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미산(鳳尾山, 855.6m)

 

산행일 : ‘15. 6. 21()

소재지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단월면의 경계

산행코스 : 쥬얼리펜션임도주능선봉미산큰골상부오른쪽 능선큰골입구설곡리 성곡부락(산행시간: 4시간10)

같이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색 : 한마디로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제대로 된 바위 하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는 산음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풍경에 불과하다. 정상에서 설악방면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이와는 정 반대이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산길의 형편 또한 여의치 않다. 자칫 잘못하다간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상은 크다. 바윗길의 특징대로 심심찮게 시야(視野)가 열리는데, 용문산 등 주변의 산군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것이다. 그러나 이 코스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우선 길이 험하고 길의 흔적을 찾기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산현을 경유하는 하산코스를 권하고 싶은 이유이다.

 

산행들머리는 쥬얼리펜션 앞(양평군 단월면 산음리 392-1)

서울에서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봉미산 산행을 위해서는 우선 단월(양평군)까지 와야만 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이나 횡성으로 가는 직행버스(금강고속)를 탈 경우 1시간20분 후엔 단월에서 내릴 수 있다. 단월이 중간기착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운행시간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들쑥날쑥하니 미리 시간표를 챙겨볼 일이다. 단월에서 산행들머리인 쥬얼리펜션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산음까지 군내버스가 다니지만 워낙 뜸했기 때문이다. 택시는 산음보건진료소 앞에서 왼편으로 접어들어 임도를 따라 올라가더니 산행들머리인 쥬얼리펜션앞에다 내려놓는다. 조금 더 올라가면 산행안내도가 있는 산자락이 나오지만 더 이상 오르는 게 버거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곳까지라도 택시가 올라와 준 덕분에 20분 정도의 시간은 절약되지 않았나 싶다. 산음보건소에서 이곳까지 걸어서 들어오려면 넉넉히 20분은 잡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쥬얼리펜션이 위치한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산행은 시작부터 지지부진하다. 막걸리로 에너지를 보충해야 산행이 편해진다는 이선생의 제안은 그냥 애교로 넘겼다고 치자. 그렇다면 막걸리를 마시고 난 후에는 발길을 재촉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러지를 못하고 뽕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더 서성인다. 물론 부지런히 손을 놀려가면서이다. 하긴 까맣게 익은 오디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어떻게 발길을 재촉할 수 있겠는가. 산뽕나무여선지는 몰라도 오디는 생각보다 더 달고 맛있었다.

 

 

등산로는 임도를 따라 3~4분쯤 더 오르다가 왼편으로 열린다. 물론 중간에 쥬얼리펜션은 지났다.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할 경우에는 산음2리 마을회관로 되돌아나가게 되니 주의할 일이다. 산자락으로 난 오솔길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봉미산 등산안내도세워져 있다. 산으로 들기 전에 잠시 안내도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2.7Km란다.

 

 

 

산자락으로 들어서면 잠시 후에 이정표(봉미산 2.7Km/ 마을회관 0.9Km/ 보건진료소 1.1Km)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왜 이곳에다 이정표를 세워 놓았는지 모르겠다. 아까의 들머리에다 산행안내도와 함께 설치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어쩌면 아까의 임도(林道)가 생기지 전에 이곳에서 갈림길이 나뉘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현실이 바뀌었다면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게 옳지 않을까?

 

 

앞서가던 최()군이 뭔가를 가리킨다. 다가가보니 다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익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탱글탱글하게 커가는 열매들이 탐스럽기 짝이 없다. 열매를 매달고 있는 나무들은 한두 그루가 아니다 근처가 아예 다래나무 밭인 것이다. 찬바람이 날 때쯤 찾는다면 꽤나 알찬 수확을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군침이 돈다. 문득 오래전에 마셔보았던 다래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등산로는 임도를 따른다. 오른편은 울창한 잣나무 숲, 꽤나 오래 묵은 듯한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오른 모습이 잠깐의 눈요깃거리로 톡톡히 한몫을 한다. 거기다 코끝을 스쳐가는 짙은 솔향은 심신을 한없이 맑게 해준다. 오늘 산행이 행복할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좋은 산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길은 넓다. 임도를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곱지는 않다. 아래 사진을 주의 깊게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띌 것이다. 일행들이 모두 손을 위로 치켜든 채로 걷고 있는 광경 말이다. 이는 어른의 키만큼이나 웃자란 잡초(雜草)와 가시넝쿨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납게 대들기 때문이다. 반팔 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저렇게 벌을 서지 않고는 무사히 통과하기가 어려울 지경인 것이다.

 

 

얼마쯤 걸었을까 산길은 임도를 떠나 오른편 사면(斜面)을 치고 오른다. 이어서 울창한 잣나무 숲속으로 난 오르막길을 잠시 오르면 또 다른 임도(이정표 : 봉미산 1.9Km/ 임도/ 산음리 1.9Km)에 올라서게 된다. 산자락에 들어선지 14분 만이다.

 

 

산길은 임도를 가로지르도록 나있다. 이어지는 산길도 아까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오르막 산길은 완만하고 주변의 나무들은 참나무 숲과 잣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를수록 숲이 깊어지는 탓에 참나무들이 점점 굵어진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름대로 볼만한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것을 찾으라면 길가의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이름표는 이곳에서 잠깐 눈에 띄었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산길은 한마디로 곱다. 흙산의 전형적인 특징대로 황톳길은 보드랍기 짝이 없고 거기다 솔가리(소나무 落葉)까지 수북하게 쌓여 여간 폭신폭신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 이런 길을 일러 양탄자를 밟는 느낌이라고 표현한 것을 본 일이 있다. 나 또한 같은 느낌이다. 이런 길에서는 맨발로 걷는 게 더 좋을 텐데도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위로 곧게 올라가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산의 사면(斜面)을 옆으로 째며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산길이 가파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앞서가던 일행이 앉아서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오늘 걸어야할 산행 코스는 제법 길다. 부지런히 걸어야 우리가 예정하고 있는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틈만 나면 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힘이 들 정도로 가파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산길이 갑자기 가팔라진다. 마치 우리가 쉬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때를 맞추어 가팔라진 것이다. 쉬면서 원기를 보충했으니 이제부터는 힘을 내보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치고 오르면 능선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임도에서 45분 정도 되는 지점이다. 능선에 오르면 오른편으로 난 길이 하나 보인다. 이정표가 없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용소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지 않나 싶다.

 

 

 

주능선에서는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어지는 산길 풍경은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진다. 잣나무의 개체수가 드물어진다 싶었던 산길은 언제부턴가 완전한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다. 산길의 경사(傾斜) 또한 다른 모습이다. 갈지()자를 그리면서 올라왔을 정도로 가팔랐던데 비해 지금은 그 기세(氣勢)가 눈에 띌 정도로 누그러져 있는 것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이런 맛도 있다. 비록 잠깐이지만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재미다. 정상으로 오르다가 만난 참나무가 의자를 빼다 닮았다. 그것도 다리가 하나뿐인 기형(奇形)의 의자다. 이선생이 냉큼 나무에 걸터앉더니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시키다. 평소에 과묵하기로 소문난 그도 흥이 났던 모양이다. 하긴 이런 때에 분위기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산속에서 아름다운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있으니 말이다.

 

 

능선 안부를 출발한지 15분쯤 지나면 이정표(봉미산 0.4Km/ 산음리 3.3Km)가 나타난다. 오른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길의 흔적은 어쩌면 석산2리의 싸리골에서 올라오는 길일 것이다. 참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이곳에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바위를 보았다는 것이다. 하도 작아서 바위로 치부하기가 낯부끄러울 정도이지만 말이다.

 

 

이정표를 보았다싶으면 정상은 금방이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15분 정도 더 치고 오르면 늪산(814m)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게 되고, 이어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몇 걸음 채 걷지 않아서 봉미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25분이 지났다. 2.8Km 정도의 오르막길을 걸은 결과이니 느긋하게 걸었던 모양이다.

 

 

제법 너른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이정표(설악면 설곡리 4.3Km/ 산음휴양림관리사무소 3.9Km) 외에도 봉미산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 안내판이 하나 더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 의하면 봉미산의 봉미(鳳尾)는 봉황(鳳凰)의 꼬리를 의미한단다. 봉황산(鳳凰山)이라고도 불리던 용문산의 뒤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또한 세상과 멀리 떨어진 오지(奧地)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속리산(俗離山)으로도 불린단다. 그 외에도 산의 정상에 연못이 있다고 해서 늪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고 하나 이는 신빙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이곳 정상에 연못이 있었을 것 같지도 않고, 또한 봉미산의 바로 곁에 늪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따로 있으니 말이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난 편이다. 비록 정상 주변의 잡목(雜木)들이 아랫도리를 잘라먹기는 하지만 시야(視野)가 넓게 열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눈에 담을 수는 없다. 사방에 자욱하게 낀 연무(煙霧) 탓이다. 다른 이의 글로써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서쪽으로는 폭산과 용문산에서 유명산과 중미산을 거쳐 통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선명하다. 동북쪽으로는 장락산과 왕터산으로 이어지는 지맥 줄기와 그 뒤로 화악산 명지산도 멀리 보인다.’

 

 

정상석 뒤편으로 내려서면서 하산을 시작한다. 보리산(나산)을 거쳐 널미재로 가기 위해서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설악비취농원안내판이 세워진 방향이다. 하산이 시작되면 엄청나게 굵은 참나무 고목(古木)들이 길손을 맞는다. 그만큼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고목을 지나 조금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 이정표(설곡리 성공 4.1Km/ 봉미산 정상 200m)를 만나게 된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삼산현으로 가는 능선길과 설곡리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지 않나 싶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르다보니 설곡리로 내려가는 큰골이 나왔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린 보리산으로 가려는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큰골로 내려가는 길은 바윗길로 시작된다. 그러나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경사(傾斜)가 그리 심하지도 않을뿐더러 바위의 크기 또한 보통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이때까지이다. 쉬어가기 딱 좋은 너럭바위를 지나면서부터 바윗길은 험상궂게 변한다.

 

 

 

 

너럭바위를 지나면서 바윗길은 위험하게 변한다. 수직에 가까운 바윗길이 계속되는데도 그 어떤 안전시설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신 좋은 점도 있다. 바윗길의 특징대로 시야(視野)가 열리는 것이다. 유명산에서 중미산을 거쳐 통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바윗길은 갈수록 험해진다. 이때쯤에 우린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눈치 채게 된다. 그리고 능선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기에 그냥 하산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하산 길도 우리에게는 버거웠다. 그 험난함을 배겨내지 못한 우리는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조금 더 쉬운 코스를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어렵사리 길을 개척해 나간다. 완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며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람의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 같이 길을 잃고 헤맸던 등산객들이 아니면 심마니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의 산행 리더가 최군이라는 것이다. 안내산악회의 산행대장까지 했던 경력이 어디로 가겠는가. 왔다갔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산길을 잘도 만들어 간다.

 

 

 

 

사면(斜面)을 꿰뚫기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능선을 타기도 한다. 물론 길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저 최군의 뒤를 묵묵히 따를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아까의 바윗길보다는 안전도가 많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어느 쯤에서 전망 좋은 바위봉에 올라서게 된다.

 

 

바위에 서면 경기도의 고산(高山)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장 왼편에는 용문산이 우람하다. 그 오른편에는 보이는 산은 아마 유명산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오른편으로 늘어선 산군(山群)들은 중미산을 거쳐 통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일 것이고 말이다.

 

 

내려가는 길의 난이도는 만만찮은 편이다. 아니 여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백두대간이나 한북정맥까지도 우습게 봐왔던 아라치양이 저렇게 설설 기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면 증거일 것이다.

 

 

무섭도록 험하게 떨어졌던 산길은 이내 다시 오르막으로 변한다. 오르는 길도 바윗길이지만 조금 전 내려오던 길보다는 훨씬 더 안정적이다. 아무래도 바윗길은 내려올 때 보다는 오를 때가 더 안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바윗길이 끝나면 또 다른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봉미산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1시간10분 정도가 걸렸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그만큼 산길이 험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우회하는 길을 찾느라 시간을 꽤 허비했던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무명의 바위봉에 오르면 또 다시 조망(眺望)이 터진다. 아까의 바위전망대에서 보았던 풍경이 다시 한 번 펼쳐지는데, 이번에는 왕락산으로 연결되는 능선까지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아까보다 시야(視野)가 더 넓어진 셈이다.

 

 

 

암봉에서 내려서는 길 역시 험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여성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구간이다. 도움이 있다고 해서 서서 내려갈 수는 없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피치 못할 경우에는 엉덩이를 바닥에 깔면서 미끄러져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때도 역시 피할 수 없는 조건이 하나 있다. 누군가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을 붙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애를 막 시작하려는 연인들에게 딱 좋은 코스가 아닐까 싶다. 산행을 마칠 때쯤이면 몇 년 동안 사귀어 온 듯한 관계로 발전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산을 내려오다가 만난 기형(奇形)의 다래나무, 어린애의 허리통만큼이나 굵다. 그리고 안쪽에 홈까지 파여 있다. 대체 얼마나 오래 묵으면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까.

 

 

험상궂은 바윗길을 15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계곡에 이른다. 그러나 계곡에 내려서서도 산길의 형편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는다. 길의 흔적을 찾아가기가 만만찮은 것이다. 그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낙엽송(落葉松)이나 소나무들의 훤칠한 외모나 감상하면서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20분 남짓 내려가면 드디어 임도(林道)를 만나게 된다. 고생스런 산행이 대충 끝났다고 보면 된다.

 

 

임도를 만나기 조금 전에 이정표가 하나 보인다. 봉미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1.5Km라면서 가는 방향을 왼편으로 표시하고 있다. 아까 내려서는 길이 하도 험해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었었는데 그대로 내려섰더라면 이곳으로 떨어졌던 모양이다. 그리고 임도로 내려서자마자 또 다른 이정표가 나온다. 이번의 것은 제법 격식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봉미산까지의 거리가 1.7Km라는 것을 추정해야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낡아있다.

 

 

계곡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물의 양을 늘려간다. 그러다가 어느 쯤에선 양에 차고도 남을 만큼 풍부해진다. 덕분에 제법 훌륭한 폭포(瀑布)까지 만들어낸다. 산행을 하면서 흘린 땀을 씻기에 안성맞춤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은 낭만에 가깝다. 그리고 시리도록 차가운 물속에 몸을 내맡기면 천하는 내 것이 된다. 거기다 곁에는 귀여운 폭포까지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재미가 있어 사람들은 산을 찾게 되는가 보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첫 민가(民家)가 나온다. 민가의 마당을 가로지를 수밖에 없다. 커다란 개가 노려보듯이 지키고 있어도 어쩔 수가 없다. 계곡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의 사유지(私有地)를 통과하는 것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두어 번을 더 지나야만 하는데 마음은 편치가 않다. 개인 사유지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것도 CCTV까지 작동시키고 있단다.

 

 

마음 졸이며 사유지를 통과하고 나면 조그만 동네가 나온다. 아니 분위기로 봐서는 민박촌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것 같다. 이 동네로 내려가기 바로 전에 삼거리(이정표 : 설곡리 성곡방향 1.2Km/ 봉미산 정상 5.3Km/ 비치농원 500m, 봉미산 정상 3.1Km)가 있다. 왼편은 묵안리 임도를 경유하여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임도를 처음으로 만나지 45분 정도가 지났다.

 

 

산행날머리는 성곡마을 버스정류장(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민박촌에서 날머리인 성곡마을까지는 평범한 길이 이어진다. 임도는 비록 포장만 되어 있지 않을 뿐 거의 도로 수준이다. 승용차 두 대가 비켜지나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널따란 것이다. 대신 주변의 풍경은 보잘 것이 없다. 산행을 시작하거나 마무리 지을 때 늘 보아오던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게 20분 남짓 걸어내려 오면 성곡리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5시간50분 정도가 걸렸다. 간식을 먹거나, 물놀이를 하느라 꽤 오래 쉬었으니 이를 감안할 경우 4시간10분이 걸린 셈이다. 참고로 성곡리에서는 택시를 대절해서 나왔다. 하루에 고작 두세 번 다니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