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산(朴達山, 370m)-우암산(328.6m)
산행일 : ‘16. 9. 3(토)
소재지 : 경기도 파주군 광탄면과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의 경계
산행코스 : 광탄면사무소→팔각정→박달산→軍훈련장(알바)→군부대후문→헬기레펠장→활공장→우암산(비호봉)→아멘충성교회(산행시간 : 4시간10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능선으로 연결되고 있는 두 산은 모두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바위다운 바위 하나 구경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덕분에 특별한 볼거리는 갖고 있지 않다. 두 산의 정상과 헬기장이나 활공장 등 특별한 지점 외에는 조망(眺望)도 트이지 않는다. 흙산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두 산이 똑같은 특징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받는 대접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박달산이 도심공원(都心公園)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반면에 우암산은 완벽하게 내버려져 있다. 인근 군부대에서 자기네 부대 이름을 인용한 ‘정상표지석’을 세워놓은 것 외에는 그 흔한 이정표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등산로 정비도 일절 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이다. 동일한 지자체(地方自治團體)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기에 의외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우암산의 곳곳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가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도심(都心)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산길이 곱고 완만해서 가족 산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이때 우암산은 빼놓을 것을 권한다. 특별한 볼거리도 없는 곳에서 고생만 죽도록 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광탄면사무소(파주시 광탄면 신산리)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다. 서울역에서 문산(선유리) 방면으로 가는 703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운행을 하니 이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다만 편하게 앉아 갈려면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탈 것을 권한다. 연신내나 구파발 등 중간에서 타는 방법도 있으나 이때는 서서 갈 것을 각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30분 정도가 흐른 후에 광탄면사무소 앞 정류장에 도착한다. 이 외에도 구파발역에서 파주행 333번 버스(35분간격)를 이용하여 박달산산림욕장 앞(재연낚시터 정류장)에서 하차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조할 일이다.
▼ 면사무소에서 파주읍 방면으로 50m쯤 더 진행하면 우측에 ‘등산로 입구’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인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 차량 두 대가 비켜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넓지만 아직은 비포장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마침 들녘에 심어진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어 한층 더 그런 기분을 돋우어 준다.
▼ 잠시 후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헤어져 왼편에 보이는 임도로 들어선다. 길가에는 상당히 많은 벚나무들을 가로수 삼아 심어 놓았다. 봄철이면 상춘객들이 찾아 들만도 하겠다.
▼ 산행을 시작한지 10분쯤 되었을까 임도가 오솔길로 변하면서 왼편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그리고 밭 사이를 헤집으며 산자락으로 향한다. 진행방향에 잘 관리된 묘역(墓域)이 보이니 참조한다.
▼ 잠시 후 능선에 올라선다. 이정표(박달산 정상→ 3950m/ 광무정 350m←/ 광탄면사무소↓ 350m)가 세워져 있는 삼거리이다. 왼편에 보이는 길은 광무정으로 연결된다. 국궁(國弓)을 쏘는 장소인데 이곳 사람들은 광무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 산길은 한마디로 곱다. 보드라운 흙길에 경사까지 완만해서 오르는 게 조금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이런 정도의 코스라면 노약자(老弱者)들도 별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거기다 벤치나 평상 등의 편의시설들을 곳곳에다 만들 놓았다. 어떤 곳에는 의약품까지 비치해 두었다. 혹시 공원에라도 들어온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것도 도심(都心)의 공원에 말이다.
▼ 명색이 300m 급의 산인데 가파른 오르막길이 없을 리야 있겠는가. 가끔은 아래 사진과 같은 오르막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달음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짧기 때문에 조금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 중간에 ‘시몬의 집 갈림길’(이정표 : 박달산 정상↑ 3,250m/ 시몬의 집← 730m/ 광무정 등산로 입구↓ 1,949m)를 지났다 싶으면 곧이어 277.4m봉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35분 만이다. 이곳에는 이정표(박달산 정상 3,030m/ 광무정 1,270m) 외에도 이층으로 지어진 팔각의 정자(亭子)가 세워져 있다.
▼ 정자를 지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조망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본다. 예상한 대로 시원스런 조망이 펼쳐진다. 바로 앞에 있는 광탄면과 조리읍은 물론이고 저 멀리 고양시가지까지 한눈에 잘 들어온다.
▼ 또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작은 오르내림을 두어 번 반복하면 20분 후에는 벙커(bunker)가 있는 작은 봉우리(이정표 : 박달산 정상 2,350m/ 팔각정 680m)에 올라선다. 언제 철수를 하였는지는 몰라도 예전에는 이곳에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출입은 금지되었을 테고 말이다. 이럴 걸 보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이렇게 잘 가꾸어진 도심공원으로 변신해 있으니까 말이다.
▼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반반한 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분수2리 갈림길'(이정표 : 박달산 정상↑ 2,030m/ 분수2리→ 460m/ 팔각정↓ 1,000m)이 나온다. 삼거리에는 평상을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해 놓았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삼거리마다 평상이나 벤치를 놓아두었다.
▼ 작은 오르내림만 반복하던 산길이 이번에는 제법 깊게 푹 꺼진다.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다시 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런 깊은 오르내림을 또 한 번 겪고 나 뒤에야 ‘정토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정표 : 박달산 정상↑ 1,440m/ 정토사← 1,110m, 유일레져 1,190m/ 팔각정↓ 1,590m)를 만난다.
▼ 잠시 후 ‘사색의 숲 삼거리’(이정표 : 박달산 정상↑ 1,130m/ 사색의 숲← 3,750m/ 팔각정↓ 1,950m)를 만났다 싶으면 곧이어 헬기장에 올라선다. 지금도 사용을 하고 있는 듯, 바닥에 깔린 보도블록이 설치했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이곳도 역시 조망(眺望)이 좋은 편이다. 헬기장의 전형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분수리 일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멋진 풍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풍경도 나타난다. 건너편에 보이는 채석장이 바로 그것이다. 자그마한 산을 거의 다 헤집어 놓았다.
▼ 헬기장을 지난 산길이 아래로 향하더니 안부에서 사거리(이정표 : 박달산 정상↑ 550m/ 근창약수터← 770m/ 마장3리→ 1,770m/ 광무정↓ 3,770m)를 만난다. 이정표에 표기된 지명과 관계없이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분수리, 그리고 왼편은 ‘박달산 삼림욕장’으로 연결된다.
▼ 앞서가건 최군(君)이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뒤이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산머루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뒤따라 들어가 보니 잘 익은 머루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따서 입안에 넣고 본다. 새콤달콤한 것이 여간 맛있는 게 아니다. 아무튼 오늘 산행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깊은 산중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야생의 산머루를 이렇게 잘 가꾸진 산상공원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최군 정도의 산꾼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 사거리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만만찮게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어쩌면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다. 하긴 그래봤자 그동안 다녔던 다른 산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오르막 구간을 다시 한 번 더 거치고 난 다음에야 박달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40분 만이다.
▼ 정상은 헬기장을 겸하고 있을 정도로 널따랗다. 정상에는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든 정상표지석이 지키고 있다. 그런데 빗돌의 앞에 상석(床石)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제사(祭祀)라도 지내는 모양이다. 참고로 박달산은 예로부터 이 산에 박달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마장리나 영장리 쪽 주민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파발마(擺撥馬)로 쓰이던 말을 사육하던 장소라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용미리나 분수리 지역 주민들은 예로부터 이 산에 독수리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수리봉으로 불러오고 있단다.
▼ 정상의 남북 양쪽에는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보광사 대웅보전(普光寺大雄寶殿 :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3호)’, ‘소령원(英祖의 生母인 淑嬪 崔씨의 무덤)’, ‘용미리 마애이불입상(坡州龍尾里石佛立像 : 보물 제93호)’ 등 광탄면 소재 명소(名所)들의 사진까지 걸어 놓은 걸 보니 쉼터의 기능까지 감안했던 모양이다.
▼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한마디로 빼어나다. 먼저 정상석 너머로 고령산(앵무봉)이 아름답게 조망 된다. 이따가 올라가게 될 우암산도 시야(視野)에 잘 들어옴은 물론이다. 그리고 발아래에 있는 용미리 일대는 물론이려니와 저 멀리 고양시 일원까지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 반대편에서도 시야가 열린다. 이름 모를 수많은 산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 하산을 시작한다. 이정표(용미리↗ 2,100m/ 마장3리↖ 1,330m/ 등산로 입구 4,300m)가 가리키고 있는 용미리 방향이다. 아까 올라오던 때보다는 못하지만 산길은 아직까지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정비를 한 흔적은 일절 눈에 띄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내버려두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잠시 후 전망대를 만난다. 어설프긴 하지만 전면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조망이 트이는 곳이다. 앞으로 가야할 우암산 방향의 조망이 시원스럽다.
▼ 길가에 군(軍)의 시설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수훈련장이니 무단출입을 하지마라는 경고판이 눈에 띄는가 하면, 폐건물로 방치되고 있는 막사(幕舍)도 보인다. 그리고 뭔가 위치를 표시해 놓은 듯한 말뚝형의 시멘트 팻말들도 자주 눈에 띈다. 군의 통제구역이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쏠쏠 드는 구간이다.
▼ 정상에서 7분쯤 내려서면 삼거리를 만난다. 커다랗고 오래 묵은 소나무 두어 그루가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아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대충 눈치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설 경우에는 용미리로 연결된다. 우암산은 물론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 5분쯤 지났을까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런데 직진 방향이 막혀 있다. 누군가가 제법 굵은 통나무로 길을 가로막아 놓은 것이다. 고민이 시작된다. 방향으로 보아서는 직진이 분명한데,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할만한 담력이 우리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런 十팔, 어떤 ×새끼가 이 따위 짓을’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길(직진)’이 옳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곳에서 하산을 해야 하는 자기 일행들이 길을 잘못 들지 않게 하기 위해 길을 막아 놓았던 모양이다. 막는 행위 자체를 나무라지는 않겠다. 하지만 가로막았던 차단막을 치워놓아야 하는 것 또한 그 사람이 해야 할 도리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하지 못할 처지라면 가장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라도 말이다.
▼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고 만다. 간이 너무 작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상당히 혹독했다. 꽤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음은 물론이려니와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얼마쯤 나아갔을까 오른편에서 내려오는 길을 만난다. 아까 만났던 삼거리에서 갈라졌던 길일 것이다. 이후부터는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능선길을 탄다.
▼ 10분 정도를 오르내리다가 이내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알아차린다. 길이 자꾸만 우암산에서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속한 산길은 끝내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버리고 만다. 또 다시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산이냐 아니면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아 계속해서 산행을 이어갈 것인가로 말이다. 결국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왼편 산비탈에서 없는 길을 만들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 15분쯤 산비탈을 헤집으니 군(軍)의 시설들이 보인다. 아까 경고판에 적혀있었던 ‘특수훈련장’인 모양이다. 이젠 왼편으로 향한다. 도로 오른편엔 훈련용의 시설들이 즐비하다. 제법 그림이 될 만한 풍경들도 나타나지만 사진촬영은 하지 않기로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보안사범(保安事犯)으로 몰릴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 물을 이용한 훈련장 비슷한 곳의 바로 위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낙엽송(일본이깔나무)를 가로수로 활용한 오른편으로 향한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소모한 후에야 군부대(軍部隊)의 후문(後門)으로 보이는 곳에 이른다. 문이지만 위병(衛兵)이 보이지 않기에 후문이라는 용어를 썼다. 아무튼 이곳에 이르고 나서야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산악회의 리본들 몇 개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진행방향은 오른편이다.
▼ 오른편 산자락으로 올라선다. 산길은 군의 철조망을 따라 나있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커다란 시설물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헬기의 레펠(rappel) 훈련을 위한 시설이 아닐까 싶다. 레펠이란 자일을 타고 하강하는 훈련을 말하는 것이니 어쩌면 이곳은 유격훈련장쯤 되는 모양이다.
▼ 13분쯤 오르면 레펠 훈련장, 또 다시 8분 정도를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왼편으로 난 길이 하나 보이나 어디로 연결되는지는 모르겠다.
▼ 이제부터 산길은 능선을 따른다. 눈요깃거리가 심심찮게 나타나는 구간이다. 가끔가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가 아래의 사진이다. 두 바위가 서로 입을 맞대고 있는 형상이어서 카메라에 담아봤다. 아무튼 올해 초 베트남의 하롱베이에 갔을 때 보았던 ‘키스바위’를 쏙 빼다 닮았다.
▼ 최군이 또 다시 산꾼의 기질을 발휘한다. 박달나무 열매를 맛보라는 것이다. 나무줄기마다 꾸지뽕 열매와 흡사하게 생긴 붉은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아까 먹었던 머루를 생각하며 입에 넣어본다. 아쉽게도 머루의 맛은 아니다. 그저 달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주변이 온통 박달나무 천지이다. 그런데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그렇다. 저 나무들이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것이다. 누군가 아까 올랐던 ‘박달산’이 ‘박달나무’가 많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 박달나무들은 이곳 우암산이 아니라 박달산에서 자라고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능선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헬기장이 나온다. 이어서 6분 후에는 송전탑(送電塔)이 있는 곳에서 임도(林道)를 만나게 되고, 이후부터 산길은 임도를 따른다. 이 구간을 걷다보면 가끔씩 시야(視野)가 열린다. 고양동부터 이어지는 형제봉과 개명산, 앵무봉 능선이 나타나는가 하면, 나뭇가지들이 열어주는 조그만 틈 사이로 북한산이 선을 보이기도 한다.
▼ 임도를 따르기를 20분 여, 이번에는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 활공장을 만난다. 시원스런 조망(眺望)이 펼쳐지는 곳이다. 남서쪽으로는 일산 방향이 조망되고, 서쪽으로는 운정과 금촌이 눈에 들어온다. 더 멀리로는 파주 LCD단지까지 시야에 잡힌다. 조금 더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지나온 능선들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능선 쪽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이번에는 북한산에서 도봉산으로 이어지는 헌걸찬 암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우암산으로 향한다. 이후부터는 거친 산길이 이어진다. 아까의 임도는 활공장 이용자들을 위해 개설한 도로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가는 길에 두어 개의 송전탑을 지났다 싶으면 20여분 후에는 상수도용으로 여겨지는 집수시설(集水施設)을 만난다.
▼ 가는 길에도 역시 북한산과 도봉산의 빼어난 자태를 볼 수 있다. 열리는 시야의 범위가 좁고, 거기다 자주 열리는 것도 아니지만 보여주는 풍경만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 잠시 후 우암산 정상에 올라선다. 군부대 후문에서 1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런데 정상표지석이 좀 묘하다. ‘우암산’ 대신에 ‘비호봉(飛虎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은 그나마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그 생김새가 묘비(墓碑)를 쏙 빼다 닮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전면의 양 옆에 망주석(望柱石)까지 세워 놓았으니 이건 영락없는 묘지이다. 인근 ‘비호부대’라는 군부대에서 세운 모양인데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 우암산에서의 조망은 한마디로 끝내준다. 북한산에서 도봉산으로 이어지는 헌걸찬 암릉이 이제는 막무가내로 열려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림이다. 그것도 잘 그린 한 폭의 산수화이다. 아니 그림이 아니다. 어느 화가가 저렇게 잘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자연만이 저런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아래에는 고양동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짐은 물론이다.
▼ 하산을 시작한다. 길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22분 후에는 또 다시 군부대를 만난다. 산길은 군부대의 철망을 따라 이어진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만난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는 것까지 물어보는 것을 보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 산행날머리는 아멘충성교회(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담장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다 보면 또 다시 능선을 만난다. 그러고 보니 군부대가 능선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산길이 우회(迂廻)를 했던 모양이다. 이어서 13분 정도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아멘충성교회의 주차장에 내려서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5시간 50분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쉬었던 시간과 길을 잃고 헤맸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4시간 10분 정도가 걸렸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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