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산(柏峰山, 589.9m)

 

산행일 : ‘15. 7. 30()

소재지 :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와부읍, 금곡동, 평내동, 호평동의 경계

산행코스 : 풍림2차아파트(청구아파트)체육시설 쉼터묘적사 갈림길백봉산마치고개(산행시간: 2시간 45)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함께

 

특징 : 높이가 채 600m도 안 될 정도로 나지막한데다 어디서 산행을 시작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산이다. 그래선지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등산복과 평상복들로 적당하게 섞여 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삼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산에 들었다하면 도시 인근의 산답지가 않다. 원시(原始)의 냄새가 물씬 풍길 정도로 숲이 울창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형적인 육산(肉山)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곳에는 바위가 발달되어 있기도 한다. 때문에 조망(眺望)까지 탁 트인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얘기이다.

 

산행들머리는 청구아파트(남양주시 화도읍 차산리)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해보도록 하겠다. 백봉산이 도심 인근에 위치한 산이라서 대중교통의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곳 차산리에는 공항버스는 물론이고 광역버스와 간선버스 등 수많은 버스들이 종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강북이나 강남 등 여러 곳에서 오는 것들이지만 오늘은 광역버스인 M2316만 거론하겠다. 서울의 잠실역(5번 출구)에서 이곳 차산리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종점까지 오는 데는 대략 5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다른 버스들보다 중간에 쉬는 정류장의 숫자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종점 바로 전 정류장인 청구아파트앞이다.

 

 

오늘 산행은 내가 살고 있는 풍림아이원(I Want) 2차 아파트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원래의 등산로는 청구아파트에서 시작되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이다. 풍림아이원아파트의 관리사무소 뒤편에서도 정규 등산로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어른 가슴 높이쯤 되는 철제 휀스(fence)를 넘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넘는 데는 별로 어렵지 않다. 울타리의 양 옆에 받침대를 놓아두었기 때문이다. 울타리를 넘자마자 세종 때 칠정산내외편(七政算內外篇)’을 완성시켜 조선의 역법(曆法)은 완전하게 정비한바 있는 이순지(李純之)선생의 묘역(墓域)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연결되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울타리를 넘은지 6~7분 만이다.

 

 

첫 번째 봉우리의 꼭대기 근처에서 바라본 풍림 아이원(I Want) 2차 아파트’, 맨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205동의 내가 살고 있는 층은 지금 내가 서있는 곳보다 고도(高度)가 더 높다. 그래서 뒷 베란다(veranda)의 창문으로 천마산이 온전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망을 막을 만한 방해물이 일절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엌 식탁에 앉아서도 이와 똑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집을 사게 된 이유이다. 부엌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집사람에게 뭔가 볼거리를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봉우리를 넘자마자 청구아파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비록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지만 백봉산은 왼편이다. 참고로 이 길은 백봉산으로 오르는 코스 중에서 가장 거리가 길(5Km). 그러나 볼거리만 놓고 볼 때에는 가장 밋밋하다고 할 수 있다. 바위나 조망 등 어느 것 하나 눈에 담아둘만한 풍경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러 운동 삼아 오르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으니 코스 선택에 참조할 일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여러 곳에서 이런 체육시설들을 만나게 된다. 벤치 몇 개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인근 주민들이 이용을 많이 하는 듯 거의 모든 쉼터의 벤치 위에는 그늘막이 쳐져있다. 아니 어떤 곳에는 거의 반영구적으로 지어진 곳도 있다. 비록 물론 주민들이 임시방편으로 만들다보니 허접하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산길을 걷다보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길들이 좌우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도 많이 나뉘다보니 아예 이정표가 없는 곳도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이 또한 백봉산의 특징 중 하나인데, 그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도 이정표가 세워진 곳이라곤 청구아파트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사거리(정상/ 청구아파트/ 동원정사 / 두산위브)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아래 사진 모양으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았다. 이 부근의 갈림길들은 모두 왼편은 동원정사, 그리고 오른편은 두산위브에서 올라오는 길로 보면 된다.

 

 

울타리를 넘은지 15분쯤 되면 동원정사의 왼편 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되고, 이어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시야(視野)가 트인다. 그러나 잠시 후에 이보다 더 나은 전망대를 만나게 되니 그냥 지나쳐도 괜찮다.

 

 

산을 오르다보면 녹색 비닐피복에 둘러싸인 덩어리들이 가끔 눈에 띈다. 어쩌면 참나무시들음병방제작업의 결과물일 것이다. 저 안에는 훈증처리 된 병든 나무들이 들어있을 거고 말이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 10분쯤 더 걸으면 돌탑이 있는 삼거리에 이르게 되고, 이어서 아까 이야기 했던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차산리 일원과 문안산과 고래산이 잘 조망되는 곳이다. 서울춘천을 잇는 고속도로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다.

 

 

 

 

길 전체가 완만(緩慢)한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오르막이 이처럼 긴 구간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두었다. 백봉산의 고객(顧客)이라 할 수 있는 등산객을 위한 배려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게 바로 요즘의 화두(話頭)인 고객만족, CS(customer satisfaction) 행정일 것이다. 등산로를 관리하고 있는 남양주시청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면 능선 위의 삼거리(이정표 : 백봉산 2.80Km/ 청구아파트 2.25Km)에 올라서게 된다. 비록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능선을 따라 왼편으로 난 길이 보인다. 지난 주 처음으로 백봉산을 찾았을 때 무심코 들어섰다가 낭패를 본 쓰디 쓴 기억이 있는 길이다. 능선을 따라 얼마쯤 걸었을까 ()’이라고 쓰인 돌들이 몇 개 보였다. 그리고 제법 긴 글귀도 보이기에 무심코 읽어보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함부로 싸지 말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주변에 그 흔적들이 보이는데 말이다. 절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할 구간이겠기에 달갑지 않은 낱말까지 써가며 거론했으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또 다른 삼거리(이정표 : 백봉산 2.58Km/ 수리넘어고개 1.15Km/ 청구아파트 2.40Km)를 만난다. 왼편은 수리넘어고개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이곳에서부터 등산로는 천마지맥을 따르게 된다. 천마지맥(天摩枝脈)이란 한북정맥상에 있는 운악산과 수원산사이 424.7m봉에서 동남쪽으로 분기(分岐)되어 주금산~철마산~천마산~백봉~갑산~적갑산~예봉산을 지나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인 두물머리에서 그 맥(()을 다하는 길이 50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참고로 천마지맥은 보통 4개 구간으로 나누어 답사를 하는데 이때 백봉산은 제3구간에 들어간다. 3구간은 마치고개에서 백봉과 수리넘어고개, 먹치고개, 갑산을 거쳐 새재까지 이어진다. 아래 사진은 수리넘어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세워진 남양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이정표이다. 가야할 방향과 그곳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것은 여느 이정표들과 같지만 이곳 남양주의 이정표들은 하나의 기능을 덧붙였다. 시판(詩板)을 매달아 등산객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나타나는 이정표마다 어김없이 시()를 한 수() 씩 매달고 있어 그 시들을 읽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그리고 또 다른 갈림길이 기대되면서 가능하면 오래오래 산길이 이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정상에 오르는 길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는 얘기이다. 시와 함께 하는 산행,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언제부턴가 능선은 잣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다. 그것도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하다. 아까부터 코끝을 간질이던 향기의 정체가 바로 솔향이었나 보다. 그렇다면 행운이다. 오늘은 힐링(healing)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나무나 잣나무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무 중의 하나이다. 이 피톤치드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들이 각종 병충해(病蟲害)에 저항하기 위해 배출하는 분비물(分泌物)을 말한다. 그리고 이 물질은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균작용은 물론이고, 장과 심폐기능을 강화시켜주는 한편, 스트레스 해소에도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길에서는 구태여 발걸음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발걸음은 더디게 그리고 호흡은 크게 하면서 느긋하게 걸어보자. 코끝을 맴돌던 솔향이 온몸으로 펴져나갈 것이다. 그에 따라 심신(心身) 또한 한없이 맑아질 것이고 말이다. 피톤치드의 효과를 믿고 몸을 맡겨 보자는 것이다.

 

 

천마지맥과 합류했다 싶으면 곧이어 무명봉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도 역시 체육시설과 벤치 등을 갖춘 쉼터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그리고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운동기구를 이용해 몸을 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마석(화도읍) 주민들일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45분이 지났다.

 

 

무명봉을 지나면서 능선은 급하다는 듯이 고도(高度)를 낮춘다. 그렇다고 내려서는 게 버거울 정도까지는 아니니 미리부터 겁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 울창한 잣나무 숲까지 함께하니 차라리 기분 좋은 내리막길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5분 후에는 안부 삼거리(이정표 : 백봉산 2.10Km/ 녹촌리 0.80Km/ 청구아파트 2.90Km)에 내려서게 된다.

 

 

 

안부를 지나서도 산길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능선이 오르막으로 변했지만 급할 것 없다는 듯이 서서히 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구태여 다른 점을 찾는다면 있기는 있다. 주변의 나무들이 또 다시 참나무로 바뀌어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이후로는 체육시설이 보이지 않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할 것이다.

 

 

 

산길은 한마디로 곱다. 부드러운 황톳길이 걷기가 무척 편하고, 거기다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는 능선은 경사(傾斜)까지도 거의 없다. 하긴 해발 600m가 채 안 되는 나지막한 봉우리를 5Km에 걸쳐 오르다보니 서둘러 고도(高度)를 높여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25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삼거리(이정표 : 백봉산 1.13Km/ 묘적사 1.30Km/ 청구아파트 3.85Km)를 만나게 된다. 왼편은 조선시대 승군(僧軍)들의 비밀 아지트였다는 묘적사(妙寂寺)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능선은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원시의 모습이로 변해간다. 나무는 굵어지고 숲 또한 깊어진다. 강원도의 오지(奧地) 만큼은 아니어도 도시 인근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숲이 울창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이런 고목(古木)도 만나게 되는데,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산은 정상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없나보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상당히 가팔라지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더니 10분 정도 후에는 전위봉에 올라서게 되고, 이어서 저만큼에 백봉산 정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2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억새밭을 만나기도 한다. 웃자란 것이 가을에는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 혹시 새하얀 억새꽃 잔치라도 열릴지 누가 알겠는가.

 

 

도시 인근의 산인데도 불구하고 숲이 깊다. 그러다보니 원시(原始)의 멋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중의 하나가 자연산 먹거리이다. 오늘 발견한 먹거리는 머루이다. 아직 철이 이르기는 하지만 제법 여물은 것이 군침이 돌게 만든다. 다음 달에 다시 찾을 때는 산행중 간식거리로 충분하겠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널따란 헬기장을 지나면 곧이어 사각(四角)의 정자(亭子_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백봉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방금 전에 지나온 헬기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정상 역시 널따랗다. 10평도 훨씬 더 될 것 같다. 정상표지석은 정자의 맞은편에 세워져 있다. 아담한 크기다. 그 뒤에는 국기봉과 이정표(마치고개 2.3Km/ 남양주시청(진곡사) 4.70Km/ 묘적사 2.70Km), 그리고 119 구호지점표시목과 등산지도, 삼각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일부러 한곳에다 배치한 모양이다.

 

 

정상은 서쪽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비록 잡목(雜木)들로 인해 아랫도리가 조금 잘려나가기는 하지만 조망은 괜찮은 편이다. 불암산과 수락산, 그리고 도봉산과 북한산까지 조망된다. 눈만 좀 크게 뜨면 한강 남쪽의 산들까지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시계(視界)가 좋지 못하다. 짙은 연무(煙霧)가 조망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겨우 남양주 시가지만 나타날 뿐이다. 그것도 희미하게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다. 7~8년쯤 전에 왔을 때는 운길산과 예봉산 등 남쪽의 산들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집에 돌아와서야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이곳에 이층의 정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산 지점인 마치고개로 향한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경사(傾斜)가 거의 없다. 그러나 아까 청구아파트에서 올라왔던 길과는 확실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커다란 바위들이 가끔 눈에 띈다는 얘기이다. 마치 누군가 가지고 놀던 바윗돌을 흩뿌려 놓은 것처럼 띄엄띄엄 말이다.

 

 

 

 

정상에서 15분쯤 내려오면 느닷없이 암릉이 펼쳐진다. 산길은 그 암릉이 부담스러웠던지 오른편으로 우회로(迂廻路)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바윗길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거칠지는 않으니 일단 도전하고 보자. 오늘 산행에서 가장 멋진 전망대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두어 번 바위와의 힘겨루기를 하다보면 어느덧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봉우리 위에는 무인산불감시탑 외에도 안테나 모양의 시설이 하나 더 세워져 있다. 그런데 그 시설의 동력원(動力源)이 좀 특이하다. 태양열발전과 풍력발전 등 두 가지로부터 동시에 얻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독특한 아이디어(idea)도 아이디어이지만 그보다는 터빈 모양의 풍력발전시설이 더 볼만하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양새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풍력발전기의 바람 날개가 영낙없이 터빈 블레이드(turbine blade)를 빼다 닮았다.

 

 

산길은 안테나시설에서 끊어진다. 반대편이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곳에다 백봉산 최고의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누군가 의자까지 준비해 두었다. 마음 편히 조망(眺望)을 즐겨보라는 모양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남양주시가지가 아까 백봉산 정상에서보다 훨씬 더 가깝게 다가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다. 짙게 낀 연무(煙霧)가 조망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맑은 날에는 불···복 등 강북의 산들은 물론이요, 한강 이남의 산들까지도 조망된다는데 말이다.

 

 

 

무인산불감시탑으로 되돌아와 아까 올라왔던 길이 아닌, 왼편 사면(斜面)을 타고 내려선다. 곧이어 아까 오른편으로 돌았던 우회로와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달리 오른편의 화도읍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그리고 비젼힐스 골프장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머물 필요는 없다. 조금 후에는 더 가까이서 골프장 전경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를 지나면 잠시 후 또 다른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그곳에도 역시 안테나시설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평범하게 생긴 것이 아까와 같은 흥취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이후부터는 평범한 산길이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될 만한 볼거리 또한 없다. 그러다가 볼거리가 없는 산길이 슬슬 지겨워질 무렵이면 산길은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나게 해준다. 아까 보았던 비젼힐스 골프장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골프를 즐기고 있는 마니아(mania)들끼리 주고받는 얘기가 들려올 정도로 가깝다. 이렇게 근거리에서 골프장 전체를 조망해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필드(field)에 나가봐도 그저 앞뒤의 홀이나 보일 따름이지 전체를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또 다시 볼거리가 없는 무료한 산행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정상에서 35분쯤 되는 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으로 난 길이 생각보다 또렷하지만 이정표(마치고개 0.88Km/ 백봉산 1.5Km)에 나와 있지 않아 어디로 연결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근처에 있는 쉼터의 ‘119 구호지점표시목에 현 위치로 표기하고 있는 백봉산기도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갈림길을 지나면서 산길은 상당히 가팔라진다.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을 정도이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또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저 가끔 나타나는 쉼터 외에는 특별한 이야기 거리가 없는 심심한 길이 계속된다.

 

 

오늘 산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코끝을 자극하던 냄새가 있었다. 강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향기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 향기가 마치고개에 가까워질수록 그 농도를 더해가더니 어느 시점에서 극()에 달해버린다. 능선이 온통 꽃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나무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이 또한 백봉산의 특징 중의 하나로 쳐도 무방하겠다.

 

 

 

산행날머리는 마치고개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하고 나서 1시간쯤 지나면 마치고개에 내려서게 된다. 천마산으로 가고 싶다면 맞은편 능선을 타면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하산을 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왼편 호평동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우리 부부는 물론 오른편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마석으로 가는 버스를 탈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를 타려고 걸은 거리는 만만치 않았다. 마치고개 고갯마루에도 버스정류장이 있긴 하지만 운행버스(6)의 배차간격이 3시간 가까이나 되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골프장 입구까지 걸은 후, 왼편 경성아파트단지를 횡단한 후에야 버스정류장에 이를 수 있었다. 마치고개에서 무려 25분이나 걸렸다. 오늘 산행은 정확히 3시간이 걸렸다. 물론 마치고개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다. 중간에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시간을 감안한다면 2시간45분 정도가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