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아트벨리(Art Valley)

 

산행일 : ‘14. 9. 9()

소재지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특징 : 포천아트밸리는 원래 고급 품질의 화강암을 캐던 채석장이 있던 자리이다. 그러다가 채석장이 문을 닫은 후 자연환경이 파괴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오던 것을 포천시에서 국내 최초로 문화와 예술로 치유하고 환경을 복원하여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2009년 문을 열었다. 주요 시설로는 관람 시설, 편의 시설, 문화 시설 등 3개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관람 시설로는 화강암을 채석하여 생긴 웅덩이에 샘물과 우수가 유입되어 형성된 3000천평 규모의 천주호(天柱湖)를 중심으로 전망대와 산책로, 조각 공원, 돌 문화 전시관, 기타 상징 조형물 등이 있다. 천주호는 수질 보호와 안전을 위하여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호수의 최대 수심은 20m로 가재, 도롱뇽, 피라미 등이 살고 있는 1급수의 호수이다. 편의 시설로는 전망 카페와 전시관 카페, 한식당과 매점, 모노레일 등이 있다. 문화 시설로는 야외 공연장이 두 개 있다. 그리고 최근(20148)에는 놀이와 체험이 있는 우주 천체과학 전시관 및 최첨단 4D영상관과 별자리 체험이 가능한 천체관측실 등을 갖춘 천문과학관을 추가로 열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찾아오는 방법 : 서울·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철원방면으로 달리면 포천시청을 지나 신북면 소재지인 기지리에 이른다. 이곳 면사무소 앞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트벨리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올라가는 길, 벨리(Valley)의 시설로 들어서기도 전부터 조형물(造形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설의 이름에 아트(Art)가 왜 붙었는지가 실감나는 순간이다.

 

 

 

잠시 후 매표소(입장료 : 성인 기준 3,000)에 이르면 가장 먼저 돌문화 홍보 전시관이 맞는다. 쉽게 말해 매표소와 같은 건물에 있다고 보면 된다. 무료입장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꼭 한번 들어가 보기 바란다. 그래야 왜 이곳에 이런 시설이 세워졌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관에는 포천석이 무엇인지, 포천의 화강암 채석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를 영상과 음성 서비스를 통해 친절히 설명한다. 포천석으로 조각된 작품들도 전시돼 있음은 물론이다.

 

 

 

 

 

매표소 근처에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노란색 모노레일(monorail)이 보인다. 다소 경사(傾斜)가 심한 아트벨리 관람을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꼭 타야할 필요는 없다. 아트벨리까지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고 경사 또한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파르지는 않아서 걸어서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편도 요금인 6.500원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괜찮은 선택이 아니겠는가. 참고로 모노레일은 50인승으로 레일은 420m이고 승하차장이 2개소가 있어 내리는 곳과 타는 곳이 각기 다르다.

 

 

매표소를 지나 위로 올라가는 길에 보면 오른쪽 경사면에 무더기로 쌓인 돌 더미를 볼 수 있다. 조금 전 홍보관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이다. 포천에서 나는 화강암은 질 좋기고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세계에 수출 할 만큼 질 좋은 포천석 산지가 바로 이곳이었다. 몇 년 전 산정호수에서 있었던 국제조각 심포지엄(symposium)’에 참석했던 외국작가들이 극찬한 것도 포천석이었다고 한다.

 

 

낭떠러지라는 뜻의 낭바위란다. 이 부근에 살던 정창국이라는 사람이 병자호란 때 변방을 지키다 전사하자 그의 부인인 창원 유씨가 절개를 지키기 위해 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떨어질 낙()와 바위 암()를 붙여 낙암바위라 부르기도 했단다.

 

 

 

모노레일 하차하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천문과학관(天文科學館)과 대공연장(大公演場)이 자리 잡고 있다. 천문과학관은 기존의 전시관을 리모델링(remodeling)하여 별나라 우주과학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다. 우주 천제 과학 전시관, 천체투영실, 과학체험실, 천체 별 관측실 등으로 이루어졌다. 두 시설 모두 둘러보는 것은 생략하기고 한다. 천문과학관은 이미 영천과 영월 등 다른 곳에서 서너 번 들러본 경험이 있고, 공연장이야 그게 그거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과학관에서 조금 더 걸으면 갑자기 눈 맛이 시원해진다. 아래로 굽어다 보이는 천주호(天柱湖)의 멋진 모습 때문이다. 눈앞에 한가득 펼쳐지는 천주호의 풍광에 사람들은 신세계를 만난 듯 경이로운 감탄사를 너도 나도 보낸다. 그러나 사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 채석장(廢 採石場)이었다고 한다. 질 좋기로 유명했던 화강암을 더 이상 캘 수가 없게 되자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연의 힘은 무한하다고 했다. 인간의 힘 또한 그에 못하지 않는가 보다. 인간들의 노력으로 저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탈바꿈된 것을 보면 말이다.

 

 

 

 

계단을 내려와 천주호와 마주한다. 바위의 색깔들은 이미 검은 색으로 변해있다. 허옇게 배를 드러내고 있어야 할 채석장의 흔적은 이젠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천주호가 있어 왔던 것처럼 아득한 정겨움까지 몰려온다. 이 호수의 최대 수심은 20m에 이르고 현재 가재, 도롱뇽, 피라미 등 1급수에 사는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천주호의 물이 맑다는 증거일 것이다.

 

 

전망대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그 하나는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곧바로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우선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보기로 한다. 상당히 가파르지만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그 거리가 멀지 않은데다가 나무계단을 놓아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아트벨리는 산책로를 잘 조성해 놓았다. 특히 랜드 마크(land mark)’라고 할 수 있는 천주호를 가운데에 놓고 곳곳에서 호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하늘공원에 있는 전망대도 그중의 하나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호수는 아까와는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런 풍광이 있기에 드라마의 촬영지로 선택받지 않았을까 싶다. 누군가 MBC-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하기에 하는 말이다.

 

 

 

전망대 옆에 좀 특이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소원의 하늘정원이란다. 소망을 적은 소원지를 걸어 놓는 곳이라는데 사방의 벽이 소원지들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이 없이 갈망하는 마음들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소망하는 것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행복, 건강, 사랑 같은 단어들이 가장 많이 적혀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참고로 소원을 적을 종이는 천주호 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천주호는 화강암을 채석한 곳에 샘물과 우수(雨水)가 유입되면서 만들어졌다. 인위적(人爲的)으로 만들어진 곳이라서 자연스러운 멋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마치 옛날부터 호수가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포천시에서 신경을 많이 쓴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며 치유를 해간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포천시가 만들어낸 것이다.

 

 

하늘공원에서 조각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에 돌음계단이 있다. 뱅글뱅글 돌며 내려온다고 해서 달팽이 계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높이가 만만찮게 높은 곳에서 뱅글뱅글 돌며 내려오다 보니 고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찔하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위험할 수 있으니 이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래로 내려와서 올려다본 달팽이 계단은 그냥 계단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빼어난 작품 말이다.

 

 

 

 

 

아래로 내려오면 하얀색 이글루(igloo)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전체가 빈 막걸리병 만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특이한 발상이다. 이글루로 안에 들어가 보면 왜 그런 발상을 했는지 금방 이해가 된다. 포천의 명물인 이동막걸리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글루에서 왼편으로 조금 더 가면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다. 화강암 채석으로 절단된 약 50m의 화강암 직벽(直壁)과 천주호 사이에 설치된 무대로 약 300여 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공연장의 무대가 천주호의 물위에 떠 있음은 물론이다. 저런 곳에서 공연을 하면 그 울림은 과연 어떠할까? 이런 궁금증을 갖는 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수상무대에서 다시 한 번 천주호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에머랄드(emerald) 빛 호수가 신비감과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호수 양 옆은 서슬 시퍼런 단애(斷崖), 자세히 보면 돌을 캐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저곳에서 채굴되던 석재는 양질의 석재로 판정되어 포천 화강암으로 불렸으며 건축자재로 인기가 높았다. 단단한 재질과 화강암의 고유 무늬를 간직하고 있어 국회의사당, 세종문화회관, 인천국제공항 등 중요시설물과 건축물에 많이 사용되었다.

 

 

이글루 근처는 놀이터로 만들어져 있다. 팽이 돌리기나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한껏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하긴 평소에 가까이 접하기 어려웠던 놀이를 부모님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놀이터 바로 옆에 조각공원(彫刻公園)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포천에서 생산된 화강암으로 만든 것들이란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작품들 주변에 푸른 잔디가 넓게 깔려 있어 쉬어가기에 딱 좋다. 마음껏 뛰놀다 지치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돗자리 깔고 쉬기에 딱 좋은 공간이란 얘기이다. 그나저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벌거벗은 사람이 바위에 깔린 듯한 모습의 19금 조형물이었다.

 

 

 

 

 

 

 

조각공원의 끄트머리에 선다. 저 멀리 첩첩히 쌓인 산들이 자연스럽게 조망(眺望)되는 곳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솟대들이 늘어서있다. 솟대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뭔가를 갈구하며 세웠던 대이다. 그렇다면 아트벨리의 저 솟대들은 과연 어떤 소망을 갖고 있을까? 어쩌면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더 나은 세상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그냥 버려뒀으면 자연훼손으로 흉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곳을 개발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친환경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든 포천시청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