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목봉(鬼木峰, 1,036m)

 

여행일 : ‘16. 8. 11()

소재지 :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북면과 포천시 일동면의 경계

산행코스 : 귀목버스종점귀목계곡귀목고개귀목봉910m고비골계곡다락터마을(산행시간 : 3시간 20)

 

함께한 사람들 : 산두레


특징 : 정상을 제외하고는 바위다운 바위 하나 구경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육산(肉山)으로, 흙산이 지니고 있는 특징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산이다. 울창한 숲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일절 없다는 얘기이다. 바위벼랑을 끼지 않은 골짜기 또한 왜소한데다가 보잘 것도 없다. 정상, 그것도 한쪽 면을 제외하고는 조망(眺望)까지도 꽉 막혀있다. 한마디로 일부러 시간을 내면서까지 찾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얘기이다. 만일 고비골(장재울)마저 없었더라면 여름철에도 찾아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산의 높이에 비해 경사가 완만(緩慢)하여 전체적으로 험준하지 않다는 점은 장점일 것 같다.


 

산행들머리는 상판마을(가평군 조종면 상판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I.C에서 내려와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방면으로 달리다가 하천 I.C(가평군 청평면 하천리)에서 포천방면의 37번 국도로 갈아탄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연하교차로(가평군 상면 연하리)에서 우회전하여 387번 지방도로 옮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꽃동네 입구(가평군 조종면 상판리)가 나온다. 좌우로 라엔라 C.C가 보이니 참조한다. 이곳 버스정류장(은행나무식당) 근처 삼거리에서 오른편 군도(郡道 : 명지산로)로 접어들면 잠시 후 상판마을에 이르게 된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마을에는 주차선(駐車線)까지 그려진 널따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의 상부에 지어놓은 산불감시초소왼편으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귀목고개 2.4Km, 귀목봉 3.5Km, 명지산 6.1Km)를 겸한 안내판 하나가 세워져 있다. 조종천 상류인 명지산과 청계산이 생태·경관 보전지역이라며 이 지역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을 적어 놓았다. 일종의 경고판인 셈이다. 누군가 이곳이 반딧불이 서식지라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널따란 임도(林道)를 따라 귀목고개로 향한다. 하늘과 맞닿아 오목한 곳이 귀목고개이고. 귀목봉은 그 왼쪽이다.



10분쯤 후 마지막 민가(民家)를 만난다. 간판은 보이지 않지만 개울가에 평상이 놓여 있는 걸로 보아 식당을 겸하고 있는가 보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개울을 건넌다. ‘귀목골인데 통나무 세 개를 엮어서 만든 다리가 귀엽다.



하지만 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골짜기가 깊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주변 경관 또한 평범하기 짝이 없다. 조금 전에 지나왔던 음식점의 평상들이 텅 비어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산행 속도는 더딘 편이다. 크고 작은 돌들이 두서없이 깔려 있는 탓에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경사는 완만하다. 때문에 힘이 들지는 않는다.



집사람의 뒷모습을 쫒는 사이 키 큰 침엽수(일본이깔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으로 들어선다. 긴 구간은 아니지만 삼림욕을 하며 산책하기에 딱 좋은 숲이다. 땅 위에 그대로 누워 한숨 붙여보는 것도 힐링(healing)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허락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계곡으로 들어선지 7분 후,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만난다. 하지만 다리 아래는 물이 보이지 않는다. 기습적인 폭우(暴雨)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보험용(保險用)인 모양이다.



곧이어 목책(木柵)이 보인다. 양쪽으로 쳐져 있고, 그 사이에 얼핏 보이는 흔적은 차단목(遮斷木)이 있었던 자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옆에는 생태계 보전지역에서 해서는 안 될 행위들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부터 생태계 보전지역이 시작되는가 보다.



길가에는 또 다른 용도의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이런 안내판들은 산행 내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내용을 이해할 수는 있는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탓에 판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또 다른 나무다리를 만난다. 생김새로 보아 조금 전에 만났던 다리의 용도가 같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계곡에는 사람이 머문 흔적이 일절 없다. 하긴 이렇게 왜소한 계곡까지 찾아올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거기다 경관까지도 특별한데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산길은 원시(原始)의 숲을 연상케 할 정도로 우거져 있다.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얘기일 것이다.



두 번째 다리를 지나고 15, 그러니까 계곡에 들어선지 25분 정도가 지나면 산길이 가팔라진다. 그러더니 끝내는 엄청나게 가팔라져 버린다. 곧장 치고 오르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자를 그리고 나서야 겨우 고도(高度)를 높일 수 있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 누군가 귀목고개를 깔딱고개라고도 부른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숨이 턱에 차서 오르길 15분 여, 드디어 귀목고개에 올라선다. 고갯마루에는 제법 많은 시설물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구호지점 표시목(4-2 : 임산마을터1.3Km/ 귀목2.3Km)’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만도 못하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탓에 흉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얗게 칠이 벗겨진 서식생물(棲息生物) 설명판은 누군가가 명지산4Km'라고 써놓아 지금은 이정표 노릇이나 하고 있고, 이정표(귀목고개 해발 775m : 귀목봉1.1Km/ 적목리3.8Km/ 상판리2.5Km)의 방향표시판은 아예 땅에서 나뒹굴고 있다.




고갯마루에 오르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할퀴고 지나간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이다. 이 시원한 바람이 귀목고개의 특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그 바람에 취해 한참을 머물다가 귀목봉으로 향한다. 왼쪽 방향의 능선을 따르면 된다. 산길은 처음부터 가파르다. 하지만 조금 전의 오름길에 비하면 이건 가파르다고 할 수 조차 없다. 그저 즐기듯이 오르면 될 일이다.



산행 중에 만난 바위, 그다지 우람하지도, 그렇다고 잘 생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만났으니 귀물(貴物)이라 할 수 있다.



20분 후, 980m봉에 올라선다. 이름이 없는 봉우리라선지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이정표도 세워져 있지 않다. 그저 잘생긴 나무 한 그루가 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후부터 산길은 부드러워 진다.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그렇게 6분 정도를 걸었을까 이정표(귀목봉 0.3Km/ 적목리 4.6Km, 상판리 3.3Km) 하나가 나타난다. 뜬금없는 곳에 세워졌다며 지나치다가 갑자기 고개를 끄떡거린다. 근처에서 왼편으로 갈림길이 나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표에 방향표시가 없는 걸로 보아 길의 형편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갈림길을 지나면 곧이어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다소 부담스러운 바위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탓에 계단을 설치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상으로 오르는 막바지 구간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정표에서 10분 남짓 더 걸으면 드디어 귀목봉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40분 만이다. 두세 평이 될까 말까 하는 비좁은 정상에는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든 정상표지석 외에도 이정표(청계산 3.2Km/ 귀목고개 1.1Km, 적목리 4.5Km, 상판리 3.6Km)가 세워져 있다. 청계산 쪽 방향표시판이 바닥에서 나뒹굴고는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귀목봉의 원래 이름은 규목봉(槻木峰)’이다. 옛날 이 산자락에 물푸레나무가 워낙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물푸레나무 규()자를 써서 규목봉(槻木峰)’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근처 주민들이 북한군에 의해 학살당하고 그 때문에 귀신을 봤다는 이가 많아지면서 귀목봉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란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난 편이 아니다. 주변에 잡목(雜木)들이 많아 시야(視野)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쪽 방향이 열린다는 점이다. 그쪽 방향이 바위 벼랑으로 이루어진 덕분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행정관청에서 잡목들을 제거했을 거고 말이다. 아무튼 남쪽 방향으로의 조망(眺望)은 시원스럽다. 오른쪽에 청계산과 운악산으로 뻗어가는 한북정맥이, 왼쪽으로는 귀목봉 아래에서 장재울로 내려서는 지능선이 기차레일처럼 나란히 뻗는다. 능선 가운데 움푹 팬 곳은 고비골계곡이다.




청계산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몇 걸음 걷지 않아 꽤나 긴 나무계단을 만난다. 높다란 바위 벼랑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계단뿐이었나 보다. 그 정도로 바위벼랑이 서슬 시퍼렇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계단 옆의 바위벼랑, 저 위는 작은 쉼터이다. 계단의 상부에 이르면 오른편으로 난 작을 길이 하나 보일 것이다. 그리로 들어가면 서너 명이서 둘러앉을 만한 작은 공터가 나오는데, 바로 저 바위의 위이다.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삼거리(이정표 : 오뚜기고개2.7Km, 강씨봉 5.3Km/ 깊이봉2.0Km/ 귀목봉0.1Km)를 만난다. 오른편으로 진행할 경우 깊이봉을 거쳐 논남기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우리는 물론 오뚜기고개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문득 코가 땅에 닿는 오르막길이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만일 이 구간을 올라오는 코스로 이용했을 경우에 딱 어울리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려서는 것도 만만찮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몸을 의지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점이다.



가파른 구간이 끝나면 이번에는 평탄한 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910m봉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갈림길이 양쪽방향으로 희미하게 나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점이 일절 없는 구간이다. 눈에 담아둘만한 볼거리 또한 없다.



정상에서 내려선지 20분 남짓이면 또 다른 삼거리(이정표 : 오뚜기고개2.1Km, 강씨봉 4.8Km/ 귀목봉0.7Km)를 만난다. 만일 고비골계곡으로 내려가고 싶다면 이곳에서 왼편 지능선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정표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 아쉬운 점이다.



왼편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유연한 편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얼마쯤 갔을까 금()줄이 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보호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도 있는가하고 다가가보니 생태보전지역이라고 쓰인 팻말을 모셔놓고 있다. 하긴 보존지역에서는 이만큼 중요한 것도 없겠다.




가끔은 아래 사진과 같은 바위구간도 나타난다. 하지만 그 규모가 작고 험하지도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능선을 따라 내려서길 20분여 만에 임도에 닿는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능선을 따른다. 이때 오른편으로 약간 우회(迂廻)를 하는 것은 감수해야만 한다. 곧바로 치고 오르기에는 산자락이 꽤나 거칠기 때문이다.




임도를 지난 지 12분 만에 장재울 계곡에 내려선다. 물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사람 몇이 어울려 목욕을 할 수 있을 만큼은 흐른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온 일행들이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속에 들어앉은 표정들이 너나할 것 없이 행복에 겨워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골짜기를 일러 장재울계곡이라 한다. 대부분의 지도에까지 그렇게 표기되어 있을 정도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골짜기의 정확한 이름은 고비골계곡이다. 물론 이곳 주민들도 고비골이라 부른단다. 이곳 사람들은 연인산에서 발원하여 코스모피아 천문대를 지나 조종천으로 흘러내려오는 골짜기를 장재울계곡이라 부른다니 참조한다.



합수지점을 지나면서 수량이 많아진다. 바닥이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곳곳에서 작은 폭포와 소(), 그리고 담()을 만들어내고 있다. 깊은 곳은 물이 어른의 허리춤까지 차오른다. 어찌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생각할 것도 없이 일단은 뛰어들고 본다. 물론 옷은 입은 채로이다. 갈아입을 옷을 챙겨왔으니 뭘 걱정하겠는가.



놀기 좋은 계곡은 채 7분이 못되어 끝나버린다. 임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물길이 끝나버린 것은 아니다. 임도와 계곡이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물속이 그리워지기라도 할 경우엔 냇가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풍경은 아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물의 양도 적어졌고, 주변 풍광 또한 아까에는 미치지 못한다.



산행날머리는 다락터마을(상판리)

임도는 넓고 잘 닦여 있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구간이다. 대부분의 구간이 따가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내려오다 보면 저만큼에 다락터마을이 나타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3시간 50분이 걸렸다. 목욕 등을 위해 중간에 30분 정도를 쉬었으니 순수한 산행시간은 3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에필로그(epilogue), 오늘 산행은 생각지 않게 이루어졌다. 체력안배를 위해 주 1회 산행을 고수해오다가 산악회 총무님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따라나서게 된 것이다. 여름철의 별미인 보양탕을 준비해 놓았다는데 그깟 체력안배가 문제이겠는가.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산행 또한 좋았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산길은 편해서 좋았고, 하산 코스였던 고비골계곡에서의 알탕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앉은 교회의 식당, 풍성하게 차려진 밑반찬은 하나 같이 맛깔스러웠고, 수북하게 쌓아놓은 보양식은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덕분에 얼큰하게 취해버렸지만 말이다. 하긴 오랫동안 산행을 함께 해온 이들까지 앞에 앉았으니 어찌 취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아무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이현옥 총무님과 산악회 임원들에게 글로서나마 감사를 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