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라산(松羅山, 493.5m)

 

산행일 : ‘15. 9. 12()

소재지 :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수동면의 경계

산행코스 : 화도읍사무소너구내고개임도능선정상헬기장두리봉방향 능선소래비고개마석역(산행시간 : 너구내고개소래비고개 1시간50)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둘이서

 

특징 : 남양주의 화도읍과 수동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천마지맥의 상징적인 산인 천마산과 마주보고 있는 나지막한 산이다. 전형적인 육산(肉山)이지만 가끔은 눈요깃거리가 될 만한 기암괴석(奇巖怪石)들도 만날 수 있고, 특히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일망무제(一望無題)라 할 수 있다. 다만 산행시간이 짧은 것이 흠()이라면 흠, 그래선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산은 텅 비어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아니라면 시간을 내어 일부러 찾아오는 것 보다는 다른 산을 답사한 후 귀경 길에 잠깐 들러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의할 점은 하산 지점을 소래비고개로 잡을 경우에는 꼭 택시를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행들머리는 화도읍사무소(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

산행은 너구내고개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부부는 화도읍사무소에서부터 걸어보기로 했다. 송라산의 산행코스가 생각보다 짧은 것을 미리 알기에 걷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려는 목적에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화도읍이기에 읍사무소에서부터 걷기 시작했지만 타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라면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경춘선전철에서 내려 수동면(남양주시)으로 들어가는 버스(30-1~6, 330-1)로 환승한 뒤 너구내고개에서 내리면 되기 때문이다.

 

 

읍사무소에서 너구내고개까지는 20분 정도, 오른편에 송라산을 끼고 걷게 된다. 길가에는 잘생긴 소나무들을 가로수로 심어 놓았다. 조금도 길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시간에 쫒기지 않는다면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너구내고개에서 오른편으로 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산행지도에는 이곳 너구내고개와 심석초등학교 등 등산로가 두 개뿐이 나타나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편 능선을 따를 경우 소래비고개로 내려설 수가 있는데도 말이다. 참 또 다른 아쉬운 점을 빼먹을 뻔했다. 지도(地圖)에 표기된 거리표시가 엉터리라는 것을 말이다. 잠시 후에 만나게 될 이정표에는 너구내고개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49Km로 되어있다. 정상까지 쉬엄쉬엄 50분이 걸렸으니 맞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안내도에는 4Km로 적혀있는 것이다.

 

 

 

마석 시가지를 조망하면서 시나브로 5분 정도를 오르면 길가에 주차된 차량들이 보인다. 그 수가 꽤나 많다. 아마 오른편 길가에 있는 퍼스트리그야구장에서 야구경기를 즐기고 사람들이 타고 온 모양이다.

 

 

 

정상에 세워진 무인산불감시탑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산행을 이어간다. 산행은 처음부터 지지부진이다. 앞서가던 집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밤송이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밤송이를 까기에 정신이 없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맛있는 알밤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재촉할 수가 없어 보조를 맞추어 준다.

 

 

 

너구내고개를 출발한지 20분쯤 지나면 오른편에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임도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는 지점이다. 이어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잠깐 치고 오르면 능선삼거리(이정표 : 정상 0.62Km/ 묵현리/ 너구내고개 0.87Km)이다. 오른편이 묵현리로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신도브래뉴 3차아파트방향에서도 올라오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산길은 그 가파름이 부담스러웠던지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힘들면 붙잡고 올라가라며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믿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날림공사를 한 탓인지 로프가 출렁거려서 자칫 넘어질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기세를 잠시 누그러뜨리는 곳에서 낯익은 풍경을 만났다. 통나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만든 의자이다. 얼마 전, 근처에 있는 백봉산을 오를 때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던 것으로 보아 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쉼터인 모양이다.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싶던 산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가팔라진다. 그 가파름에 지친 산길은 똬리를 틀듯이 좌우를 오가며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그마저도 힘들 경우에는 로프를 매달면서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거리가 그다지 길지는 않다는 점이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거대하다고 볼 수 있는 암벽(巖壁)이 앞을 가로막는다. 산길은 바위를 피해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시킨다. 이 바위가 첫 번째 볼거리이다. 이곳에서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바위 아래로 들어서보자. 옛날 호랑이라도 살았음직한 멋진 동굴 하나가 나타난다. 만일 그 누구와의 인연이라도 들면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도 만들어낸다면 또 하나의 멋진 구경거리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굴에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이정표(정상 0.22Km/ 너구내고개 1.3Km)를 만나게 된다. 이정표에 걸린 시판(詩板)’이 눈에 들어온다. 남양주의 특화된 멋진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아까 만났던 이정표에도 걸려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는데, 유독 이곳의 시판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만큼 이정록 시인(詩人)더딘 사랑이라는 시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가슴 설레는 기간만이 사랑은 아니다. 그 기간을 넘긴 다음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이해와 정도 사랑인 것이다. 너무 쉽게 사랑하고 너무 쉽게 끝을 맺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고언(苦言)이 아닐까 싶다. 돌부처가 눈 한 번 감았다 뜨는 순간과 달이 윙크 한번 하는데 걸리는 순간을 빗대어가며 말이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한 번 가파르게 변한다. 이 구간도 역시 침목(枕木)으로 계단을 만들고, 계단설치가 불가능한 곳에는 안전로프를 매달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그 기세를 한꺼번에 누그러뜨리는가 싶으면 곧이어 삼거리(이정표 : 송라산/ 심석초 1.8Km/ 하산 1.4Km)가 나타난다. 오른편은 심석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그런데 이곳의 이정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올라온 방향의 표시를 그저 하산이라고만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명(地名)과 거리표시가 곧 이정표의 기본인데도 말이다. 하산을 하는 사람들이 자칫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기에 지적해본다.

 

 

삼거리에서 정상은 금방이다. 잠시 후 무인산불감시탑이 나오고, 이어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너구내고개를 출발한지 정확히 50분이 지났다.

 

 

서너 평 정도나 되는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텅 비어있다. 정상표지석은 물론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세워져 있지 않다는 얘기이다. 누군가가 매달아 놓은 정상표시 코팅(coating)지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코팅지 아래에는 누군가가 플라스틱 의자를 놓아두었다. 편히 앉아서 인증사진이라도 찍으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정상의 절반 이상은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졌다. 두세 길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벼랑 아래에서 자란 나무들이 벼랑 위까지 올라오고 있지만 말이다. 때문에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형편없다. 그저 나뭇가지 사이로 두리봉과 월산리(화도읍)의 아파트들이 살짝 선을 보일 따름이다.

 

 

바위에 걸터앉은 집사람이 뭔가를 꺼내든다. 아까 주웠던 밤이다. 그녀가 건네주는 알밤은 맛있고 달았다. 아까 밤을 줍던 그녀를 기다려준 배려가 넉넉한 되갚음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산 길에 줍게 되는 밤은 마석역으로 걸어 나갈 때 마시게 되는 캔맥주의 안주로 한몫을 단단히 했다.

 

 

하산은 올라왔던 방향으로 몇 걸음 되돌아 나가다가,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정상을 이루고 있는 바위벼랑 아래를 통과한다. 바위와 노송(老松)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는 멋스런 구간이다.

 

 

 

하산을 시작하면 잠시 후 커다랗고 멋진 바위를 만난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쪼개 놓은 듯 반듯하게 둘로 나뉘어져 있다. 바위가 갈라지면서 생겨난 듯한 바위 조각 하나가 갈라진 바위의 위편 틈새에 끼이면서 작은 구멍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구멍 너머로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가장 원하는 단 하나의 그림, 바로 내 집사람의 초상화이다. 그렇다면 이 바위의 이름을 액자바위라고 지어보면 어떨까.

 

 

 

잠시 후, 그러니까 정상에서 5~6분 쯤 내려오면 헬기장이 나온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highlight)로서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이 터지는 곳이다. 우선 아까 산행을 시작했던 너구내고개 너머에선 천마산이 그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그 왼편에는 백봉산과 고래산 문안산이 줄을 지어 서있다. 그리고 북한강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용문산이 나도 있다며 나타난다. 그 옆에 뾰쪽하게 솟아오른 봉우리는 아마 양자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송천리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산을 까 헤집어 놓은 채석장(採石場)이다. 아름답게 그려가던 조망도(眺望圖)를 망쳐버리는 유일한 아쉬움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 또한 도시개발이라는 이면(裏面)에 숨어있는 필수요건인 것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너머에 있는 화야산과 고동산이 이런 단점까지도 감싸 안으며 부족하나마 나름대로의 풍경화를 그려나간다는 것이다.

 

 

 

 

헬기장에서의 볼거리는 조망뿐만이 아니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의 초입, 가을의 전령사인 들국화가 만발해 있는 것이다.

 

 

 

헬기장에서의 하산은 올라왔던 반대방향이다. 굴곡(屈曲)이 거의 없는 능선을 5~6분쯤 걸었을까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아 어디로 가는 길인 줄은 모르지만 우리는 능선을 따라 난 왼편 길을 따르기로 한다. 어설프기는 하지만 바윗길이 보여 혹시라도 짜릿한 스릴을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사면(斜面)을 따라 난 오른편 길이 훨씬 더 또렷하게 나있는 것으로 봐서 심석초등학교로 내려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산길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바위를 붙잡아야만 아래로 내려설 수 있는 등 어설프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바윗길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괜찮게 생긴 바위들이라는 눈요깃거리까지 보너스로 제공해 준다.

 

 

산길은 엄청나게 가파르다. 만일 통나무계단을 놓지 않았더라면 내려서기조차 만만치 않을 구간이다. 계단을 설치한 행정청이 고맙지만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계단을 설치한 후에 한 번도 보수를 않은 탓인지 대부분이 썩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얼마쯤 내려갔을까 기묘(奇妙)하게 생긴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의자를 빼다 닮았다. 아니 감투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 이 바위에는 감투바위라는 이름을 붙여보기로 하자.

 

 

가파르게 내려서던 산길이 느긋해진다 싶더니 난데없이 네다섯 그루의 밤나무가 나타난다. 나무 아래에는 숱하게 많은 알밤들이 떨어져 있다. 비록 밤톨만 하다라는 옛말이 생각날 정도로 작은 산밤에 불과하지만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아마 가파른 산길을 내려오느라 고생한데 대한 보상인 모양이다. 아무튼 우리부부는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한 되 남짓이나 되는 알밤을 주울 수가 있었다.

 

 

숱하게 널려있던 밤들이 대충 없어진 다음에야 또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잠시 후 시야(視野)가 확 트이면서 맞은편 산자락에 자리 잡은 채석장(採石場)이 그 흉물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송라산에 올라 가슴에 담았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반감되어버리는 순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아래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이다. 비록 인공(人工)이지만 커다란 연못까지 갖춘 주위 풍경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정물화를 연상시키고 있다.

 

 

산행날머리는 소래비고개(남양주시 수동면 송천리)

시야가 터졌다 싶으면 산행이 대충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내려서는 곳이 남의 공장(원일산업) 안마당인 것이다. 공장에서는 비닐(vinyl)()으로 길을 막은 후 텃밭을 만들어 버렸다. 왜 남의 안마당으로 길을 내었냐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되돌아갈 수는 없기에 무턱대고 금()줄을 넘고 본다. 이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정문을 통과하고 나면 곧이어 화도읍과 수동면을 잇는 군도(郡道 : 소래비로)에 내려서게 되면서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1시간50분이 걸렸다. 밤을 줍는데 시간을 좀 쓰기는 했지만 얼마 되지 않으므로 온전히 걷는데 든 시간으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공장(원일산업)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러나 버스(30-7)를 기다리는 것은 무모하다. 배차간격이 평일기준 190분이니 주말에는 더 늘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핸드폰 웹(WAP : 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에서도 버스의 도착시간 검색이 불가능했다. 이제는 택시를 부르던지 아니면 걷을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산행시간이 짧기에 우리부부는 걸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왕복 2차선인 도로이지만 보행로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구불구불한데다 노폭(路幅)까지 비좁은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이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내면서 달리는 것이 아닌가. 자칫 목숨을 내놓아야할 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가을의 전령이라는 코스모스 꽃밭도 만날 수 있었고, 또 다른 곳에는 알밤을 줍는 행운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위험스러운 구간은 소래비고개를 넘어 한참을 더 내려가고서야 끝을 맺는다. 고개를 넘어야 만날 수 있는 첫 동네(산성마을)에서 마을 안길을 이용해서 마석역까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 내려서서 마석역까지는 35분 정도이 걸렸다. 비록 서서히 걸었다고는 하지만 꽤나 먼 거리이다. 거기다 목숨까지 걸고 소래비고개를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후에 나와 같은 코스로 답사를 하게 될 사람들은 꼭 택시를 이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