년에 다시 재건되었다



건물 안은 엄격한 조형적 규칙을 가지고 있다. 황금색과 붉은 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내부로 들어가면 기둥으로 둘러싸인 것을 볼 수 있다. 중앙 4개의 기둥인 용정주(龙井柱)사계절(四季節)’을 상징한다. 또한 중간의 12개 붉은 기둥은 12개월을, 그리고 바깥 쪽 12개 기둥은 12시간을 가리킨다고 한다. 중간과 바깥쪽 기둥을 합치면 ‘24절기(節氣’)를 상징하게 된단다. 또한 가운데에 놓인 의자는 옥황상제를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황제라도 앉을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건물의 천정에는 용과 봉황이 어우러진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바닥에 조각되어 있던 봉황(鳳凰)이 밤에 천정의 용()에게 놀러 갔다가 날이 밝자 그대로 눌러앉은 것이라고 한다 



기년전의 북쪽에는 황건전(皇乾殿)이 서있다. 황천상제와 선황제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황건전 역시 명나라 영락제 시대인 1420년에 건립되었다. 초기에는 천고(天庫)라고 불리었는데, 연암 박지원도 열하일기에서 '천고'라고 적고 있다. 

 

 


원구단으로 향한다. 아까 이곳으로 들어올 때 지나왔던 문을 통해서이다. 이번 사진에는 검표(檢票)를 위한 시설물이 확실히 잡혔다.

 



천단공원은 3단으로 된 주요 건축물들이 남북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주로 건물 안에서 제사를 올리는 내부 제단(祭壇) 형태이다. 그리고 이 제단들은 동서로 뻗은 외벽에 의해 남쪽 제단인 원구단과 곡물 신을 위한 제단인 북쪽 기곡단(祈穀壇)으로 나뉜다. 이 남북 두 제단은 단계교(丹階橋)라 불리는 360m 길이의 벽돌로 된 오르막길로 연결되어 있다 



단계교(丹陛橋)는 다리라는 이름과는 달리 일종의 통로이다. 대리석 같은 재질의 볼록한 길이 통로의 중심에 아래 사진과 같이 길게 뻗어있다. 이 길은 하늘신이 걷는 길이라고 한다. 동쪽은 황제가 다니던 길이니, 서쪽 길은 응당 신하들 몫이 된다. 옛날에는 엄두도 못 내었을 길 위를 요즘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없이 걸어 다닌다. 이런 걸 두고 열린 세상이라 하는가 보다 

 


원구단으로 가는 길에 고깔모자를 얹은 듯한 모양의 황궁우(皇穹宇)를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종묘와 비슷한 점이 많은 곳으로, 황제가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황천상제(皇天上帝)와 선대 황제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곳이다. 직경이 15.6m에 이르는 원형의 건축물인 황궁우는 청기와 목조 건물이며 흰 대리석 기단 위에 세워져 그 위엄을 나타낸다. 전체적인 장식과 외형이 화려하며, 내부 장식 또한 섬세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아치형의 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로 황궁우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 아래에는 삼음석(三音石)’이라는 석판이 깔려 있다. 첫 번째 석판에서 손뼉을 한 번 치면 한 차례의 메아리가, 두 번째 석판에선 두 차례, 세 번째 석판에선 세 차례의 메아리가 들린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한지 확인해보려 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 사진촬영까지도 실패하고 말았다.

 


황궁우 주변에는 오래묵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중에서도 황궁우 북서쪽에 있는 기묘하게 생긴 나무 한 그루가 가장 눈에 띈다. 나무의 신기한 모양새 때문인지 관람객들이 나무를 에워싸고 있다. 나무를 안내하는 간판엔 한자로 고수(古樹)’라고 쓰여 있고 측백나무임을 알리고 있다. 이 역시 가정제 때 심은 나무로 수령이 무려 500여 세에 이르며 이름을 구룡백(九龍柏)’이라고 한단다. 그 이름처럼 나무의 뒤틀림이 마치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뒤틀림 현상은 지상에서 2m 정도 높이까지만 나타나고 그 위부터는 본래의 바른 나무 모양새로 되돌아간다.

 

 


사람들은 황궁우보다는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외벽(外壁)인 회음벽(回音壁, The Echo Wall)을 더 흥미로워한다. 회음벽은 한자를 풀이하면 음이 돌아오는 벽'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벽에 대고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이 반대편에서 벽에 귀를 대고 있으면 그 소리가 벽을 타고 전달된다고 한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려는지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서양인들까지도 신기한 표정으로 이 회음벽을 사이에 두고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 아무튼 하늘의 기운과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계해낸 당시의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회음벽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한백옥(漢白玉)으로 만든 3층의 기단(基壇)이 보인다. 원구단(圓丘壇)으로 황제가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한 의식을 행하던 장소이다매년 동지에 풍작을 감사하는 의식을 행하고, 가뭄이 든 해에는 기우제를 지냈다. 형태는 중국의 우주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에 따라 원형이다또 난간이나 계단 등이 음양 사상을 따라 지어졌으며 각 단의 직경을 합계한다면 45장이고, 이것은 단지 9의 배수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구오지존(九五之尊 : 주역의 이치에 따라 임금의 지위를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원구단은 하늘을 의미하는 중앙의 원형이 땅을 의미하는 울타리로 둘러쳐진 사각형 안에 놓여 있는 모습이다. 원구는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3개의 둥근 단으로 구성된다. 이 단들은 위로 올라가면서 지름이 줄어들며 좁아지고, 각각의 단들은 흰 대리석 난간이 감싸고 있다. 난간에 있는 360개의 기둥은 고대 중국인이 사용했던 음력의 1년인 360일을 의미한다. 황제의 왕관은 정중앙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는데, 이는 하늘의 아들이면서 동시에 하늘과 땅의 중재자인 황제의 역할을 상징하는 것이다.

 


위로 오르자 원구의 한가운데에서 두 손을 모은 채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들이 서있는 곳은 천심석(天心石)이란다. 태극석(太極石)이라고도 하며, ·청 시대에는 억조경종석(億兆景從石)이라고도 불렸다니 참조한다. 옛날 황제가 이곳에서 하늘에 대고 축문(祝文)을 읽었기에 그들도 따라서 하고 있는 모양이다. 각자 나름대로의 소원(所願)을 빌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하늘을 향해 축문(祝文)을 읽을 때 그 소리가 가장 크게 울려 퍼지는 장소가 바로 천심석(天心石)의 위라고 한다. 황제가 읽는 축문(祝文) 소리가 원구대를 둘러싼 원형 담장에 의해 굴절돼 공명 현상을 일으키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하늘과 소통하는 황제의 기원이 신하들에게도 메아리쳐 울려 퍼지도록 함으로써 천제의 극적 효과를 도모했던 모양이다.

 



원구단에서 바라본 황궁우, 이 두 건축물들은 명나라 제11대 황제인 가정제(嘉靖帝·재위 1521~1567)1530년에 조성했으며 건륭 14년인 1749년에 증축되었다. 이때부터 이 일대가 정식으로 천단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하늘과 땅을 분리해 각각 별도의 제사를 올리게 된다. 즉 황궁우와 원구대는 순수하게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고, 땅과 태양과 달에 지내는 제사는 각각 지단(地壇·자금성 북쪽), 일단(日壇·자금성 동쪽), 월단(月壇·자금성 서쪽)에서 거행토록 했다.  

 

 


난간에 서면 주변 풍경이 시야에 잡힌다.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크고 넓은 편이다. 인간과 하늘의 접속지점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도 하나같이 매우 크고 웅장하다. 숲도 한없이 넓은 건 물론이다. 저 모든 것들을 다 둘러보려면 다리품을 제대로 팔아야 할 것이다.

 


공원을 빠져나가는 길에 뒤돌아본 원구단, 가히 황제가 제사들 드리기에 충분한 풍모를 갖추고 있다. 원구단은 1911년 중화민국 정부가 금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사가 지내져왔다. 490년간의 명·청 왕조시대에 22명의 황제들이 654차례에 걸쳐 하늘에 제사를 올렸단다. 1914년 원세개(遠世凱·위안스카이)가 서구 열강의 침입에 맞서 중화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천황을 칭할 때도 이곳에서 천제를 거행했다.

 


원구단을 둘러본 후 남문을 빠져나오면 천단공원의 관람은 끝을 맺는다. 문밖으로 나서기 전, 공원의 전체적인 건축구조를 떠올려본다.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천고지저(天高地底)’라는 천지의 순리를 담아내기도 했다. 이런 구조를 통해서 하늘과 지구의 접속을 상징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