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부안) 마실길 4코스
여행일 : ‘16. 4. 4(월)
소재지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트레킹코스 : 솔섬→전북학생해양수련원→상록해수욕장→휴리조트→전망대→궁항마을→불멸의 이순신 세트장→해넘이공원→채석강(총 거리 : 5km)
함께한 사람들 : 집사람과 함께
특징 : ‘마실’은 마을을 뜻하는 사투리로 ‘마실길’은 동네 아낙들이 해거름에 이웃으로 놀러갈 때 걷던 고샅길이다. 굳이 해안선을 따라 걷는 이 길에 마실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친숙하고 정감이 가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안마실길은 여느 도보여행길과 달리 바닷길, 갯벌길, 마을길, 산길 등을 교대로 걷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버스가 다니는 해안도로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마실길에서는 고도가 높은 해안도로가 보이지 않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밀물 때 걸을 수 없는 바닷길 구간에는 우회로가 조성돼 있는 것도 특징. 바닷물이 빠지면 어머니의 넉넉한 품처럼 드러나는 갯벌도 부안마실길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참고로 변산 마실길의 해안코스는 모두 8개 코스로 나뉜다. 1코스(조개미 패총길, 새만금전시관~송포 5㎞), 2코스(노루목 상사화길, 송포~성천 6㎞), 3코스(적벽강 노을길, 성천~격포항 7㎞), 4코스(해넘이 솔섬길, 격포항~솔섬 5㎞), 5코스(모항갯벌 체험길, 솔섬~모항갯벌체험장 9㎞), 6코스(쌍계재 아홉구비길, 모항갯벌체험장~왕포 11㎞), 7코스(곰소 소금밭길, 왕포~곰소염전 12㎞), 8코스(청자골 자연생태길 곰소염전~부안자연생태공원 11㎞)이다.
▼ 4코스의 시작은 전북학생해양수련원(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오늘 트레킹을 시작했던 변산자연휴양림과 같다고 보면 된다. 즉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I.C에서 내려와 710번 지방도를 타고 줄포면(부안군)소재지까지 일단 온다. 이어서 23번 국도로 옮겨 부안방면으로 달리다가 영전사거리(부안군 보안면 영전리)에서 이번에는 30번 국도로 옮겨 변산반도 해안 일주도로를 타고 가다가 이번에는 수련원의 간판이 지시하는 대로 왼편으로 들어서면 되는 것이다.
▼ 솔섬을 바라보며 고민을 시작한다. 붉은 해가 솔섬을 넘어가는 길에 만들어 낸다는 용(소나무)이 여의주(용)를 물고 있는 형상을 볼 것인가. 아니면 마실길 코스(4코스)를 더 답사할 것인가로 말이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을 옮기고 만다. 모처럼 나선 마실길 밟기이니 한 코스라도 더 많이 답사해보는 것이 더 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길을 나서기 전에 다시 한 번 이정표(궁항 3.0Km/ 버스타는 곳/ 모항갯벌체험장 4.7Km)를 살펴본다. 그리고 궁항 방향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오고 만다. 해변을 따르던 길이 수련원의 축대(築臺)를 만나면서 끊겨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한참으로 헤매다가 수련원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마실길이 수련원의 정 중앙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곳에서는 오른편, 즉 이정표에 ‘버스 타는 곳’이라고 표기된 방향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 마실길은 학생해양수련원의 안을 통과하며 이어나간다. 학생해양수련원은 다채로운 해양 체험 활동과 알찬 수련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취적인 기상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심어주기 위해 세운 체험학습의 장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생활관과 강의실, 강당, 체육관은 물론이고 실내수영장과 해양수산실, 해양생태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경비실 건물이 있는 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언덕 위에 삼 층짜리 생활관이 있으니 참조한다.
▼ 생활관 건물 옆을 지나 계단을 내려서면 또 다른 백사장이 펼쳐진다. 학생들이 실제로 해양수련을 하는 장소로 활용되지 않나 싶다.
▼ 4층으로 지어진 광전자연수원이 나오고 잠시 후 오른편 언덕에 지어진 하얀색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씨윈드(Sea Wind)펜션이라는데 지중해 해안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건물이라서 눈길을 끈다.
▼ 펜션 근처에서 마실길은 백사장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백사장 끄트머리에서 축대(築臺)로 오르도록 되어있다. 축대에다 페인트로 화살표시를 해놓았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이어서 마실길은 해안가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다. 왼편에는 시종일관 광활한 바다가 펼쳐진다. 먼 바다로 나가는 배들이 보인다. 아마 야간 조업이라도 나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후 바닷가 조망 좋은 곳에 지어진 정자(亭子)를 만난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주변 경관을 둘러보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그 뜻을 저버리지 못하고 정자에 오르니 학생수련원과 솔섬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런데 그 경관이 장난이 아니다. 자못 빼어나다는 얘기이다.
▼ 계속해서 해안가 산자락을 따라 걷다보면 잠시 후 언포마을에 이른다. 바닷가에 내려서니 뭔가를 위해 부지를 새롭게 조성해 놓았다. 화장실과 예술성이 있는 조형물(造形物)까지 갖춘 걸 보면 마실길을 걷는 이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아닐까 싶다. 이정표(궁항 1.8Km/ 솔섬 1.2Km) 외에 친절하게도 언포마을의 유래를 적은 안내판까지 세워 놓았다. ‘바닷물의 자연현상으로 모래등이 갯벌을 막았다’하여 ‘둑’ ‘언(堰)’에 ‘개’ ‘포(浦)’ 자를 써서 마을이름을 ‘언포’라고 지었다고 한다. ‘어염시초가 풍성하여 소금을 굽는 가마터에서 소금을 만들었다’고 하여 염포라고 부르기도 했다니 참조할 일이다.
▼ 바닷가에는 꽤나 많은 배들이 정박해있다. 자그마한 것으로 보아 고기잡이용은 아닐 것 같고, 어쩌면 이 지역의 특산품이라는 백합을 양식할 때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 마을 앞 해안도로를 따르다 해안이 끝나기 전에 오른편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또 다시 해안가 산자락을 따라 난 오솔길을 따른다. 바닷가 바위벼랑이 아름다운 구간이다.
▼ 잠시 후 널따란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상록해수욕장이란다. 1988년 7월에 개장한 이 해수욕장은, 공무원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휴양장소로 선정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주변경관이 좋고 수심이 얕으며 물이 깨끗하고 해송 및 모래사장이 좋아 해수욕장으로서의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이곳을 상록해수욕장이라 명명한 것은 선정(善政)공무원의 표상이 상록수이기 때문이란다.
▼ 이곳은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촬영세트장이 있었던 곳이다. 당시 이곳에는 왜군성(倭軍城)과 망루(望樓), 그리고 군선(軍船)의 촬영세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내판 하나만 외로울 뿐 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하긴 10년 더 된(2004년) 시설을 유지해 오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 해안을 따라가다 중간쯤에서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마을로 빠져나온다. 물론 마실길을 따라서이다. 해수욕장과 다리 건너의 두포부락(변산면 도청리)은 다리로 연결된다. 해수욕장과 마을의 중간에 물길이 나있기 때문이다. 꽤 많은 배들이 물가에 정박해 있는 것을 보면 마을 주민들의 선착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 궁항은 다리건너에서 왼편 방향이다. 방향을 틀자마자 진행방향 저만큼에 멋진 건물 하나가 나타나니 방향을 잡는데 참조하면 될 일이다. 벼랑위에 지어진 ‘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리조트(resort)이다.
▼ 휴리조트(곁에 ‘제이제이리조트’도 있으니 참조한다)를 지나면 코너진 언덕 위에 원형의 전망대(展望臺)가 세워져 있다. 빙 돌아가며 위로 오르도록 되어 있는 3층 높이쯤 되어 보이는 전망대이다.
▼ 전망대에 오르면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이 터진다. 오른편에는 궁항마을은 물론이고 궁항의 방파제와 등대가 보이고, 왼편으로는 상록해수욕장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 사이에 서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전망대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궁항(弓亢)마을이다. 궁항은 반월모양의 산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로 100m 지점의 개섬과 ‘해안의 거센 물결이 잔잔해진다.’는 ‘도당금’이 있는데 그 형상이 활과 화살촉을 흡사하게 닮았단다. 그 개섬과 마을 사이에 100m의 목이 있다하여 ‘활’ 궁(弓)에 ‘목’ 항(亢)자를 써서 ‘궁항’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 궁항에도 이정표(격포항 3.3Km/ 솔섬 3.0Km)가 보인다. 1코스 종점이라고 적혀있어 헷갈리게 만들지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일이다. 격포항까지 이어지는 3.3Km가 1코스이면 어떻고, 설혹 4코스의 일부 구간이라고 해도 어떤 문제가 있겠는가.
▼ 궁항마을 통과하면 색깔만 다른 쌍둥이 펜션이 나타나고, 왼편 바닷가에는 전북요트학교 건물이 숨을 죽인 채로 그림처럼 앉아있다.
▼ 뒤돌아본 궁항마을 쪽 풍경
▼ 조금 더 걸으면 바닷가에 지어진 옛 건물들이 나타난다. 무턱대고 아래로 내려가 본다. 문루(門樓)를 위시해서 옛 건물들이 즐비하다. ‘전라좌수영세트장’(이정표 : 격포항 2.3Km/ 궁항 1.1Km)이란다. ‘대한민국 영상촬영의 메카, 부안’이라는 현수막에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스틸(still)사진을 넣은 걸로 보아 두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했었나 보다.
▼ 세트장을 지나면서 마실길은 임도를 따른다. 말이 임도이지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로 포장까지 해 놓았다. 군부대(軍部隊) 입구 근처에 있는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반듯하게 지어진 팔각정을 만난다. 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격포항/ 봉수대/ 이순신세트장)로 나뉜다. 오른편은 격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봉수대로 올라가는 오솔길이다.
▼ 계속해서 임도를 따른다. 길은 언제부턴가 비포장도로로 변해있다. 길가에 핀 산벚꽃들과 휘어진 옛길이 어우러지며 멋스러움을 한껏 자랑하는 길이다. 그리고 얼마 후 길이 오른편으로 크게 휘는 지점(이정표 : 격포항 0.7Km/ 궁항 1.7Km)에서 마실길은 임도와 헤어져 왼편으로 난 오솔길로 들어선다.
▼ 이제부터 마실길은 잘 닦인 공원(公園)의 안길을 걷는 느낌으로 변한다. 운동시설과 벤치 등은 물론이고 조경까지, 신경을 써서 가꾼 흔적들이 역력하다. 흡사 도심(都心)의 공원에라도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 10분 남짓 걸었을까 저만큼 아래에 격포항이 내려다보인다. 마실길 4코스가 종료되는 것이다. 격포항은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어촌 100개소' 중 한곳으로, 1986년 3월 1일, 1종항으로 승격되었으며 위도, 고군산군도, 홍도 등 서해안도서와 연계된 해상교통의 중심지다. 서해 청정해역의 감칠맛나는 수산물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봄 주꾸미 산란철과 가을 전어철에는 차를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온 미식가와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 오솔길을 빠져나오는 곳에 ‘해넘이공원’이라는 빗돌이 세워져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공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깔끔하게 지어진 화장실 옆에 비행기 두 대가 전시되어 있을 따름이다. 옛날에는 전차와 장갑차, 유도탄, 항공기 등 퇴역한 각종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모두 철거된 상태이다.
▼ 날머리를 빠져나오니 목제(木製)로 된 다리가 보인다. 일단 다리에 올라서고 본다. 어디선가 요트계류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적은 걸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요트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다리만이 방파제를 향해 길게 놓여있을 따름이다. 요트는 행사 때나 찾아오는 모양이다.
▼ 대신 바닷가 풍경이 눈길을 끈다. 건너편이 채석강이건만 이쪽 해안 절벽도 그 생김새가 만만찮게 기이한 것이다. 마치 시루떡을 쌓아 놓은 듯한 형상이다. 문득 책을 쌓아 놓은 것 같다는 건너편의 채석강이 궁금해진다.
▼ 건너편에 보이는 닭이봉 아래가 채석강이다. 그리고 그 오른편은 격포항이다. 항구에는 배 몇 척이 정박해 있다. 격포는 일찍이 수군(水軍)의 요새지로서 별장이나 첨사가 주둔했었다.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할의 격포진이 있었다.
▼ 채석강으로 가려면 격포항을 지나야 한다. 서해안권의 대표 국가어항인 격포항은 청정해역을 품고 있어 봄 주꾸미, 가을 전어를 비롯해 갑오징어, 꽃게, 백합, 바지락 등 사시사철 다양한 수산물들을 만날 수 있는 풍요로운 항구다. 마침 수산물을 집단으로 파는 시설들을 두어 곳 만들어 놓았으니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우리가 들른 식당은 남편이 기른 해산물을 아내가 직접 팔고 있었다. 이 식당뿐만 아니라 인근 식당이 대부분 그런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더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채석강(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으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면 방파제 위에 인공으로 만든 휴식공간이 나타난다. ‘격포항 종합안내’와 ‘변산팔경’ 등의 관광홍보판과 함께 ‘어항이용안전수칙‘ 등의 안전에 대한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채석강을 구경할 때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인 모양이다.
▼ 방파제 옆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면 채석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 20m 높이의 해안절벽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고 부서져, 책 수십만 권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 같은 독특한 지형이 되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1.5㎞의 해안절벽인 채석강은 중생대 백악기(약 7천만 년 전)에 형성된 퇴적암으로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올린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수북하게 쌓아 놓은 시루떡 같다고도 한다니 보는 이의 생각에 따라서 그 형상도 달리 나타나는가 보다. 원래의 채석강(彩石江)은 강물에 배를 띄우고 놀던 중국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의 강물이다. 이태백이 놀던 채석강에 견줄 만큼 아름답다고 해서 그 이름을 차용했다고 한다. 아무튼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이태백처럼 술 한 잔 기울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는 나는 조금 전까지 앉아있었던 횟집에서 마신 술로 진작부터 거나하게 취해 있지만 말이다.
▼ 해식애(海蝕崖)로 이루어진 채석강(彩石江)은 바다의 수석전시장이다. 바닷물 침식에 의해 층을 이룬 절벽 아래로 편마암층이 닳고 닳아 벼루처럼 반들반들하고 닭이봉 아래의 층암절벽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바위절벽을 움푹 파고 들어간 해식동굴에서 만나는 해넘이도 장관이란다. 하지만 이는 시간을 잘 맞추어야만 볼 수 있으니 참조한다.
▼ 이곳 채석강은 '연인과 함께 가면 사랑이 깨진다'는 오래된 속설이 있다고 한다. ‘돌 깨는 작업장인 채석장(採石場)’과 소리(音)가 같아서였을 것이다. ‘채석장 돌이 깨지듯 사랑이 깨진다.’고 여긴 게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70~80년대 만 해도 이곳은 사랑이 무르익었던 곳이었다. 이곳에 놀러왔던 연인들이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집으로 돌아갈 차편을 놓쳐버리기 일 수였기 때문이다. 귀가를 못한 젊은 남녀들이 따로 할 일이 무엇이었겠는가. 상상에 맡기기로 하겠다. 하여간 그로 인해 결혼까지 간 커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니 믿거나 말거나이다.
▼ 파도가 일렁이는 그 절벽 앞에 서면 켜켜이 쌓인 세월과 자연의 신비감이 더해진다. 계속 나아가본다. 해안가 바닥은 끝없는 바위멍석을 깔아놓은 듯하다. 바위가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진 데다 높낮이 차가 있어 발 디딜 곳을 확인하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채석강의 암반지대를 지나면 격포해수욕장이다.
♧ 에필로그(epilogue), 변산에는 계절별로 주꾸미, 전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그 가운데서도 청정갯벌에서 나온 백합과 바지락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그 백합으로 만들어낸 백합죽은 변산이 자랑하는 최고의 음식으로 꼽힌다. 부안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백합죽은 인근 식당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데, 백합 조갯살을 잘게 썰어 넣고 약간의 참기름과 깨소금만으로 간을 해 끓여내기 때문에 백합 고유의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다. 하지만 난 7~8년 전 이곳을 다녀갔던 기억을 살려 ‘바지락’을 원했다. 전, 회무침, 죽 등 바지락을 재료로 한 다양한 코스요리인데 엄청나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식단을 갖고 있는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검색해보지도 않고 여행을 떠나온 내 불찰이니 어쩌겠는가. 아쉽지만 바지락칼국수로 이를 대신하고. 백합죽을 한 그릇 따로 시켜본다. 죽에 골고루 우러나온 백합의 은은한 향에 코가 먼저 반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하고 진하게 퍼지는 백합의 맛에 입이 반한다. 식감 넘치는 백합 조갯살이 듬뿍 들어가 있는 백합죽을 한 수저 가득 떠서 그 위에 부안의 또 다른 명물인 젓갈을 올려 먹는 그 맛 또한 침샘을 자극한다. 참고로 백합죽은 부드럽게 씹혀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 어린 자녀나 연로한 부모님도 함께 즐길 수 있단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여행지로 변산을 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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