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산(文衡山, 496.7m)-영장산(靈長山, 414.2m)
산행일 : ‘16. 10. 8(토)
소재지 :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목동·직동과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율동의 경계
산행코스 : 오포읍사무소→은말고개→두리봉(277.3m)→문형산→새나리고개→영장산→쉼터갈림길→예비군훈련장→성모요양병원(산행시간 : 4시간 50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바위다운 바위 하나 구경할 수 없을 정도의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때문에 눈여겨 볼만한 산세(山勢)는 지니지 못하고 있다. 조망(眺望) 또한 특별한 게 없다. 그럼에도 산은 등산객들로 늘 북적인다. 도심(都心)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산길이 곱고 완만해서 노약자들도 별 부담 없이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소관 지자체(地方自治團體)인 광주시와 성남시에서 등산로 정비를 잘 해놓은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다. 길이 헷갈릴 일도 없는데다, 코스까지 다양해서 체력에 맞게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가족 산행지로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 산행들머리는 ‘오포읍사무소 입구’ 버스정류장(광주시 오포읍)
이번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다. ‘분당선’ 지하철을 이용해 모란역까지 일단 온다. 8호선을 이용해도 되니 참조한다. 역에서 빠져나와 17번이나 17-1번 버스를 타고 오포읍사무소 입구까지 오면 된다. 모란역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10분 정도가 걸린다.
▼ 오포읍사무소 방향으로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버스정류장의 맞은편에 보이는 ‘남도해물탕’ 방향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도로를 따른다. 가는 길에 오포읍사무소를 만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 오포읍사무소를 지나서도 계속해서 도로를 따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러니까 정류장을 출발한지 15분쯤 되면 도로가 ‘T'자 형으로 나뉜다. 버스정류장에 가래울(누리마을)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참조한다. 아무튼 이곳 삼거리에서는 오른편으로 진행한다.
▼ ‘가래울 삼거리’에서 250m만 걸으면 ‘은말고개’이다. 지명(地名)에 ‘고개’라는 낱말이 붙어있지만 고개로 보기에는 많이 옹색하다. 아무리 봐도 고개 같지가 않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지명만으로는 들머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게다. 그저 삼거리에서 250m쯤 걷다가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고 치거나, 오른편 길에 세워진 ‘동식산업’의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표시의 반대방향으로 들어서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20m쯤 전방에 ‘양지교회’의 이정표가 보이니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 고갯마루에서 왼편으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100m 남짓 올라갔을까 왼편에 오솔길 하나가 나타난다. 들머리에 이정표(두리봉 1.93Km, 문형산 3.42Km, 영장산 7.9K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오솔길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곱다. 보드라운 흙길에다 경사(傾斜)까지 완만한 것이다. 등산을 하고 있는데도 마치 산책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일 것이다.
▼ 7분 후 능선에 올라선다. 물론 은말고개에서부터 걸린 시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월했던 산길이 아예 평지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고도(高度)의 차이가 거의 없는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 그렇게 20분 조금 못되게 진행하면 오포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정표 : 문형산 정상↑ 2.39Km, 영장산 6.87Km, 불곡산 12.17Km/ 오포초등학교← 0.94Km/ 오포읍사무소↓ 2.01Km)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두리봉 정상에 올라선다. 구릉(丘陵)처럼 두루뭉술하게 생긴 평범한 산봉우리이다.
▼ 늙은 소나무 몇 그루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정상은 작고 귀여운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또한 벤치 몇 개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해놓았다. 277.3m에 불과한 높이를 감안할 때 의외로 잘 가꾸어진 풍경이다. 그만큼 문형산 일대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사랑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 문형산으로 향한다. 두리봉 아래에서 또 다른 ‘오포초등학교 갈림길’(이정표 : 문형산 정상↗ 2.28Km , 영장산 6.76Km, 불곡산 12.06Km/ 오포초등학교← 1.00Km/ 두리봉↓ 0.11Km, 오포초등학교 1.05Km, 오포읍사무소 2.12Km)을 지났다 싶으면 6분 후에는 벤치까지 갖춘 ‘고산리주차장 갈림길’(이정표 : 문형산 정상↑ 0.76Km , 영장산 6.33Km, 불곡산 11.63Km/ 고산리주차장→ 0.79Km/ 두리봉↓ 0.54Km, 오포초등학교 1.48Km, 오포읍사무소 2.55Km)을 만난다. 이정표를 살피다가 깜짝 놀라버린다. 문형산이 눈 깜짝 할 사이에 가까워져 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거리표시가 잘못된 모양이다.
▼ 산길의 풍경은 큰 변화가 없다. 여전히 보드라운 흙길이 계속되고,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것 또한 여전하다. 길도 역시 또렷하다. 가끔가다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이정표들만 참고하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 산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경사(傾斜)가 조금이라도 심한 곳에는 통나무로 계단을 설치하는 등 정성들여 가꾼 흔적이 역력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끔 나뉘는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이정표를 세워 놓았다. 지자체인 광주시청 관계자분들에게 지면(紙面)을 통해서나마 감사를 드려본다.
▼ 비록 큰 오르내림은 없지만 산행을 하다보면 작은 봉우리들은 꽤나 많이 만난다. 하나 같이 특별한 눈요깃거리를 보여주지 못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산봉우리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봉우리를 지키고 있는 노송(老松)의 아래에 벤치를 놓는 등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14분 후에 만나게 되는 ‘광림수도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정표 : 문형산 정상↑ 1.35Km , 영장산 5.83Km, 불곡산 11.13Km/ 광림수도원← 1.1Km, 봉골고개 1,29Km/ 두리봉↓ 1.04Km, 오포초등학교 1.98Km, 오포읍사무소 3.05Km)이 나뉘는 산봉우리도 그중 하나이다.
▼ 고산리와 추자리(2.0Km)로 내려가는 갈림길임을 알리는 말뚝 모양의 이정표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팔라진다. 하긴 명색이 500m에 가까운 산인데 어떻게 평탄한 길만 나타날 수 있겠는가. 그렇게 11분 정도를 진행하면 ‘봉골사거리 갈림길’(이정표 : 문형산 정상↑ 0.91Km , 영장산 5.39Km, 불곡산 10.69Km/ 문형리 봉골사거리← 1.70Km/ 두리봉↓ 1.48Km, 오포초등학교 2.42Km, 오포읍사무소 3.49Km)에 이른다.
▼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바위다운 바위를 본다. 그것도 보기 드물게 잘 생긴 바위이다. ‘공깃돌 같이 생겼네요.’ 집사람 말마따나 영락없는 공깃돌이다. 큰 공깃돌 하나가 마치 서커스라도 하려는 양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작은 공깃돌 둘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
▼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용화선원 갈림길’(이정표 : 문형산 정상↑ 0.57Km , 영장산 5.05Km, 불곡산 10.35Km/ 용화선원← 0.94Km/ 두리봉↓ 1.82Km, 오포초등학교 2.76Km, 오포읍사무소 3.83Km)을 지나 다시 한 번 짧게 치고 오르면 철봉을 설치해 놓은 널따란 공터에 올라선다. ‘용화선원 갈림길’에 설치된 또 다른 이정표에 '연수원 가는 길‘이라는 방향표시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용화선원 쪽에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부속시설인 ’고용노동연수원‘이 있는 모양이다. 이어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연수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이정표 : 문형산 정상↑ 200m/ 심신단련장← 700m/ 연수원 가는길↓ 500m)이다. ’산악인은 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며,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이정표에 표기된 ’고용노동연수원‘에서 ’헤르만 후버‘의 글을 적어 놓은 안내판까지 세워놓았다.
▼ 삼거리를 지나면서 또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하지만 다른 산에서 이 정도는 가파른 축에도 끼지 못할 수준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기다 그 길이 까지도 짧으니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 이 구간에서도 커다란 바위를 만나게 된다. 생김새 역시 공깃돌처럼 둥그렇다. 약간 길쭉한 게 흠이지만 말이다. 바위만 보면 정신을 놓다시피 하는 집사람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냉큼 올라서고 본다. 그에 뒤질세라 최군(君)까지 뒤를 따른다. 누군가 ‘산에 들면 누구나 동심(童心)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맞는 말인가 보다. 거의 20년에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똑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 그렇게 10분 정도를 오르면 드디어 문형산 정상이다. 널따랗고 평평한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이정표(신현3리 복지회관↑ 3.82Km, 영장산 4.48Km, 불곡산 9.78Km/ 고장고개→ 2.96Km, 깃대봉 4.06Km/ 두리봉↓ 2.39Km, 오포초등학교 3.33Km, 오포읍사무소 4.40Km)외에도 벤치와 체육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들을 설치해 놓았다. 종합 쉼터인 셈이다. 눈에 거슬리는 것들도 보인다. 행선지를 알아차릴 수 없는 이정표(헬기장 500m, 부엉바위 700m/ 연수원 가는길 700m, 추자리 700m)와 문형산을 ‘배워서(文) 노사 균형(均衡)을 이루는 곳(山)’이라며 자기들 입맛에 맞게 해석해 놓은 안내판이 바로 그것이다. 고용노동연수원에서 만든 것들인데 자기네를 홍보하는 것까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자기네들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시설물을 세우는 행위는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정상표지석은 커다란 바위 앞에 세웠다. 문형산 정상을 대표하는 둘을 하나로 묶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정상석에는 문형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연유를 적어놓았다. 고려조말 어느 예문관 대제학이 이곳에 내려와 머물면서 마을 주위의 경치가 하도 아름다워 이 산의 이름을 ‘문형산’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문형(文衡)은 대제학(大提學)을 달리 부르는 말이란다. 하지만 인근 유지들이 모여 ‘대제학 같은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낸 이름이라는 설(說)도 있으니 참조한다. 또 다른 얘기도 전해진다. 문형산의 옛 이름이 무명산이라는 것이다. 옛날 이 일대에 홍수가 났었는데 인근이 모두 물에 잠겼으나 어떤 조화인지 문형산의 정상만 물에 잠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넓이가 고작 무명 한 필을 말릴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여 ‘무명산’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참고로 무명은 목화(木花)의 열매에서 채취한 무명실로 짠 피륙을 말한다.
▼ 정상에서의 시야(視野)는 좁은 편이다. 북쪽 방향으로만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당시가지와 영장산이 또렷하고, 더 멀리로는 서울시가지까지도 나타난다. 시력(視力) 좋은 최군의 말로는 신축중인 롯데타워가 보인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 영장산으로 향한다. 산길은 급하게 고도(高度)를 떨어뜨린다.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파르게 위로 향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리가 짧아 오르내리는데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오르막구간이 끝나면 곧이어 정자(亭子)를 만난다. 삼거리(이정표 : 영장산↑ 4.17Km, 불곡산 9.47Km/ 산하빌라 버스종점← 2.84Km, 능평리 오포터널 3.03Km/ 문형산 정상↓ 0.31Km, 두리봉 2.7Km, 오포초등학교 3.64Km)인데 벤치까지 놓아 쉼터로 조성해 놓았다. 고용노동연수원에서 세워놓은 이해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정표(부엉바위 500m/ 심신단련장 300m/ 문형산 300m)도 보이니 참조한다. 일단 산하빌라 방향으로 들어선다. 그쪽 방향에 있다는 ‘일출단’을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 2~3분쯤 걸었을까 길쭉하면서도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공터에는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정상석이 보인다. 하지만 ‘일출단(日出壇)’이라고 적힌 표석은 바닥에 쓰러져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삼각점이 눈에 띈다. 판독이 불가능하지만 삼각점이 있는 걸로 보아 실제의 문형산 정상은 이곳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일출단’이라는 빗돌을 세워놓은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글로 보아서는 해돋이를 보기에 좋은 장소라는 얘기인데,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주변이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여 있어 해가 중천(中天)에 뜬 후에나 눈에 들어올 것 같아서이다.
▼ 반듯하게 잘 쌓아올린 돌탑(cairn)도 보인다. 기술자들이 동원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은데도 제법 반듯하게 쌓아 올렸다. 돌맹이 하나하나를 올려놓은 사람들의 바램이 그만큼 지극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앞서가던 아라치양이 작은 돌맹이를 올려놓고 있는 게 눈에 띈다. 그 모습이 여간 정성스럽지가 않다. 뭔가 간절한 소망이라도 있는가 보다.
▼ 정자로 되돌아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산길은 변함없이 순하다. 보드라운 흙길에다 경사(傾斜) 또한 급할 것 없다는 듯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간다는 얘기이다.
▼ 그렇게 7분 정도를 걸으면 ‘신하빌라 갈림길’(이정표 : 신현3리 복지회관↑ 3.24Km, 영장산 3.90Km, 불곡산 9.20Km/ 신하빌라 버스정류장← 0.75Km/ 문형산 정상↓ 0.58Km, 두리봉 2.97Km, 오포초등학교 3.91Km)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15분 조금 못되게 더 걸으면 널따란 임도(이정표 : 신현3리 복지회관↑ 2.62Km, 영장산 3.28Km, 불곡산 8.58Km/ 신하빌라 버스정류장← 2.18Km/ 고산리 주차장→ 3.69Km/ 문형산 정상↓ 1.2Km, 두리봉 3.59Km, 오포초등학교 4.53Km)에 내려선다. MTB를 타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 누군가 이곳 문형산을 라이더(rider)들이 자주 찾는 산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가 보다.
▼ 임도를 지나서도 산길은 변함이 없다. 보드라운 흙길에다 경사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다만 가끔가다 보이는 소나무가 이 즈음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게 작은 변화일 따름이다.
▼ 그렇게 잠시 더 걸으면 ‘통점골 갈림길’(이정표 : 신현3리 복지회관↑ 2.49Km, 영장산 3.15Km, 불곡산 8.45Km/ 통점골 버스정류장← 9.75Km/ 문형산 정상↓ 1.33Km, 두리봉 3.72Km, 오포초등학교 4.66Km)을 만나게 되고, 이 부근에서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강남 300 C.C’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멋진 전망대이다.
▼ 임도를 지난지 17분쯤 되었을까 ‘Y'자 갈림길(이정표 : 영장산 2.72Km, 불곡산 8.02Km/ 신현3리 복지회관 2.06Km, 신현1리 신하빌라 버스정류장 2.18Km/ 문형산 정상↓ 1.76Km, 두리봉 4.15Km, 오포초등학교 5.09Km) 근처에서 몸체에 구멍이 뻥 뚫린 고사목(枯死木)이 시선을 끈다. 포탄에라도 맞은 것 같다는 실소(失笑)를 머금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일대가 6·25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던 것이다. 이곳은 전쟁 초기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한강방어선을 연하는 지연전(遲延戰)과, 1·4후퇴 이후 유엔군의 총공세작전 전환전(轉換戰), 그리고 한강 이남의 위협제거를 위한 美1·9군단의 위력수색작전인 ‘썬더볼트’ 작전을 실시했던 곳으로 아군과 북한군 및 중공군이 치열한 접전을 이뤘던 격전지였다. 2011년 국방부 주관의 ‘유해(遺骸) 발굴사업’이 있었을 정도이니 그 중요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임도를 통과하고 25분 만에 새나리고개에 내려선다. 영장산과 문형산의 경계가 되는 고개인데 아스팔트로 포장된 반듯한 도로가 나있다. 오른편에 경비실이 보이는 걸로 보아 ‘강남 300 C.C’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곳에서 난처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장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궁리 끝에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축대(築臺) 위로 올라서고 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희미하게 나있는 산길을 발견한다.
▼ 새나리고개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길도 역시 급할 것 없다는 듯이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산길은 오른편에다 철망으로 된 펜스(fence)를 끼고 이어진다. ‘강남 300 C.C’의 경계선이다. 낯선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그다지 깊지 않은 웅덩이를 파고 그 둘레에다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렸다. 생김새로 보아서는 군(軍)에서 임시로 만든 참호(塹壕)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곳에까지 군이 주둔할 리가 없다. 요 아래에 있는 골프장에서 예비군 훈련용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 이어서 잠시 후에는 잘 지어진 전원주택단지가 왼편으로 나타난다. 산길은 주택단지와 펜스(fence) 사이로 나있다.
▼ 주택단지를 지났다 싶으면 해발 348m인 ‘일곱삼거리고개’이다. 이곳에서 왼편은 271.5m봉과 새마을고개, 그리고 태재를 거쳐 불곡산으로 가게 된다. 영장산 정상으로 가려면 곧장 직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 일곱삼거리를 지나는데 펜스(fence) 너머를 살피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다가가보니 ‘강남 300 C.C’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바로 아래 보이는 건물은 클럽 하우스(club house)라도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철망 아래에는 벤치를 놓아두었다.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산이니 이런 풍경이라도 실컷 즐겨보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 조망터 근처에는 정자(亭子)까지 세워놓았다. 옆에다 벤치까지 설치한 걸 보면 아예 푹 쉬었다 가라는 모양이다.
▼ 정자에서 10분 남짓 더 걸으면 ‘곧은골 고개’이다. 이정표(영장산 정상↑ 0.8Km/ 태재고개↓ 5.4Km/ 율동공원←/ 광주시 곧은골→ 1.7Km)에 ‘성남 누비길’이라고 적혀 있는 게 보인다. 남한산성과 청계산, 영장산, 불곡산, 발화산, 인능산 등 성남시 소재 5개 권역(圈域)의 등산로들을 통칭(統稱)하는 이름이란다. 쉽게 말해 성남판 ‘올레길’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숲과 숲 사이의 다양한 등산길’에다 ‘함께 누빈다.’라는 의미까지 가미된 이름이 잘 정비된 등산로만큼이나 깔끔하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 ‘곧은골고개’를 지나면서 산길은 제법 가팔라진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 기세를 누그러뜨려버리니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렇게 15분쯤 걸으면 ‘율동공원 갈림길’(이정표 : 영장산 정상↑/ 율동공원↙/ 태재고개↓)을 만난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율동공원이 있는 큰골인 모양이다.
▼ 잠시 후 벤치를 놓은 쉼터(이정표 : 영장산 정상← 0.3Km/ 새마을연수원← 0.7Km/ 태재고개↓ 5.9Km)를 만난다. 이번에는 식탁까지 배치했다. 아마 준비해 온 점심상이라도 차려보라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새마을연수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왼편으로 나뉜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등산로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 위치한 10평 남짓의 공터를 만난다. 이곳도 역시 벤치 두어 개를 놓아 쉼터로 만들어 놓았다. 이어서 조금만 더 걸으면 또 다른 ‘새마을연수원갈림길’(이정표 : 영장산↑ 0.3Km/ 새마을연수원← 1.4Km/ 거북터↓ 0.1Km)이 나온다. 이정표에 ‘거북터’라는 지명이 보인다. 방금 전에 들렀던 공터를 지칭하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 또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통나무 계단을 설치해야 했을 정도로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서 삼거리(이정표 : 영장산→ 100Km/ 종지봉← 2Km/ 거북터↓ 400m, 태재고개 5.9Km)를 만난다. 영장산의 정상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상을 둘러본 후에는 이곳으로 다시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하신 길에 들르게 될 종지봉으로 가려면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진행해야 되기 때문이다.
▼ 방향을 틀자말자 잘생긴 돌탑(cairn)이 길손을 맞는다. 아까 문형산의 ‘일출단’에서 보았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반듯하게 쌓아올렸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 잠시 후 영장상 정상에 올라선다. 문형산에서 2시간 5분이 걸렸다. 10평도 더 될 정도로 널따란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이정표(솔밭쉼터, 이메촌 0.8Km/ 태재고개 6.2Km/ 갈마치고개 3.9Km, 이배재 5.9Km/ 새마을연수원 1.0Km), 삼각점(수원437, 1987 재설) 외에도 ‘천재지변 시 대처요령’을 적어 놓은 안내판과 각종 현수막 등 어수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잡다한 시설물들을 설치해 놓았다. 벤치를 놓아 쉼터의 기능을 겸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다. 아무튼 숲속에 들어앉은 정상은 조그만 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조망(眺望)이 일절 트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 영장산의 옛 이름은 ‘맹산(孟山)’이다. 조선시대 세종이 명재상인 맹사성(孟思誠 : 1360~1438)에게 이 산을 하사한데서 연유한 이름이란다. 산 아래 작은 골에 맹사성의 묘와 그가 타고 다녔다는 흑소의 무덤인 흑기총이 남아 있다니 시간이 나면 한번쯤 들러볼 일이다. 참고로 조선시대의 각종 고지도에서는 이곳 맹산과 요 아래에 있는 매지봉(梅址峰)을 한데 묶어 영장산(靈長山)으로 표기하였다. 오늘날 분당 중앙공원의 뒷매산을 영장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매지봉과 맹산의 산지가 뒷매산으로 이어지고 있어 옛 명칭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 아까의 삼거리로 되돌아와 하산을 시작한다.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종지봉 방향이다. 산길은 지금까지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올라올 때의 폭신폭신 했던 흙길 대신에 크고 작은 돌들이 수없이 박혀있는 너덜길로 변해 있는 것이다. 거기다 경사(傾斜)까지도 가파르다. 그래선지 일부 구간에는 로프로 난간까지 만들어 놓았다.
▼ 하산을 시작한지 20여분이면 널따란 광장으로 이루어진 쉼터(이정표 : 종지봉↑ 1.75Km/ 새마을연수원← 1.3Km/ 성남아파트형 공장→ 1.2Km/ 영장산 정상↑ 0.75Km)에 내려서게 된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도심(都心)에서 가깝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하산지점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도 될 것이고 말이다.
▼ 이곳 쉼터는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종지봉’ 방향에 ‘성남 예비군훈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하나 더 나있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 길로 들어설 우려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 역시 그런 우(愚)를 범해버리고 말았다. 소문난 산꾼인 최군이 그런 실수를 저질렀으니 어쩌면 일부러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우리 일행의 하산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촌에서부터 이곳 분당까지 달려온 박사장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지 않겠는가.
▼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 오른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이번에는 철망으로 된 펜스(fence)가 나타난다. 산길은 펜스를 따라 나있다. ‘사격장’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매달려 있는 걸로 보아 ‘성남 예비군훈련장’인 모양이다.
▼ 날머리는 성모요양병원(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쉼터를 출발한지 15분쯤 되면 채소가 심어진 텃밭이 나타난다. 그리고 밭 너머로 삼층 건물이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서 길은 끊겨버린다. 별 수 없이 건물 앞을 통과하고 보는데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민가(民家)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남의 마당을 통과한 게 조금은 덜 미안했다는 얘기이다. 아무튼 건물을 통과하고 나면 저만큼에 ‘성모요양병원’이 나타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6시간 10분이 걸렸다. 하지만 준비해간 간식을 먹느라 1시간 20분을 쉬었으니 이를 감안할 경우 4시간 50분을 걸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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