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산(甲山, 546m)

 

산행일 : ‘15. 8. 29()

소재지 :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과 화도읍의 경계

산행코스 : 도곡리 버스종점꼭지봉조조봉두봉삼거리갑산큰명산월문리(산행시간 : 2시간50)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적갑산?’ 갑산을 가자는 내 전화를 받고 친구가 되물어온다. 적갑산을 잘못 말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만큼 갑산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지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은 예외로 쳐야 한다. 갑산이 천마지맥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잣거리를 방불케 하는 서울 인근의 산들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산이다.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간 어설프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바윗길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곧바로 산길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전철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행들머리는 매봉산등산로입구 버스정류장(와부읍 도곡리 260-1)

중앙선전철 덕소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99-1번 버스를 타고 새재골 종점(매봉산등산로 입구)에서 하차한다. 우린 덕소역 환승주차장에다 차량을 파킹시킨 후에 앞에서 말한 버스를 이용해서 이곳까지 왔다. 들머리 근처에 마땅한 주차장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버스에서 내리면 갑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석 하나가 길손을 맞는다. 얼핏 정상표지석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높이가 적혀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이곳이 갑산의 들머리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 싶다.

 

 

 

새재골가든입간판 뒤로 난 오솔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그런데 들머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게 문제다. 칡넝쿨 등 넝쿨식물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우거져 들머리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지석 옆에 뻘쭘하게 서있는 이정표(갑산 2.93Km/ 예봉산(새재고개, 갑산) 6.30Km)를 이곳으로 옮겨놓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일단 들머리로 들어서고 나면 길은 금방 또렷해진다.

 

 

산행은 처음부터 지지부진이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길가에 떨어져 있는 밤송이를 까느라 산행은 뒷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늘 산행코스가 너무 짧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 탓일 것이다. 이런 게 근교산행의 이점이 아닐까 싶다.

 

 

초반에 잠시 가팔랐던 산길은 일단 능선에 올라서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기세를 뚝 떨어뜨려버린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편안하게 계속된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걸으면 첫 번째 송전탑(送電塔)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15분 정도를 더 걸으면 두 번째 송전탑이다.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면서 산길은 상당히 가팔라진다. 그리고 그 오르막의 끄트머리에서 꼭지봉(갓무봉)을 만나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38분 만이다. 제법 너른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대신 안내판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산의 유래를 적어 놓은 설명판이다. 내용으로 보아 스토리텔링(Storytelling)으로 이름을 지었던 모양이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다. 꼭지봉이나 갓무봉이라는 봉우리의 이름과 스토리의 내용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안내판 아래에 그려놓은 지도의 어느 곳에도 안내판에 적었던 지명은 나타나 있지 않는다. 이왕에 하는 거 조금 더 신경을 썼었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산길은 한마디로 곱다. 보드라운 황톳길인데다 경사까지 완만하다. 거기다 시간까지 느긋하니 구태여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도 없다. 한껏 여유를 부려도 하등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앞서가는 아라치양도 느긋하기는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조금만 특이하다싶으면 어김없이 핸드폰을 들이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늘의 볼거리는 각양각색의 야생버섯들, 대신 들꽃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 갑산의 특징인 모양이다.

 

 

 

 

한껏 여유를 부리며 산행을 이어간다. 꼭지봉에서 내려선지 8분쯤 지나면 안골갈림길’(이정표 : 갑산 1.83Km/ 안골장수약수터 0.23Km, 안골마을 0.71Km/ 어룡마을 1.10Km)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벤치를 놓인 작은 쉼터에 이른다. 쉼터는 전망대를 겸하고 있지만 온전한 조망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덕소 시가지가 내려다보이지만 나뭇가지들이 절반 이상을 갉아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안골갈림길에서 15, 그러니까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쯤 지나면 오늘의 하이라이트(highlight)가 펼쳐진다. 전형적인 육산(肉山)에서 느닷없이 바위지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안전로프에 의지해야 만이 올라갈 수 있는 구간까지 있을 정도로 서슬 시퍼런 암릉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조금만 위험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우회로(迂廻路)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회로를 이용할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스릴(thrill)을 즐겨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않겠는가. 산행대장 출신의 최군을 앞세워 바윗길에 들어붙고 본다.

 

 

 

밧줄에 의지해서 거의 수직(垂直)에 가까운 암벽구간을 오르면 정상표지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봉(조조봉) 정상(472m)이다. 이곳 조조봉의 정상표지판도 역시 안내판을 겸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어설프기는 아까 올랐던 꼭지봉과 매한가지이다.

 

 

 

조조봉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바위산이 지닌 전형적인 특징일 것이다. 정상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바위 위로 올라서면 유장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한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강을 끼고 있는 남양주시와 구리시, 하남시의 시가지 풍경은 덤이다. 그리고 눈을 들면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옆에 있는 적갑산과 예봉산은 물론이고, 강 건너에 있는 검단산까지 눈에 잡힌다. 하지만 도봉산이나 북한산, 관악산, 불암산 등의 조망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연무(煙霧)로 인해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조조봉에서 만난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 얼마나 길손들에게 시달렸으면 저런 모습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을까. 애잔한 마음이 든다.

 

 

조망을 즐기다가, 아니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술판을 벌였다. 비록 막걸리 두 병이 다였지만 말이다. 잠시 후 또 다른 바위전망대에서 조망(眺望)을 즐긴다. 이번에는 적갑산과 예봉산이 정면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한강 건너에 있는 검단산과 남한산까지도 제법 또렷하게 보인다.

 

 

 

다시 산행을 이어가면 12분 후에는 두봉(가마바위) 정상(523.5m)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도 역시 안내판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정상표지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널따란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벤치를 놓아 쉼터의 역할까지 수행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길손을 머물게 만들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유이다.

 

 

 

가는 길에 크고 굵은 나무가 보인다. 이름표까지 매달아 놓은 것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다가가보니 그 흔한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이 아니겠는가. 갸웃거리던 고개가 끄떡거림으로 변한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낙엽송치고는 보기 드물게 굵을 뿐만 아니라 가지 또한 옆이 아닌 위로 뻗어 오른 것이 여느 낙엽송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두봉을 지나서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이번에는 어룡마을에소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능선삼거리(이정표 : 갑산 0.43Km/ 어룡마을 2.50Km/ 안골마을 2.11Km)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하늘을 위협이라도 하려는 듯이 위를 향해 치솟은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 숲을 지나면 20 분 정도 후에는 긴 통나무 계단이 나타난다.

 

 

 

 

힘겹게 통나무계단을 오르면 이정표(새재고개 0.75Km, 어룡마을 2.87Km/ 안골마을 2.48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거리이다. 비록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정상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정표가 좀 이상하다. ()위치를 갑산 정상이라고 표기해 놓은 것이다. 어떻게 봉우리도 아닌 곳을 두고 정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무신경(無神經)한 행정관청을 나무라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만 더 걸으면 무인산불감시탑이 나온다. 갑산 정상이라고 오해하기 딱 좋은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감시카메라 울타리에 선답자들이 매달아 놓은 정상표지판이 두 개나 보인다. 그러나 실제 정상은 이곳에서 조금 더 진행해야 만날 수 있다.

 

 

 

감시탑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맞은편 능선을 치고 오르면 4~5분 후에는 드디어 갑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갑상 정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굵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무런 특징도 보여주지 못한다. 조망도 딱 막혀있다. 정상표지석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조금 전에 지나왔던 무인산불감시탑이 세워진 봉우리를 갑산 정상이라고 오해하는 이유이다.

 

 

월문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올라왔던 길과 반대방향이다. 3~4분쯤 지나면 표기된 거리표시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정표(갑산 0.06Km, 새재고개 0.81Km, 안골마을 하산길 2.54Km/ 어룡마을 하산길 2.93Km) 하나를 만나게 된다. 생김새로 보아 아까 산불감시탑 근처 삼거리에서 만났던 현재 위치를 갑산 정상이라고 표시해 놓았던 이정표와 같은 행정청에서 같은 시기에 만든 모양인데 두 이정표 간의 거리표시가 너무나도 맞지 않는 것이다. '삼거리 이정표에서 이곳까지의 거리가 60m뿐이 떨어지지 않았단다. 10분 이상을 걸어왔는데도 말이다. 이정표에서 표기한 갑산을 조금 전에 지나온 실제 정상으로 쳐도 그렇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산길을 가파르게 변한다. 그리고 꽤 길게 이어진다. 계속해서 내리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짧을망정 작은 오르막길도 나타난다. 그러다가 중간에서 왼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리기도 한다. 고래산과 문암산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오고, 그 왼편에서 백봉산과 천마산 등이 나도 있다는 듯이 우뚝 솟아올랐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산길이 어디선가부터 오름세로 변하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가파르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삼각점(양수 448)이 있는 밋밋한 봉우리 위에 올라선다. 누군가 플라스틱 물통에다 큰명산이라고 적어 놓았다. 보기는 다소 옹색하지만 고마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곳이 큰명산인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갑산에서 큰명산까지는 35분 정도가 걸렸다.

 

 

 

큰명산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공깃돌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나온다. 우리가 흔들바위라고 불러오던 바위들을 빼다 닮았다. 부지런한 최군이 모션(motion)까지 잡아주지만 바위는 끄떡도 않는다. 모양만 흔들바위였던 것이다.

 

 

흔들바위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이번에는 사랑나무연리목(連理木)’을 만난다. 부부간의 금슬이 좋거나 남녀 간의 애정이 깊은 것에 비견(比肩)되는 연리목이란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오늘 만난 연리목은 다문화가정인 모양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중국의 시인 백낙천은 장한가(長恨歌)’라는 서사시(敍事詩)에서 연리목의 이미지를 끝없는 사랑로 표현했다. 이런 좋은 의미의 나무를 만났으니 오늘도 행복한 산행이었다고 치부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를 일상에까지 가져갔으면 좋겠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아껴주고 보듬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산행날머리는 월운리(와부읍)

큰명산에서 하산지점인 월운리는 금방이다. 그러나 가다보면 길이 나뉘는 지점이 두어 곳 나온다. 우리 일행은 두 번 모두 왼편으로 진행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가도 우리가 내려섰던 임도에 내려서기는 매한가지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임도로 떨어지는 지점만 달라졌을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큰명산에서 20분 조금 못되게 내려오면 임도에 이르게 되면서 사실상의 산행은 여기서 끝난다. 물론 차를 타는 곳은 이곳에서도 한참을 더 걸어야지만 말이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50분이 걸렸다. 그러나 쉬엄쉬엄 걸었고, 거기다 준비해간 간식을 먹느라 2시간 가까이를 쉬었으니 소요시간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월운리 풍경

 

 

월운리는 도심 근교의 산골마을인가 보다. 길가 논에서 벼가 익어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개중에 부지런한 것들은 이미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가을은 이미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던 모양이다.

 

 

산행을 끝내자마자 부지런한 최군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 덕소역까지 나가는데 필요한 차량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식당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의 고생 덕분에 찾아든 곳이 바로 약선요리 전문집 산촌(전화 : 031-577-6011, 010-3808-8945)이다. 닭과 오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15가지의 약초를 넣었다고 해서 십오향이란 이름표까지 달고 있다. 주문했던 닭백숙은 물론 맛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를 갖고 블로그에 소개할 나는 아니다. 한때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국을 헤매봤던 나이기에 웬만한 음식은 다 그게 그거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그녀의 친절 때문이다. 누군가 얼굴이 예쁘면 마음씨도 곱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예쁘장한 주인아주머니는 마음씨가 고왔다. 손수 담갔다는 술(엄청나게 종류가 많았는데 우린 솔방울술을 마셨다)을 권하는가 하면, 시키지도 않은 부침개와 더덕구이까지 내다 주는 것이다. 덕분에 우린 엄청나게 많은 술을 마시게 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녀의 친절 덕분에 우린 산행의 마무리를 행복하게 지을 수 있었고, 또한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도 덕소역까지 나올 수 있었다. 참 잊을 뻔했다. 이 집은 주문 후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닭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기다림이 싫은 사람들이라면 주문이 필수라는 얘기이다. 우린 서비스 안주로 술을 마시며 기다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